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 은행나무 노벨라 3
김이설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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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언니 이름은 선화다. 김이설 작가의 신간 '선화'를 보는 순간 언니가 떠올랐다. 어릴때부터 순했던 언니는 욕심 많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했던 나에 비해 소극적이고 조용한 아이였다. 엄마가 회초리를 들면 나는 소리 지르며 도망가는 반면에 언니는 그대로 앉아 매를 맞았다. 엄마는 가끔 '미련 곰퉁이' 라는 표현을 썼다. 언니는 대학 시험에 떨어지고는 전문대학을 가거나 재수를 하지 않고 취업을 했다. 백화점에서 전화 교환수를 하며 내가 대학에 다닐때 용돈을 주고 옷을 사주었다. 그땐 집을 떠나 언니와 자취 했는데 밥을 하고 청소를 하는건 언니 몫이었다. 아무도 내게 밥을 하거나 청소를 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언니는 결혼초에 잠시 고생을 했지만, 지금까지 전업주부로 세 아이를 키우면서 마음껏 누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만약 언니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살고 있다면 미안했을 것이다. 

 

소설 '선화'는 작가의 전작에 비해 많이 부드러웠고 많이 따뜻했다. 여전히 소외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다루었지만 극한 상황으로 치닫기 보다는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며 해피앤딩의 결말을 맺었다. 화염상모반을 앓고 있는 선화는 오른쪽 얼굴이 검붉은 반점으로 뒤덮여있어 어릴때부터 숨어 지내는 아이였다. 선화가 겪었을 상처에 마음 아팠다. 내 오른쪽 다리에도 제법 큰 선홍빛 반점이 있다. 한때는 수영장 가는 것을 꺼려했고 미니 스커트를 입을때면 파운데이션과 파우더를 듬뿍 바르고 다녔다. 가끔 얼굴에 붉은 반점이 있는 사람을 보면서 그나마 나는 잘 보이지 않는 다리에 점이 있음을 감사했다. 혹시 유전일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태어났을때 가장 먼저 한 일은 몸에 붉은 반점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선화는 학교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할머니에게도 구박받는 천덕꾸러기였다. 가족 앞에서는 천사의 얼굴을 하고 착하게 굴던 언니는 선화만 있는 자리에서는 이중인격자가 되어 선화를 구박하고 모질게 대한다. 선화의 가방에 책을 빼내고 화침으로 채운 날, 선화는 그 화침으로 언니 얼굴에 큰 상처를 남긴다. 그나마 선화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던 엄마는 자살을 한다. 선화는 엄마가 하던 꽃집을 운영하며 독학으로 꽃꽂이를 배우고 제법 예쁜 꽃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기쁨을 준다. 영흠에게 풋사랑을 느끼기도 하지만 선화 곁을 지키고 있는 왜소증의 병준이와 한줄기 햇살이 비친다. 불 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랑이 서로에게 필요하다. 언니와의 관계도 조금씩 회복되며, 꽃을 통해서도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책이 얇아 몇시간만에 다 읽었지만 오랜 여운이 남는다. 언니, 가족, 상처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아이, 신랑 등 내 가족만 챙기기보다는 주변의 소외받는 사람들을 더 따뜻하게 안아 줘야겠다는 긍정의 에너지도 생긴다. 얼마전 중앙도서관 강연회에서 들은 "남의 장점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내 장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박웅현 CD(Creative director)의 말도 떠오른다. 선화가 성형수술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현재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것이라는 믿음이, 희망이 생긴다. 

