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를 리뷰해주세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한홍구 지음, 박재동 그림, 김현진 외 글, 한겨레 사진부 사진, 참여사회연구소 외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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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보면 2008년은 우리 역사에서 잊혀지지 않은 한 페이지를 장식한 한 해였다. 2008년 경제부흥을 외치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을 한 한 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가슴과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것은 촛볼집회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모습은 오만불손 그 자체였다. 처음부터 국민들을 무시하고 진행된 졸속협상은 끝까지 국민들의 희망을 저버렸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한 이명박 정부의 모토는 허구였음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을 고수한 이명박 정부는 곧 국민들의 준엄한 꾸짖음에 직면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촛볼집회다.

이 책은 100여 일간의 촛볼집회의 경과를 ‘전조, 파도, 집접, 폭발, 광장, 민심, 진화, 역진, 공명, 계속’ 등 10개 국면으로 나누어서 각 국면별로 지은이들이 직접 자신들이 촛볼집회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2008년 봄, 여름에 결쳐 일어났던 100여 일간의 촛볼집회를 정리하는 의미있는 기록이다. 책의 머리글에도 적혀 있듯이 “기억은 객관적일 수 없고, 각자의 뇌리 속에서 재구성된 채 남아 있게 될 운명을 지녔다. 그럼에도 시간이 더 많이 흘러서, 더 잊혀지고, 더 훼손되기 전에, 지금 시점을 기준으로 최선을 다해 당시 현장을 기록해보자”는 것이 이 책에 글을 쓴 지은이들의 마음이었다. 

당시 현장을 담은 115컷의 생생한 사진과 박재동 화백의 촛볼집회 현장 스케치와 캐리커쳐는 1987년 6. 10 항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신명나는 한바탕 놀이마당을 연상시킨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시작한 촛불집회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경제 정책, 인사 정책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국정의 난맥상을 성토하는 장(場)으로 변해갔다. 국민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를 믿지 않았다. 오직 믿을 수 있는 것은 국민들 자신이었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네티즌 세 명과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가 2008년 9월 24일 저녁에 참여연대 소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내용 중,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진보 정당 당원 분들에게는 좀 거리감이 있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사람들이 말은 진보를 내걸고 있지만 막상 나와서 보면 속까지 그런 것도 아니고, 보수를 견제하기 위한 진보이지 진보를 위한 진보가 아니라는 느낌이 있지요(본서 제195쪽 참조)” 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지은이들은 되도록이면 객관적으로 당시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사진과 함께 같이 실린 글들은 지은이들의 개인적인 감정이 너무 많이 드러나 오히려 사진이 가진 객관적인 점을 반감시키는 측면도 있었다. 물론 사진이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지만 지은이들의 냉철한 시선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대신 차병직이 쓴 글들은 촛불집회가 가진 의미에 대해 남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어,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에게 있어 촛불은 ‘염원’, ‘소망’을 담은 것이다. ‘반항’이나 ‘저항’의 의미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아직도 가슴 한 곳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언제 다시 이 촛불이 광장으로 몰려들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형식적 법치주의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이길 수 없는 것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2008년 촛불집회 현장을 담아 당시를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촛불, 65일의 기록/경향신문촛불팀 편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당대비평 기획위원회 편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촛불집회를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책임이다. 촛불집회는 헌법적 저항권의 발동이었는가, 아니면 시민불복종의 행동이었는가, 혹은 그 자체로 모두 정당한 구체적 시민권의 행사였는가, 헌법적 저항권이었다면 목적은 혁명일 수밖에 없고, 혁명의 성공여부에 따라 논공행상되거나 처벌받을 것이다. 정당한 시민권의 발동이었다 하더라도, 의도하지 않게 타인에 끼친 손해는 배상하고 불가피하게 행한 실정법 위반 부분에 대해선 대가를 받아야 한다. 시민불복종이라고 주장한다면 기꺼이 비폭력 무저항주의의 자세로 부당한 법의 개폐까지 요구하며 자발적으로 체포되어야 옳다.이런 원칙적 문제까지 면밀히 검토하여 평가해야, 가슴속에 남겨둔 불씨를 언제든 다시 사용할 수 있다(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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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미쳤다>를 리뷰해주세요.
스타는 미쳤다 -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분석 리포트
보르빈 반델로 지음, 엄양선 옮김 / 지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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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사회에서는 소위 ‘스타’라고 말하는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보도가 연일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었다. 마치 신드롬처럼 자살이 번져나갔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그들이었기에 이를 지켜보는 대중들의 심정은 먹먹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요즘 10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의 하나가 연예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삶과 죽음은 사회적 파장이 크다. 대부분의 언론은 자살과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초점을 맞추어 흥미위주로 이야기하기에 바빴다. 그렇다면 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은 무엇때문일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머리에 등장하는 펑크 록 그룹인 섹스 피스톨스의 멤버인 시드 비셔스의 기행과 죽음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시드 비셔스의 이러한 증상은 성격장애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며, 성격장애를 불안 성격장애, 괴벽, 엉뚱한 장애, 극적, 감정적, 변덕스러운 장애로 나누고, 그 중에서도 극적, 감정적, 변덕스러운 장애를 중심으로, 자아도취성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유명인의 관계에 주목한다.

