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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12월
평점 :
얼마전 MBC ‘뉴스후’에서 아이티 난민촌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아이들이 진흙으로 만든 ‘진흙쿠키’라는 것을 먹고 있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 나라의 잘 사는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서 그와 같은 일이 있을 수 없다며, 진흙을 먹는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이런 빈부격차는 한 나라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북반구와 남반구의 빈부격차는 해년마다 벌어지고 있다. 솔직히 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브라질 북부 판자촌에 사는 주부들은 저녁이면 냄비에 돌을 넣고 물을 끓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어머니들은 배가 고파서 보채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밥이 될 거다”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이 기다리다가 그냥 잠이 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배고픔에 시달리는 자식들을 보면서도 그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어미가 느끼는 수치심을 감히 무엇으로 가늠할 수 있겠는가?(본서 제10쪽 참조)
부모가 자식을 먹이지 못할 때 느끼는 그 감정은 부모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일이다. 이는 불안과 굴육감을 가져오게 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런 일이 지금도 지구 저편에서 상시적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풍족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일까?
지은이는 이런 현상을 마치 봉건시대가 다시 도래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봉건제후들이란 다름아닌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500대 거대 민간 다국적 기업들이 2006년 현재 전 세계 총 생산량의 52퍼센트를 차지하며 자기들 마음대로 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한 해 동안 생산된 부의 절반 이상을 이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2001년 9월 11일 뉴욕과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주를 강타한 테러행위를 통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하에 재봉건화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저지해야할 국제법은 오히려 실효성이 없고, 세계인권을 주도할 유엔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은이는 2000년부터 2008년 4월까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으며, 2008년 5월부터는 유엔인권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한 진실을 우리에게 들려 주고 있다. 지은이는 각종 다양한 데이터와 자료들을 통해 단순히 감정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실증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이런 지은이의 글쓰기는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강한 설득력을 가지게 한다.
이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통해 기아의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는 지은이는 이 책(원제는 L'empire De La Honte로 ‘수치의 제국’으로 번역된다고 한다)에서는 기아라는 현상의 역사적인 배경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1장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을 주도한 과격파들의 주장, 몇몇 거대 다국적 자본주의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의 봉건화 추세, 이들에 의해 구조화되고 있는 조직적인 폭력체제와 대항세력들을 설명하고, 2장에서는 가장 약한 자들을 대량으로 파괴시키는 무시무시한 살상 무기인 부채와 기아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를 기술하고 있다. 3, 4장에서는 만성적인 기아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을 재정비하고 혁명을 준비하는 에티오피아와 브라질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투쟁 방식과 저항 방식을 소개하고 있으며, 5장에서는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봉건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서구에서 발달한 경제이론들은 본래 선한 의지를 가지고 태어난 인간의 의식을 흐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질서를 움직일 수 없는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리가 서로 연대하여 행동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이론들을 혁파해야 한다고 한다.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은 자본의 흐름을 지배하는 ‘자연적인 법칙’이라는 이론을 고안해내기까지 한 것이다(본서 제15, 101쪽 참조).
지은이는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시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물론 투쟁의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투쟁의 결과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도 있다. 일찍이 파블로 네루다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꽃이란 꽃은 모조리 꺾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결코 봄의 주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본서 제344쪽 참조)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전적으로 맞다고 볼 수는 없다. 거대 다국적 기업도 문제지만, 기아의 다양한 원인들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구조가 아닐까. 개발도상국들이 부담하는 엄청난 부채는 자국의 주민들에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패한 정부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런 부분도 거대 다국적 기업에 의해 조장되는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단순한 물자를 원조하기 보다는 사회적인 구조개혁이 따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식변화가 아닐까. 언제나처럼 이런 일을 접하면 흥분하다가 지나고 나면 또 일상적인 생활로 되돌아가고 마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 다음에는 이 세계는 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은이의 이야기는 충분히 경청할 만한 내용들이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칸트의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프랑스 혁명의 역사적인 의미에 대해서 칸트는 1798년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그 같은 현상은 세계 역사 가운데에서 절대 망각될 수 없다. 이제까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 즉 인간의 본성 속에 이미 도덕적인 진보의 가능성이 배태되어 있음을 발견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비록 추구한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으나[……]처음으로 자유를 추구했다는 사실이 지니는 가치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은, 다른 민족들이 다른 상황에서라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음을 망각하거나, 다시금 이와 같은 일을 시작하고 싶은 끓어오르는 흥분감을 억누르기엔 너무도 엄청나고 인류의 복지와 너무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세계 모든 분야에 너무도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본서 제326,327쪽 참조)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기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2. 식량전쟁/라즈 파텔
3.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다나카 유,가시다 히데키,마에키타미야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지구상 모든 인류들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투쟁의 결과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도 있다. 일찍이 파블로 네루다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꽃이란 꽃은 모조리 꺾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결코 봄의 주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3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