 

작가는 꽃집을 운영하는 선화를 통해 여자의 로망인 '꽃집아가씨'의 꿈을 이룬듯하다. 하늘거리는 연분홍빛 리시안셔스, 보랏빛 수국, 노오란 프리지아, 장미를 닮은 크림색 라넌큘러스를 조합한 다발은 생각만으로도 사랑스럽다. 책을 덮고나니 꽃을 선물 받고 싶어진다. 아니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 

 

문득 언니가 보고 싶다. 지금도 내게 한없이 베풀어주는 희생적인 언니. 내가 하나를 주면 둘, 셋을 해주는 착한 언니. 나는 지금도 언니에게 옷이나 가방을 사달라고 투정 부린다. 나보다 해외를 더 자주 나가는 언니 모습이 보기 좋다. 얼마전 터키 여행을 다녀오면서 내 선물도 챙겨왔다는데 핑계겸 이 책이랑 꽃다발 사들고 찾아 가야겠다. 언니야 사랑해! 늘 내 편으로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pek0501 2014-10-08 14:01   댓글달기 | URL
세실 님은 좋겠다.ㅋㅋ 저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릴 땐 여동생이 있는 친구가 부럽더니 이제 나이 먹고 보니 늘 내 편이 되어 줄 것 같은
언니가 있는 친구가 부러워요. 세실 님은 그런 언니도 있고 무슨 복이래요...

저는 다리가 마르고 못 생겨서 미니스커트를 못 입으니 세실 님처럼 파우더 바르고라도 입을 수 있는 게 부럽네요.
정말이에요.

에세이를 읽느라고 소설을 못 읽었는데 저도 소설을 읽어야겠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세실 2014-10-08 16:54   URL
언니가 있는것도 참 복이죠?
울언니는 부모님께도 저에게도 참 잘해요. 정도 많고, 배려심도 깊고.....
제가 복이 참 많죠?
딸내미가 `엄마는 좋겠다. 언니 있어서....`하는데 찡하네요.

이런....파우더가 지워져서 옷에 얼룩이 묻어나고, 오후 되면 파우더도 다 지워진답니다. 사람들이 ˝어머 그거 뭐야? 멍이야?˝ 하면서 유심히 볼때 ˝아냐 점이야....˝ 하면 측은하게 바라보는 눈길도 싫었어요.

이제는 뭐 핫팬츠에 당당히 맨 다리도 드러내고 다닌답니다^^

다락방 2014-10-08 15:26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글은 평소의 페이퍼에서도 느끼는 거지만 참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언제나 쉽게 읽히는 터라 아, 역시 도서관장님은 글쓰기부터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이 책을 읽고 기본적으로 `따뜻해졌다`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바깥으로 표현해내는 바는 저와 이토록 다르네요. 잘 읽었습니다, 세실님.

세실 2014-10-08 16:57   URL
어머 감사합니다^^
요즘 서평쓰기에 한계를 느꼈거든요. 매일 똑같은 스타일도 식상했구요.
나름 쉽게 쓰려고는 노력했답니다. 난해한 단어를 싫어해요.
전 님의 글을 읽으면서 참 맛깔스럽게, 감정도 풍부하게 잘 쓰시는구나 부러웠답니다. 가끔 욕이 튀어나올땐 웃기도 하면서....그만큼 솔직하신거죠.
우리 서로 윈윈하는 사이? 아 힘나라~~~~

수퍼남매맘 2014-10-08 18:25   댓글달기 | URL
제 이름이 책 제목이라니... 꼭 봐야겠는 걸요.
세실 님 언니 이름과도 같다니 반갑네요.
이름 때문에 제 별명이 선화공주잖아요. ㅎㅎㅎ

세실 2014-10-10 09:51   URL
동명이면 더 와 닿으실듯요^^
언니 이름도 선화, 제게 붉은 반점이 있어서인지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어요.
울 언니 별명도 선화공주^^ 지금은 아닌듯요 ㅋㅋ

2014-10-08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0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4-10-09 12:39   댓글달기 | URL
코끝이 찡해져요. 저도 연년생의 여동생이 있는데 저는 관계가 역전되서 여동생이 저한테 양보도 많이 하고 베풀기도 많이 하고... 그런 언니가 있는 세실님이 한없이 부럽기도 하고 저도 그런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갑니다.

