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림 기행시집 창비시선 83
신경림 지음 / 창비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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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읽었던 시집을 다시 꺼내들었다. 어려서 들었던 시집과 지금에 다시 들어서 본 시집에 실린 시들이 마음에 더 와닿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경험으로 되어 전해줘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시인이 걸어 간 길을 따라가보는 것, 즐거움과 슬픔과 아련함이 같이 전해진다. 이 곳 저 곳의 사람들을 만나며, 다른 이들이 아니고 우리와 같이 이 시대의 고개를 넘어가는 사람임을 깨닫게 하고, 그 아픔과 슬픔과 온 갖 사연들을 따뜻하고 정겹고, 때로는 세상의 풍파를 자연을 통해 꼬집기도 한다.


마음 울적한 날에 내 마음은 깨끗하게 가라 앉는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높은 목소리만 들리고

사방이 어두울수록

큰 몸짓만이 보인다

목소리 높을수록

빈 곳이 많고

몸짓 클수록 거기

거짓 쉽게 섞인다는 것

모르지 않으면서

자꾸 그리로만 귀가 쏠리고

눈이 가는 것은

웬일일까


(‘지리산 노고단 아래’ 중에서 일부 발췌)


말 그래도 이 시집은 시인이 우리 산하의 몸짓을 글로 표현하고, 그 대지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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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시선 156
함민복 지음 / 창비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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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 번 읽어보고 리뷰를 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특히 시인의 시집은 더 그렇다. 몇번을 읽어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때의 심정, 기분,, 그리고 그가 서 있던 곳에 있지 않고서는 말이다. 같이 있어도 어려운 일이다. 다시 읽어보고 읽어본다.  

 

그때서야 비로소 흩어졌던 단어들이 조합이 되면서 감정이 만들어진다. 왠지 모를 그리움이 커져만 간다. 어쩌면 그냥 슬퍼지는 듯도 하고, 그러나 달리 보면 삶에 대한 간절한 애정이 떠올리기도 한다. 특히 우리 삶을 있게 하신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 내가 딛고 사는 삶의 터전과 그 주변의 사물들에 대해서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는 시다.


시인은 자유인이다.  

 

쓰기 쉽지 않은 언어를 시라는 형식을 통해 구애받지 않고 표현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글을 쓰는 사람들이 구속을 받는 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 삶의 허울들을 까버리고, 순수함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도 느껴진다.  

 

'달의 눈물'은 금호동 산동네에서의 삶을 이야기한다. 흐르는 하수도의 물을 듣는 것조차도 즐겁고, 그 소리에 눈물이 젖는다는 부분이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처녀 등에 업고 백리를 걷고 싶다는 농촌 총각의 마음,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다는 가을은 또 어떤가. 문장 하나로 가을을 만들 수 있는 시인이 부럽다.


제 3부에 실린 시 가운데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꼬집는 그러한 내용의 시들이 앞부분에 실려있다. 문명의 발달 속에서 뭍혀지고 사라져간 것들을 다시 끄집어 내올 수는 없지만, 지금의 것들이 우리 삶에 주는 것은 진정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부족하지만 그러한 삶을 솔직하고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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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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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되새기게에 하는 시들을 엮어 만든 시집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작자미상의 시들을 포함하여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시들도 들어 있다. 이 가운데서 여러 좋은 시들이 담겨있지만 ‘어부의 기도’라는 시가 눈을 끈다.


주님, 저로 하여금 죽는 날까지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하시고,

마지막 날이 찾아와

당신이 던진 그물에 내가 걸렸을 때

바라옵건대 쓸모없는 물고기라 여겨

내던져짐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이 시는 17세기에 씌어진 시로, 작자미상의 시이다. 삶에 대한 태도, 죽음의 의미, 사랑과 행복의 순간들을 서정적으로 아름답게 그린시도 있고, 가슴 아픈 사연을 담당하게 써내려간 시도 있다. 여러 시인들의 시들을 한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시이다. 몇 개의 시들은 외워보고 싶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잘 외워질지 모르겠지만. 마음을 정화시키고 깨끗하게 해주는 시들이다. 아침 출근 전 책상에 앉아서 한 편 한 편 읽어보며 마음을 다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있어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시는 부드럽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시의 언어는 아름답지만 무서움을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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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에게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59
최영미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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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것이 시가 아닌가 싶은데 최영미 시인의 시는 그 이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감상적이기도 하면서도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듯하면서도 간접적인 표현들이 들어있다.

