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와 관련돼, 마지막으로 질문을 했던 사람입니다....ㅎㅎ

음, 정확히 얘기하자면 질문이라기 보다는 우려섞인 마음에서 무언가 확인을 하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철학강의라는 거, 이렇게 여러 사람들과 강의를 들어본 게 대체 몇년만인지... 15년 쯤 되었을까요?  

극찬에 마지않던 후기 속 1강을 놓쳐버리고, 뒤늦게서야 자리하게 된 채운선생님의 두번째 강의, 좋았습니다. 

차이의 사유에 대한 대목이 참 좋았고, 특히나 모네의 그림들과 곁들여 들려주신, 지금여기의 감각, 진실은 다만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고 호흡하고 감각하는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철저하게 지금 이 순간의 진실에 의지해, 현재형을 살아갈 뿐이다는 메시지는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듯한 서늘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지요. 

후기를 올려주신 다른 분들의 글을 열심히 읽으며, 아, 지난번 내가 들었던 강의가 저토록 심오하고도 어려운 내용이었구나, 감탄하며 내 맘대로 편하고 쉽게 해석해버린 선생님의 메시지가 혹 왜곡된 게 아닐까 심하게 의심하면서도, 그래, 아무렴 어떠랴~ 내가 듣고 느끼고 깨닫는 것만이 진실일진대, 누가 내게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 있으랴 하는 배짱으로 스스로의 무지를 위로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날 시간이 없어 최대한 빨리 질문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말이 빨랐던가요? 화가 날 이유도 없고, 화가 나지도 않았는데, 화내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적이 당황했습니다. 아무래도 마음도 급하고 긴장도 하고 해서 다들 제가 화가 난 것처럼 느끼셨나봐요. (뭐, 프로이트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날 건 없었습니다.) 

다만, 첫번째 질문자의 프로이트의 구순기/항문기/ 등등의 개념 또한 재현의 사유냐는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이 알쏭달쏭했던 건 사실입니다. 

제 기억에 의하면, 그 역시 재현의 사유다라는 전제와 함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비판하셨는데, 그 비판의 근거를 짧은 선생님의 답변에서는 캐치해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기억나는 건, 강남에 줄줄이 걸려있는 신경정신과 간판들(자본에 잠식된 정신분석을 애기하시며)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적 부모상에 관한 개념의 횡포(이렇게 이해했습니다), 아이들을 순식간에 착 가라앉게 만들어버리는 신경안정제의 남용들을 열거하시며 차라리 정신과에 가서 주저리주저리 하소연할 거면 친한 친구를 붙잡고 수다를 떠는 게 훨씬 더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의견을 피력해 주셨지요. 제 기억이 맞다면요

이때부터 제 가슴이 불안정하게 뛰었습니다. 혼란스러웠거든요. 선생님의 저 얘기는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한 비판인가, 심리학에 대한 비판인가,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전반에 대한 비판인가, 신경정신 의학에 대한 비판인가 심리치료에 대한 비판인가. 지금도 사실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분명한 인상은, 아무튼 정신분석, 심리학 뭐 이런 것을 싸잡아 매도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네,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요. 그런데도 납득할만한 근거를 도무지 찾아낼 수 없으니, 선생님의 의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일순간 혼란스럽고 긴장되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결국,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그 여성의 질문에 이르러서는, 뭔가 가슴이 퍽 막혀왔습니다, 아니, 가슴이 퍽하니 아파왔다는 것이 맞을테지요. 만약 제가 질문하셨던 분의 상황이었다면, 저는 분명 분노했을 테니까요.  

저는 그 여자분도 저와같은 혼란스러움 속에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찌할 수 없는 내면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나름의 노력을 하고 계신 상황에서, 선생님이 던져주신 짧은 단서들로는 도저히 내용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으리라 봅니다.  

이건 누군가 얘기한 것처럼, 프로이트를 신봉해서도 아니고 정신분석의 위력에 대한 반증도 아닙니다. 다만 선생님이 하신 그 코멘트의 근거를 알아채지 못하기에 혹 알지 못하기에 도대체 저게 뭔 소리인가, 그런 심정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 당혹스러움을 달래줄 납득할만한 답을 얻고 싶었던 것일테지요. 순전 저의 투사일지는 모르지만 그날의 저는 그랬으니까요.  

