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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옛 그림 - 조선의 옛 그림에서 내 마음의 경영을 배우다
손태호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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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은 일 년에 딱 두 번, 봄과 가을에 소장품들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일 년에 두 번 밖에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하지 않는 탓에 전시회가 열리는 날이면 미술품을 보러 온 관객들의 줄이 장난이 아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지 않으면 줄만 섰다가 관람도 못하고 오는 수가 발생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달에 전시회가 열렸는데 게으른 관계로 가보지 못했다. 너무 아쉽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미술품을 미술관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20세기는 유럽과 미국이 정치, 경제, 문화 등 세계를 지배한 시대였다. 자연히 우리가 배운 세계사는 서구 위주로 되어 있었고, 마찬가지로 미술 작품에 대한 평가도 서구인의 시각에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일본 등 동양 미술품에 대해서는 작품적인 가치보다는 서구인들의 것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신기하게 보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유명한 작품 몇몇을 제외하고 나머지 작품들은 그 작품이 가진 진정한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우리 자신들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영향도 크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도 한 몫하고 있다. 우리도 모르게 어느새 서구인의 시선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서구의 유명 화가들의 작품은 꿰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 선조들이 남긴 미술품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이를 대중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미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발벗고 나서서 우리 선조들이 남긴 그림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은 우리 선조들이 남긴 많은 작품 중에서 특히 조선시대의 그림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지은이는 우리 옛그림 속에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자기성찰과 수신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옛 그림 보기야말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배움과 수행의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옛 그림이든 아니든 그림을 보는 것 자체는 우리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은이는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애정을 개개인의 성찰로 등식화할 정도로 우리 옛 그림에 대한 맹목적인 예찬을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다소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면이 보인다.

 

1부 “절망으로 피워 낸 꽃”에서는 연담 김명국의 설경산수도에서 그리움을, 공재 윤두서의 유하백마도에서 자신감을, 탄은 이정의 풍죽도에서 책임감을, 다산 정약용의 매화쌍조도와 매조고에서 애틋함을, 현재 심사정의 딱따구리에서 초탈함을,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꿈을 이야기하고, 2부 “그래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삶”에서는 김정희의 수식득격에서 비움을, 윤두서의 자화상에서 엄격함을, 신윤복의 주사거배에서 취흥을, 정선의 계상정거도에서 진중함을, 김홍도의 황묘농접도에서 축원을, 신윤복의 사시장춘에서 설렘을, 허목의 월야삼청에서 지극함을 살펴보며, 3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다 행복하기를”에서는 김홍도의 춘작보희, 군작보희에서 쓸쓸함을, 정선의 인왕제색도에서 간절함을, 신윤복의 월하정인에서 은밀함을, 김두량의 긁는 개, 삽살개에서 충직함을, 작자를 알 수 없는 감모여재도에서 사무침을, 채용신의 매천 황현 초상에서 통렬함을 읊고 있다.

 

그림을 본다는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다. 그림을 보는데 무슨 지식이 필요하리만은 그림 속에 깃든 당대의 역사와 회화사에서 가지는 의미, 그리고 그림을 내 삶과 연관시켜 읽는 다면 그림을 좀 더 재미있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다. 그런 점에서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지은이의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애정을 이해할 것도 같다. 지은이의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사랑이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고인이 되신 오주석 선생님과 유홍준 전(前)장관이 쓴 책들을 먼저 읽어서 그 글과 지은이의 글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다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가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취미와 기호가 있고 그와 같은 것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업을 가지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이야기하는 요상한(?) 전통이 있는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지은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활에서 그 사람을 읽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중년들은 직장에 쫒기고 집안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부터라도 옛 그림이든 아니면 다른 문화 생활을 통해 자신의 먼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며, 자신의 삶과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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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탄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음악의 탄생 - 왜 인간은 음악을 필요로 하게 되었나
크리스티안 레만 지음, 김희상 옮김 / 마고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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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시디를 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시디를 플레이어에 올리고 음악이 방안 가득히 번져올 때 그 쾌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예전 LP 시절이 좋긴 했다). 나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게 있어 음악은 가장 소중한 것 중의 하나다. 음악이 없으면 내 삶의 의미가 없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다.

