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여우 창비시선 163
안도현 지음 / 창비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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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 좋은 시간이다. 희망과 시작의 메시지가 그리워진다. 봄은 더욱 그러한 것들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안도현 시인의 그리운 여우를 읽다보면 어느새 들꽃 핀 길 언덕을 오르기도 하고, 눈 쌓인 비탈길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에 빠지기도 한다. 하루중 얼마나 흙을 바라보며, 바람에 실려오는 자연의 먼지를 얼마나 먹어볼 수 있겠나. 이런 시들이 아니면 말이다.


모든 자연의 것들이 소중하고, 그 자리에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냥 지나친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들임을 알면서도 그 이름 조차 모르고, 기억하지 못하고 스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시인은 그러한 것들 하나하나를 돌아보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안도현 시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 중의 하나가 아닐까도 생각한다. ‘나와 잠자리의 갈등 1’에서는  ‘그 아슬아슬한 곳에 내려앉는 이유가 뭐냐?‘고 잠자리에게 묻는 말이 있다. 그리고 잠자리가 다시 되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느냐!‘고 말이다.


자연의 하나하나를 사람으로 놓고 대화하듯 써 내려간 맑은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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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창비시선 191
정호승 지음 / 창비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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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지만 실재 이렇게 시를 읽어보기는 오랜만인 듯 하다. 나머지 시들도 한번 열어 볼 일이다.

‘눈물이나면 기차를 타라’는 그가 펴낸 시집 중 99년에 나온 여섯 번째 시집이다. 앞에 나온 시를 읽어 보지 못하고 이 시집을 접해 본 지라, 그 앞 분위기나 흐름을 알 수는 없지만, 이번 시집을 통해서 느낀 부분이 있다면 슬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애증이라고 해야 하나. 지쳐있는 사람이라고해야 할 까.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슬픔이 바닥까지 내려앉아 더 이상 갈 곳도 없는 그런 느낌. 그의 시 ‘꽃’이다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마음속에 박힌 말뚝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인간의 꿈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시집에는 그의 친구인 나무, 풀, 꽃, 강, 섬, 들녘, 햇살, 모래, 바위, 파도, 사찰, 공원, 달, 이 모든 자연의 이웃들이 안고 살아가는 슬픔과 기쁨이 고스란이 모아져 있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존재, 사람도. 그리고 그 사람이 만들어 내는 사랑도 있다.


시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 느껴보지 못한 것들과 가보지 못하고 들어보지 못한 세상의 것들을 보여주는 창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시인을 통해서 만나는 세상이다. 시인을 통해 보는 세상이지만, 그렇지만 내가 거를 수 있다. 소매물도가 그렇다. ‘소매물도에서 쓴 편지’는 그러한 곳을 더 가보고 싶게 만든다. 정호승 시인이 가보지 않은 곳이 어디일까. 산과 강, 섬 그리고 사람의 마음속까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눈물이 날 정도로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생각 뿐이다. 그리고 조금더 낮게 몸을 낮춰 살 일이다. 그가 세상을 향해 ‘경고’하는 것 같다. ‘감사하다’에 나오는 마지막 몇줄에 있는 내용이다.


내가 굳이 풀잎같이

작은 인간으로 만들어진 까닭을

그제서야 알고

감사하며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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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 현대문학북스의 시 1
안도현 지음 / 현대문학북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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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이 시집을 손에 넣은 것은 안도현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유지만, 제목에서 일단 와 닿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집착하고, 매달리고 하는 나의 일상을 돌아보니, 그러한 제목을 외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것, 그것은 그러나 우리가 하잖게 지나치는 것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담겨있는 그러한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에 담겨 있는 시들은 우리가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우리의 이웃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글들이 담겨있다.

자연과 그 생명에 대한 깊은 생각과 느낌이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담겨있는 이 시를 읽는 동안 잠깐이나마 콘크리트 바닥을 떠나 자연의 흙을 밝고 서 있는 나의 모습을 생각하며,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대설’에 나오는


‘꽃대가 뿌리 속에 숨어서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


가 그러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에 소개되는 다음의 내용은 어떤가.


