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산진의 요리왕국
기타오지 로산진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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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구를 만나든지 주된 화젯거리는 음식과 요리다. 방송에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가 대세다. 차려주는 밥상만 받던 남자들이 요리를 취미로 삼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사랑받는 남편의 조건으로 요리를 꼽는 것이 이젠 특이한 일이 아니다. 음식은 더 이상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 눈과 혀로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은 굳이 미식가에게만 국한된 즐거움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즐길 수 있는 인생의 낙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활동을 통해 특별한 미학적 즐거움을 얻듯 미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예술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화가의 화풍을 연구하고 공부하듯이 진정한 맛을 즐기기 위해서도 다양한 경험뿐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물론 굳이 음식 만드는 일에 이렇게 꼼꼼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다.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작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음식재료가 좋은지 어떤 메뉴가 어떠한 그릇에 담겨야 하는지 등을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한다. 요리에 대한 열정, 인내와 재능도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자격을 모두 갖춘 진정한 요리사가 바로 기타오지 로산진이다. 일부 독자에게는 아직 생소한 이름이다. 일본의 요리 만화 <맛의 달인>의 주인공인 가이바라 유잔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로산진은 요리를 맛으로만 즐기던 개념에서 벗어나 음식, 그릇, 장식 등이 하나의 통합된 예술로 태어나야 한다는 신념을 지닌 요리사다. 그는 일본 요리뿐만 아니라 일본의 도예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음식가 멋드러지게 돋보여주는 효과를 그릇에서 찾은 것이다.

 

《로산진의 요리왕국》(정은문고, 2015)는 로산진의 요리 철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막상 그의 글을 읽어보면 요리에 대한 지론이 지극히 평범하다. 일단 그는 재료를 중시한다. 이것은 모든 요리의 기본이다. 이를 간과하여 원가를 줄이기 위해 나쁜 재료를 사용한다면 아무리 정성 들인 요리라도 그것은 음식이 아니다. 로산진은 신선한 재료를 고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료를 소홀히 여기는 요리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의 미각에 무신경하다. 로산진이 들려주는 일화 한 꼭지는 기본이 충실하지 못한 이류 요리사의 예를 잘 보여준다. 로산진은 일류 요리사를 구하는 면접시험에서 지원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무엇을 좋아하느냐?’ 아주 간단한 질문에 지원자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재료를 좋아한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대답하는 지원자는 절대로 로산진의 제자가 될 수 없다. 로산진은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가 왜 맛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맛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흔히 일류 요리사가 되려면 처음에 하는 일이 손에 칼을 쥐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담을 접시를 닦는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일류 요리사를 위해 허드렛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기도 한다. 밥 짓는 일은 음식 못하는 사람들까지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일이다. 그러므로 일류 요리사는 밥 짓기를 자신의 조수 요리사에게 맡겨도 된다. 일류 요리사는 중요한 음식을 잘 만들면 된다. 그런데 로산진은 밥 짓기를 신경 쓰지 않는 요리사의 행태를 지적한다. 이런 요리사는 자신의 명성이 밥 짓는 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밥 짓기도 요리다. 로산진은 자신의 요리 철학을 고수하면서도,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 권위적이지 않다. 다만, 화학조미료나 설탕 사용을 조금이라도 허용하지 않으며 일본의 국민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초밥을 ‘남자의 먹을거리’로 비유한 대목에서 그의 단호한 고집스러움과 남성우월주의가 드러나기도 한다. 잔반도 음식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주장은 오늘날 위생 문제를 생각하면 전적으로 동의하기가 힘들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500cc 맥주잔에 따른 맥주가 맛있다고 생각한다. 500cc 맥주잔으로 맥주를 마셔야 청량감이 더 느껴진다고 한다. 사실 종이컵으로 맥주를 마시면 확실히 맥주 특유의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같은 음식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로산진 식으로 표현하자면 그릇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음식의 맛을 살리는 셈이다. 《로산진의 요리왕국》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과연 모든 음식에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절대미각’이 존재할까 하는 의심을 하여본다. 아무리 산해진미를 먹어도 당대에 심오한 음식 맛을 제대로 깨닫기는 어렵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미각과 맛난 요리를 맘껏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받쳐주어야 음식에 대한 눈이 뜨인다. 그만큼 예민한 미각을 갖기란 어렵다. 나는 로산진이 절대미각의 소유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미각에만 의지하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촉각, 후각, 청각, 시각이 미각을 받쳐주고 적절히 조화시킨 음식에서 진정한 맛을 느껴볼 수 있다고 믿는다. 어찌 보면 미각 하나만으로 맛을 감지하기에는 인간의 감각은 그리 날카로운 것이 아니라는 한계를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모 일간지에 실린 《로산진의 요리왕국》 서평을 우연히 봤는데 제목이 이렇다. ‘한국에 슈가보이 백종원이 있다면 일본엔 이 사람이 있다!’ 셰프테이너 열풍에 맞춰 나온 책이라고 해서 이런 식으로 제목을 쓰면 곤란하다. 서평 제목이 마치 로산진과 백종원의 요리 철학이 비슷하다는 의미로 보일 수 있다. 로산진이 살아 있다면 설탕을 첨가하는 백종원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서평 제목만 보고 로산진이 백종원처럼 훈훈한(?) 성품을 지닌 요리사로 착각하는 독자가 없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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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8-2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alf 먹을거면 마요네즈 왜 먹는지 이해 안 된다는 백주부 요리 썩 반기지 않지만, 원재료의 맛만이 중요하다는 식의 요리도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cyrus 2015-08-23 16:26   좋아요 1 | URL
사실 맛으로만 음식을 좋다 나쁘다고 구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누군가가 맛있는 음식이 내 입맛에는 별로일 수 있고, 반대로 맛없는 음식이 누군가에는 맛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만병통치약 2015-08-22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이 절대미각에 가까와요. 아이들이 다 그런지도 모르겠지만요. 식당가서 조금 맛이 없다 싶으면 절대 손도 안대요. 어디가서 밥먹을 때 아이들먹는거 보고 따라 먹으면 정확합니다. ㅋㅋ

