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들에게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59
최영미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한 것이 시가 아닌가 싶은데 최영미 시인의 시는 그 이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감상적이기도 하면서도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듯하면서도 간접적인 표현들이 들어있다.

 

날카로운 듯하면서도 사물에 대한 애정이 들어있다. 읽는 이에 따라서 감정의 상태에서 따라서 같은 시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말이다. 시인의 시도 사실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게 있을까 싶겠지만 말이다.

 

‘서른잔치는 끝났다’를 처음 접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시집 ‘돼지들에게’도 그렇다. 특이한 것은 3부 축구장에서 생각한 육체와 정신부분에 실려있는 축구와 관련한 시들이다. 시인에게 축구는 고통을 잠재우는 마약이며 위선이 숨을 수 있는 구석이 없는 곳이다. 또한 인생보다 아름다운 게임이 축구라는 점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행을 통해 느끼는 삶의 고단함과 인간 삶의 추함과 깨끗함, 탐욕과 선의 본질을 찾고자 애쓴 모습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여우와 양, 돼지, 앵무새, 개 그리고 진주, 감옥들 인간삶을 인간과 가까이 지내온 가축 혹은 동물을 통해 비추어 보는 시인의 시를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

 

다시 읽어 본 시

 

드러내놓고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놓는 이야기도 좋다. 에둘러 말하기보다는 그 본질을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숨길 것도 없는 몸둥아리를 향해 가차없이 공격을 한다. 그러면 몸이 움찔한다. 아, 이런. 이건 슬픔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쁨은 더욱 더 아니다. 제목을 보고 바로 이건 인간들을 향한 메시지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속에서 돼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미의 시는 강렬하다. 부드러운 칼 날이다.  

그날 이후 열 마리의 배고픈 돼지들이 달려들어 
내게 진주를 달라고 외쳐됐다.
(돼지들에게 중) 

돼지들에게는 무도 5부로 구성된 시집이다. 그간 다른 잡지에 실었던 시를 다시 고치기도 하며 각각 주제를 갖고 시집을 엮었다. 시인은 축구와 시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축구에서 사람을 보고 삶을 돌아본다. 5부 짐승의 시간, 인간의 시간은 그녀 삶에 대한 아주 짧은 자서전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결국 돼지가 된다.
그들은 모두 돼지가 되었다. 
(돼지의 본질 중) 

정치에 대한 불신은 정치인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것인데도 그들은 그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자신의 것이라고 하지 않는다. 탐욕과 허위로 얼룩진 세상에 그녀의 한 줄 한 줄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4부 달리는 폐허위에서는 그녀가 여행을 통해 만난 곳들에 대한 인상이 그려져 있다. 여행은 시의 장소를 바꾸주며 생각을 깊게 만들기도 하고,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가 다시 독자와 만나 새로운 느낌을 형성한다.  

배반당하더라도
이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하련다. 
(런던의 실비아 플래스 중)

삶을 향한 그녀의 여행이 계속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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