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
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안인희 옮김 / 돌베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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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나라가 온통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시끄럽다. 이 상황을 보면서 '과연 우리 국민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 빠진다. 이런 결과는 이미 지난 대통령 선거때 어느 정도 예견되었음에도 많은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이 정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선거나 여론, 의식 등에서 나타나는 국민들의 생각이  때로는 어리석고 집단광기에 빠져 있을 때가 있다. 그렇게 어리석고 집단 광기에 빠진 상태에서 선출된 지도자는 비이성적인 통치를 하게 되고, 그 피해는 모두 국민들이 지게 된다. 왜 국민들은 어리석은 판단을 하거나 집단 광기에 빠지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단지 우리나라 국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도 이런 의문을 제기한 학자가 있다. 제바스티안 하프너(Sebastian Haffner)라는 학자이다. 나치정권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 그는 후에 근대 독일 역사에 관한 책들을 집필했다. 대표작으로는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이란 책이 있고, 이 책은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히틀러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간된 [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는 1,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당시 독일의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다루고 있는 역사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왜 독일 민족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켰는가? 이들이 다른 민족보다 특별히 호전적이어서인가? 작가는 독일민족이 특별히 호전적인 민족은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이 모든 게 대체 무엇 때문인가 자문하게 된다. 도이치 사람들이 다른 민족보다 더 전쟁을 좋아했더란 말인가? 나로서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도이칠란트의 전체 역사를 보면, 그러니까 약 1000년기까지 도이치 사람은 전쟁을 많이 하지 않았고, 특히 전쟁을 도발한 적이 거의 없었다. 유럽의 중앙에 자리 잡은 도이칠란트는 근대 초기 이후로 일종의 거대한, 여러 면에서 완충지대였다. 다른 나라들이 이 안으로 밀고 들어오거나 도이칠란트 내부의 거대한 충돌들이 안에서 벌어지기는 했다. 슈텐칼덴 전쟁, 30년 전쟁, 7년 전쟁 등등...... 하지만 내부에서 이런 전쟁들이 밖을 향한 공격성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에 반해 도이치 제묵은 20세기에 두 번이나 그런 공격성을 드러냈고 또 그로 인해 몰락했던 것이다." (P 13)

 

 


 

 

그렇다면 무엇이 독일 민족을 그렇게 전쟁의 광기 속으로 내몰았을까? 저자는 그 원인을 도이치 제국의 성립과정에서찾는다. 저자가 이 책에서 독일이라는 이름 대신, 도이칠란트나 도이치 제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비스마르크에서부터 히틀러까지의 제국이 독일의 민족국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도이치라는 단어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포함하는 민족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독일민족주의가 자극을 받고,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한 오스트리아를 배제한 북부 도이치 제국이 성립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여러 국가들이 민족주의로 통합이 되어 국가가 형성되었을 때는 그 응집력이 안에서 바깥으로 뛰쳐 나가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이다.


이런 도이치 제국의 성립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은 우리에게는 철혈재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비스마르크'이다. 그러나 저자는 비스마르크가 전쟁을 일으키는 인물이기보다는 억제하는 인물이었다고 말한다. 프로이센의 총리였던 비스마르크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와의 두 차례 전쟁으로 도이치 제국이 성립된 이후, 팽창주의보다는 현상유지정책을 펼쳤다고 말한다. 당시 통일된 도이치 제국이 가장 염려한 것은 프랑스와의 전쟁이었다. 더 나아가 독일 주변의 강대국들이 프랑스와 연합하여 독일을 공격하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했다. 즉 프랑스-러시아-영국 동맹을 통해 독일이 견제 당하는 상황이다. 비스마르크는 그의 통치기간 동안 이런 상황을 가장 피하려고 했고, 그로인해 식민지 확대나 군비확대를 통해 주변 강대국들을 자극하는 일을 최대한 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스마르크 사후 빌헤름2세가 통치하면서 갑자기 낙관주의적인 사고가 독일에 팽배했다. 상업적인 발전을 통해 독일민족의 우수성이 강조되고, 결국 주변 강대국들을 힘으로 누를 수 있다는 허황된 생각들이었다. 당시 독일은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발칸반도와 폴란드 지역에 영토를 확장하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 되면, 프랑스와 또한 전쟁을 하게 되어야 했다. 비스마르크 시대는 이렇게 서부와 동부에 두 가지 전투를 만드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더 나아가 영국이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빌헤름 시대의 낙관주의로 인해 그들의 자신감이 넘쳤고, 결국 프랑스와 러시아와 동시에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후에 영국과 미국까지 참전하게 되면서, 빌헤름 제국은 몰락하게 된다.


