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음식책 - 귀 얇은 사람을 위한
조 슈워츠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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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에 마키베리 분말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200g 한 통을 샀는데 2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다. 어머니는 예전부터 마키베리의 효능에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가 드라마 다음으로 많이 챙겨보는 것이 건강 정보 프로그램이다. 요즘 건강 정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홈쇼핑 전문 방송에서도 마키베리와 관련 제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어머니를 위해서 마키 베리 분말을 샀지만, 여전히 불편한 구석이 있다. 나는 정말 건강 정보 프로그램에서 몸이 좋다고 말하는 것들을 의심하는 편이다. 어머니는 나와 정반대의 성격이다.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말을 신뢰한다. 건강 프로그램이 오죽 많아서 중요한 건강 상식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방송을 볼 때마다 노트에 필기할 정도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머니는 블루베리가 건강에 좋은 과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마키베리, 아사이베리의 효능이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베리류 열매가 하나씩 소개되더니 어머니의 생각도 달라졌다. 아사이베리에 관심을 보이다가 몇 달 지나고 나면 마키베리가 블루베리와 아사이베리보다 항산화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럴 때 나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얼마나 오래 사시려고 그래요?”라고 말한다.

 

건강 정보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특정 치료법이나 식품의 효과를 단정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정인의 사례를 일반화하거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무분별하게 방송한다. 시청률에만 급급한 방송사 때문에 이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만 방송사에 놀아난 꼴이다. 방송에 언급된 건강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인터넷에 그대로 공유되는 것도 문제다. 건강식품업체들은 방송과 인터넷 홍보 덕분에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다.

 

건강이 염려되는 사람에게는 건강 정보가 불안감을 말끔히 씻어내는 단비와도 같다. 그런데 요즘은 엄청난 양의 건강 정보가 홍수로 변해 특별히 건강에 이상 없는 사람들의 마음에 범람한다. 조 슈워츠의 똑똑한 음식책은 건강 정보의 홍수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건강식품을 둘러싼 속설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면서도 속설에 대한 맹신을 경계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은 아사이베리가 기적의 열매라고 칭송한다. 마키베리가 주목받기 전까지만 해도 아사이베리는 항산화 물질을 가장 많이 함유한 열매 1순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아사이베리 관련 식품업체들은 항산화 물질 함유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아사이베리는 시중에 구하기 힘든 외국 열매이다. 굳이 적지 않은 돈을 내면서까지 사지 않아도 된다. 흔한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먹어도 항산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커피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이야기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말이 커피의 양이다. 하루에 커피를 몇 잔 이상 마셔도 된다, 안 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건강을 챙기면서 커피 맛을 음미하고 싶은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른다. 커피의 유해성에 의심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참고해도 좋다. 하루에 커피 석 잔 또는 넉 잔 마셔도 좋다. 다만 설탕과 크림을 넣은 커피를 많이 마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는 하루에 커피를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전문가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는 건강 정보를 너무 믿어선 안 된다. 요즘은 의학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그 질병 예방에 좋은 음식들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질병 예방에는 좋은 음식이 또 다른 질병에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또 다른 질병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그 전달에서 신중함이 필요하다. 지금도 여전히 생선은 과일과 채소와 함께 천연 건강 음식재료로 거론되고 있다. 생선에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하다고 해서 많이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메가3지방산의 환상에 너무 믿지 말자. 생선, 특히 고등어를 많이 먹다가는 통풍이 유발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잘 먹어도 병이 생긴다. 우리는 건강에 이로운 음식만 잘 먹고, ‘많이먹으면 병에 안 걸릴 거로 생각한다. 엄청난 착각이다. 나도 그런 낙관적인 생각을 하면서 음식을 먹는 바람에 올해에 통풍 진단을 받았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과식이다. 과식은 건강의 적이다. 지나친 욕심은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은 어떤 음식이 좋고, 어떤 음식이 나쁜지 아는 것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잘 먹고 잘사는 법이 아니라 적당히 먹고 똥 잘 싸는 법이 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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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2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식은 정말로 과유불급이더군요..약간 모자란듯이 먹어야 하는데..아 .늘 과식하는 경향이 ,,,,로마 귀족들은 먹고 토하고 또 먹고 토하고 ..그랬다고 하던데..토하다가 식도 혈관 터져서 안죽었나 몰라요 ㄷㄷㄷㄷ

cyrus 2016-10-13 16:11   좋아요 1 | URL
대학생 때 매주 술을 마셨을 때 한 주에 한 번은 꼭 구토를 했습니다. 정말 괴로웠습니다. 구토 중에 토사물이 목에 걸려 질식해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ㅎㅎㅎ

