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에서 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6년쯤 되었나 싶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한 동호회에서였습니다.
넷상에서 만난 지 2년쯤만에 처음으로 얼굴 봤습니다. 그리고 정말 1년에 한두 번밖에 못봤죠. 최근엔 모임이 생겨서 한달에 한두 번씩 얼굴을 보게 되었지만요.
며칠 전에 이 모임에서, 만원씩 걷을 일이 생겼습니다. 그녀가 어렵게 꺼낸 말이라서 빨리 보내야 하는데... 그런데 하필 제가 가진 돈이 똑 떨어졌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어딜 가게 되어서 가진 돈 박박 긁어 보내고, 일주일쯤을 천원 짜리 몇 장으로 버텨야 하게 되었죠. 버스비며 뭐며 요즘은 다 카드로 가능하니까,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습니다. 급하면 현금서비스라도 받을 수 있으니까.(아직 카드 정지는 안 되었으니까 ^^)
어쨌든 그녀에게 이러저러 여차저차 사정 설명을 했습니다. 늦어서 미안하다구, 다음주에 보내겠다구요.
그런데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통장 확인해보라구.
그녀의 이름으로 5만원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갑자기 아이들이 뭐라도 먹고 싶어하면 어떡하느냐고, 비자금으로 쓰랍니다.
그녀가 사는 형편도 뻔합니다. 좁은 아파트에서 시어머니까지 다섯 식구가 복닥거리면서 살고 있지요. 아이들 학원 하나 보내지 않고 말이죠. 신용카드 한 장 없는 친구입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겠다고.
그런 그녀가... 돈을 보냈더라구요. 내 주변머리로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걸 확인하고... 지금 내내 눈물이 흐르네요.
내가 전생에 아주 죄가 많지는 않았던 모양이구나, 그러니 이런 친구를 내게 주셨구나...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친구 갖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