이런 1차세계대전으로 인한 빌헤름 제국의 몰락이 탄생시킨 기형적인 지도자가 바로 '히틀러'이다. 저자는 도이치 민족이 크게 두 가지의 잘못된 생각이 히틀러라는 인물을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하나는 1차세계대전은 자신들이이긴 전쟁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었다. 1차 세계대전 동안 도이치 정부는 국민들에게 전쟁에 대한 왜곡된 정보들만을 전해 주었다. 그러기에 도이치 민족들은 패망 전까지도 전쟁에서 자신들이 거의 다 이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패전 소식이 들리고, 치욕적이고 무거운 배상이 담긴 베르사이유 조약을 승인해야 했다. 그들은 이것이 모두 정치가들의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위대한 정치가가 나타나면 자신들이 주변 강대국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 영토에 대한 집착이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의 진정한 목표는 러시아영토 점령이었다고 말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도이치제국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거의 러시아의 항복을 받아내었고, 심지어는 후에 히틀러가 점령한 러시아의 영토에 버금가는 지역을 점령하기까지 하였다. 이때 도이치 민족과 히틀러의 생각에는 러시아는 쉽게 점령할 수 있는 나라였다. 만약 프랑스와 영국의 방해만 없다면 독일은 방대한 동부 영토를 차지하는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10년 전후의 러시아는 혁명으로 인해 혼란한 상태였고, 1940년대의 러시아는 스탈린 체제의 조직화된 국가였다.

 


 

 

이런 두 가지의 허황된 생각이 히틀러라는 인물을 탄생시켰고, 도이치 민족들을 히틀러가 제시한 허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결국 히틀러와 2차세계대전은 1차세계대전, 더 전에 도이치 제국의 성립과정에서 가졌던 도이치 민족의 낙관주의적인 허상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은 하찮은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1933년 3-7월에 일어난 일의 증상으로 생각할 수는 있다. 이 시기에 일어난 그 온갖 불법에도 불구하고, 강제수용소 설치나 마구잡이 체포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분명한 반유대주의 정책의 처음 징후들에도 불구하고, 광법위한 주민 계층 사이에서 하나의 확신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위대한 순간이다.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순간, 신이 보내신 한 사람, 민중 한가운데서 일어난 지도자를 찾아낸 순간이다. 그가 기율과 질서를 찾을 거고, 민족 전체의 힘을 하나로 모아, 도아치 제국이 새롭고 위대한 시간을 맞이하게 해줄 거다.'라는 확신. 히틀러가 정치 장면 전체를 실질적인 저항도 없이 깨끗이 청소해버리고, 자신의 대열 밖에 있는 그 누구도 자신의 의지에 맞서 저항하거나, 계획을 무산시킬 사람이 없는 상황을 만들도록 해준 것은 바로 이런 분위기였다." (P 228)


저자의 이런 견해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책임을 독일민족보다는 당시의 시대적인 흐름이나 상황에 돌리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역사상 많은 국가와 국민들이 이런 시대적 흐름이나 분위기에 빠져서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도이치 제국의 성립과 몰락,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그 패전으로 인한 독일의 혼란과정들을 읽으며, 지금의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게 되었다. 몇 십년 후 역사는 이 시기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 정부가 들어서고, 몰락하는 과정에서 과연 지도자 한 사람의 책임나 국정을 문란케 한 몇 사람의 잘못만을 지적할까? 아니면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혀 집단 광기에 빠져 열광했던 우리들의 잘못을 지적할까? 읽는 내내 시대적인 상황으로 인해 곱씹으면서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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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시간 오늘의 젊은 작가 5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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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사에서 출간된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좋아한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한국소설을 많이 읽고, 응원을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처럼 한국 문단의 좋은 소설가과 작품들을 찾아내서 발굴하고 있는 시리즈들을 많이 구입하고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권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구입해서 읽었고, 박솔뫼 작가의 [도시의 시간]도 읽게 되었다.

