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에서 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6년쯤 되었나 싶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한 동호회에서였습니다.

넷상에서 만난 지 2년쯤만에 처음으로 얼굴 봤습니다. 그리고 정말 1년에 한두 번밖에 못봤죠. 최근엔 모임이 생겨서 한달에 한두 번씩 얼굴을 보게 되었지만요.


며칠 전에 이 모임에서, 만원씩 걷을 일이 생겼습니다. 그녀가 어렵게 꺼낸 말이라서 빨리 보내야 하는데... 그런데 하필 제가 가진 돈이 똑 떨어졌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어딜 가게 되어서 가진 돈 박박 긁어 보내고, 일주일쯤을 천원 짜리 몇 장으로 버텨야 하게 되었죠. 버스비며 뭐며 요즘은 다 카드로 가능하니까,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습니다. 급하면 현금서비스라도 받을 수 있으니까.(아직 카드 정지는 안 되었으니까 ^^)


어쨌든 그녀에게 이러저러 여차저차 사정 설명을 했습니다. 늦어서 미안하다구, 다음주에 보내겠다구요.


그런데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통장 확인해보라구.

그녀의 이름으로 5만원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갑자기 아이들이 뭐라도 먹고 싶어하면 어떡하느냐고, 비자금으로 쓰랍니다.


그녀가 사는 형편도 뻔합니다. 좁은 아파트에서 시어머니까지 다섯 식구가 복닥거리면서 살고 있지요. 아이들 학원 하나 보내지 않고 말이죠. 신용카드 한 장 없는 친구입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겠다고. 

그런 그녀가... 돈을 보냈더라구요. 내 주변머리로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걸 확인하고... 지금 내내 눈물이 흐르네요.

내가 전생에 아주 죄가 많지는 않았던 모양이구나, 그러니 이런 친구를 내게 주셨구나...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친구 갖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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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7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8-1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운 친구네요. 저는 그런 친구일까요? 아, 찔려...

숨은아이 2005-08-1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그렇고, 제가 게으름 피우느라 아직 책을 안 부쳤어요. 내일 나가는 길에 꼭 부칠게요. 죄송. ^^;;;

2005-08-18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5-08-18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친구를 두셨군요. 부러워요...

로드무비 2005-08-18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금, 5만 원!
부럽습니다.
저도 시집 가면서 30만 원 주고 간 친구가 있어요.
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녀도 가난했는데.^^

2005-08-18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5-08-18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갑자기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맞아요. 이런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하는데....

호랑녀 2005-08-18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젤 먼저 와서 속삭여주신 분... 그런 친구가 있으시군요. 같이 감사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숨은아이님... 책은 급한 거 아니구요, 제 생각엔 숨은아이님도 만만치않아 보입니다. (아마 제가 좋아하는 숨은아이 옆지기님두...)

새벽별님... 제 친구 마음 참 이쁘죠?

숨어계신 님... 왜 숨으셨지? 우쨌든... 받는 사람의 기분까지 그렇게 생각해가면서 해주셨다니 정말 대단해요. 저는 그런 거 참 잘 못하거든요. 보기는 푸짐하게 생긴 아줌마인데, 속은 많이 메말라있나봐요. 받는 건 잘해요... 넙죽넙죽...ㅜㅜ

아영엄마님... 부럽긴요. 아영엄마님도 그런 친구잖아요. 우리 친구들에게 책을 그리 보내주신 걸 보면... 만만치않은 분이여요 ^^ (참 그 친구들이 아영엄마님 위해 기도한다구 했는데... 든든한 빽이죠?)

로드무비님... 제 기분.... 아시겠네요. 눈물나게 고마운 친구... (그럼 제 성은 뭐게요?)

따우님... 제가 얘기했잖아요. 머리 이쁘다구. 그런데 살림하면서 아이 키우면 절대로 못쓰는 돈이라구... 그래서 난 따우님이 무지 부러웠어요. 요즘은, 가끔... 다시 태어난다면 그냥 혼자 멋있게 살아도 좋겠다 그런 생각 들어요. 결혼하고 10년 지나니까...(살만큼 살아봤다 이거지...)

세실님... 부끄럽긴요. 세실님도 성당에서 도서관에서 봉사 많이 하시잖아요. 이제 제가 문제죠. 늘 받기만 하고 줄 줄 모르는 제가 문제죠...ㅜㅜ

2005-08-19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랑녀 2005-08-2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잠시 어디 다녀오느라고 이제야 봤습니다. 숨어계신님 알겠습니다 ^^
우쨌든 제가 늘 많이 배웁니다. 진짜로 함 뵙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