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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신경림 기행시집 ㅣ 창비시선 83
신경림 지음 / 창비 / 1991년 1월
평점 :
지난 시간에 읽었던 시집을 다시 꺼내들었다. 어려서 들었던 시집과 지금에 다시 들어서 본 시집에 실린 시들이 마음에 더 와닿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경험으로 되어 전해줘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시인이 걸어 간 길을 따라가보는 것, 즐거움과 슬픔과 아련함이 같이 전해진다. 이 곳 저 곳의 사람들을 만나며, 다른 이들이 아니고 우리와 같이 이 시대의 고개를 넘어가는 사람임을 깨닫게 하고, 그 아픔과 슬픔과 온 갖 사연들을 따뜻하고 정겹고, 때로는 세상의 풍파를 자연을 통해 꼬집기도 한다.
마음 울적한 날에 내 마음은 깨끗하게 가라 앉는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높은 목소리만 들리고
사방이 어두울수록
큰 몸짓만이 보인다
목소리 높을수록
빈 곳이 많고
몸짓 클수록 거기
거짓 쉽게 섞인다는 것
모르지 않으면서
자꾸 그리로만 귀가 쏠리고
눈이 가는 것은
웬일일까
(‘지리산 노고단 아래’ 중에서 일부 발췌)
말 그래도 이 시집은 시인이 우리 산하의 몸짓을 글로 표현하고, 그 대지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