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이란 때로 그렇다.
평온하고 안정된 삶일수록 은밀히 매설된 덫을
그 누구든 한순간 밟을 수 있다는 것.
생이라고 이름 붙인 여정에서 길은 그러므로 두 가지다.
멸망하거나 지속적으로 권태롭거나.˝
첫 페이지부터 흡입력이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에게 거는 기대를 내려놓지 못하니 불안하다.
아이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험이지만 감기 걸려 헤롱거림도 불안하고,
의자에 앉아있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음도 불안하다.
그저 내려놓음이 현명할까?

˝진심으로 결심을 하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당신이 맺고 있는 관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제 그것을 바꾸겠다고 결심하라.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을 바꾸어라.˝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겠다고 결심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자신의 마음에서 발견했다. 나는 이힘을 이용하여 다시 나의 신체적 행복을 통제하게 되었으며, 20킬로그램의 불필요한 살을 영원히 없애버렸다.˝

내 결심이 아닌 아이 결심이 필요할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15-07-04 14:09   댓글달기 | URL
아이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것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세실 2015-07-04 17:54   URL
내려놓음은 어쩌면 포기 또는 방관과 같은 의미가 되겠지요.
기다림이 참 힘 듭니다.
시험기간에 아이 아픈것도 화가 나네요...

비비아롬나비모리 2015-07-04 14:29   댓글달기 | URL
세실~~~기다려 줍시다!!!ㅠㅠ

세실 2015-07-04 17:55   URL
그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어요. 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속상합니다. 과대평가일까요?ㅜ

책 읽는 나무 2015-07-04 16:47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공감,대공감여요.
아이 중학교를 보내고나니 확 달라진 패턴들!!
내려놓자~
내려놓자~~
나? 내려놓았다!!!?
최면 걸고 있어요^^
아이들 중,고딩이 되니 가장 먼저 준비해야하는 것이 바로 `내려놓음`이었더군요? 전 그걸 지난 중간고사때 알았거든요?
그때도 힘들었지만 담주있을 기말고사도 내렸다가 올라갔다 즉 올리고 내리고 계속 맘이 반복되더군요ㅋ
다들 어찌 중고딩 자식들을 키워내셨는지 대단하십니다^^
잘키워오신만큼 지켜봐주시리라 믿습니다^^

세실 2015-07-04 18:00   URL
격려 감사합니다.
아들과 딸의 다름도 적응안됩니다. 딸은 스스로 공부했거든요. 아들은 당체...
주변에 좋은 인프라가 형성되었음에도 정작 본인의 의지가 없으니....
아들은 내려놓으면 더 힘들듯 합니다.
칭찬, 위로, 공감 언제까지 해야할까요?
저도 자식 키우기 힘들어!

hnine 2015-07-04 18:07   댓글달기 | URL
불안은 기대에서 비롯하는군요.
기대처럼 되지 않을까봐.
그렇군요...

세실 2015-07-04 22:31   URL
불안의 원인은 기대 이외에 사랑결핍, 속물근성, 능력주의, 불확실성에서 온다고 합니다^^

양철나무꾼 2015-07-05 15:35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저희 아들이 자기가 하고 신걸 하겠다고 우기길래,
제가 그거 해서 밥 못벌어먹는다...했어요.
그랬더니 저희 아들 왈, 밥 좀 굶는게 낫지, 평생 불행한게 나아?
그러더라구요.
자꾸 제가 딴지를 거니까 계속 버디며 자신을 더 적극적으로 내세울줄도 알게 되더라구요.
부모의 기대와 가치와는 전혀 다른 방법과 방향으로 아이는 나름 잘 살더라구요~^^

세실 2015-07-06 09:50   URL
아이 스스로 목표가 있고, 나아갈 수만 있다면 전 적극 밀어줄듯요^^
아이 말이 멋지네요^^
요즘은 직업을 선택해서 밥 굶고 하는 시대는 지난듯요. 우리가 구세대예용~~~
쉐프들이 뜨는것만 봐도 ㅎㅎㅎ

큰애는 고딩때 뚜렷한 목표가 있으니 열심히 하더라구요.
지금은 그 꿈이 높음을 알고 잠시 주춤하지만, 해보는데까지 해본다고 하네요.
작은 애는 그 꿈이 명확하지 않아 고민입니다~~~~
 

 

*
도서관 인문학서평쓰기 모임을 모처럼 카페에서 했다. 이번달 토론도서는 `왕들의 부부싸움`이다. 각자 써온 글 발표하기. 책과 삶을 결부해서 진지한 토론이 이어진다.
조선왕조중 유난히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태종, 성종, 중종, 숙종, 세종, 문종, 선조의 삶을 다뤘다. ˝왕이라는 권력을 가진 이가 방관자로 돌아앉는 순간, 폭군시절보다 더 큰 혼란과 분란, 피바람을 몰고 온다는 사실이다.˝ 중종의 이야기다.