 

인간은 왜 음악을 듣고 음악을 좋아할까?

아마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인종과 민족을 불문하고 음악을 싫어하는 인종과 민족은 없을 것이다. 어느 민족과 인종이든 그 민족과 인종에 고유한 음악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보면 음악은 인류의 보편적인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몸에는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음악 유전자’가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클래식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던 ‘폴 포츠’나 ‘수잔 베일’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며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한 걸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간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음악에 관한 여러 책들을 탐독한 적이 있었다. 과학, 미학,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인간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이야기했지만,속 시원한 답을 내려주는 글은 없었다. 음악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사랑에 대해 답을 찾으려고 하는 자체가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책은 동물이 진화하여 인간이 되었다면 인간 외에 다른 동물도 노래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지은이는 행태생물학의 많은 논문과 과학자료들을 인용하며 음악성과 연관이 있는 세 가지 생물학적 능력, 즉 ‘음악 본능’을 형성하는 세 가지 능력인 상대음감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 박자와 리듬을 인지하고 그에 맞춰 동시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정밀한 음높이 조절능력과 복식호흡은 오로지 인간에게서만 발견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음악적 능력들은 왜 인간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일까. 음악이 언어 외의 소통 체계로 남아 있는 것은 왜일까. 지은이는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음악을 인간의 유대감과 결속력을 높여 인생을 살아가며 그때그때 마주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채택된 결과라고 한다. 인간의 음악 본능은 일종의 ‘채택’된 행동전략이라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나 들을 수 있는 엄마의 자장가, 먼 옛날 씨족원들이 무리 지어 부르던 노래, 시칠리아에서 벌어졌던 노래 결투 상황, 그린란드의 이누이트족의 노래 결투, 아이들이 친구를 놀리며 부르는 노래, 랩 배틀 등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인류의 진화와 함께 발전해 온 음악은 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음악도 진화하기 시작하였다. 지은이는 고대 원시음악부터 현대 팝뮤직에 이르는 음악사를 통해 인간의 진화와 함께 발전해 온 음악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는데, 이 부분은 음악과 관련한 다른 책들에서도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인류의 음악사가 문화와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현재에 이르기 되었는지를 일독할 수 있다.

 

독일에서 음악진화론이라는 학문 분야를 개척한 지은이는 진화생물학, 행태연구, 음악심리학, 음악문화사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음악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음악학과 생물학, 문학을 전공하고 성악가로 직접 무대에도 서기도 한 이력이 있어서인지 이론과 실제가 잘 조화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다만 지은이가 독일 출신이어서인지 문체는 아주 딱딱하다. 분량도 많고 전문적인 내용들도 있어서 한 번에 읽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인간의 음악 본성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지은이는 음악을 하는 법을 잊어버린 채 음악 애호가만 늘어가는 현실에 대해, 수동적이기만 한 음악 소비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과학적인 증거들을 통해 음악이 환자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이외에 모든 교육의 목표인 전인적 인간 양성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한다. 학생의 인지능력뿐 아니라 사회성 즉, 서로 어울리며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능력과 자세를 키워 준다는 것이다. 최근 음악의 이런 점에 주목하여 학생들 뿐만 아니라 재소자들에게도 음악을 교화와 치료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원시시대부터 음악은 공감과 소통의 방식이었다. 그런 음악이 단순히 감상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실제로 우리 삶과 생활 속에서 들어온다면 지금처럼 각박한 현대 사회가 좀 더 부드러워지고 서로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오랜 인간의 음악사를 되돌아보면 상당히 의미있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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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디자인 산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런던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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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라고도 한다. 디자인은 사물이 가진 이미지와 속성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원래의 이미지와 속성보다 더 좋게 보이도록 하는가 하면,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최근 삼성이나 애플이 자사의 스마트 폰 등의 디자인을 두고 특허 전쟁을 벌이는 것도 디자인이 제품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보여준다. 디자인은 이제 대세가 되었다. 기업 차원에서 국가 차원에서 디자인에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한때 서울도 디자인 도시를 표방하며 각종 행사를 개최하였다. 서울을 국제적인 디자인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의욕에서 시작되었지만 국내용으로 그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관주도하에 이루어지다보니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나 실질적인 관심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디자인은 제품 뿐만 아니라 이처럼 한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는 수단으로도 사용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올해 7월부터 런던에서는 하계 올림픽이 개최된다. 앞으로 4개월 정도가 남았다. 런던이라는 도시가 전 세계로 방송을 타게 된다. 전 세계인의 눈과 귀는 런던을 향하게 된다. 런던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런던은 대영제국의 오랜 아성으로 남아 있는 도시여서 런던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머리 속에 대충 런던이 어떤 도시일 거라는 이미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런던이라는 도시는 오랜 역사에서 느껴지는 고풍스러움과 함께 신사의 나라라는 이미지로 인해 다소 무겁고 딱딱한 느낌을 준다. 런던을 이야기할 때마다 중절모와 비, 우산, 쟂빛 하늘이 떠오른다. 아직 런던을 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렇게 머리 속으로만 런던을 그려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런던 디자인도 그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지은이는 런던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디자인을 통해 런던이라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런던의 역사와 런던 사람들, 그리고 일상에 관심을 가진 지은이는 자신의 전공인 디자인이 런던의 역사와 도시, 그리고 일상에 어떤 식으로 스며들어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런던이라는 도시는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딱딱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런던은 역동적이고 생기로 넘쳐 흘렀다.