저 내래는 헛것 같은 눈, 아무것도 아닌 저것도/

눈송이 하나 하나는/

제각기 상처 덩어리다, 야물게 움켜쥔 주먹이거나/

그리고 슬픔이 담겨 있다.


“네 몸속에 처음 손을 넣어보던 날도 그랬다(도둑들)”, “목 빼고 빗줄기처럼 우는 날이 많았으나(빗소리 듣는 동안)”, “제 발자국을 찍으며 서럽게 뛰어갈 것이다(사냥)”,


또한 기쁨의 순간과 슬픔의 눈물이 담겨있는 말들이 곳곳에서 표현된다. 덜렁덜렁, 오도독오도독, 구불텅구불텅, 싸묵싸묵, 자글자글, 철벅철벅, 아리아리와 같은 말들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것에 대하여’는 이렇듯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나무와 한가로운 집안의 풍경과 사람으로 인하여 시끄럽고도 조용하게 세상과 통하는 길을 엿볼 수 있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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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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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바라보는, 우리 일상을 바라보는 시인들의 눈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때가 뭍어있는 삶보다는 맑음과 순수함이 남아 있는 자연의 그 호흡이 좋다. 그래서 시를 읽게되나 보다. 맑음과 순수함을 읽을 수 있도록 시인들은 그 자연과 벗하며 산다. 하나가 되기 위한, 이해하기위한 노력들이 느껴진다.


‘시가 내게로 왔다‘는 바로 그러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혀지는 시집이라고 생각한다. 김용택 시긴의 시도 좋지만, 그가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를 묶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한번 나는 책갈피마다 때가 뭍어날 만큼 닳도록 읽어본 일인가. 김용택 시인이 좋아하는 시도 시이지만, 그가 이 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그 따뜻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근 100년에 걸친 시인들의 시, 48편이 소개되는데, 이 시들은 그가 중앙일보를 통해 연재하며 소개했던 시들이기도 하다. ‘시인 김용택이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한 시들’이 바로 여기에 소개되는 시들이다.


사회가 혼탁할 수록 사람들이 시를 더 찾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시집에서 소개되는 김남주 시인의 ‘사랑은’은 어떤가.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봄을 기다릴 줄 안다/기다려 다시 사랑은/불모의 땅을 파혜쳐/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천년을 두고 오늘/봄의 언덕에/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이 시를 통해 나는 눈이 있으되, 바르게 바라보지 못하는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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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 안도현의 내가 사랑하는 시
안도현 지음 / 나무생각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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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이 묶은 그 작고 하잖은 것들에 대한 애착의 시집은 여러 시들을 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시집인 것 같다. 그 개인의 애착시로 묶여진 것들이라 또한 그 같은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안도현 시집을 통해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말을 해야 하나. 시라는 것이 개인의 느낌에 따라 그 차이가 크기에, 하여튼 한번씩들 읽어본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슴뛰던 청소년기에 접했던 여러시들, 조금은 생각을 갖고 읽어야 할 시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시인들의 시도 읽을 수 있다. 같은 사물을 놓고 보는 느낌, 써 내려간 글들이 아름답게 읽혀진다.


시를 읽고난 느낌을 안도현 시인이 감상문을 적어놓은 글은 시의 이해를 돕고, 시인의 해석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사람들의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가 추천하여 이곳에 게재된 시중에 ‘벼랑끝’의 조정권의 시도 좋다. 김현식 시인의 ‘유월의 살구나무’도 좋다. 말이 좋고, 느낌이 좋다. 송재학의 ‘풀잎’은 또 어떠한가. 기회가되면 이들 시인의 시집도 한 권씩 구해 더 읽어 볼 일이다.


시간, 계절, 고향, 어머니, 나무, 바다 등, 이 시를 통해 소개되는 자연과 사람의 교감을 통해 우리는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을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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