세실 2014-10-10 09:56   URL
그쵸? 저도 몸에 점이 있어서인지 얼굴에 상처 있는 사람 보면 유독 마음이 쓰여요.
얼마나 힘들었을까......
울 언니는 정말 천사예요. ㅜㅜ
그래서 더 복을 받는다는 생각도 합니다. 전 좀 이기적이거든요.
블랑카님은 말씀만 그렇지 동생한테 잘하실듯요. 따뜻하시잖아요~~~

hnine 2014-10-09 12:48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소설이 나왔네요 ^^ 사러가야지~
가족. 모든 문제와 상처의 근원이자 치유의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수위가 좀 부드러워졌다는 말씀에 휴, 안도의 숨도 내쉬면서, 또 한편 그녀만의 개성이 어떤모습으로 달라져있을까 궁금증도 생겨요.

세실 2014-10-10 09:57   URL
이 책은 전작보다 훨씬 부드럽고 따뜻해서 좋아요.
나이가 들어가며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여유도 생기죠. 나이 먹는 기쁨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외계층의 아픔을 포장하지 않고 민낯으로 드러내요^^

순오기 2014-10-10 06:06   댓글달기 | URL
세실님과 작가님 만나기 전에 이 책을 읽고 가야겠네요.
작년에 사인본 받은 <환영>도 몇 달이 지난 후 읽었는데...

세실 2014-10-10 09:58   URL
제가 그 날 사드릴까 했는데 미리 읽고 오시면 더 좋을듯요.
그날 이 책으로 토론해도 좋겠어요^^
이 책은 얇아 마음만 먹으면 금방 읽어요.
아 바람직한 5공주 모임. ㅎㅎ

프레이야 2014-10-11 11:35   댓글달기 | URL
ㅎㅎ 바람직한 선 자매
저도 읽고 갈게요. 언니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해요. 난 맏이라..
그나저나 언니분 터키 잘 다녀오셨네요. 터키 요즘 급감이래요, 위험해서.
12월초 예정하고 있는데, 어째야될지... 그땐 나아지려나..

세실 2014-10-13 09:58   URL
그쵸? 여동생도 좋지만 언니가 있으면...막 투정도 부리고, 의지가 되요^^
받아도 덜 미안하고. ㅎㅎ
그렇구나. 울 언니는 성격이 굉장히 낙천적이랍니다. 그런거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ㅎ
고 2 딸내미 두고 형부랑 같이 9박 10일로 다녀왔어요^^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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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반짝이는 은박의 눈송이가 곱다. 아이가 어릴 때는 한 겨울 나풀나풀 눈이 내릴 때 커다란 눈송이 찾기 게임을 자주 했다. 유난히 큰 눈송이가 보이면엄마 눈송이, 아빠 눈송이하며 눈이 바닥에 떨어질 때 까지 아이와 함께 시선을 고정했다. 일본 소설눈보라(사이토 마리코 저)’의 한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은희경 저)’는 아이와 즐겼던 눈에 얽힌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사서라는 직업적인 책임감으로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간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예약 판매 글을 보면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을 하고 책이 도착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 책도 저자의 이름만으로 선뜻 책장을 펼칠 만큼 반갑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자답게 여섯 편의 단편은 각각의 색깔을 지니고 적당한 무게로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그의 시선은 늘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선 채 맴돌지만, 결국에는 제 자리로 돌아오는 긍정성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 머문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일상에서 스치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나만의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는 단 하나의 눈송이다친구 사이인 안나와 루시아 그리고 요한에 얽힌 이야기인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는 안나가 크리스마스 때 좋아했던 요한을 만났지만 큰 실수를 하고는 도망치듯 사라졌던 옛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이다.‘어쩌면 세계란 처음엔 잘 열리지 않는 방문과 탁자와 침구와 그리고 여행 가방을 기본단위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스페인 도둑의 주인공 완의 글이 와 닿는다.‘프랑스어 초급과정은 신도시로 이주한 여성이 새로운 삶에 적응을 못하고 좌절을 거듭하지만 작은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미국으로 이주한 모자의 험난한 삶과 개러지 세일로 위안을 받는‘T 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은 생생한 외국 정착기에서 슬픔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여류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올리브 키터리지가 생각났다. 개인의 일상을 다룬 내용이면서 결말 속 반전의 신선함이 닮았다. 고단한 삶이지만 칙칙하지 않은 점에서도 유사한 구성이다.