**
그리고, 귀농한 지인댁 방문.
65세에도 소녀같은 분으로 집도 정갈하면서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으셨다. 미국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증권거래소에 근무했던 부군, 미술을 전공한 지인. 아들이 대학을 안가고 음악을 한다고 했을때 ˝네가 하고 싶으면 그렇게해. 하지만 언제든 대학은 꼭 갔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겸손하시다.
현재 부군은 학교 배움터지킴이로, 지인은 학교 하모니 선생님으로 활동하신다. 과거의 삶도, 현재의 삶도 만족하신단다.

오래된 집을 예쁘게 리모델링 해놓고, 손님이 오면 참으로 좋으시단다. 첫 방문에 이렇게 환대해주신 분은 처음이다. 에피타이저로 월남쌈과 와인, 잡채밥과 정갈한 음식, 과일세트, 포크아트 쟁반 선물까지... 진정으로 베푸는 삶을 살고 계셨다. 내 노년의 삶을 생각해본다. 퇴직하고 집에 있을때 맛있는 요리해서 지인들 불러 먹이고 싶지만 마음뿐일수도... 요리를 못해서!
밝은 미소와 진정으로 삶을 즐길줄 아는 지인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닮고 싶은 분이다^^
금요일 오후의 써프라이즈 행복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비아롬나비모리 2015-06-13 13:16   댓글달기 | URL
나도 닮고 싶은 분이시다!! 노년,,,이 아직 상상이 안 가지만,,, 어쨌든 지금 열심히 벌어놔야 할 것이란 강박관념?? 노년에 저렇게 살려면 일단 돈이 있어야 하지 않나??? 다른 생각이 안 떠오르네??^^;;;
근데 참 맛있어 보인다눈~~~~>.<

세실 2015-06-16 16:05   URL
그쵸? 진정 베풀기를 좋아하는 분이세요. 집에 사람이 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시는.....
이런 마음 쉽지 않죠?
에이 시골에 사는데 돈은 무슨.....집 마당에서 키운 파프리카, 상추, 앵두로 만든 월남쌈^^
넉넉한 마음이 제일인듯요^^
집에 있는 소품들도 대부분 학교에서 버리는것 가져오셨다네요.

하늘바람 2015-06-13 13:48   댓글달기 | URL
사진 색이 참 예뻐요

세실 2015-06-16 16:05   URL
감사해요^^
카페에서 토론하기 생각보다 좋았답니다!

낭만인생 2015-06-13 15:18   댓글달기 | URL
사진도 글도 아름답습니다.

세실 2015-06-16 16:05   URL
감사합니다~~~ 시골에 오니 잔잔한 재미가 있어요^^
느리게, 여유있게 살기~~

수퍼남매맘 2015-06-13 18:15   댓글달기 | URL
왕들도 부부싸움을 했겠죠? ㅋㅋㅋ 호기심 생기는 제목이네요.
오래된 집이 정말 아름답네요.
지인 분도 아름답고, 서평 모임을 꾸준히 갖는 세실 님과 회원들도 멋지세요.

세실 2015-06-16 16:07   URL
치열하게 했죠. 왕과 왕비의 싸움, 왕비와 후궁들의 싸움.....피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학교에 하모니선생님 하시면서 버려지는 소품들을 잘 활용하셨네요.
미술 전공하셔서 센스가 많으시더라구요.

서평모임은 제가 가장 공들이는 프로그램이어요^^ 잘 정착하도록 노력하고 있답니다.
 