먼저 감상부터 이야기하자면, 읽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다. 이 소설은 스토리를 가지고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는 과정이었다.  그 의식의 흐름이 대부분의 어둡고 침울해서 읽는내내 의미도 잘 파악이 되지 않고, 마음까지 무거워졌다. 중간에 포기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러기에는 책의 구입한 돈과 드린 시간이 아까웠다. 물론 작가가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겠지만, 그것을 발견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남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를 관두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의 이름은 끝내 밝혀지지 않고 있고, 심지어 초반에는 주인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헛걸렸다. 어느정도 읽다보니 여성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인공에게는 일본에서 살다 온 ‘우나’라는 친구가 있다. 우나의 아버지는 우나가 어린 시절부터 ‘제니 준 스미스’의 ‘돌핀(Dolphin)’이라는 음반을 들려줬다. 그리고 우나가 어렸을 때 말도 없이 집을 나가 어느 공원에서 쓸쓸히 죽는다. 우나는 준의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준을 상상한다. 무명에 가까운 준은 어느 시기에 음반을 만들었고, 그 음반은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 후 준이 음악을 계속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미국에서도 잘 알려지지도 않은 음반은 우연히 일본에서 우나의 아버지의 손에 들어온다. 그리고 우나의 아버지는 우나에게 그 음악을 들려준다. 우나는 아버지를 통해 준과 그의 음반 돌핀을 듣는다. 이제는 주인공이 우나를 통해 준과 그의 음악을 듣는다.

소설은 낯선 도시 대구를 배경으로 주인공과 우나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에서 대구는 도시로서 확장되어 가고 있었고, 변두리의 건물들은 무너져 검은색 콩크리트로 대치되고 있었다. 그렇게 변하고 사라지는 도시 가운데 주인공은 자신의 기억들도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얼마 후 우나의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나는 그 미국에서 죽었다. 그리고 도시는 변해서 예전의 장소들은 사라졌다. 주인공의 기억 속에 있는 우나에 대한 기억들, 도시에 대한 추억들도 조금씩 사라져간다. 그럼에도 준의 음악만은 기억에 남아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잊혀져 가고 있는 기억들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시의 발전과 함께 사라져가는 우리들의 기억들... 그러기에 더욱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대로 소설을 이끈다. 하지만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같이 의식을 따라가는 소설가들의 소설들은 원래 난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유명한 소설들은 사전 지식을 통해 그 의식의 흐름이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소설을 접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사전 지식이 없는 경우여서 더욱 읽기가 힘들었다. 읽는 과정에서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궁금해 여러 인터넷 서점들의 서평을 읽었지만, 서평 역시 나와 같은 좌절과 푸념의 글들 뿐이었다. 그래도 이 소설을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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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이야기 - 역사를 바꾼 은밀한 무역 예문아카이브 역사 사리즈
사이먼 하비 지음, 김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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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해적이야기가 단골로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캐리비안 해적]과 같은 영화가 흥행을 하고, 최근에는 블랙세일즈와 같은 해적 이야기의 미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말을 타고 몽골 초원을 달리던 기마민족의 DNA가 남아 있다면, 미국과 유럽인들에게는 대서양이나 카리브해를 누비던 항해가나 해적의 DNA가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흔히 '대항해시대로' 알려져 있는 15세기에서 17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보면, 당시 해적들이 일반인들과 쉽게 거래를 하고, 주변의 항구에 정박해 생활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국가와 연합애서 전투에 참여하기도 한다. 해적이란 범죄집단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 내게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밀수 이야기]라는 책을 읽으며 당시의 배경과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밀수이야기]는 포르투칼과 스페인의 지리적 발견으로부터 시작해서, 대항해시대, 그리고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밀수가 어떻게 세계역사와 경제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밀수를 단순히 몇몇 개인이나 집단의 범죄행위로 보기 전에, 밀수가 얼마나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게 행해졌는지를 이야기한다. 비록 대항해시대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밀수에 '낭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그 시대의 분위기를 이야기한다.