 

여섯 편의 소설은 독립적인 단편이면서 옴니버스처럼 이어진다.‘눈송이의 주인공 안나는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에 등장하는 소년의 엄마와 오버랩된다. 또한 안나는금성녀의 옆집 하숙생으로 연관 짓게 된다.‘프랑스어 초급과정에 등장하는 여성과 임신한 태아는스페인 도둑의 어머니와 완으로 연결된다. 이런 자유로운 상상은 소설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은희경 소설은 주인공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미화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낯선 삶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작은 희망이 보인다. 



 
 
pek0501 2014-03-29 11:29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신거예요? 발빠르게 움직이시는 님!
저는 이 작가의 <새의 선물>과 <마이너리그>를 읽었어요. 그리고 이런저런 작품집에 끼어 있는 단편들을...
잘 쓰는 작가죠.
"미화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기란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아마 소설을 쓰는 사람들만이 잘 알 듯싶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작가는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며 수학적인 글쓰기를 할 거라고 짐작이 되니까요. (저도 잘 모르고 짐작만... ㅋ)

토요일 아침이라 좋습니다. 출근하지 않는 님은 더욱 좋으시겠지요?
달콤한 휴식의 날이 되시길...


세실 2014-03-31 10:17   URL
은희경 소설 좋아해요^^ 예약구매 해놓고는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작은 체구, 가느다란 목소리에서 어떻게,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쓰는지.....ㅎ
술술 읽히는 자연스러운 글이 베어나오기 위해서는 수학적 계산 하겠지요^^
제목도, 내용도 참 좋았습니다.

토요일에는 친구들과 스파를 하고 왔습니다.
1년에 두어번 만나는 친구들이지만 대학 시절을 공유했기에 끊임없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머리는 시원하고 몸은 따뜻한 노천탕은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다' 였습니다^^
편안한 한주 되세요.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출판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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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직장인을 대상으로 중산층의 판단 기준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평수, 월 급여, 자동차, 예금 잔고 등 대부분 물질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었다. 다행히 마지막 결과인해외여행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닐 것은 마음에 든다. 북유럽이나 미국 등 먼 거리 혹은 값비싼 패키지여행만 아니라면 일본,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권의 자유여행은 마음만 먹으면 국내 여행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다.

 

자유 여행은 저렴한 비행기 티켓과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하면서 여행의 설레임은 시작된다. 내가 직접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여행가들이 뽑은 숨은 명소를 찾아가며,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그때 그 장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내게는 토토로가 뛰어 다닐듯한 일본의 아담한 관광마을 유후인의 한 카페에서 비엔나 커피를 마시며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한참을 앉아 있던 그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정여울 저)’은 소설가 정여울이 쓰고 대한항공이 뽑은 아름다운 명소를 소개한 여행 에세이이다. 자칫 상업적인 내음이 날수도 있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의 감성과 맛깔스러운 글, 사진이 어우러져 여행의 그리움을 한층 상기시켜 주었다. 올해 고3이 된 딸의 힘겨움을 함께 하고자 1년간 여행은 참아야지 했지만 책을 읽고 나니 마치 누군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 책에는 사랑을 부르는 유럽,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 먹고 싶은 유럽, 달리고 싶은 유럽, 시간이 멈춘 유럽, 한달 쯤 살고 싶은 유럽, 갖고 싶은 유럽, 그들을 만나러 가는 유럽, 도전해보고 싶은 유럽, 유럽 속 숨겨진 유럽 등 주제별로 나누어 각 10곳의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사랑을 부르는 유럽 1위는 이탈리아의 카프리 섬이다. 이 곳은 세기의 결혼식 주인공이었던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비의 신혼 여행지였고, 파격적인 멜로 드라마로 유명한 카프리의 깊은 밤의 촬영지였다. 알록달록 동화 같은 풍경이 아름다운 카프리섬, 그 섬에 가고 싶다.‘그 풍경 속에 살짝 숨은 그림처럼 나를 그려 넣고 싶은 곳. 그 지방의 언어를 배우고, 먹거리를 아무 불평 없이 먹고, 그 곳의 낯선 사람들을 손짓 발짓하며 새로운 친구로 삼고 싶은 곳. 그런 도시 중 하나가 바로 베네치아다.’베네치아는 3위에 선정되었다. 먹고 싶은 유럽 1위는 나폴리 피자로 마르게리타 피자와 마리나라 피자는 이탈리아 농무부에서 엄격하게 레시피를 제한한다. 2위는 크로아티아의 해산물 요리로 통오징어 구이와 새우요리, 싱싱한 굴 요리를 소개하고 있는데 꼭 맛보고 싶다.    