이제 와서 이렇게 구구절절 지난 일을 쓰는 이유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떤 점 때문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뻥'이 되었는지를 좀더 알고 싶어서입니다. 어느분 글 속에, 정신분석은 '뇌의 메커니즘'이 발견되면서 완전히 '뻥'이 되어버렸다고 한 거 같은데 혹 그 부분에 대한 책이나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알기로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정신과 의사에게 '정상/비정상'을 진단할 권리와 권위를 정신의들에게 이양함으로써  그 이후 정신분석이 자본주의적 권력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에 대해 비판이 있다는 점과 또 프로이트의 무의식에 대한 이론 또한 지난 시대의 기념비적 유물로써 기능할 뿐이라는 점, 사르트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의식을 핑게로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게 한다고 하여 비판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모두 선생님이 강의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서로다른 관점에서의 진실이라 봅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정신분석 비판은 이정도뿐이어서, 이것만으로는 선생님의 답변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 궁금증과 답답함을 풀어줄 무언가를 찾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요점은, 그날 마지막 질문시간에 나온 프로이트에 대한 얘기들을 누군가 정리해서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씀. 번거로우시면 참고자료를 올려주시는 것도 환영이구요. 혹시 제가 뭔가를 톡톡히 오해하고 있는 거라면 그 부분에 대한 깨우침도 언제든 환영이구요..(무식한 건 죄가 아니잖아요...ㅜ.ㅜ) 많은 가르침 부탁드릴게요...꾸벅...^^ 

아,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 제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간관계상 선생님께서 서둘러 답변을 해주셨지요. 심리학이든 정신분석이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쪽을 활용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내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으면, 나는 지금 현재의 '장'을 바꾸겠다는 말씀. 그 말씀은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아는데, 제가 궁금한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는 것과 때문에 제 질문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답을 해주셨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혹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선생님이 프로이트를 매도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선생님 입장이라면 나는 이렇게 하겠다, 이런 얘길 했을 뿐인데, 당신이 내용을 오해해서 화를 냈다 이런 식으로 오해!하시지는 마시길.  

사실 선생님이 그렇게 답변하시는 통에, 막판에 정말 김이 샜다는. 이렇게 마무리를 할 거면, 처음부터 이렇게 얘기하셨으면 그 열띤...ㅎㅎ 프로이트에 관한 질문들은 없었을 테니까요. (아직도 그 질문을 프로이트에 관한 거라고 해야 할지도 의문이지만)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인데, 선생님의 '장'을 바꾼다는 방법은, 심리학 중 게슈탈트학파의 이론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제가 알기에 대부분 모든 심리학의 주요메시지는 '지금 여기'를 살라!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요......아무튼 귀중한 답변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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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ghong 2010-01-2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수유너머 강원(070-7799-5877)의 채운 선생님께 직접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무래도 채운선생님이 답변을 주시는게 필요할 듯해서요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답변을 주실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토요일에도 근무인지라...) 질문시간이 저녁 10시를 넘어가면서 시계를 열심히 봤던 사람입니다..다음날에 대한 부담이 크거든요...하지만 님의(어떻게 부를지 몰라서요..용서하시라) 질문이 화가 난듯한(?) 질문이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단지 말이 조금 빠르구나 하는 생각만 했죠..그러니 그건 오해 안하셔도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전공상(정신과의사는 아니지만 직업이 의사입니다..대학원에서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구요) 프로이드니 융이니..뭐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잠깐 배웠지만 ..저도 질문자가 알고 있는 정도라 뭐라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의 한계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답니다. 아마도 그런 부분을 건드려주신게 아닐까 싶구요..제 옆의 여자분이 공황장애를 이야기 하면서 질문했던 건....저도 이해를 합니다...아무리 나의 장이 바뀐다고해서 사회적인 구조(나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가족이나 직장이나 등등..또 사회구조적인 억압구조들)적인 장이 바뀌지 않는데 어떻게 내가 그 안에서...재현의 사유를 넘어서 사유 할 수 있을가에 대한 것 역시 저도 동감합니다...이건 마치 (죄송합니다..제가 교회 다니는 사람인지라..이런 예를 듭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빵을 줄 것이나 아니면 복음을 줄것이냐에 대해서 청년시절부터 고민했던 부분과 맞아 떨어집니다(조금 다르긴 하지만요) 빵을 주자는 쪽은 민중신학쪽으로 갔고 복음을 주자는 쪽은 그냥 교회에 남아서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도외시 한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놓고 마치 그것이 모든 인것처럼 이야기를 하죠...일설하고....하지만 채운선생님의 1강,2강을 종합해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재현의 사유를 넘어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거죠...그게 불합리해 보일지라도..또 그게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말입니다..그게 우리의 삶에 대한 태도라고 전 받아 들였습니다. 죄송합니다..저의 이해가 부족해서 그럴수도 있지만요...음~~채운샘이 어떤 답을 주실지..기대해 봅시다..이거 조만간 우리팀이..수유너머 사무실을 한번 찾아가서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눠야 할듯 합니다..ㅎㅎ