cyrus 2015-08-23 16:27   좋아요 0 | URL
만병통치약님의 아이들이 먹을 만한 맛있는 음식을 찾아주는 내비게이션 같습니다.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08-23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의 달인은 정말 열심히 봤었는데.. 재료에 대한 열정은 맛의 달인에서도 충분히 알수 있었어요. 그릇에 얽인 일화도 기억나고 우메보시도 기억나네요. 요리의 재료에 대한 이해가 요리의 시작이라는 말. 공감가네요~
요즘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이상한 조합의 요리들이 좀 많아 당황스러워서요~ ㅎㅎ

cyrus 2015-08-23 16:30   좋아요 0 | URL
맹꽁치라는 별명이 붙게 된 셰프처럼 경험과 실력이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방송에 나온다면 평생 욕을 안고 가야합니다. 셰프테이너 열풍 때문에 그들이 만드는 퓨전 요리가 무조건 좋다고 보는 사람이 있어요.


stella.K 2015-08-2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구나. 모르면 정말 일본의 백종원은 아닐까 싶은데
옳은 지적같다.
나는 최근까지도 요리엔 관심도 재주도 없는 줄 알았는데
엄마 간호하면서 새삼 관심을 갖게 되더라구.
그전까진 주로 난 설거지 담당이었거든.
게다가 여기저기 요리쿡 방송이 나가고 있으니,,,ㅋ
이책 읽어보고 싶어지는군.^^

cyrus 2015-08-23 16:32   좋아요 0 | URL
글의 시대적 배경이 1950년대라서 요즘 시대와 맞지 않은 내용도 있고, 국내 독자에게 생소한 일본 음식 재료가 나와요. 이 책에 일본 음식 재료 사진이 없어서 아쉬워요. 독자의 호불호가 엇갈리는 책일 겁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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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늙어 가야 하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삶이라는 위대한 예술에서 가장 어려운 장이다.”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

