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중이였어요. 인문학스터디를 함께 할 수 있다는 메일을 받은 것은...   헉~!! 소리나게 기뻤던 것도 잠시, 여행중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날짜 계산을 해보니 다행스럽게도 돌아오는 날 저녁이더군요. 뭐 멀리 여행을 갔던 것은 아니었구요..  그렇지만 어쨌든, 첫강의가 있는날을 여행계획에 잡았다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내가 스터디에 함께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접고 있었다는 거죠.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기회가 나에게 오겠나... 하는 의심을 버리지 않은 거죠. 

사실은 올 겨울, 가족여행으로 인도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아이가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길게 여행을 갈 수가 없게 되었어요. 아마도 인문학스터디를 함께 하게 될 나의 운명이었나 봅니다. ㅎㅎㅎㅎ 채운 선생님 말씀대로 매일매일이 '사건'일 수 밖에 없는 좌충우돌 저입니다.  

어쨌든 인도여행을 다음기회로 미루고 아쉬운대로 2박3일을 여행기간으로 잡고, 아이가 좋아라하는 KTX를 타고 내가 좋아라하는 부산엘 갔었어요. 몇차례 다녀온 부산이라 특별날 것도 없는 여행이었는데 의외로 자갈치 시장을 처음 가본 아이가 미친듯이 좋아라 하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한테는 보수동 헌책방 거리를 다녀왔다는 것이 무척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헐레벌떡 KTX에서 내리자마자 툴툴거리는 남편과 아이와 작별인사를 하고 홍대거리로 달렸습니다. 조금은 기가 죽었던 것도 같아요. 최근에 홍대거리를 밟아본 일이 없었거든요. 달라도 너무 달라진 거리와 무엇인가 생각거리가 많아뵈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보며 조금은 많이 기가 죽은게 확실해요. 그러나 강의가 시작되고 저 자신이 강의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행복하다'라는 느낌말고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지금도 잘 모르겠네요. 

'지금까지의 나를 부정하고, 나를 벗어나 나와 세상을 조망해 볼 것'..... '부정은 일생동안 계속될 것'... 어제 강의를 제 방식으로 재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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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2010-01-18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일상과 타성을 깨부수셨으니 '행복한' 재현의 세계가 기다릴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셔요.

비의딸 2010-01-20 00:18   좋아요 0 | URL
네.. 인문학 공부는 이제야 시작하지만 제 모토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아니라, 행복하게 살자거든요.. 힛!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산 좋아해요. 한때 부산에서 살기도 했는데, 보수동 헌책방 거리를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라 직접 가보지는 못했어요. (아... 지금 당장 가고 싶어지네요)

마지막에 요약해주신 강의 내용을 들으며 저는, 거장들은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유명 소설가나 작곡가.

흔히 비평가들은 어떤 예술가의 후기 작품에 대해 '매너리즘', '자기복제' 등의 비판을 하잖아요. 결국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 온 '나'에 갇혀 버린 것인데, 그걸 깨는 것이 진정한 거장이겠지요. 하지만 그 분들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껏 자기가 쌓아올려 성취한 것을 깨고 나아가는 건 쉽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만족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투덜댈 뿐이면서도 꼭 쥔 주먹은 놓지 않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사실 새로운 걸 잡으려면 일단 주먹을 펴야 할텐데요!

비의딸 2010-01-20 00:17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 손가락을 하나씩 펴보려해요. 주먹을 단번에 펼치지 못하는 건 약간의 두려움 내지는 설레임..때문일꺼에요. 금요일밤이 무척 기다려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