처음 밀수는 지금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립하는 자유무역주의적인 성격이 강했다. 역사성 처음으로 대서양의 패권을 잡은 나라는 포르투칼이었다. 당시는 인도에서 수입하는 향신료(주로 후추)의 무역이 성행했는데, 이 항신료는 수입하고 항로를 확보하는데 가장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포르투칼 왕 마누엘이다. 그는 그의 업적때문에 '식료품의 왕(Grocer King)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마누엘의 업적으로 인해 포르투칼의 제일 먼저 인도양에서 대서양에 이르는 향신료의 항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독점권을 행사하고, 자신들 외의 무역을 모두 밀수로 치부해 버렸다. 당연히 이해 대항하여 독자적으로 밀수를 행하는 세력들이 생겨났다.


그 후 스페인이 남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카리브해와 대서양의 지배자로 떠오른다. 스페인 역시 스페인에서의 독점적인 무역권을 주장하면서, 자신 외에 거래를 밀수로 취급한다. 스페인은 강한 함선들과 요새를 통해 이런 독점적인 무역권을 굳건히 한다.


이때 유명해진 인물이 '존 호킨스'와 '프랜시스 드레이크'라는 해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드레이크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영화나 책을 통해 많이 접해 본 적이 있다. 해적이면서도 엘리자베스 여왕과 협력해서, 계속해서 스페인의 무역로를 공격했고, 결국에는 영국함대와 함께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한 인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드레이크의 사촌형으로 알려진 호킨스에 대해서 더 많이 언급하고 있다. 당시 스페인은 영국을 비롯한 각국의 해적으로부터 카리브연안을 지키기 위해 메넨데스라는 제독을 임명했었는데, 그의 뛰어난 전술에 맞서 호킨스는 카리브 연안을 제집 드나들듯이 드나들며 밀수를 행했다.


이런 상황은 동인도제도나 남중국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당시의 밀수품의 품목 중 가장 값진 것은 향신료였는데, 특히 지금의 몰루카 제도가 향신료의 가장 큰 생산지였다. 당시 네덜란드는 동인도 회사를 통해 이 지역에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이곳 역시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밀수꾼들의 끊임없는 탐험지였다.


결국 당시의 밀수는 포르투칼이나 스페인, 네덜란드 같이 해상무역을 선점하고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나라들에 맞서 해상무역의 후발국가들이 추구하던 자유무역적인 방식이 강했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물론 밀수가 항상 이렇게 낭만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밀수로 인해 피해는 역사상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아편과 관련된 중국시장이었다. 영국을 비롯한 서구열강들은 중국에 끊임없이 아편을 밀무역했고, 나중에는 천만에 가까운 인구가 중독되었다고 한다. 심각성을 깨달은 중국정부가 아편 밀매를 금지하자, 영국이 함대를 일끌고 아편 배들을 보호하며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아편전쟁이다. 이것은 국가가 밀수를 이용해 국가의 부를 채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외에도 밀수를 통해 문화재를 가져오는 사례도 언급되어 있다. 우리나라 역시 병인양요나 신미양요들을 통해 프랑스와 미국에 주요 문화재들을 약탈 당한 사건이 있다. 이 책에는 근대에 서구에 의해 중동과 아시아, 남미 등에서 광범위한 문화재 밀수가 행해졌으며, 심지어는 유명한 작가인 앙드레 말로까지 그의 부인 클라라와 함께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유물을 가져오는 일에 가담했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문화제 밀수를 범죄라기 보다는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로 보았던 왜곡된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후반에도 이 책은 현대에도 얼마나 밀수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언급한다. 특히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다이아몬드 밀수의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시에라리온과 같은 나라에서는 품질 좋은 다이아몬드가 생산되고, 이것을 놓고 내전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시 다이아몬드가 무기와 거래가 되고, 내전이 더 심각해진다. 이렇게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는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악명이 붙어서 밀수를 통해 유럽과 미국의 부유층들에게 판매가 된다.


이 책은 세계사의 흐름을 '밀수'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딱딱하게 세계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처럼 재미있게 글을 쓰며 세계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여러 방면을 이야기하다보니 세계사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시간이나 장소순서로 나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 중에 시간이나 장소, 인물들이 수없이 나열되다 보니 조금은 집중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밀수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사와 경제사를 바라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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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7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7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라딘 중고서점 분당야탑점 오픈

 

 

알리딘 중고서점 분당 야탑점이 오픈했다고 해서, 가족과 함께 방문해 보았습니다. 보통은 집에서 가까운 알라딘 서현점을 주로 방문했었습니다. 집에서는 서현점이 더 가깝지만, 새로운 곳은 어떤지 궁금해서 방문해 봤습니다.

