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중이였어요. 인문학스터디를 함께 할 수 있다는 메일을 받은 것은... 헉~!! 소리나게 기뻤던 것도 잠시, 여행중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날짜 계산을 해보니 다행스럽게도 돌아오는 날 저녁이더군요. 뭐 멀리 여행을 갔던 것은 아니었구요.. 그렇지만 어쨌든, 첫강의가 있는날을 여행계획에 잡았다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내가 스터디에 함께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접고 있었다는 거죠.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기회가 나에게 오겠나... 하는 의심을 버리지 않은 거죠.
사실은 올 겨울, 가족여행으로 인도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아이가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길게 여행을 갈 수가 없게 되었어요. 아마도 인문학스터디를 함께 하게 될 나의 운명이었나 봅니다. ㅎㅎㅎㅎ 채운 선생님 말씀대로 매일매일이 '사건'일 수 밖에 없는 좌충우돌 저입니다.
어쨌든 인도여행을 다음기회로 미루고 아쉬운대로 2박3일을 여행기간으로 잡고, 아이가 좋아라하는 KTX를 타고 내가 좋아라하는 부산엘 갔었어요. 몇차례 다녀온 부산이라 특별날 것도 없는 여행이었는데 의외로 자갈치 시장을 처음 가본 아이가 미친듯이 좋아라 하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한테는 보수동 헌책방 거리를 다녀왔다는 것이 무척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헐레벌떡 KTX에서 내리자마자 툴툴거리는 남편과 아이와 작별인사를 하고 홍대거리로 달렸습니다. 조금은 기가 죽었던 것도 같아요. 최근에 홍대거리를 밟아본 일이 없었거든요. 달라도 너무 달라진 거리와 무엇인가 생각거리가 많아뵈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보며 조금은 많이 기가 죽은게 확실해요. 그러나 강의가 시작되고 저 자신이 강의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행복하다'라는 느낌말고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지금도 잘 모르겠네요.
'지금까지의 나를 부정하고, 나를 벗어나 나와 세상을 조망해 볼 것'..... '부정은 일생동안 계속될 것'... 어제 강의를 제 방식으로 재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