 

 

 

흰머리는 천천히 피어난다. 드문드문 새치에서 시작해 희끗희끗 귀밑을 파고들다 슬금슬금 정수리로 올라가며 중원을 장악한다. 은빛 중년이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탓일 게다. 인생 후반전에 들어서는 중년은 생일이 더 이상 반갑지 않다. 삶도 계절처럼 순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든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이런 사실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불로초를 구하던 진시황의 고사부터 최근 눈부시게 발전해가고 있는 유전자 연구나 생명복제에 이르기까지 이 모두가 생명의 영속성을 갈구하는 데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노화현상이 두드러지게 되고 특히 갱년기에 들어서면 누구나 신체변화를 절감하게 된다.

 

노령인구의 부양을 경제·사회적 차원에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온전한 대응법이라고 할 수 없다. 노년에 닥친 개인이 인생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가 하는, 인생론적 차원의 접근법 또한 필요하다. 특히 ‘노인’은 있어도 ‘원로’는 찾아보기 힘든 사회가 된 지 오래인 우리 현실에서 잘 늙어가는 지혜를 터득하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부키, 2015)는 이런 우리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가완디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늙음’과 ‘죽음’이다. 이렇게 둘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먼저 늙음에 대해 말한다. 노화에 성공한 사람은 편안하게 죽음을 맞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에 대한 미련 때문에 불안과 공포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일단 노인 소리를 듣기 시작할 때는 자신이 노년기에 접어들었고 멀지 않아 죽음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여한 없는 일생을 살아왔다면 죽음을 준비하는 문제는 비교적 쉽게 풀리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노화는 항시 보편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생명체에게 있어서 다른 특별한 과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숙명인 죽음이 죄가 아니듯, 늙어감 역시 잘못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노년의 위축되고 초라한 모습을 편안한 심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죽음은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절대 고독이므로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기가 전혀 쉽지는 않다. 현대 의학이 발달한 덕택에 수명을 오래 연장할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현대 의학은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하는 데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가완디는 의학적 싸움에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지켜보면서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다’라는 희망적 기대에 의문을 가진다.

 

암 투병 중인 저자의 아버지는 고통스러운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생명유지만을 위한 치료를 멈추고 호스피스를 택한 그는 거의 마지막까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의사들은 노화과정을 자연스러운 삶 일부로 보기보다 ‘질환’으로 취급해 치료하려고만 한다. 고작 한 달을 더 살기 위해 환자는 병실에서 죽음과 고통스러운 전쟁을 선택한다. 수술에 성공하더라도 남은 생만 비참해질 뿐이다. 의사는 환자를 살릴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생을 어떻게 보낼 것이며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의료인 입장에서는 죽음을 돕는 일보다 개인의 우선순위를 도출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더 어렵다. 의사인 가완디는 의학적 충동과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환자의 고통과 죽는 순간을 가까이 보는 의사의 고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년의 가장 큰 고통은 고독과 소외이다. 자식이 보험이 아닌 세상이 되어 이제는 생존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노인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노인들은 세상과 시대를 원망하고 자학하며 후회와 절망 등 해로운 감정으로 노화를 가속하고 있다. 환자나 주변 사람들은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는 노화가 슬프고 믿어지지 않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성장과 노화는 한 뿌리에서 시작된 것, 우리는 그것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르는 척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읽어낸 노년은 그래서 참 아프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자신의 가치와 믿음을 찾고, 연장된 생애를 보다 의미 있고 소중하게 인식하여 심리적 성숙 안정을 꾀할 수 있어야 한다. 부담을 주는 값비싼 수술로 생명을 조금 늘리기보다는 환자를 잘 보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생명을 연장하려는 인간의 욕심은 죽음을 유예하는 일일 뿐이다. 우리 모두 공평하게 한 살씩 나누어 가질 것이다. 주름은 더 깊어질 것이고, 몸은 더 약해질 것이다. 그 주름과 그 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늙음을 인정하기로 한다. 이렇게 책 한 권에서 나는 배운다. 늙음과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지금을 잘 살아내기 위한 제일 나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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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22 0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몇년전 아버지의 죽음을 격은 뒤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암투병 8개월만에 가셨는데.. 가시고 남은 자리가 깨끗한걸 보고.. 아버지가 당신의 죽음을 예감하셨구나. 그래서 정리를 다 하셨구나~ 라는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자식된 입장에서는 서운하고 안타깝지만 생을 마감하는 당사자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일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마지막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져계시다는 느낌보다 이제 편안해지겠구나하는 안도의 표정이 아버지의 얼굴에서도 읽혔었어요. 저희는 생명연장안한다고 동의서에 사인해서
당신 가는 길을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병실에서 그래도 자연스럽게 맞이할수 있었던것도 다행이라 싶구요.
아직 젊을때 여유가 있을때 죽음을 충분히 생각하고 잘 죽고싶다는 생각해요. 아이들하고도 이렇게 죽고싶다고 이야기도 나누고요~~
잘 늙고 잘 죽어야할텐데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 더 공 들여야할것 같아요~~