 

 

 

 

 차를 운전해서 방문했었는데, 분당 차병원 뒷편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국민은행 건물 지하 1층에 큰 공간이더군요. 서현점에 비해서 거의 2배 이상의 규모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간이 넓다보니, 책장들 사이나 통로의 넓이가 충분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현점에서는 공간이 좁다보니 책을 꺼내볼 때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아이와 함께 방문해서 환경을 걱정했었습니다. 지하이고, 중고서점이여서... 그런데 일반서점 못지 않게 공기도 좋고 환경도 좋더군요. 특히 아이들 책이 깔끔하게 많이 진열되어 있어서 아이책을 고르기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은 공간이 넓다보니 앉아서 책을 읽을 공간들이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책을 고르면서 여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더군요.

 

 

 

서점을 방문한 후 서점 뒷편에 있는 야탑역 근처의 먹자골목들을 방문했습니다. 주위에 홀플러스와 많은 음식점들이 위치하고 있어서 가족끼리 쇼핑하기도 매우 좋은 위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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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나린 2016-10-2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로 서현점 자주갔었는데요.교보문고와도 가깝고 해서요^^근데 야탑점이 오픈했다니 얼른 가봐야 겠네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당~~^^

가을벚꽃 2016-10-27 11:41   좋아요 1 | URL
저도 서현점과 교보문고를 자주 방문해요 ㅎㅎ 이번에 처음 야탑점을 방문했는데, 서현점보다는 훨씬 크고 쾌적하네요. 책들도 더 많은 것 같구요. 특히 책읽는 자리가 많아서 좋았어요.

매너나린 2016-10-2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서현은 책 진열대 사이가 넘 좁아서 다른분들과 본의 아니게 오붓하게 서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넓고 쾌적하다니 다행이네요^^

가을벚꽃 2016-10-27 23:4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몇 번 있어요 ㅎㅎ
책을 보다가 다른 사람이 통로 지나갈 때 비켜주던 경험도요 ㅎㅎ
야탑점은 훨씬 넓어서 좋네요.
책도 더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기분이예요.
다만 서현점이나 야탑점이나 주차는 쉽지 않네요 ㅠㅠ
 
길 위의 소녀 - 개정판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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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진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외국에 나가 계셨고, 어머니는 다른 도시에서 일을 해야 했다. 나와 형제들은 시골에 있는 할머니댁에 맡겨졌다. 엄하기로 소문이 난 할머니는 새벽에 우리들을 기상시켰고, 마당 청소부터 여러가지 일들을 교육시키셨다. 시골학교의 텃새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왕따 비슷한 경험까지 당해 보았다. 당시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의 그 무거웠던 발걸음을 지금도 기억한다. 할머니의 집은 따스하고 포근했던 예전에 어머니가 있던 집과는 너무나 달랐다. 학교 운동장에서 혼자 놀다가 해가 져서 더 이상 놀 수 없을 때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해가 지던 그 쓸쓸한 하늘과 텅비고 적막한 학교 운동장의 이미지가 여전히 내 마음에 각인되어 있다. 다행히 1년만에 아버지가 돌아오셔 다시금 사업을 회복했고, 우리는 다시 따스한 가정을 회복할 수 있었다.


가끔 저녁이 되어 아내와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갈 때면, 그때 생각이 난다. 그리고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나는 지금 가족이 기다리는 따스한 집으로 돌아가지만, 지금도 돌아갈 곳이 없어 쓸쓸히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들이 느끼는 그 쓸쓸하고 무거운 마음을...