 

책에서 소개한 장소 중 딱 한 곳만 선택하라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1위로 선정한 이탈리아의 아말피 해변을 걷고 싶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을 따라 늘어선 집들이 아름다운 경치와 어우러져 여행자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는 그 해변가를 거닐고 싶다. 당장 이탈리아어부터 배워야 할까?



 
 
pek0501 2014-03-07 12:30   댓글달기 | URL
난 영어만 배우는 것도 벅차요.
우리 큰애를 데리고 다니면 영어로 막힘이 없을 것 같아서 해외여행은 필히 가족여행으로 가야겠구나, 했답니다.
사실 친구를 만나면 수다떠느라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것도 아깝더라고요.
물론 여건이 된다면 친구와 여행도 좋겠지만...

이 책으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군요. 유럽에 관해서라면... 으음 기억해 놓겠어요.
우리 생애에 한 번 쯤 또는 그 이상 유럽에 갈 수 있겠죠?
우리 큰애는 벌써부터 나를 데리고 여행 다니고 싶은 나라들을 말하곤 한답니다. ㅋ
그 애가 아직 애인이 없는 관계로... ㅋ

세실 2014-03-08 10:42   URL
저도 영어만 배우는 것도 벅차답니다. 요즘 미드 모던 패밀리 보고 있는데 계속 보면 귀가 들리려나 기대하고 있답니다. 나름 재미있어요.
우리에게 수다는 큰 즐거움이죠. 전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친구들과 커피를 마셔줘야 스트레스가 풀려요.
전 무슨 일이 있어도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은 가려고 합니다. 최대한 빨리!!!!!!!!!
간절함은 이루어지더라구요^^
울 딸내미에게는 제가 해외여행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아 비교됩니다. ㅜㅜ

꿈꾸는섬 2014-03-11 11:41   댓글달기 | URL
꿈만 꾸어도 좋다.ㅎㅎ 생각만으로도 설레이는 게 여행인 것 같아요.^^
외국여행은 정말 언어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자유여행은 두렵지만 그래도 아이들 크면 꼭 같이 가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되네요.^^

세실 2014-03-14 09:40   URL
맞아요. 꿈만 꾸어도 좋죠. 꿈은 이루어진다~~~~
자유여행을 하면 내가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만끽할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자유여행을 위해 지금부터 영어공부를 해도 좋을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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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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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 /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그대 음성 빗속으로 사라져버려.../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사랑했지만...그대를 사랑했지만 /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 설 수 없어 / 지친 그대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 밖에 / 그대를 사랑했지만...'

 

김광석을 생각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을 담은 애잔한 노래 '사랑했지만'이 떠오른다. 대학때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면서 이 노래를 들으며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해서 위안을 삼기도 했고 울기도 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 남자는 잘 살고 있겠지?