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가면서 멘토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큰 행복이다. 나의 멘토는 몇년전에 돌아가신 선배 사서다. 평범했던 내가 전국의 사서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입학할 용기를 주신 분이다. 이제는 가슴 한 구석에 아련한 상처로 남았다. 글을 쓰면서 도움을 받은 작가는 쉬운 문체와 여행, 문학, 음악을 사랑하는 정여울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의 김훈 작가다. 그들처럼 글을 잘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부러워하지만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이다. '백석평전'을 읽고 나니 사람을 좋아하는 일에도 열정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철학자 강신주는 김수영을, 시인 안도현은 백석을 흠모한다. 강신주는 김수영을 닮고 싶어 했으며 육신의 아버지가 친아버지라면 영혼의 아버지는 김수영이라고 했다. 친 아버지를 영원히 보내 드리며 김수영도 함께 보냈다고 한다. 많은 시인들은 백석을 흠모하며 닮고 싶어한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모방이 아닌 그의 사상이나 철학을 계승할 수 있는 제자가 되는 길은 큰 기쁨이다. 윤동주는 100부 한정판으로 찍어낸 백석의 시집 '사슴'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는 필사를 했으며  늘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신경림은 백석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시인으로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냈는데 백성의 시적 대상과 유사하다고 한다. '사슴'은 2005년 계간 '시인세계'의 설문조사에서 현역 시인 156명이 뽑은 '우리 시대 시인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석은 1910년대에 태어나 참으로 파란만장하고 불후한 삶을 살았다. 네번의 결혼과 세번의 이혼, 기생 자야와의 사랑, 오직 충성과 민족주의만 강조하는 획일화된 북한의 이념 등은 자유롭고 낭만적인 삶을 추구하는 백석에게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친일파로 돌아섰지만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음에도 창씨개명에 반대하고 우리말에 애착을 갖는 애국자였다. 한동안 고향으로 돌아가 교편 생활을 하며 은둔 하고,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찬양하며 현실에 순응하며 살려고 노력했지만 곧은 성품은 한때 조선일보 기자에서 시골의 양을 키우는 노동자 신분으로 전락한다. 삶은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고 하지만 40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을 지식인이 아닌 밑바닥 노동자의 삶으로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백석의 대표적인 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있다. 안도현 시인은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백석 이후에 이미 죽은 문장이 되고 말았다." 는 표현을 썼다. 이 시는 기생 자야에게 보낸 시인데 나타샤는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며 이 시를 쓸 무렵 백석은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문학 작품을 공부하면서 글과 연관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면 공부가 재미있었을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노천명의 '사슴'이 백석을 염두에 둔 시일수도 있는 점을 이야기한다. 모윤숙, 노천명, 최정희와 백석은 친했으며 세 사람은 백석을 '사슴', '사슴군' 으로 호칭했다고 한다. 키가 크고 핸섬하며 시크한 백석의 모습과 스타일을 상상하며 읽으니 시 안에 그의 모습이 보인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이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몇년전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를 우연히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동네에 일이 있어 갔다가 안내 표지를 보고는 들어갔다. 시내 한복판에 7천여평의 넓은 땅이 있는것도 놀라웠다. 그때는 몰랐는데 백석의 연인이었던 기생 자야는 서울 '대원각' 요정을 운영했고, 후에 요정을 포함한 땅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해 지금의 길상사가 지어진 것이다. 만주로 함께 가길 원했던 백석과는 아쉬운 이별을 했지만 백석의 연인답게 "한겨울 눈이 제일 많이 내린 날 내 뼛가루를 길상사 마당에 뿌려 달라." 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백석의 시에는 그의 고단한 삶이 보인다. 제목에서 쓸쓸함이 묻어나는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에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는 자조적인 글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지만 백석의 노년은 쓸쓸하고 행복하지 못했다. 그는 살아서보다 사후에 인정을 받았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었던 주말 백석과 함께 보낸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했다. 지금이라도 백석을 알게되어 다행이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4-12-06 18:09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TV 책을 보다`에 이 책이 소개된다고 하더군요. 안도현 시인도 출연하는데 무척 기대되는 방송입니다.

세실 2014-12-06 21:33   URL
꼭 봐야겠습니다^^
이 책 꽤 재미있어요~~~
소개한 시가 고어(?)로 되어있어 읽기는 힘들지만요^^

blanca 2014-12-06 19:15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은 못 읽었는데 백석 좋아해요. 아웅, 낭만 가득해요. 세실님.