 



[길 위의 소녀]라는 책을 읽으며 다시금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소설은 프랑스 작가 '델핀 드 비강'의 소설로 원제는 [노와 나]이다. 소설의 주인공 '루'가 거리의 소녀 '노'와의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의 원래 이름은 '노웰'이며, 18살의 소녀이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에게 버림을 받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처녀시절 여러 명의 남성들에게 강간을 당해 노를 낳았다. 어머니는 노를 낳았지만, 노를 한 번도 따스하게 안아주지 않고 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맡겼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가 더 이상 노를 보살펴 줄 수 없을 때, 노는 어머니는 찾아갔다. 그러나 어머니의 차가운 반응으로 인해 그녀는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루는 노와는 달리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더군다나 그녀는 13살의 나이로 몇 번의 월반을 경험한 천재 소녀이다. 그러나 겉보기와는 달리 루 역시 어머니의 따스한 품을 경험하지 못했다. 루의 동생이 갓난아이때 엄마의 품에서 죽은 이후, 루의 어머니의 정신은 마치 루의 동생과 함께 딴 곳으로 간 것 같다. 루가 넘어져 피를 흘리고 있어도 멍한 눈으로 바라볼 뿐, 그녀를 안아줄 수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하지 못해 욕실에서 혼자 눈물만 흘리다가, 루를 기숙학교에 보내었다. 지금은 비록 다시 가정을 이루며 살지만, 가정의 따스한 공기는 이미 빠져나가고 없다.  


루는 발표수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리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노를 만나 인터뷰하게 된다. 루는 노와 대화를 하면서 노의 어린시절의 아픔과 저녁이 되면 돌아갈 곳 없는 쓸쓸한 마음을 공감하게 된다.


"나는 저녁이면 집으로 간다. 노가 오늘 어디서 잘지도 모르는채 나만 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물어봐도 그 애는 대개 대답하지 않는다. 어떨 때는 문 닫을 시간이라고 하면서 그 애가 먼저 서둘러 일어나기도 한다. 그 애는 대기번호 혹은 방번호를 받기 위해 파리의 반대쪽 끝까지 달려가 줄을 서야 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이미 지저분하게 버려놓은 욕실에서 샤워라도 하고, 도키토리에서 자기 침대를 얻어 벼룩이 들끓는 이불을 덮고서라도 잘 수 있다. 어떨 때는 노도 자기가 어디서 잘지 모른다. 긴급보호쉼터는 언제나 대기자가 많아 거의 포화상태이거나 더는 자리가 없기 때문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애가 가방을 덜컹덜컹 끌면서 늦가을 저녁의 습기를 가르고 다시 떠나도 나는 그냥 보고만 있다." (P 68)


루는 노와의 인터뷰가 끝났지만, 그럼에도 노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설득해서 노를 자신의 집에서 살게 한다. 노와 함께 지내며 어머니는 우울증으로부터 회복이 되고, 노 역시 직장을 가지며 회복이 된다.


소설은 그렇게 모두들 아픔에서 회복이되고, 행복한 상태로 해피앤딩을 맞을 것 같은 분위기가 된다. 그러나 노는 쉽게 회복이 되지를 못한다. 직장에서는 악독한 사장에 의해 혹독한 근무에 시달리고, 결국에는 바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때부터 노는 다시금 망가지기 시작한다. 알콜 중독과 약물 중독에서 시달리게 되고, 결국 루의 부모님에게서 쫓겨 나게 된다. 루와 친구인 뤼카는 끝까지 노를 돌보려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노는 스스로 떠난다.


 



이 소설은 지적인 부분에서는 천재인 13살의 소녀의 눈을 통해 파리의 거리와 그 거리에서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처음에 루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 과학이 최첨단으로 발전하고 있는 이 시대에 거리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는지, 왜 사람들은 길거리의 개는 돌보면서 길거리의 사람을 돌봐주지 않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한 가정에서 한 명씩만 돌본다면 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루의 이상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루는 노를 돌보면서 그 현실을 접한다. 그럼에도 소설은 현실 앞에 무력한 인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소설의 끝에서 루의 선생님인 마랭은 루에게 책을 건내며 이렇게 말한다. "포기하지 마요."


소설은 우리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꾸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물론 내 개인의 느낌이지만, 이 소설에서 저자는 우리가 길거리에 놓인 사람들의 그 마음을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저녁이 되어 돌아갈 곳이 없는 쓸쓸함을, 한 번도 따스한 엄마의 품에 안겨보지 못한 아이의 마음을, 아무 곳에도 기댈 곳이 없어져 무너져 가는 절망감을... 잠시라도 그것을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이 돌봄이 아닐까? 루가 노에게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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