붉은루핀 2010-01-26 17:47   좋아요 0 | URL
이렇게 마음써주시다니, 감사드려요~ 채운 선생님의 귀한 코멘트는 다 froghong님 덕분입니다..ㅎㅎ 이번 스터디를 통해서, 일상의 삶속에서도 매몰되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구나 느끼면서 스스로도 더욱 고무되고 고양되는 느낌입니다. 또한 내삶에 대한 책임도 더해지는 듯한 느낌이구요.
아무튼 이렇게 귀한 분들과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게 된 것,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동기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번 스터디를 좇아가볼 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froghong 2010-01-2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름을 보니까 1강때 주차 공간을 못 찾아서 집으로 돌아가셨다는 분이시군요...지금 붉은 루핀님의 글을 프린터 해서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저도 나름 고민해 볼께요.. ...

채운 2010-01-26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의사샘께서 간곡히 말씀해주시더군요. 요 사이트에 들어와서 답글을 달아주었음 하구요. 하하 보살이십니다. 음, 제가 차시간만 아니었대도 그날 얘기를 마무리짓고 오는 건데, 시간에 쫓겨 서둘러 마무리하고 말았습니다. 붉은 루핀님 표정을 보고 알았습니다. 제 대답이 매우 석연치 않았다는 것을요.^^
지금 질문하신 것에 대해 제가 장황하게 대답을 할 능력은 없구요(-_-;;)
다만, 제가 저질러 놓은 말들에 대해 답변드리는 것으로 하지요.

프로이트의 심리학이 재현적인 것이냐고 물으신 것에 대해.
물론, 프로이트의 심리학 전체를 '재현의 사유다'라고 한마디로 평가할 수 없지요.
다만 제가 말씀드린 것은, 프로이트의 심리학에 의존하고 있는 정신분석학에도 여러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과,
그 중에서 무의식을 '표상적으로' 해석하는(어떤 행위나 언어를 무의식의 '표상'으로, 특히 가족주의적 표상으로 환원하는) 정신분석학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씀드렸던 겁니다. 그 예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정신과 클리닉'에 대해 제가 갖고 있는 회의적 생각을 말씀드린 것이구요. 그러면서 '차라리'가 아니라, 좀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의미에서 '관계의 장'을 바꾸는 실험을 하시기를 권유하고 싶다고, 그게 정말로 주체적이고 궁극적인 '치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많이 아파본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 그 아픈 게 마음이든 몸이든(아니, 실은 이 두가지가 불가분하게 연동되어 있는 것이지요) 약만으로는 치유가 불가능합니다. 스스로를 돌파해 나가려는 용기와 실천이 없다면 약도 언젠가는 독이 되고 말지 않을까요? "저 벽을 넘어설 수가 없다면 벽 밑을 파서라도 가야 한다"라고,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반 고흐는 말했습니다. 그림을 통해 자신의 병을 건강으로 전환시키려고 했던 것이지요. 화가공동체를 꿈꾸면서 말입니다.

