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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평점 :
그래, 당신은, 인간 실격이야.
자기 스스로 그렇게 인정했으니 내가 더 이상 할 말도 없다만.
이 책이 다자이 오사무 당신의 유치한 자기변명으로도 읽히고, 생각은 있고 행동은 못하는 비겁하고 나약한 자의 짹 소리로도 들린다만.
그런데도 내 가슴 한켠이 아렸던 건.
자기자신의 이중성을 용납 못하는 당신에 비해 내가 너무 능글거리면서 살고 있기 때문일까.
무한히 정직하고 부서지기 쉬운 여리디여린 당신같은 사람은 스스로 무너지도록 만들어 버린 이 세상을 대신한 죄책감일까.
모두가 두겹세겹 옷을 입고 있는데 혼자 이 차가운 세상에 알몸으로 떨고 있었던 당신은 추웠겠지.
그러나.
당신은 이 생각을 해야만 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 생각을 말이야. 그 생각으로 이 인류는 버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을 나는 알고 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