세실 2014-12-06 21:34   URL
백석을 좋아하신다면 이 책은 필수입니다~~~
평전은 시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보물선 2014-12-06 19:57   댓글달기 | URL
아이랑 카페 가고 싶어지네요^^

세실 2014-12-06 21:36   URL
가끔 아이랑 가서 각자 책 읽으면 속도가 빨라요~~~ 집에선 할일 생각에 집중력이 짧죠^^

바람돌이 2014-12-06 21:55   댓글달기 | URL
백석은 저 시로 인해서 모든 연애시를 종결시킨듯.... ㅎㅎ
고새 백석평전을 읽으시다니 진짜 빠르셔요. 전 읽을까 해도 실제로 손에 들기까지는 한참 걸리는데 말입니다. ^^

세실 2014-12-06 22:36   URL
그러게요~~~ 지금 읽어도 설레이니ㅎ 저 편지를 받은 받은 여자는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두여자한테 보내서 바람둥이 소리도 들었다네요.
우리 인문학 동아리 1월 토론도서라 의무감에 읽고 있답니다. 재미있어요^^

야나 2014-12-06 23:04   댓글달기 | URL
저 사놓고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세실님 글 읽으니 펼쳐봐야겠어요. :)

세실 2014-12-06 23:18   URL
백석의 삶, 사랑을 알아가는 재미 쏠쏠합니다~~~ 페이지 주는것이 아까워요^^
얼른 시작하세요.

오로라^^ 2014-12-07 00:11   댓글달기 | URL
백석이 북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더군요. 왠지 `외롭고 높고 쓸쓸한` 모습이어서요.

세실 2014-12-07 07:41   URL
그쵸?
`외롭고 쓸쓸한` 사람....
격동기속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네요. 사랑도 그렇고....

희망찬샘 2014-12-14 07:32   댓글달기 | URL
저희 도서관에도 꽂혀 있는 책이에요. 백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저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월요일 당장 빌려야겠다는 생각! 까먹을 확률 80% 이상이라 생각되지만... 메모는 해 놓고 잘 보지도 않는 지경이라~ ㅎㅎ~

세실 2014-12-15 01:01   URL
오늘 이 책으로 서평 쓰려고 하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스러워요.
안도현 시인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후반부 북한 생활 기록들은 자료 찾는것도 어려웠을듯요.

저도 도서관에 신간이 들어오면 메모 해놓고 메모를 어디에 해놓았는지 기억을 못해요. ㅜㅜ


cocomi 2015-04-04 15:52   댓글달기 | URL
오오 직업이 사서예요? 요즘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직업이에요~

세실 2015-04-07 09:38   URL
호호호 그러세요?
사서 고생하는 사서이기도 합니다만 나름 보람있고, 재밌어요^^
 
선화 은행나무 노벨라 3
김이설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언니 이름은 선화다. 김이설 작가의 신간 '선화'를 보는 순간 언니가 떠올랐다. 어릴때부터 순했던 언니는 욕심 많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했던 나에 비해 소극적이고 조용한 아이였다. 엄마가 회초리를 들면 나는 소리 지르며 도망가는 반면에 언니는 그대로 앉아 매를 맞았다. 엄마는 가끔 '미련 곰퉁이' 라는 표현을 썼다. 언니는 대학 시험에 떨어지고는 전문대학을 가거나 재수를 하지 않고 취업을 했다. 백화점에서 전화 교환수를 하며 내가 대학에 다닐때 용돈을 주고 옷을 사주었다. 그땐 집을 떠나 언니와 자취 했는데 밥을 하고 청소를 하는건 언니 몫이었다. 아무도 내게 밥을 하거나 청소를 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언니는 결혼초에 잠시 고생을 했지만, 지금까지 전업주부로 세 아이를 키우면서 마음껏 누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만약 언니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살고 있다면 미안했을 것이다. 