cyrus 2015-08-22 21:25   좋아요 0 | URL
행복님의 선택 덕분에 아버지께서 아주 편안하게 좋은 곳을 가실 수 있게 되었군요. 죽음을 생각한다는 게 어찌 보면 어둡게 보일 수 있지만, 언제 다가올지 모를 일이기에 여생을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겠습니다.
 

 

 

 

 * 이미지는 열린책들 공식 카페(클릭)에서 가져왔습니다.

 

 ** 5등은 '문화상품권 1만원 + 세계문학 1권'입니다. 이미지 글자가 작습니다. 카페에 접속하면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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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8-22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금 타이포그래피는 영락없이 <스타워즈> 자막효과ㅎ;; SF 장르가 아닌 데서 이런 차용을 보면 재밌기도 합니다. 센스 있네요.

cyrus 2015-08-22 21:27   좋아요 0 | URL
저는 스타워즈 자막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전 처음에 5등 상품 자막이 왜 저렇게 작게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갈마님의 눈설미가 상당히 좋은데요. ^^
 

 

 




짝짓기_홈피배너.jpg

 

 

작년 이맘때 출간되었던 <멸종>을 기억하시나요?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멸종>은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 중 

5부 <모든 것의 끝 혹은 시작, 멸종>을 도서화한 책인데요.

이에 이어서 1부 <소리 없는 지배, 식물>과

4부 <반쪽을 위한 전략, 짝짓기>를 엮은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짝짓기>가 도서화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전작 <멸종>을 통해 대중을 위한 과학 글쓰기 능력을 검증받으신

박재용 작가님과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이 함께 한 <짝짓기>.

<짝짓기> 역시 진화나 생물에 대한 깊은 배경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는 도서이니 서평단에 많이 지원해주세요 :)


 

아래에 목차를 첨부합니다!

서평단을 신청하실 분들께서는 여기에서 댓글로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서평단 모집은 8월 23일 일요일까지 진행되니 참고해 주세요 :)



 

추천사: 다양성 시대에 만나는 다채로운 성의 파노라마

들어가며

 

PART 1 | 성의 기원과 진화

성의 시작

성의 진화

 

PART 2 | 암컷과 수컷

생물, 암수로 나뉘다

경쟁

짝짓기가 뭐라고

 

PART 3 | 성의 무지개

가족의 다양성

생물 세계의 무지개

성을 포기한 생물들

 

PART 4 | 인간의 성

동물로서의 인간

인간, 동물을 넘어서나

 

마치며 

참고 도서


 

 

서평단은 총 20분을 모실 예정이며,

모집기간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8월 23일 일요일까지입니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신 분들은 8월 31일 월요일까지 서평을 남겨주셔야 합니다.