표맥(漂麥) 2016-10-12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입니다. 우리 집도 베리 순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cyrus 2016-10-13 16:12   좋아요 0 | URL
베리 순례 ㅎㅎㅎ 살면서 외국에 나는 열매 한 번쯤 먹어보는 일은 나쁘지 않죠. 어젯밤 종편 채널의 건강 프로그램 주제가 `마키베리`였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10-13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어머니도 건강프로그램 즐겨보십니다ㅎ 현대인의 질병 중에 무분별하게 많이 먹어서 생긴 질병이 많습니다. 비만, 당뇨, 통풍, 고혈압 등 너무 달고 짜게 혹은 술과 고기를 많이 먹어서 생긴 질병들이 많습니다.

cyrus 2016-10-13 16:14   좋아요 1 | URL
저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서 몸에 아무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통풍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 생각이 달라졌어요. 건강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착한 과식`이라고 착각했던거죠. ^^;;

뽈쥐의 독서일기 2016-10-1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도 건강프로그램을 열심히 보십니다. 카메라로 사진도 막 찍어가면서...ㅎㅎ 근데 몇 달전에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건강 프로그램에서 별별 효능을 선전한 재료가 꼭 홈쇼핑에 나오는 걸 보고 이제 정이 완전 떨어지셨어요. 건강 프로에서 이름도 생소한 걸 보고 `저걸 어디서 구하나..`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무조건 홈쇼핑에서 팔고 있습니다. 확인 시켜드리면 신뢰도가 팍팍 떨어지실 듯해요ㅎㅎ
근데 저희 집도 아사히베리나 퀴노아같은 건 꾸준히 먹게 되네요. 미디어의 노예ㅠㅠ

cyrus 2016-10-13 16:1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퀴노아, 아마 씨앗, 비타민나무 열매 분말을 먹어서 좋긴 한데, 저는 그냥 시장에 살 수 있는 과일이나 채소만 먹어도 행복하고,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홈쇼핑 광고만 믿고 제품을 많이 사게 되면, 다 못 먹습니다. ㅎㅎㅎ

AgalmA 2016-10-14 0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오래 사시려고˝ ;ㅋ;....요즘은 뭔 베리가 이리 많은지... 좀 생소한 과일류 찾아다가 대충 효능 제시하고 파는 건 아닌지; 요즘은 식약청 이런데도 못믿을 사회분위기잖아요..
통풍이라니.... 건강 잘 챙기소서.

cyrus 2016-10-14 14:25   좋아요 1 | URL
요즘은 새로운 정보가 뜸한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다른 건강 프로그램에 이미 소개된 정보를 반복해서 보여주는 실정입니다.

몸 아픈 이후로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로 소식하고 있습니다.

비로그인 2016-10-2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계속되네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함이 좋습니다.

cyrus 2016-10-25 18:38   좋아요 0 | URL
너무 건강에 신경 쓰이면 자신의 몸 상태를 과장하는 경우가 생겨요. 그게 바로 뮌히하우젠 증후군이라는 병입니다. ^^;;

fledgling 2016-10-2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얘기지만, 머리 mri도 찍고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고민을 이번에도 하고 느낀 점은 아직 젊기도 하지만, 자기 몸의 주인인만큼 죽음을 자기가 통제하고 싶다는 욕망이랄까요. 아직은 or 일찍 죽기는 싫어서 몸을 더 챙기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죽고 싶을때는 몸생각 안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니...

cyrus 2016-10-25 18:40   좋아요 1 | URL
저는 병에 걸려 아프기 싫어서 건강 문제에 귀 기울입니다. 아프지 않고 침대 위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면, 성공적인 죽음으로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