사실 제가 강의 중에 프로이트를 직접 언급한 기억은 없습니다. 다만 '표상'을 설명하면서 '표상적 무의식'에 대해 잠깐 언급을 했었지요. 첫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역사적으로 언급되는 고전과 사유 중에서 제가 함부로 폄하하고 무시해도 좋을 만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프로이트도 마찬가지지요.^^ 저도 그의 텍스트를 재미있게 공부했고, 그의 사상이 20세기에 다양하게 분기하는 양상을 보면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마르크스와 니체와 프로이트가 20세기 사유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몇 권의 책들이 있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들뢰즈와 가따리의 공저 <앙띠 오이디푸스>를 읽었던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입니다.
68년 혁명을 통과하면서 이들은 '무의식'과 '욕망'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유하지요.
제가 정신분석학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많은 부분 이 책에 빚지고 있습니다.
쉽진 않지만, 그리고 다분히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정신분석 비판과 관련해서 이 이상 가는 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의역학을 공부하면서 무의식의 문제를 몸과 관련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의식을 어떤 실체로서가 아니라 우주의 운행, 사유, 몸, 마음.. 등등의 문제와 함께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할까요. '나를 바꾼다'(전 이게 '치료'라고 생각하는데요)는 문제와 관련해서 제가 요즘 급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입니다. 제가 '관계의 장' 운운한 건 심리학이 아니라 이런 동양적 사유를 염두에 두고 드린 말씀이었습니다.(게슈탈트 심리학은 제가 아는 바가 없어서요-_-) 이건 혼자 공부하기가 어렵구요, 혹시 마음이 동하신다면 남산에 있는 연구실에서 세미나와 강좌를 강추해 드립니다.^^
어떤 사유들이 비슷한 용어를 공유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형성하는 사유와 개념이 사용되는 맥락이 전혀 다르다면, 그건 전혀 다른 개념이고 전혀 다른 사유들이지요. '지금 여기'를 살라고 하는 것도 그 맥락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겠지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답은 이 정도네요.
속 시원하진 않으시리라 생각되지만, 질문을 품고 지속적으로 열공(!)하시다보면 스스로 답을 구하게 되지 않을까요?
붉은루핀님의 고민이 묻어나는 질문 감사합니다.
고민하는 힘이 행위하는 힘이 되시길!
또 다른 인연장에서 또 다른 공부로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붉은루핀 2010-01-26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운 선생님! 이렇게 코멘트를 해주시다니, 감사드려요..^^ 역시 질문을 올리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첫강의를 놓쳐서 아마 큰 맥락속에서의 선생님 메시지를 놓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을 땐 분명 내가 모를 뿐 어떤 근거가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이리저리 검색해 보다 위에서 소개해주신 <앙티 오이디푸스>라는 책도 알게 되었어요.(근데 너무 어려울 것 같아, 읽는 건 엄두가 안나네요..ㅎㅎ)
제 경우, 10대 때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고 20대도 심리학의 이러저러한 책들에 의지해 왔고, 지금은 융과 신화, 꿈분석에 대한 관심에까지 이르렀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이 관심을 좀더 구체화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해 볼 예정이에요. 제가 공부하려고 하는 부분이 예술상담치료 쪽이다 보니, 아무래도 선생님 답변의 몇몇 뉘앙스에 대해 민감했던 것도 같구요.
아무튼, 위에서 다시 설명해주신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안심이 되는 기분입니다.(왜 '안심'이 되는지 모르겠군요..ㅎㅎ) 답변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 앞으로도, 책을 통해서 강연을 통해서 활발히 만나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froghong 2010-01-26 19:34   좋아요 0 | URL
우와~~예술상담치료라...저도 은근 관심이 가는 분야랍니다. 나름 상담도 공부했고...미술치료나 음익치료도 관심을 가지고 있답니다. 제가 부러워 하는 사람중 한분이시군요...그 관심을 많이 많이...나눠주십시오..

froghong 2010-01-26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운 선생님~~답변에 너무 감사 드립니다. 제가 혹시나 무례했던 것은 아니죠???!!! 직접 전화를 드리면서도 그게 걱정이었는데 흔쾌히 받아주시고 답변까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마음의 의사'라는 표현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동입니다....