 

런던에는 국가나 시에서 주도하는 행사뿐만 아니라 민간단체들이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교류하는 장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달리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었다. 지은이는 런던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의 상황에 비추어보기도 한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도 눈에 띈다.

 

지은이는 런던 디자인의 진정한 힘은 사람들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는데 있다고 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오래된 것의 가치'에서는 영국의 전통과 유물을 현대에 맞추어 새로이 가꾸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서 소개한다. 무조건 새로운 것만 추구하고 옛것이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2부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에서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에 유익한 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디자인을 실용적인 것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3부 '잠들지 않는 디자인의 도시'에서는 오늘도 불을 밝혀가며 창조에 열을 올리는 디자이너들과 런던의 오픈 스튜디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등 런던의 디자인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런던은 이제까지 내가 생각했던 도시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런던의 디자인은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지켜가며 런던이라는 도시에 새로운 공기를 불어 넣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을 포섭하고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런던의 디자인은 우리의 도시 디자인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주었다.

 

현대는 디자인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매일 엄청난 양의 디자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외형상으로만 그럴 듯해 보이는 디자인이 아니라, 옛 것과 새 것을 넘나들며 도시의 역사와 생활이 살아 숨쉬는 도시 디자인 철학을 만들어 내고 있는 런던의 디자인은 우리에게 디자인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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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세기말의보헤미안]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무하 : 세기말의 보헤미안 - 새롭게 만나는 아르누보의 정수
장우진 지음 / 미술문화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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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전개되었다. 학자들은 그림의 스타일과 특징에 따라 그림을 유형화하여 그 시대의 그림의 흐름을 읽기도 한다. 그림을 유형화하는 작업은 그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작가들은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소화한다. 그런데 작가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를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넣어서 양식화한다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알폰소 무하는 어느 범주에도 넣기가 곤란한 화가가 아닐까 한다.

 

무하의 그림은 다이어리, 각종 소품, 엽서, 달력, 잡지 표지, 포스터 등에서 익히 보아왔던지라 상업적인 일러스트라고만 생각을 했지 그림이라고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고전주의, 인상파, 입체파 등 주로 알려진 화가들의 그림을 주로 봐왔던지만 무하의 생애에 대해서는 아는게 별로 없었다.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그의 그림과 생애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무하의 그림은 보았지만,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무하인지는 몰랐다.

 

그의 그림은 판타지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같다. 그의 그림은 이국적인 옷을 바람결에 날리며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육감적인 몸매와 함께 매혹적인 표정을 드러내는 여성을 생각하게 된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으로 인식되게 하기 보다는 광고의 한 장면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누가 보더라도 낯선 그림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오래 전부터 봐왔던 그림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묘한 매력을 가진 그림이다.

