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살라메아 시장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19
페드로 칼데론 데 라 바르카 지음, 김선욱 옮김 / 책세상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즐겁다.
희곡을 읽는 즐거움이 여실히 드러난다.
노래하듯이 중얼거리면서 읽었다.
지금 시대에 이런 작품을 쓴다면,
'하나마나한 이야기 모두가 아는 이야기 감사합니다'쯤 악평을 듣겠지만
무대를 책임지는 것은 세상이고,
미녀와 왕과 부자와 농부와 거지와 지혜가 배우다.
그들을 평가하는 것은 창조주
그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흘러간다.
무대 왼쪽에서 나타나서 오른쪽으로 들어간다.
절대로 되돌릴 수는 없다.
연극이 시작되면,
어찌되든 막이 내릴 때까지는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기.
 
상당히 운명론적인 생각을 가진 작가인듯,
 
책의 전면에는 무서운 표정을 가진 작가의 자화상이 있다.
 
창조주가 내리신 배역에 만족하고 내가 가야할 길에서 최선을 다하라라니...
그렇다면 나의 배역은 이것이었나,
갑자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연극이 끝난 후 성찬의 좌석을 차지할 수 있는 이는
자신의 배역에 충실한 이들뿐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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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 피와 광기의 세계사
콜린 윌슨 지음, 황종호 옮김 / 하서출판사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웃사이더로 유명한 콜린 윌슨의 이 책, 오랫만에 다시 읽어보았다.
사실은 뭔가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있었나싶어서 다시 읽었다.
잔혹, 잔혹, 잔혹하구나.
인간이라는 동물은 정말 잔혹한 동물이라는 생각만 다시 무성해진 채 독서는 끝이 난다.
이런 분야의 책들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인간사회를 향하여 돋보기를 대고 가까이 다가가서 해부하고 진단하는 일에는 열심이면서도
정작, 그를 치료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확실히 콜린은 이런 분야에서 다박한 지식을 파헤치고 있을지 모르지만,
누군가가 그렇게 죽었다라는 말에 이제 우리는 더이상 오싹해지지 않는다.
누구나 언제나 죽어왔으니까.
좀더 자극적으로, 좀더 세밀하게...
출판사는 급하게 책을 펴낸 것일까.
오탈자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명백한 띄어쓰기가 틀려있다.
이런 일들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책을 만들어내는 일도 사람의 일이라 실수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가끔씩 씨즌을 타는 책들을 내기 위해서 급조되는 책들을 보면서 한숨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2002년에 월드컵 관련된 책들이 그랬고, 연예인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펴내는 책들이 그렇고,
철을 타는 책들이라든지, 장사가 된다는 입소문이 나는 책들은 어김없이 그랬다.
 
책에 최선을 다하는 일은 책을 아끼는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 흥분했나보다.
뭐 어쨌든 흉이 많은 책은 아니다. 
다만, 내 우울한 기분에 철퇴를 맞은 것일 뿐.
현실에서는 소극적이고, 자기자신을 펼치지 못하고, 그러나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 중에
살인마들이 많다고 하는데,
악성댓글로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하는 이들의 심리도 이런 것일까.  
 
마녀는 정말 존재할까?
그렇다면 누가?
결과적으로는 또 존재를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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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문학과지성 시인선 323
마종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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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장 최대로 줄 수 있는 별은 다섯개로 한정되어 있을까.

나는 마종기의 이 시집에게 아낌없이 별을 드리고 싶은데...

의사이고, 이방인인데다가 할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가락은

묘하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도 확신한다.

슬프고 즐겁다.

이 시집 느리게 흘러간다.

사람이 제대로 된 시를 쓰려면 그 시를 살아야한다는 말을

언어가 아니라 존재로 보여준다.

어제 어떤 이가 시를 읽고 울었다기에 다시 꺼내들고 나왔다.

삶은 손가락으로 발가락으로 헤어진 양말짝으로 살아가는 법인가보다.

시인은 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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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란 작은 생선을 조리는 것과 같다

젓가락질을 너무 많이하면 요리를 망치고 만다...

오후에 읽은 책 안에 들어있는 말이 너무 가슴이 와 닿아서 많이 웃었다.

뭔가를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뭔가를 하는 일이 그렇다.

좀 고요하게 멈출 필요가 있다. 때때로.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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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환상
대니얼 J. 부어스틴 지음, 정태철 옮김 / 사계절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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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대는 이미지만이 남아 있다.

그 이미지만으로 세상은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라져간다.

이 책은 그런 과정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미지와 정치와 종교와 권력들을 냉정하게 서술한다. 어쩌면 현대인은 환상에 매몰되어 있으면서도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을 차리고 나설 수 있을까.

세상이 과연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그렇게 돌아간다면 그것을 진실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싶다.

무엇이 진실이었을까. 어쩌면 어디에도 그런 말들은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은 가상이면서 또 진심이기도 하다. 그 진심만이 통한다. 세상과 사람과 삶을 관통하는 것은 이제 이미지만 남는다. 이미지를 잘 만들어내는 일만으로...가능할까?

이 책은 어떤 이미지로 살아남아야할까를 현대사회를 제대로 꿰뚫어보는 눈을 뜨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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