우수서평자는 8월 29일 토요일까지 서평을 남겨주신 분들 중에서 선정할 예정입니다.



 

서평단 신청은 댓글로 가능합니다!

그럼, 이번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서평단 신청시에 명심하셔야할 아래 내용! 꼭 확인하세요 :)



<짝짓기>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신 분들은

1) <짝짓기>의 증정본을 무료로 받으시고,

2) 배송받으신 도서를 즐겁게 읽고 서평을
인터넷 서점(교보문고,YES24,알라딘,인터파크 등) 중 한 곳 이상, 
개인 SNS(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 등) 중 한 곳 이상에 글로 남겨주시고,

3) 서평단 선정작업이 끝난 이후 만들어질 서평 완료 알림페이지에 
서평의 완료사실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서평완료 사실을 알려주시면 엠아이디에서는

1) 우수서평자의 서평을 엠아이디의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에 노출시키고,

2) 우수서평자 중 두 분을 선정하여 
엠아이디의 출간도서나 다음에 출간될 도서(선정자가 선택) 
1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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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니 그랑데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조명원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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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85] 외제니 그랑데

 

 

* 위대한 속물 발자크를 추모하며...

 

** Eugénie Grandet (1833년, <인간 희극> 제1부 풍속 연구 ‘지방생활 장면’)

 

 

 

“우리는 돈을 왜 벌어야 할까요?” 매우 새삼스러운 질문이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아마도 다양한 답변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집을 사기 위해서, 결혼하기 위해서, 여행하기 위해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노후를 위해서. 대개들 이런 대답이 나온다. 그런데 자칫하면 평생 돈에 끌려다니며 사는 인생이 될 수 있다. 현재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배제되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돈이 최고인 세상에 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 노심초사하는 사이 그 밖의 가치는 뒷방 신세다. 돈에 상당한 집착을 보여 돈을 아끼는 정도가 심한 사람, 때로는 맹목적으로 돈을 수집하는 사람을 ‘수전노’라고 한다. 경제 사정이 어려울 때 절약하는 모습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상식에서 이탈될 정도로 과도하게 아끼려고 한다면 바람 잘 날이 없다.

 

