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신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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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첫발생지로 대구가 지목된 것은 어떤 종교단체에 의해서였다.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접촉할 수 있다는 종교단체의 특성때문에 일파만파 확진자가 퍼져 나가고 있었지만 정작 우리는 그 종교단체가 어떤 곳인지를 알지 못했다. 더구나 그 종교단체의 포교행위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접촉자들을 알아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동선을 숨기기 바빴다. 결국 많은 확진자를 내고서야 서서히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나둘 밝혀지던 그들의 정체에 우리는 경악했다. 바로 신천지 이야기다. 이만희라는 교주를 내세워 그가 죽지 않는 사람이라고 떠들어대던 그들만의 종교는 세상의 지탄을 받았고 끝내 교주가 사회를 향해 무릎을 꿇게 되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결속력은 약해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우습게도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조금 있으면 유명 정치인 한두사람 죽어나가겠다고. 그 정도의 뒷배가 있으니까 저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거라고. 그만큼 대한민국의 정치가 썩었다는 말도 되겠지만 정치 혹은 권력의 힘을 등에 업었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해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신천지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미 짜여진 각본처럼. 이 무슨 소설같은 이야기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그런 소설이 나왔다. 바로 이 책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리고 신천지라는 새로운 종교를 바라보면서 흔들리고 또 흔들렸을 사람들에게서 이 책의 저자가 어떤 동기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얼핏 스쳐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말이 '신천지'였기에 하는 말이다. 언론매체를 통해 밝혀진 신천지의 포교방법과 이 책속 사이비종교단체의 포교방법이 묘하게 겹쳐보인다. 황당한 이야기처럼 보여지지만 의외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 어차피 같은 속성을 가진 탓인지 정치와 종교를 한데 묶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게다. 사실 정치인이 쉽게 표를 얻기 위해서 종교집단을 이용하는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닌 까닭이다.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은 사이비종교를 만든 1대 교주가 자신이 만든 집단을 없애기 위해 싸워나갔다는 점이다. 진정한 종교란 무엇일까? 자신이 만든 종교집단으로부터 악마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사람은 왜 그것을 없애기 위해 그토록이나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던 것일까?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가는 자신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수많은 정보가 우리곁을 떠도는 세상에 살면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춘다면 결국 그 정보에 휩쓸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기 보다는 누군가가 대신 선택해주고 대신 판단해주기를 바라면서 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생각없이 편을 가르고 이 편 저편에 서서 서로 삿대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가 세상을 대하는 자세는 어떤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묻고 있었다. 당신은 무엇을 믿으며 살고 있느냐고. 당신들의 신은 어떤 존재냐고. 신은 종교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게 된다. /아이비생각


다들 뭔가를 믿고 산다는 말이야. 살아가기 위해선 누구나 믿음이 필요해. 돈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믿음이고, 안정된 직업이 있으면 미래가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믿음이지. 어떤 사람과 함께한다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믿음이고, 어떤 사상이 세상을 좋게 바꿔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믿음이야. 결국 사람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믿음에 인생을 거는 거야. 겨우 일주일에 교회 한 번 다녀오는 게 아니라 1년 내내 미친 듯이 돈을 벌고, 공부를 해. 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자신이 믿는 사상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까지 내놓는 사람도 있어. 이게 신앙이 아니면 뭐겠어?(-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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