blue0729 2010-01-26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h My God! 채운선생님까지 이렇게 답을 해주셨네요- 저도 붉은루핀님께서 질문하실때 약간 흥분은 하셨어도 화나셨다고는 생각안했답니다^^;; 너무 신경쓰시지 않아도 될것 같아요// 앙띠 오이디푸스 저도 봐야겠군요(들뢰즈라는 말에서,,, 주춤주춤하지만요ㅠ 과연 읽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요ㅋㅋ) 뇌과학에 대해 글을 올린건 저였는데// 저도 자세히 공부한 것이 아니라 책만 몇권 본지라 자신있게 대답은 못드릴거같네요ㅠ 크리스 프리스의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쉽고 부담도 없는 괜찮은 책인 것 같아요-인간의 정신활동은 뇌 작용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당연하지만 아주 기막힌 사실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또 행동주의부터 뇌과학까지 폭넓게 심리학의 분야를 다루는, (혹은 소설책같은ㅎㅎ) <스키너의 심리상자열기>도 좋은 것 같구요. 프로이트에 대해 정말 아는게 없지만,, 제게는 인간 정신작용을 욕망과 무의식이 아닌, 측정가능한 뇌 활동을 통해 분석하는 신경과학이 더 객관적이어 보이더라구요.. 기억은 뉴런(신경세포)의 네트워크 연합인 점에서 억압이나 무의식 같은 개념은 소용이 없어 보이더군요.. ㅠㅠ 아 공부를 더열심히 해야겠네요 이 부정확하고 안타까운 쥐꼬리 지식 ㅎㅎㅎ

blue0729 2010-01-2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종일 공부하는 입장이라 이런게 계속 보이네요 ㅎㅎ
도정일, 최재천 공저 <대담>에 11장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소설인가 과학인가" 입니다. 매우 쉬운말로 정신분석에 대한 인문학자와 과학자의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있더군요^^ 물론 정확한 지식을 통하지 않은 것이라 언제든 경계해야겠지만요- 그래도 도정일님과 최재천님의 책이니.. '권위에의 오류'를 저지르더라도 믿게 되네요ㅎㅎ

붉은루핀 2010-01-28 16:31   좋아요 0 | URL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소설인가 과학인가.. 제목이 굉장히 자극적이네요..ㅎㅎ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앎이 넓어지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인 거 같습니다. 저도 프로이트의 이론이 모두 옳다 그렇게 생각지 않는 사람입니다. 특히 그의 성욕을 중심으로 한 환원주의적인 이론들은 때론 (쎄게 얘기해서) 역겹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현대의 다양한 심리학과 관련 성과들이 그의 업적에 빚을 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요. 비판할 건 비판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며, 모든 과학이 그러하듯 또 프로이트의 이론을 딛고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는 거지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29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 은 미국 정신의학 협회에서 출판하는 서적, 일종의 정신질환 사례 및 진단명 모음? 인데, 몇년마다 개정 되고 있어요. 그때마다 내용이 추가/삭제 되지요. 주로 추가가 많지만... 이 말은, 몇 해 전에는 정신질환의 범주에 들지 않았던 것이 어느 순간 정신질환으로 분류 되기도 하고, 몇 해 전에는 정신질환이었던 것이 어느 순간 정신질환이 아닌 게 된다는 거죠. (<이상심리학>이라는 제목의 전공서적들이 DSM에 기반을 두고 있죠)

물론 이렇게 분류된 정신질환은 병병과 치료법을 갖게 되고, 그것은 주로 '약'이겠죠. 거대 공룡 제약회사가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 이 분류는 결코 자본과 떨어질 수 없는 거죠. 이런 관점에서 현대 정신의학을 비판하고 있는 책이 바로 <만들어진 우울증>이에요. 예전 같았으면 그냥 '수줍음이 많구나' 라고 생각했을 아이가 어느 순간 정신질환자로 분류되고, 치료를 받고 약을 사먹어야 하도록 만드는 현대 사회의 의학산업을 비판하고 있어요. <정신의학의 역사>는 말그대로 정신의학이 시대별로 어떤 양상을 띄고 어떻게게 변해왔는지를 소개하는 일종의 의학사인데, 역시 현대 정신의학을 '프로이트에서 프로작으로'라는 챕터로 비슷한 논조로 비판하고 있어요. 물론 현대 정신의학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오남용 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지요.