클라우스 킨스키, 제니스 조플린, 마릴린 먼로, 다이애나 왕세자비, 마빈 게이, 에디트 피아프.... 그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냥 스타가 아니라 시대를 뒤흔든 슈퍼스타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생활만큼이나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비정상적인 행동과 설명되어지지 않는 죽음으로 생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마릴린 먼로, 지미 핸드릭스. 엘비스 프레슬리, 그룹 도어스의 짐 모리슨, 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의 죽음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 의해 타살인지, 자살인지 의견이 분분할 정도다.

지은이는 현대인들이 가진 대표적인 정신질환 중 가장 심각하고 치료하기 힘든 증상인 ‘경계성 성격장애’에 초점을 맞추어,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가진 일반인으로서는 스타들의 각종 기행과 죽음으로 치닫는 파국을 이해할 수 없지만, 정신병리학의 측면에서 보면 일관된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반대 견해를 가진 사람은 너무나 안일하고 편리한 설명이라고 일축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스타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이야기가 재생산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장애를 가진 많은 스타들은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해 성향과 각종 약물과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장애는 예술적 기쁨과 창작에 대한 ‘보상시스템’(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그 과정을 ‘승화’라고 표현했다)으로 작동하여 이들을 정상에 오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스타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살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이들은 대중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하루 아침에 자신들의 인기가 추락할 것을 두려워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러한 장애가 오히려 대중들의 호감을 얻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예술가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인은 음악이나 연극에서 느끼는 기쁨과 재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천부적인 자질이나 세상 사람들의 인정을 통해 보상을 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쫒겨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유명해지는 데에는 대중들이 극단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에 특별한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도 한 몫한다(본문 제163쪽 참조)”

스타들이 가진 성격장애에 집중하여 서술하다보니 자칫 스타들에 대해 안좋은 시선을 가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음인지 지은이는 “누군가 심리적 문제가 있음에도, 그리고 바로 그런 문제 때문에 뛰어난 예술가가 된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하였다”고 책을 쓴 의도를 밝히고 있다. 지은이의 말처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어느 정도는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다만 스타들은 이런 성격장애를 적당히 조절하고 통제하여 자신만이 가진 남다른 매력으로 만들었고 이를 통해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은 것이다. 

그들은 어릴적부터 정상적인 가정이라고보기 힘든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남들과 다른 성격을 형성하게 되었고, 이러한 성격장애는 일생동안 그들을 따라다니며 괴롭혀왔다. 하지만 그와 같은 험난한 역경을 극복하고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몇 배가 넘는 남모르는 노력과 땀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성격장애를 매력으로 승화시킨 남다른 뛰어난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스타들의 기행과 성격장애, 그리고 그들의 매력에 대해 정신분석적으로 접근하여 재미있게 서술하였습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스타에 관심이 있는 분들 모두에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성격장애의 배후를 알게 되면 처음에는 설명할 수 없던 많은 현상들이 이해된다. 뇌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섹스와 마약과 로큰롤의 연결고리가 되는 신경체계를 찾을 수 있다. 뇌의 ‘보상시스템’을 면밀히 살펴보면 예술적 창작의 기쁨과 심리적 장애와의 관계도 분명해진다. 예술과 심리적 장애와의 연관성이 드러난다고 해서 음악가, 작가, 배우들을 폄하하거나 그들의 작품을 병적 심리의 표현으로 깎아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스타는 심리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런 장애 때문에 뛰어난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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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세계대전사>를 리뷰해주세요.
1차세계대전사 (양장)
존 키건 지음, 조행복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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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직도 지구 곳곳에는 전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은 그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전쟁은 그 자체로 끔찍한 일이다. 인간의 이성이 고도로 발달한 인간사회에서 이성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전쟁이다.

