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호텔
이문재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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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가 쓴 시가 나쁠리는 없다.

이문재는 그냥 그 이름만으로도 책을 사도록 하는 시인이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책을 샀다. 그러나 하드커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쩐지 예전에 하드커버시를 한권 내고 나면 으스대었다던 문학의 권력들이 떠오른다. 이건 물론 문학동네의 액션이겠지만...

역시 이문재가 쓴 시는 좋았다. 간결한 한줄, 한줄도 좋았고 주제의식도 좋다. 이문재는 모던하면서도 촌스럽다. 그래서 더 좋다. 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그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독자들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도록 써야 좋은 시가 되는 것같다. 잘 만들었구나, 를 느끼면 감흥은 반감된다 .

이문재의 시는 어렵지 않다. 읽으면 누구나 고개를 까닥까닥 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시는 읽지 않은 이들에게는 늘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지만...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냥 살지 말고 생각도 좀 하라고 가끔은 조르기도 하고 성토하기도 한다 .

이문재가 좋다. 역시, 시도 문학이고, 시도 자신만의 이야기틀을 가지고 있다.

유미주의도 사실은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공간에 있지 않더라는것을 요즘은 느낀다. 이문재는 세상을 향해서 똑바로 서서 호령을 내리고 침묵을 받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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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예요 2007-03-0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재가 쓴 시가 나쁠리가 없다, 는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거립니다. 초기시는 비유가 넘쳐나서 조금 어렵단 생각은 했지만 정말 아름다웠죠. 이문재가 쓰면 촌스러운 것도 모던해지는 것 같아요. ^^ 반가워요~

멈춤 2007-03-0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운 힘이죠, 이문재의. 시를 읽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뻐집니다.
 
새떼를 베끼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29
위선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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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문지시를 읽으면서 작가의 프로필을 억지로라도 보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책 뒷면은 읽어본다. 거기에 있는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쩐지 그 책은 일단 보류하게된다. 위선환의 글은 좋았다.

제목을 훑어보았다. 젊은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지를 부리려고 애쓰거나 특별한 소재에 집착하거나 감성을 과도하게 표출하려는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 시집의 전체적인 맛은 정지해 있는 듯이 보였으나 아주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제목은 가장 마음에 드는 시의 제목을 붙였다. 언제나 며칠이 남아 있다. 생은 살아도 살아도 그대로다. 지금 당장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나이만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거절을 하려해도...주름살에 사로잡혀 버린 것이다.

물론, 이 시는 늙어보이지 않는다. 침착하고 여유롭다. 바라보고 잠기고 가끔은 게으른 낮잠을 잔다. 시인은 시를 쓰고 있다. 알고 보니 41년생이시라니...생기발랄함까지 묻어난다 .

시인은 어디쯤에 있을까. 사람은 나이가 먹으면 모든 것이 불분명해진다. 목소리도 생김도 성별도 모두 비슷비슷해진다. 그런 구별들이 무의미하다. 누가 누구를 닮아가고 누가 누구 안에 머무르고, 또 누구든 누가 될 수 있다.

삶에서 그냥 흘러내린 말들은 억지스럽지 않으나 나를 꿰뚫고 지나간다 .

시를 따라적지는 않아야지, 자꾸 불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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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나무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26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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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쩌면 단편소설은 소설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나는 이승우를 열렬히 지지해

이승우는 소설을 참 잘 쓰는 작가임에 분명해.

다시 한번 읽고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예전에 읽은 소설을 다시 들게 하는 힘이 있어.

그게 이승우라고 나는 생각해.

이 책은 단편들을 골라놓았고, 물론 모두 훌륭하고, 감동이지.

세련되지도 않고 어마어마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여길지도 몰라. 그러나 읽고 나면 나도 글을 쓰고 싶고, 나도 이 세상에 소속되어 있고, 소설이 세상과 함께 하고 있으면서도 또 전혀 다른 맘을 먹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되지.

생존한 사람 중 몇 되지 않아.

읽은 소설을 다시 읽고 싶어지도록 유도하는 작가는...이승우는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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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려간다
박성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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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의 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재미'다. 물론 거기에서 끝이라면 다시 박성원을 사서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사'와 '반성'이 있다.

나온 지 꽤 되었는데 이번에 사서 읽었다.

역시 재미있다.

환타지에 열광하는 아이들의 심리는 아마도 드라마에 빠져드는 아줌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닿을 수 없는 땅과 사람과 하늘이 거기에는 있다. 불가능이라는 환타지...거기에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이 갈 수 있을까.

박성원의 환타지는 아스라이 안개 속에 있지 않다. 명백한 문장과 선명한 이미지들이 가득하지만 그 이상으로 간절히 원하는 세상만은 아니다. 처절하고 어쩌면 피하고 싶은 두려운 무대위에 주인공들은 혼란속에 빠진다.

무작정 즐겁거나 신기한 이야기만이 가득한 소설들 중에서 그나마 옥석을 얻은 기분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환상을 헤맬 수는 없다. 우리 선생님 말씀이 맞다. 현실을 떠난 이야기는 한계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그 두려움에 닿기 전에 박성원이 또 어떤 서사를 맞이하게 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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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의 눈 문학과지성 시인선 193
마종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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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시인은아름다운심장을가진사람이다.

그냥 그 이상은 없다

사람이 자신이 가진 이름만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 수 있다면, 그 이상이 어디 있으랴. 다시 읽었다. 설날새벽에 마종기가 죽은 동생에게 마치는 조시를 다시 읽었다.

새가 날아가버린 후에도  나뭇가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직 떨고 있습니다    

내가 죽고,

누군가에게 이런 조시를 받을 수 있다면 행복하다고 외치면서 술을 한잔 마셨다.

그러나 또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하더라, 아닐걸  죽을 듯이 더러운 땅을 굴러도 여기 이렇게 살아있음만으로 행복할 것이라고...

형, 미시령인가 하는 동규형시집좀 빌려주라고 했단다...마지막 통화에서

사람은 얼마나 많은 공간을 혹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점유하고 살아있는가.

자만하지 말것, 그리고 마종기를 읽을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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