 

이 책은 고인이 된 김광석이 수첩에 메모한 짧은 글, 편지, 노랫말 등을 모아 2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한 책이다. 섬세하고 여린 그는 마치 시인을 꿈꾼듯 글에 간결함과 절제된 언어가 보인다.

 

늦은 아침과 그 아침,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게 무척이나 내게 새로움을 주고 있다.

쌀쌀하면서도 깔깔한 봄바람과 계집아이처럼 생기로운 봄 햇살 아래, 잃어버린 그 무엇인가가 들어 있을 듯이 내려가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하지만 생각지 않은 라인line을 따라, 마음은 마치 어린 시절 밑이 보이지 않던 외가의 우물 바닥처럼 깜깜한 암흑 속으로 자꾸만 내려앉는다.

네오neo.

더 사랑해야 한다.

그럼으로 나의 무게와 외부의 무게를 더욱 굳건히 지탱할 수 있다.

'노르웨이의 숲'은 어떤 계절일까. 03.21/04.01                                      p.50

 


김지하의 <중심의 괴로움>을 읽은 건 지난해 가을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이었다. 기차 시간이 남아 동대구역 구내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구입한 책이었다. 그 책 중에 <틈>이란 시가 있다.

 

아파트 사이사이

빈 틈으로 꽃샘 분다

아파트 속마다

사람 몸속에

꽃눈 튼다

갇힌 삶에도

봄 오는 것은

빈틈 때문

사람은 틈

새 일은 늘

틈에서 벌어진다

                                                                                                    p.139 

 

 

쌀쌀한 날씨 탓이겠지 뜨개질하는 아내의 모습이 아름다워

이리저리 꼬여 만들어지는

 

                                                                                                    p.222

 

'틈' 없이 사는 삶이 고단했던걸까? 아무도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았던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삶이 답답했던걸까? 짧은 기간에도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거리에서, 60대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등 많은 히트곡을 냈던 그는 대체 뭐가 답답하기에 이른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을, 노래를, 친구를 버렸을까.....천재는 요절한다는 불변의 진리가 그에게도 통한 걸까? 글을 읽는내내 여러가지 질문들이 맴돌았다. 그를 생각하면 참으로 쓸쓸해서 회색빛 도시, 회색빛 겨울이 떠오른다.

살아있는 동안 가족을, 이웃을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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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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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도서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암 선고를 받고, 공로 연수에 들어간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돌아가신 분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가끔 그분을 뵐 때마다 비쩍 마른 몸과 황달처럼 노랗게 된 얼굴, 손을 보면서 가슴 아팠고, 아직 혼사를 치르지 않은 자식 셋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30여년 공직생활의 마무리를 하고자 마지막 날까지 힘든 몸을 이끌고 출근하셨다는데 그런 책임감이 죽음을 앞두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스치듯 했다.

그러나 고 최인호 선생의 눈물앞부분에 적혀 있는 나는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관장님도 환자가 아닌 사서직으로서 마침표를 찍고 싶어한 간절한 바램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암 선고를 받고 5년여의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하는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하느님께 의지하고, 마지막까지 작가로 살고 싶어한 고 최인호 선생의 신앙 고백이며 유고집이다. 카톨릭 신자로서 암을 선고 받고 수술하며 겪는 힘든 과정을 고통의 축제로 표현한 승화된 삶에 숙연해졌다. 암을 선고 받으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하는 절망과 원망, 자포자기를 겪고 나서야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다는 어느 암 환자의 고백이 떠오른다.

책에는 괴테의 파우스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윌리엄 섹스피어의 햄릿’, 윌리엄 포그너의 에밀리에게 장미를’,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등 문학과 그림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를 풀어 놓았다. 그를 보내며 쓴 추모글에는 이해인 수녀님, 김재순 샘터사 고문, 김주연 문학평론가, 이장호 영화감독, 김홍신 작가, 정호승 시인, 김연수 작가 등 그와 생전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그는 따뜻하고 소년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어른이었다.