뇌과학과 프로이트에 관해서라면 <프로이트가 꾸지 못한 13가지 꿈>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프로이트가 말한 꿈(억압된 무의식이 꿈을 통해...)을 뇌과학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비판하는 책이에요. 참고가 되셨길. ^^;

분다 2010-02-0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렇게 열띤 토론이 진행되고 있을 줄이야.. 저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요기 나온 책들로 공부를 해보아야 겠습니다. 프로이트가 꾸지 못한 꿈은 무엇일까요...? 기대됩니다. ^^
 


어려서부터 모든 걸 의심했다.

등교해 교실에 앉아서는 '우리집과 부모님과 동생이 지금 사라졌을 수도 있겠구나, 지금 볼 수가 없으니...' 생각을 하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내 눈앞에 있는 것들도 환영일 수 있다. 사실 없는데, 내 눈앞에서만 어른거리며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지도 모른다'는 결론까지 내곤 했다. 영화 매트릭스도 나오기 전, 열 다섯 남짓한 어린 나이에 혼자 이런 생각들을 해냈다는 게 아직도 대견하곤 하다. 그래서인지 대학시절, 데카르트를 아주 쉽게 이해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다른 모든 것들은 환영이더라도, 우리집이 연기로 사라져버렸다 해도, 내 옆의 동료가 사실 내 눈에만 보이는 귀신이라 해도, 내가 입은 옷이 내 눈에만 녹색으로 보일 뿐 사실 투명한 그물과 같다고 해도, 이렇게 내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이 거짓이라 해도, 단 하나, '나는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으니 생각하는 '나'는 있구나. 하는 결론. 보이지 않는 걸 의심하다 못해 보이는 것까지 의심하는 날 보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것, 네 친구인 나도 연기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며 놀리던 절친 때문에 내가 이상한가보다 여기고 여러 해를 살아오다가 '네가 옳다'고 말해주는 데카르트를 만났으니 감격스러울 수밖에! (물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뒷편에 펼쳐지는 '신'의 존재 증명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딱 '코기토'까지ㅎㅎ)

'나는 있다'라는 기본적인 절대 진리(사유의 전제가 되기도 하는..)는 내 안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채운 선생님의 '재현이란 무엇인가' 강의를 들으며 지금까지 절대 진리로 생각해 왔던 '나는 존재한다'를 깨부수는 게 힘들었다. (책72p에도 나와있듯, '나'라는 보편적 실체를 천명하는 데카르트는 재현의 사유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사실, 2강 수업이 끝나면 이 부분에 대해 질문할 생각이었다. '데카르트가 '나는 존재한다'고 결론낸 것 자체가 오류인가요, 아니면 '나는 존재한다'를 사유의 기초, 근본으로 삼은 후 그 위에 다른 생각을 집 짓듯 올린 게 잘못인가요'하는...(다들 아시겠지만 프로이트, 과학, 의학 논란이 뜨거워 질문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수업을 마칠 때 즈음에 스스로 답변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생각한다'는 성립한대도 '나는 존재한다'는 성립하지 않으며,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를 '절대 진리'로 삼을 수 없는 듯하다. '나'라는 주체가 존재한다고? 피가 흐르고, 혈압이 변하고, 끝없이 숨쉬며 조금씩 늙어가면서 '나'도 계속 변하고 있는데 대체 무얼 '나'라고 일컫는가? 무엇이 '나'인지도 모르면서 '나는 생각한다'는 명제가 '나는 존재한다'로 이어진다고 믿고 이를 기초 진리로 삼아 그 위로 다른 논리들을 펼쳤다니 우습다. 그러니 곧 '나는 생각한다'는 참일 수 있어도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참일 수 없다. 더 올바르게 고친다면 '나는 생각한다'라는 말 속의 '나'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므로, 그저 '생각한다'만 참일 것이다.