 

소설 '선화'는 작가의 전작에 비해 많이 부드러웠고 많이 따뜻했다. 여전히 소외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다루었지만 극한 상황으로 치닫기 보다는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며 해피앤딩의 결말을 맺었다. 화염상모반을 앓고 있는 선화는 오른쪽 얼굴이 검붉은 반점으로 뒤덮여있어 어릴때부터 숨어 지내는 아이였다. 선화가 겪었을 상처에 마음 아팠다. 내 오른쪽 다리에도 제법 큰 선홍빛 반점이 있다. 한때는 수영장 가는 것을 꺼려했고 미니 스커트를 입을때면 파운데이션과 파우더를 듬뿍 바르고 다녔다. 가끔 얼굴에 붉은 반점이 있는 사람을 보면서 그나마 나는 잘 보이지 않는 다리에 점이 있음을 감사했다. 혹시 유전일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태어났을때 가장 먼저 한 일은 몸에 붉은 반점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선화는 학교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할머니에게도 구박받는 천덕꾸러기였다. 가족 앞에서는 천사의 얼굴을 하고 착하게 굴던 언니는 선화만 있는 자리에서는 이중인격자가 되어 선화를 구박하고 모질게 대한다. 선화의 가방에 책을 빼내고 화침으로 채운 날, 선화는 그 화침으로 언니 얼굴에 큰 상처를 남긴다. 그나마 선화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던 엄마는 자살을 한다. 선화는 엄마가 하던 꽃집을 운영하며 독학으로 꽃꽂이를 배우고 제법 예쁜 꽃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기쁨을 준다. 영흠에게 풋사랑을 느끼기도 하지만 선화 곁을 지키고 있는 왜소증의 병준이와 한줄기 햇살이 비친다. 불 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랑이 서로에게 필요하다. 언니와의 관계도 조금씩 회복되며, 꽃을 통해서도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책이 얇아 몇시간만에 다 읽었지만 오랜 여운이 남는다. 언니, 가족, 상처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아이, 신랑 등 내 가족만 챙기기보다는 주변의 소외받는 사람들을 더 따뜻하게 안아 줘야겠다는 긍정의 에너지도 생긴다. 얼마전 중앙도서관 강연회에서 들은 "남의 장점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내 장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박웅현 CD(Creative director)의 말도 떠오른다. 선화가 성형수술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현재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것이라는 믿음이, 희망이 생긴다. 

 

작가는 꽃집을 운영하는 선화를 통해 여자의 로망인 '꽃집아가씨'의 꿈을 이룬듯하다. 하늘거리는 연분홍빛 리시안셔스, 보랏빛 수국, 노오란 프리지아, 장미를 닮은 크림색 라넌큘러스를 조합한 다발은 생각만으로도 사랑스럽다. 책을 덮고나니 꽃을 선물 받고 싶어진다. 아니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 

 

문득 언니가 보고 싶다. 지금도 내게 한없이 베풀어주는 희생적인 언니. 내가 하나를 주면 둘, 셋을 해주는 착한 언니. 나는 지금도 언니에게 옷이나 가방을 사달라고 투정 부린다. 나보다 해외를 더 자주 나가는 언니 모습이 보기 좋다. 얼마전 터키 여행을 다녀오면서 내 선물도 챙겨왔다는데 핑계겸 이 책이랑 꽃다발 사들고 찾아 가야겠다. 언니야 사랑해! 늘 내 편으로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ek0501 2014-10-08 14:01   댓글달기 | URL
세실 님은 좋겠다.ㅋㅋ 저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릴 땐 여동생이 있는 친구가 부럽더니 이제 나이 먹고 보니 늘 내 편이 되어 줄 것 같은
언니가 있는 친구가 부러워요. 세실 님은 그런 언니도 있고 무슨 복이래요...

저는 다리가 마르고 못 생겨서 미니스커트를 못 입으니 세실 님처럼 파우더 바르고라도 입을 수 있는 게 부럽네요.
정말이에요.

에세이를 읽느라고 소설을 못 읽었는데 저도 소설을 읽어야겠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세실 2014-10-08 16:54   URL
언니가 있는것도 참 복이죠?
울언니는 부모님께도 저에게도 참 잘해요. 정도 많고, 배려심도 깊고.....
제가 복이 참 많죠?
딸내미가 `엄마는 좋겠다. 언니 있어서....`하는데 찡하네요.

이런....파우더가 지워져서 옷에 얼룩이 묻어나고, 오후 되면 파우더도 다 지워진답니다. 사람들이 ˝어머 그거 뭐야? 멍이야?˝ 하면서 유심히 볼때 ˝아냐 점이야....˝ 하면 측은하게 바라보는 눈길도 싫었어요.