그런데 이 지구상에서 모든 나라가 전쟁의 참상에 자의적으로 또는 타의적으로 관여하게 된 세계대전이 2차례나 있었다는 것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양차 세계대전 중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은 3,70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사상 유례없는 잔혹한 전쟁으로 유럽을 넘어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간 최초의 세계전쟁이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현대를 탄생시킨 중요한 전쟁이기도 했다.

지은이는 전쟁 발발부터 종전까지 연대기 순으로 총 10장에 걸쳐서 제1차 세계대전을 소개하고 있다. 1장, 2장에서는 19세기 후반기 유럽의 정치, 군사, 경제적 상황을 통해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게 된 원인과 배경을 살펴보고, 3장에서는 그 유명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암살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4장 이하에서는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일어난 전투를 유럽 서부전선과 동부전선, 유럽 본토 이외의 열강의 식민지에서 벌어진 전투로 나누어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모든 것을 아주 상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두툼한 양장본을 받아보고는 그 무게감과 분량에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라며 잠시 멈칫했지만,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면서 그런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풍부한 각주와 당시의 상황을 담은 소중한 사진, 그리고 전쟁의 각 국면을 담은 지도 등은 책의 재미를 더해주며 책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었다. 전쟁사에 대한 책들에 으레히 등장하는 전술, 전략이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들의 지도력 등을 소개하는 이외에, 당시 참전한 군인들이 전장에서 겪었던 내용을 담은 목소리까지 실어서,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제1차 세계대전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사방의 어두운 포탄 구덩이에서 부상자들의 신음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에 못 이겨 흐느끼는 가늘고 긴 신음소리와 절망감에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수십 명의 중상자들은 안전을 위해 새로이 난 포탄 구덩이 안으로 기어 들어가야만 했을 것이다. 무섭도록 자명했다. 그러나 이제 물이 차오르고 있었고, 움직일 힘이 없었던 그자들은 서서히 익사했다.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잔혹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팔과 다리가 잘린 채 동료들이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믿으며 누워 있는 [병사들의] 울음소리였다. 이들은 잉크처럼 새카만 어둠 속에서 죽은 자들 사이에 누워 외로이 끔찍한 죽음을 맞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던햄은 내 옆에서 조용히 훌쩍거렸고, 모두 비참한 울음소리에 측은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본서 제514,515쪽 참조)
 