 

작가의 주치의였던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그를 활달하고 다정하고 장난기 많은사람으로 기억한다. 투병 중에 이런 사람으로 비춰지기는 어려울텐데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과 깊은 신앙심이 고통을 감내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승화한 듯 하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도 멋진 글 쓰셔서 언젠가 그 글을 볼 수 있기를........빕니다. 영면하소서

 

주님. 내 입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소리쳐 나올 때는 내 마음 전체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해 주시고, 내 입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소리쳐 나올 때는 내 마음 전체가 고마운 마음으로 가득 차게 해 주소서. 내 입에서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소리쳐 나올 때는 내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차게 해 주소서. 물이 가득 채워져 잔이 흘러 넘치듯, 내 마음이 먼저 가득 넘쳐 그 흘러넘치는 마음이 비로소 말이 되어 나오기를 나는 간절히 소망합니다. 

                                                                                                   p.231

 

나는 요즘 정말 힘든 고독을 느끼고 있네. 86년 동안 살면서 느껴 보지 못했던 그런 절대 고독이라네.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 주는데도 모두가 다 떨어져 나가는 듯하고, 하느님마저 의심되는 고독 말일세. 모든 것이 끊어져 나가고 나는 아주 깜깜한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느낌일세. 세상 모든 것이 끊어지면 오직 하느님만이 남는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시려고 그러시나 봐. 하느님 당신을 더 사랑하게 하려고 그러시는 거겠지?

                                                                                                   p.237 (김수환 추기경님 말씀 중에서)

 

이런 종교적 우화가 있습니다. 하느님이 지상에 내려와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쉽사리 발견할 수 없는 곳에 숨기로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바다 속에 숨을까 아니면 깊은 산 속에 숨을까 망설이시다가 마침내 인간이 자신을 가장 발견하기 힘든 숨바꼭질의 장소를 발견하셨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속이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이 너무나 가까운 곳에 숨어 계심으로 해서 오히려 하느님을 보지 못합니다. 우리의 눈이 사물을 볼 수 있지만 눈 자체는 볼 수 없듯이, 우리의 칼이 무엇이든 벨 수 있지만 칼 자체는 벨 수 없듯이, 하느님이 바로 내 마음안에 계심으로 해서 우리는 하느님을 쉽사리 발견해 재니 못하는 것입니다.

                                                                                                    p.241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팜므느와르 2014-02-11 20:08   댓글달기 | URL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습니다. - 작가다운 결언이네요. 눈물나요.
세실관장님 주변에 그런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이가 있었군요.
신간평가단 열정적으로 해내시는 세실님께 큰 박수 올립니다^^*

세실 2014-02-13 09:31   URL
참 애절하면서도, 고통을 종교적으로 승화한 그분의 강인함이 감동스럽습니다.
멋.지.죠!!
제게 멘토였던 사서 선배님이 수년전에 암으로 돌아가셨을때는 정말이지....많이 울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고통은 참 크더라구요.
신간평가단....이제 절대 못하겠어요. ㅋㅋ 책임감으로 몸부림치고 있답니다.
안하길 잘하셨어요^^

pek0501 2014-02-13 14:03   댓글달기 | URL
매일 출근인데다, 하루에 왕복 1시간 30분의 운전을 하는데다, 게다가 신간평가단 활동까지...
세실 님, 그러시다 병나시겠어요. 저는 세실 님 앞에 명함도 못 내미는 사람...
저는 그렇게 안 살아도 바빠 죽겠는걸요. 늘 시간이 모자라고 말이죠.
그런데 저는 그런 세실 님을 알고 지내는 게 자랑스럽고 좋아용... ㅋ

세실 2014-02-14 10:44   URL
오늘 같은 금요일 운전이 제일 힘들어요. ㅜㅜ
가급적 목요일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 일찍 들어가서 반신욕 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사무실에서 오후에는 한두시간 정도 책 읽는 여유도 누려요.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ㅎ
어머나....이런 감동이~~
저도 글을 참 맛.있.게! 쓰시는 페크님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