서양 문학에서 ‘돈의 노예’라고 하면 샤일록(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스크루지(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가 먼저 떠오른다. 온정이라는 단어와 아주 거리가 먼 수전노 한 사람을 더 소개하자면, 그랑데 영감이 있다. 발자크의 《외제니 그랑데》에 나오는 이 영감은 황금, 금화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그에게는 외동딸이 있다. 외제니 그랑데는 파리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시골 아가씨다. 그녀는 사촌 샤를 그랑데를 사랑한다. 샤를은 부유한 아버지(그랑데 영감의 친동생) 덕택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파리지앵이다. 시골 여자와 도시 남자의 사랑은 갑작스러운 불행으로 인해 살짝 어긋나게 된다. 샤를의 아버지가 자신이 운영하는 은행의 파산 소식에 절망하여 자살하고 만다. 한순간에 무일푼이 된 샤를은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서 인도로 떠나서 돈을 벌기로 한다. 외제니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 아버지가 준 금화 전부를 샤를에게 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영감은 자신의 피와 같은 금화가 너무 아까워서 분노한다. 외제니는 영감의 명령으로 방에 감금되어, 물과 빵으로 연명한다. 가족보다는 돈을 우선시하는 영감의 권위적인 태도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그랑데 영감은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 새로운 사회지배층으로 급부상한 신흥 부르주아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나폴레옹 실각 이후, 왕정복고 체제로 들어서는 즈음에 신흥 부르주아지는 파리에 진출하여 자신의 경제력을 과시했다. 그랑데 영감은 때를 잘 만나서 돈을 잘 벌 수 있었는데 그를 자수성가형 부자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아내의 지참금을 사업 투기 자금으로 사용하여 엄청난 재산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감은 아내에게 고마워할 줄도 모르며 재산 소유하는 권리를 독단적으로 가지고 있다. 황금만능주의와 가부장제와의 환상적인 조합은 그랑데 영감의 권위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그는 돈의 힘으로 가정을 군림한다. 외제니와 영감의 아내는 재산 소유에 간섭할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영감은 딸에게 부인의 유산을 물려받는 권리를 포기하도록 종용한다. 돈을 통해 권력을 과시하려고 하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논리가 저변에 깔렸다. 한편으로는 남성 위주의 경제권이 두꺼운 시대에 축소되었던 여성의 경제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정도면 그랑데 영감이 개과천선한 스크루지보다 더한 최악의 수전노다. 영감은 죽음의 신이 가까이 찾아와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질적 탐욕을 쫓은 삶에 대한 반성하는 마음도 전혀 없다. 영감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마지막 기도를 드리는 신부의 은빛 십자가를 금붙이로 착각하고 욕심내면서 손을 뻗치다가 숨을 거둔다. 중국 속담에 ‘관 속에서도 손을 뻗친다’라는 말이 있다. 돈이라면 죽어서도 관 속에 든 사람까지도 관 밖으로 손을 내민다는 뜻이다. 영감의 최후는 중국 속담의 의미를 실감 나게 보여주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다. 그랑데 영감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마몬(Mammon)에게 손을 뻗쳤다. 특히 영감이 죽으면서 딸에게 남긴 유언은 돈 욕심의 끝을 보여준다. 영감은 자신의 보물을 끝까지 잘 지켜서, 저승에서 만나면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당부한다. 발자크는 영감의 최후를 통해서 종교의 교화가 돈의 힘 앞에 무색하게 된 세태를 비꼰다.

 

“참말이지 돈은 살아 있는 것이야. 인간들처럼 우글우글 들끊기도 하지. 가는가 하면 오고, 땀 흘려 수고하고, 새끼를 치기도 하니까 말이야.”(《외제니 그랑데》 중에서, 116쪽)

 

 

그랑데 영감은 인간의 탐욕을 먹으면서 끊임없이 자라는 돈의 번식력을 알고 있었다. 탐욕 유전자는 감염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며 마몬의 자식들을 양산한다. 7년간 인도에서 일하면서 돈의 맛을 알게 된 샤를 그랑데 역시 마몬의 족보에 포함된다. 그는 외제니와의 사랑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백작의 딸과 결혼하려고 한다. 영감의 탐욕 유전자는 친딸이 아닌 조카가 물려받는다. 돈의 메커니즘을 알아차린 샤를의 모습은 제2의 그랑데 영감의 등장을 암시한다. 돈이 넉넉하게 있다면 우리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돈의 마력에 짓눌린 채 오직 돈만을 모으기 위해서 살아가는 돈(돼지, 豚)이 될 수 있다. 탐욕의 끝이 어디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늙어 죽을 때가 되면, 한평생 누리던 부귀는 물론 명예마저도 짐이 되어 버려야 한다. 돈에 대한 끝없는 탐욕은 지독한 독선이며 광적인 집착이다.

 

 

 

 

※ 《외제니 그랑데》는 발자크의 대표작으로 자주 거론된다. 그런데도 아직 완역본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 번역본은 1977년 삼중당문고에서 나온 책을 참조했다고 한다. 삼중당문고 번역본이 완역인지 궁금하다. 사실 발췌 번역한 발자크의 소설을 읽으면 지루하지 않다. 지만지의 《외제니 그랑데》는 이야기 진행에 상관없는 장광설 같은 긴 문체가 일부 삭제되었다. 책 앞에 있는 역자의 줄거리 소개만 읽어도 이야기의 주요 사건과 결말을 파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장편소설을 중편 수준의 분량으로 축약해버린 탓에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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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0 15: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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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0 2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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