제1차 세계대전도 이제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차츰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저 역사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로만 비쳐질 정도다. 제1차 세계대전이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종결되었으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쟁이 가지는 잔혹한 참상을 이해하고 현대를 숨쉬는 우리에게 있어 전쟁이 가지는 의미를 새겨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지금도 이 지구상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나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주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1998년 초판이 발간되어 전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책으로, 전쟁사와 현대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읽어야 할 전쟁사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이라고 한다. 그 말이 그저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하는 책이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제1차 세계대전을 아주 잘 정리해 두고 있어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서는 이 한 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제1차 세계대전 - 폴그레이브 맥밀런 지도로 보는 세계전쟁사 1/매슈 휴스, 윌리엄 J. 필포트 저/생각의나무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 제1차 세계대전 1914-1918, KODEF 세계전쟁사 1/마이클 히키, 제프리 주크스, 피터 심킨스 저/플래닛미디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사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좋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사방의 어두운 포탄 구덩이에서 부상자들의 신음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에 못 이겨 흐느끼는 가늘고 긴 신음소리와 절망감에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수십 명의 중상자들은 안전을 위해 새로이 난 포탄 구덩이 안으로 기어 들어가야만 했을 것이다. 무섭도록 자명했다. 그러나 이제 물이 차오르고 있었고, 움직일 힘이 없었던 그자들은 서서히 익사했다.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잔혹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팔과 다리가 잘린 채 동료들이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믿으며 누워 있는 [병사들의] 울음소리였다. 이들은 잉크처럼 새카만 어둠 속에서 죽은 자들 사이에 누워 외로이 끔찍한 죽음을 맞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던햄은 내 옆에서 조용히 훌쩍거렸고, 모두 비참한 울음소리에 측은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제514,5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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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의 유혹>을 리뷰해주세요.
녹색성장의 유혹 - 글로벌 식품의약기업의 두 얼굴
스탠 콕스 지음, 추선영 옮김 / 난장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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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前) 부통령이었던 엘 고어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고발한 다큐멘터리로 상을 받으면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폐해에 대한 심각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어제, 오늘 다루어진 문제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그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미국 뿐만 아니라 서방 선진국들은 자국 산업의 발전을 위해 등한시해오고 있었던 문제였다. 그런데 최근 지구 곳곳에 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와 그로 인한 자연재해 등으로 많은 나라들이 친환경, 녹색성장에 대해 눈을 돌리고 있다.

친환경, 생태친화, 녹색성장이라면 누구나 반길일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친환경, 생태친화라는 유령이 우리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식물유전학 박사이자 20년 넘게 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생태문제를 연구한 지은이는 친환경, 녹색성장에 은폐된 우리들의 일상과 그 모순을 드러내 보여주며, 친환경, 녹색성장을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지구와 인간을 파멸의 길로 몰아가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고발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우리 인간 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와 식품이다. 의료와 식품이라는 두 주제를 다루면서 병원, 제약회사, 식품, 농업, 화학, 천연가스, 다이어트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의 목숨에 직결되는 의료와 식품에 대해서까지 녹색이라는 단어를 악용하여 무한성장을 지향하는 다국적 기업의 추한 이면을 실증적인 데이터와 자료들을 동원하여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밝혀지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거대 식품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미치는 해악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본주의의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경제가 성장할 수록 파국적 영향이 더 커진다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무기력증을 극복하려면, 현존 체계에서 아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 즉 타인의 노동으로 생산된 자본의 축적 때문에 살기가 어려워진 다수의 사람들이 다음의 두 가지 가정을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첫째, 자본주의는 사물의 자연적인 상태도, 필연적인 상태도 아니다. 둘째,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본서 제285,286쪽 참조).”

지은이는 자본주의가 사물의 자연적, 필연적 상태가 아니고,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경장성장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가정한다. 10장에서 칼 마르크스(Karl Marx)의 ‘자본’, 니콜라스 제오르제스쿠-뢰겐(Nicholas Georgescu-Roegen)의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과정’,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William Stanley Jevons)의 ‘석탄문제’라는 세 권의 위대한 책을 소개하고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경제체제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물론 오랜 세월동안 자본주의 체제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가정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현실적으로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감안한다면 지은이가 주장하는 내용이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면 인간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이윤 추구 앞에 공공의 이익은 무참히 희생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이 현실을 직시하고 무엇이 우리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를 성찰해 보아야 한다.