 

무하는 세기말의 아르누보의 정수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조국인 체코가 공산화되면서 그의 이름과 작품은 잊혀져 갔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팝문화의 부활과 함께 무하의 작품은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작품들이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데, 그의 그림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그림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자유분방함과 발랄함, 그리고 다소 퇴폐적인 듯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는 보는 사람에게 황홀함과 함께 이국적인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그의 그림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 같다. 어느 특정 유파에 넣어서 그의 그림을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렇게 본다면 그의 그림이 가지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 같다. 그림은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받아 들일 때 제대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무하의 그림이 바로 그런 그림이 아닌가 한다.

 

책은 무하의 삶과 생애를 그의 작품과 함께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무하만을 소개한 책이 많이 없었던 터라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제까지 보아왔던 다른 그림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그림, 마치 팝아트를 보는 듯한 그림. 그의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뺏앗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보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화가’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화가 무하와 그의 그림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으로 남는 책이었다. 새롭게 알게 된 작가나 그림이 마음에 든다면 그것 만큼 즐겁고 기분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림을 봐왔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무하의 작품 세계와 생애를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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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람 사는 이야기 - 다큐멘터리 만화 시즌 1 다큐멘터리 만화 1
최규석.최호철.이경석.박인하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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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만화를 보는 자체를 금기시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주위에는 만화가 흘러 넘친다. 특히 아이들에게 학습용으로 쓰여진 만화가 큰 인기를 끌면서 만화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다시피했다. 최근에는 만화가 단순히 아이들의 학습을 위한 차원을 넘어서 성인들을 위한 역사, 경제, 예술, 문화 등 다방면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만화는 긴 내용을 몇 컷의 그림과 글로써 정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말하면 제대로 된 지식을 습득할 수 없다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만화를 통한 지식 습득을 반대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만화를 통해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좀 더 깊은 공부를 위해서는 글로된 책을 찾는다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유야 어떠하든 최근 불고 있는 만화의 열풍은 단순히 재미있는 것만을 그리는 단계를 벗어나고 있다. 사회고발적인 내용, 현대 정치사, 전쟁사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화와 접목시키면서 만화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만화를 표방하면서 만화와 기록 문화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기록문화가 가지는 정치함이 만화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가 우리 사회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기록한 것처럼, 다큐멘터리 만화는 만화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우리 사회의 눈물과 기쁨, 슬픔, 그리고 행복을 담아내고 있다. 여러 작가들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12편이라는 만화로 기록하고 있다. 만화 특유의 간결함과 친근함이 풍자와 유머가 함께 곁들여지면서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슬픔과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책에는 삼화고속 노조의 파업 24일차 되는 날, 작가가 파업 현장에 찾아가 노동자들과 삼화고속 지회장 등을 만나며, 노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취재한 내용을 담은 ‘24일 차’,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철망 바닥’, 철거 아르바이트에 동원되었던 경험자의 이야기와 답사를 통해 그려진 ‘단돈 5만 원’, 작가들이 직접 나무, 헬쓰, 식물 등에 대한 공부하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 ‘나무 이야기’, ‘헬쓰 왕’, ‘도심 속 식물 이야기’, 경계인의 시각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재일교포 2.5세 노란구미의 신혼일지’, 청년 문제를 다루고 있는 ‘청춘은 아름다워?’, ‘열심히 살자!’,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는 ‘허스토리’, ‘당당한 현대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 게바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따뜻한 사람, 체’가 수록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만화는 몇 컷의 그림과 글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그래서 전문적인 책들처럼 글로만 이루어진 책보다는 현장감과 생동감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재미까지 준다. 만화가 가지는 힘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시대가 바뀌고 트렌드가 변하면 그에 맞추어 문화도 변하기 마련이다. 지금처럼 비주얼에 익숙하고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에서는 만화가 큰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만화와 다큐멘터리를 결합하여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참신하다. 다만 다큐멘터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장성 이외에 진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판타스틱한 면보다는 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다큐멘터리 만화의 특성상 사실의 진정성은 아주 중요하다.

 

만화가 유머와 상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소재로 삼은 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자료 수집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큐멘터리 만화에 있어서는 다큐멘터리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만큼 다른 만화보다 작가의 답사나 자료 수집이 중요한 작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사실 그대로 옮길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독자들과 소통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만화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큐멘터리 만화의 시도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책에는 다큐멘터리 만화의 현황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어서 다큐멘터리 만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되지 않을까 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만화 장르를 시도하는 만큼 계속적인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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