이제 '나도 없다'. '나'도 없는 세상에서 '산다'. 그럼에도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우울해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살아가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동안 써 오던 말을 버리고, 당연하게 여기던 개념을 버리고, 옳다고 생각했던 가치를 뒤집으면서 진리가 없는 이 세상을 견뎌내야 한다. '철학을 하면서도 우울해하지 않고, 허무해하지 않고 살아가기가 쉽지는 않다'는 채운 선생님의 말씀에 위안을 받으며, 우울하고 허무하고 쓸쓸하기 쉽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지금' '여기'를 성실히 견뎌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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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0729 2010-01-2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의 경험에서 뒷바침 되어나오는 깨달음의 경로를 차근차근 잘 설명해주셔서^^ 많은 배움 얻어갑니다. 앗! 저도 어렸을 적에 매번 그런생각 했었는데 ㅎㅎ 제가 못보는 사이 저희 부모님과 동생이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나 내가 방금 지나쳐온 인도와 거리들이 다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을 수 도있다는 생각이요! ㅎㅎㅎ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철학자인가봐요 ㅎㅎㅎ

타갸 2010-01-25 23:31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전 또 제가 유달리 철학적인 인간인 줄로 알았네요. 하하 ^^;;; 다양하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이 모인 시간이어서인지 '토론'이라기보다 '강의'형식으로 진행되는데도 어딘가 모르게 유대감이 느껴지더군요. 남은 시간들도 기대됩니다. 더 넓고 깊게 생각해 보고 싶어요.

froghong 2010-01-25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행이 책을 읽다보니까 2강이 주체에 대한 강의네요...아마 이런 고민이 해결이 될 듯합니다..아니면 더 어려워 질수도 있지만...아마 10강이 끝날때 쯤이면...고민도 늘어나겠지만 더불어 해결책도 나름 찾아가리라 여겨집니다...그나저나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능력이..부럽습니다..

타갸 2010-01-25 23:3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제 '주체란 무엇인가'를 집어 들었습니다. 어려운 주제인 것 같아 준비를 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요. 저도 아래에 froghong님께서 쓰신 후기를 잘 읽었습니다. 다양한 지점에서 고민하며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강의 후에 이렇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29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의 흐름이 저와 같으시네요. 제가 품었던 의문들이 앞부분에 나와, 그건 그런게 아닐까 홀로 생각하며 글을 따라 읽는데, 역시 저와 같은 결론을... ㅎㅎ

pattering 2010-02-0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렸을 때 나 자신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뭐 철학적으로 진지하게 사유해 본 것은 아니지만, 종종 '순간의 나'에 이질감을 느끼고 나라는 존재가 사실은 단지 나의 상념에 불과한 것이 아닐 까 생각했더랬지요. 이러다가 어느 순간 이런 존재를 생각했었다는 것도 잊어버렸는데, 그 생각이 어느 누군가의 머릿속 한 구석에서 소멸되지 않은 채 끝나지 않은 필름처럼 계속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나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거나 열성을 다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허무주의에 빠져서 삶을 비관할 정도로 깊은 사유를 즐기지 못했습니다^^;; 채운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또 게시판의 많은 글들을 보면서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만 역시 '나'에 대해 정의하고 매 순간 달라지는 '나'를 인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네요. 내일이면 주체에 대한 강의가 끝이 나겠지만 아직 한참을 더 살아도 쉽게 끝 낼 수 없는 주제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지금을 살아내야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겠지요^^ 내일도 힘내세요!
 

아.. 또.. 이렇게 월요일에 후기를 올립니다. 

금요일에 집에 가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더랍니다. 

너무 너무 뿌듯해서 잠도 잘 못자고요..^^;; 

그래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다시 차곡 차곡 정리했더랍니다. 

그리고 주말에 만나는 사람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재현의 사유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설파했는지.. 

ㅋㅋ 나중에는 사이비 종교자처럼 되었어요. 

밥 먹을 때도 길을 갈 때도 ... 재현하지 말자 재현하지 말자 가지도 않은 곳에 무엇이 있을거라 또는 없을거라  

추측하지 말자... 이러면서..  계속 중얼거렸답니다... 

재현의 사유는 <유괴범의 사유>라고 하셨었지요? 

저기 좋은 게 있어... 따라오면 가르쳐 줄게.. 하지만.. 그 곳엔 사실 아무것도 없죠.. 때로는 비참함만이 ..  

전 선생님의 그 유괴범의 사유라는 말이 가장 인상깊게 남아요. 

여태까지 보면... 전 항상 유괴범들의 말을 들으며 살았던 것 같아요.. 

대학에 가면.. 뭐가 있어.. 그러니 좋은 대학가야해..

졸업하고 돈 벌면.. 뭐가 있어..그러니 취직을 해야해.. 