지은이는 지구 전역의 모든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노동자 소유, 환경세(특히 무거운 탄소세),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반독점법 시행, 부의 재분배를 촉구하여야 한다고 하며, 아직은 건립되지 않은 친환경 보건의료센터, ꡐ악시온 프라테나ꡑ와 아난타푸르 지역 공동체의 노력, 오클랜드에서 활동 중인 ꡐ서민의 식료품점ꡑ 같은 운동이 세계 모든 대륙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글을 맺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주장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 책은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녹색성장’의 이면에 드리워진 것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과연 자본주의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최상의 체계인지, 그리고 우리, 그리고 우리의 후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를 질문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최근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녹색성장’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실증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1. 살림의 경제학/강수돌/인물과 사상사
1. 불편한 진실/엘 고어/좋은생각
1.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로완 제이콥슨/에코리브르
1. 지구온난화 충격 리포트/Think the Earth Project,야마모토 료이치/미디어윌
1.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존 라이언 등/그물코
1. 즐거운 불편/후쿠오카 켄세이/달팽이
1. 누가 세계를 약탈하는가/반다나 시바/울력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사람들은 대체로 자본주의의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경제가 성장할 수록 파국적 영향이 더 커진다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무기력증을 극복하려면, 현존 체계에서 아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 즉 타인의 노동으로 생산된 자본의 축적 때문에 살기가 어려워진 다수의 사람들이 다음의 두 가지 가정을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첫째, 자본주의는 사물의 자연적인 상태도, 필연적인 상태도 아니다. 둘째,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에 의존해서는 안된다(285,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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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을 리뷰해주세요.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5
금난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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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전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가 생각과 달리 엄청난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 이 드라마로 인해 일반인들이 클래식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클래식 악기의 구입이 늘었는가 하면, 모처럼 클래식 음반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기도 했다. 이 드라마에 삽입되었던 클래식 음악을 수록한 음반은 품절이 될 정도였다. 드라마에서처럼 실제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치러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일도 일어났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일반인들이 클래식 음악을 접하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비싼 공연관람료, 긴 연주시간, 복잡한 곡구성, 전문적인 용어 등. 일반인들이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대중음악에 비해 클래식 음악은 이런 저런 이유로 대중들과 유리된 채 소수의 매니아 층들 사이에서만 사랑을 받아왔었다. 무엇보다 클래식 음악계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이분법적인 사고(클래식 음악은 고급음악이고 대중음악은 저질음악이라는 사고)와 우월적이고 독선적인 시각이 대중들을 클래식 음악에서 더욱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런 현상을 직시하고 클래식 음악을 대중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게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계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이 책을 쓴 금난새다. 그는 1980년부터 12년간 맡아온 KBS 교향악단을 그만두고 지방악단인 수원시향 상임지휘자가 되었고, 제도권 밖에서 사설 오케스트라인 유라시안 필하모닉을 창단했고, 포스코를 찾아가 로비 콘서트를 제안했으며󰡐해설이 있는 음악회‘, ’울릉도 음악회‘, ’도서관 음악회󰡑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등으로 클래식 음악을 대중화하는데 자신의 온 열정을 쏟아 부었다.

이 책도 바로 그런 지은이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열정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수많은 교향곡 중에서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의 ‘고별’ 교향곡부터, 모차르트, 베토벤, 베를리오즈,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의 ‘혁명’ 교향곡에 이르기까지 지은이의 삶과 음악에 영향을 준 작곡가들의 교향곡 열 곡을 엄선하여 곡이 탄생하게 된 배경, 작곡가의 삶과 작품세계, 그리고 에피소드 등을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듯이 들려주고 있다.

상세한 설명과 각종 그림 등은 이제 막 클래식 음악에 입문한 초보자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 반면 클래식 음악을 어느 정도 듣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큰 흥미를 유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수많은 교향곡 중에서 10곡 만을 추려 놓아 클래식 음악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양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의 지식과 주관만을 전달하는 에세이류의 클래식 음악 책들과는 달리,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휘자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끊임없는 정열과 진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시간이 되어 주는 책이 아닌가 한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초보자들에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입문용으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1.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2/박종호 저/시공사
1.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매튜 라이,스티븐 이설리스/마로니에 북스
1. 이 한장의 명반 : 클래식/안동림 저/현암사
1. 클래식 아는 만큼 들린다/최영옥 저/문예마당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클래식 입문자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습ㄴ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클라라 슈만은 브람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녀 역시 브람스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었습니다. 클라라는 스물네 살의 브람스에게 데트몰트에 있는 한 공작의 저택에서 음악교사로 일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브람스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작곡한 교향곡 제1번을 창작할 때에도 도움을 주었지요. 그리고 브람스는 교향곡 제2번을 작곡할 때도 클라라에게 피아노로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교향곡 제2번이 완성되자 피아노 연주용 자필초고를 클라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었을까요?(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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