 

날카로운 듯하면서도 사물에 대한 애정이 들어있다. 읽는 이에 따라서 감정의 상태에서 따라서 같은 시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말이다. 시인의 시도 사실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게 있을까 싶겠지만 말이다.

 

‘서른잔치는 끝났다’를 처음 접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시집 ‘돼지들에게’도 그렇다. 특이한 것은 3부 축구장에서 생각한 육체와 정신부분에 실려있는 축구와 관련한 시들이다. 시인에게 축구는 고통을 잠재우는 마약이며 위선이 숨을 수 있는 구석이 없는 곳이다. 또한 인생보다 아름다운 게임이 축구라는 점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행을 통해 느끼는 삶의 고단함과 인간 삶의 추함과 깨끗함, 탐욕과 선의 본질을 찾고자 애쓴 모습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여우와 양, 돼지, 앵무새, 개 그리고 진주, 감옥들 인간삶을 인간과 가까이 지내온 가축 혹은 동물을 통해 비추어 보는 시인의 시를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

 

다시 읽어 본 시

 

드러내놓고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놓는 이야기도 좋다. 에둘러 말하기보다는 그 본질을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숨길 것도 없는 몸둥아리를 향해 가차없이 공격을 한다. 그러면 몸이 움찔한다. 아, 이런. 이건 슬픔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쁨은 더욱 더 아니다. 제목을 보고 바로 이건 인간들을 향한 메시지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속에서 돼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미의 시는 강렬하다. 부드러운 칼 날이다.  

그날 이후 열 마리의 배고픈 돼지들이 달려들어 
내게 진주를 달라고 외쳐됐다.
(돼지들에게 중) 

돼지들에게는 무도 5부로 구성된 시집이다. 그간 다른 잡지에 실었던 시를 다시 고치기도 하며 각각 주제를 갖고 시집을 엮었다. 시인은 축구와 시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축구에서 사람을 보고 삶을 돌아본다. 5부 짐승의 시간, 인간의 시간은 그녀 삶에 대한 아주 짧은 자서전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결국 돼지가 된다.
그들은 모두 돼지가 되었다. 
(돼지의 본질 중) 

정치에 대한 불신은 정치인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것인데도 그들은 그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자신의 것이라고 하지 않는다. 탐욕과 허위로 얼룩진 세상에 그녀의 한 줄 한 줄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4부 달리는 폐허위에서는 그녀가 여행을 통해 만난 곳들에 대한 인상이 그려져 있다. 여행은 시의 장소를 바꾸주며 생각을 깊게 만들기도 하고,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가 다시 독자와 만나 새로운 느낌을 형성한다.  

배반당하더라도
이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하련다. 
(런던의 실비아 플래스 중)

삶을 향한 그녀의 여행이 계속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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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창비시선 238
문태준 지음 / 창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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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다른 시를 그 전에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시집을 접하면서 느꼈던 점은 가족에 대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고 고향의 그 어딘가에 있을 남겨진 흔적들을 그리는 가슴 애틋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에 맑아지는 듯한 기분도 느꼈지만, 뭔가 모를 그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씌여진 하나 하나의 글자들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내가 사용하고 접하는 일상에서 만나는 단어들이 아니다. 매출이라든가 협력이라든가, 세금계산서 혹은 수입, 혹은 돈과는 거리가 먼, 아 이런 단어들을 쓰면서 살 수는 없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무엇으로 하여금 시인의 마음을 이렇게도 적셔놓고 있는걸까. 나무에 대해서, 자연을 이루는 다양한 생명체들에 대한 관심이 깊게 묻어있다.

 

치열한 삶의 모습보다는 하루의 삶속을 들여다 보며 그리움을 가슴깊게 노래하고 있는 시인의 눈길이 부럽다.

 

아침 해가 뜨기전 그리고 해가 질 무렵의 논길위 풍경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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