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그러셨죠? 

이미 개념을 깬다는 것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더이상 똑같이 살순 없을거라고요(제가 이해한 것은 이랬습니다..) 

아마 제가 그리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눈멀고 귀멀어 못보고 못들었던 것들이 그 짧은시간 강의를 통해서 자꾸 보이고 들리기 시작하니까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언제부터인가 어렴풋이 느끼긴 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건 좀 이상하긴 한데 하면서도 다들 이렇게 하니까 그냥 해야지.. 하며 넘겼던 것들이 사실은 절대진리는 아니라는 것을요.. 하지만 의문을 가지면 안될것 같은 묘한 죄책감에 그냥 억누르며 살았었는데 그럴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아예 부정을 하라 하셔서 아주 용기가 많이 났습니다) 을 느끼는 순간 숨이 확 쉬어졌습니다.  

생각해보면 전 대학졸업전까지는 반골기질이 다분한 사람이었는데(전공도 사회학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여자다워져야하고, 회사원다워져야하고, 아내다워져야하고, 딸다워져야하고 나이값을 해야하고 등등의 굴레에 점점 갖혀버려 이젠 제 스스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수준까지 가게 된 것 같습니다.  주변사람들의 기대와 요구에 맞춰 사느라 저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착하고 일잘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에 묶여 허덕대고 있는 제 모습을 명확하게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조금 버겁다는 느낌 정도 였는데... 그렇게 사는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에게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을 무의식중에 느껴서였는지 이렇게 인문학이라는 분야에 관심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들뢰즈나 푸코같은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재현이나 사유라는 말도 사실 평소생활에선 사용할 일이 없고요.(저의 지인이나 회사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제가 어디 아프다고 생각할겁니다. 아마도.. ) 이렇게 문외한인 저 조차도 다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저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신 선생님꼐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원에서 홍대까지 그것도 붐비는 금요일에 다닌다는 것이 너무 무모한 결정이고 욕심이 아니었나 고민했던 순간들을 다 날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의 들어가기 전 반밖에 못 읽었던 호모아르텍스 오늘 내로 다 읽어치우고 진짜 교재를 붙잡아야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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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2010-01-16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원에서 홍대까지 강의 들으러 가는데 반갑네요! 공감합니다. 저도 대학 졸업후 점점 맞지도 않는 사회의 틀에 스스로를 맞춰가며 이게 맞는 길인가 고민하고 자주 회의에 빠졌었는데 어제 강의를 듣고 통쾌한 기분까지 들었어요.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되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koooo 2010-01-18 15:47   좋아요 0 | URL
수원 어디서 다니세요? 전 아주대에서 출발입니다. ^^ 이렇게 제가 하는 이야기 들어주시고 네 말맞다고 해주시는 분들만 계셔도 이렇게 든든한 느낌이 들다니.. 처음부터 이렇게 혼자 배가 불러도 되는건지 은근 겁이 나네요..^^

돌이 2010-01-1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히들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사는 사람을 '어른스럽다'고 평가하죠. 다들 그렇게 살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면서도, 정작 그게 행복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걸 보면 우리는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재현의 몸짓을 타고 나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채운 선생님은 물론이고, 앞으로 강의를 맡아주실 선생님들의 면면을 보면 기대와 흥분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koooo 2010-01-18 15:45   좋아요 0 | URL
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날때부터 재현의 몸짓을 타고났다는 말.. 정말 공감합니다. 사실 제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저의 이런 생각이 '반대를 위한 반대'정도로 밖에는 안보이는가봅니다. 그냥 까탈이고 배부른 투정이라는 핀잔만 잔뜩 듣고 살았었는데.. 강의를 듣고 한번. 님들의 글을 보고 또 한번. 정말 용기 많이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

froghong 2010-01-1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수원에서 오시다니.....화이팅입니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고 또 그것으로인해서 기뻐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우리 서로 격려하며 함께 공부해 보도록 하죠..저도 저의 단순함이 이 강좌를 마칠때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속에 빠져 있습니다.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를 더 하다보면 언젠간 채운 선생님처럼, '아프냐'고 보는 주위의 시선에 지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공부의 내용을 전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고 모두가 바뀌는 그런 공부. 행복한 공부. 사실 이 공부방도 그런 기획의... 일종의 첫발이었다고... 나름 자평. (물론 부족하지만요ㅜㅜ)

결론은, 열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