이제는 뭐 핫팬츠에 당당히 맨 다리도 드러내고 다닌답니다^^

다락방 2014-10-08 15:26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글은 평소의 페이퍼에서도 느끼는 거지만 참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언제나 쉽게 읽히는 터라 아, 역시 도서관장님은 글쓰기부터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이 책을 읽고 기본적으로 `따뜻해졌다`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바깥으로 표현해내는 바는 저와 이토록 다르네요. 잘 읽었습니다, 세실님.

세실 2014-10-08 16:57   URL
어머 감사합니다^^
요즘 서평쓰기에 한계를 느꼈거든요. 매일 똑같은 스타일도 식상했구요.
나름 쉽게 쓰려고는 노력했답니다. 난해한 단어를 싫어해요.
전 님의 글을 읽으면서 참 맛깔스럽게, 감정도 풍부하게 잘 쓰시는구나 부러웠답니다. 가끔 욕이 튀어나올땐 웃기도 하면서....그만큼 솔직하신거죠.
우리 서로 윈윈하는 사이? 아 힘나라~~~~

수퍼남매맘 2014-10-08 18:25   댓글달기 | URL
제 이름이 책 제목이라니... 꼭 봐야겠는 걸요.
세실 님 언니 이름과도 같다니 반갑네요.
이름 때문에 제 별명이 선화공주잖아요. ㅎㅎㅎ

세실 2014-10-10 09:51   URL
동명이면 더 와 닿으실듯요^^
언니 이름도 선화, 제게 붉은 반점이 있어서인지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어요.
울 언니 별명도 선화공주^^ 지금은 아닌듯요 ㅋㅋ

2014-10-08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0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4-10-09 12:39   댓글달기 | URL
코끝이 찡해져요. 저도 연년생의 여동생이 있는데 저는 관계가 역전되서 여동생이 저한테 양보도 많이 하고 베풀기도 많이 하고... 그런 언니가 있는 세실님이 한없이 부럽기도 하고 저도 그런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갑니다.

세실 2014-10-10 09:56   URL
그쵸? 저도 몸에 점이 있어서인지 얼굴에 상처 있는 사람 보면 유독 마음이 쓰여요.
얼마나 힘들었을까......
울 언니는 정말 천사예요. ㅜㅜ
그래서 더 복을 받는다는 생각도 합니다. 전 좀 이기적이거든요.
블랑카님은 말씀만 그렇지 동생한테 잘하실듯요. 따뜻하시잖아요~~~

hnine 2014-10-09 12:48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소설이 나왔네요 ^^ 사러가야지~
가족. 모든 문제와 상처의 근원이자 치유의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수위가 좀 부드러워졌다는 말씀에 휴, 안도의 숨도 내쉬면서, 또 한편 그녀만의 개성이 어떤모습으로 달라져있을까 궁금증도 생겨요.

세실 2014-10-10 09:57   URL
이 책은 전작보다 훨씬 부드럽고 따뜻해서 좋아요.
나이가 들어가며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여유도 생기죠. 나이 먹는 기쁨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외계층의 아픔을 포장하지 않고 민낯으로 드러내요^^

순오기 2014-10-10 06:06   댓글달기 | URL
세실님과 작가님 만나기 전에 이 책을 읽고 가야겠네요.
작년에 사인본 받은 <환영>도 몇 달이 지난 후 읽었는데...

세실 2014-10-10 09:58   URL
제가 그 날 사드릴까 했는데 미리 읽고 오시면 더 좋을듯요.
그날 이 책으로 토론해도 좋겠어요^^
이 책은 얇아 마음만 먹으면 금방 읽어요.
아 바람직한 5공주 모임. ㅎㅎ

프레이야freyja 2014-10-11 11:35   댓글달기 | URL
ㅎㅎ 바람직한 선 자매
저도 읽고 갈게요. 언니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해요. 난 맏이라..
그나저나 언니분 터키 잘 다녀오셨네요. 터키 요즘 급감이래요, 위험해서.
12월초 예정하고 있는데, 어째야될지... 그땐 나아지려나..

세실 2014-10-13 09:58   URL
그쵸? 여동생도 좋지만 언니가 있으면...막 투정도 부리고, 의지가 되요^^
받아도 덜 미안하고. ㅎㅎ
그렇구나. 울 언니는 성격이 굉장히 낙천적이랍니다. 그런거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ㅎ
고 2 딸내미 두고 형부랑 같이 9박 10일로 다녀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