회사에서는 승진을 해야해.. 그러면 또 뭔가 다른 삶이 펼쳐지는 것처럼... 

그리고 .. 결혼하면 뭐가 있어.. 결혼 안 하면.. 넌 낙오자야.. 이런 시선들... 

그래서 .. 거기에 맞춰가려고 얼마나 발버둥치면 살았던지...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합니다.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을 충실히 가야죠.. 

지금 가고 있는 길도 제대로 못가면서... 저 너머의 길을 생각하는 건.. 정말 우스운 일이죠... 

수업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질문하는 걸 보며.. 

그리고 특히.. 공황 장애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 분도.. 정말 그 용기 대단하십니다.. 

공황 장애라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 보고 .. 정말 박수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정말 그렇죠.. 내가 아무리 재현의 논리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안 되는 것들.. 저도 그런 생각합니다. 나 혼자만 그렇게 살면 뭐하나.. 당장 집에서 부모님이 그러시질 않는데... 

채운 선생님말처럼.. 엄마는.. 또 아빠는... 자기가 생각한대로 제가 살아가고 있지 않아서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시겠어요..? ^^:; 

그래서 매일 싸우죠.. 그렇지만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자신의 진실을 가지고 매순간 충실히 싸우라고..  

설득당하고 설득시키고 그러면서 계속 계속 넘어가는 거죠..  

그래야죠.. 그래서 저도.. 부모님과 의견 충돌하는 거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냥 저의 진실을 가지고 싸울 뿐이죠.. 그러다가 어떤 때는 부모님의 진실과 제 진실이 통하는 그런 부분도 오겠죠... 

그리고.. 아까 다른 분이 쓰신.. 후기를 봤는데.. 

저도 이십대 후반인데.. 맞아요.. 이십대들..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굉장히요... 어떤 이십대들은.. 어른들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다 그렇게 말하기도 하지요.. 

끝도 없는 경제 불황과... 항상 낙오자같은 시선으로 우릴 바라보는 어른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되었다.. 라고 하기도 해요..   

안정적인 직장.. 돈 많은 남자만나서 그냥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  

그냥 편하게.. 오늘도 무사히.. 그런 생각하는 이십대도 많죠.. 물론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요.. 

매일 매일 자신의 진실을 가지고 싸워나가는 .. 사람.. 많지 않을 거예요.. 

제 주위도 그래요.. 다들 죽어있는 것 같아요.. 너무 빨리 노숙했다고 해야 하나요.. 

물론 이십대들의 주장대로...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도 스스로 그렇게 되어버린 것도 있겠죠.. 

섣불리 그런 사고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 이렇게 찡한 수업을 듣는 이십대도 있고.. 분명히 자신의 삶을 새로운 관계 속에 항상 내던지는 

이십대도 많을 거예요. 

저 또한.. 한 때는 프로이드 신봉자였죠.. 심리학 수업 들으면서.. 항상 어린 시절을 탓하면서.. 지금의 나를 보곤 했어요.. 

모든 게 부모님 탓인 양.. 

그런데 . 어느 순간 그런 깨달음이 ... 지금 그래서.. 그렇게 탓한다고 뭐가 달라지지..? 어린 시절에 그랬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다. ..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 그냥 그 사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건 그거고.. 더 나은 내가 되도록 하자.. 

그 트라우마를 완전히 벗어버릴 수는 없지만.. 

선생님말처럼... 그 관계를 새롭게 하는 건 결국 나예요... 

과거를 탓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죠..  

그래서.. 저는 이제 즐겁게 살아가고 있어요.. ㅎㅎㅎ 마치 고백의 장같네요.. ^^

저는 .. 그냥. .. .. 루쉰의 말처럼.. 가려고요.. 기로에 서도.. 막다른 길에 서도.. 가려고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제가 얼마 전에..산에 올라갔다가..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 해가 완전히 지고.. 

내려오는 길을 못찼아서.. 한참을 헤매었을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산은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정말 못내려갈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 들었어요.. 

그 흔한 램프도 안 가지고 와서.. 자신을 원망했죠.. 

하지만 일단 내려가는 게 최우선이니까... 

감각에 의지해서 나무에 긁히면서... 또 구르고 넘어지면서... 결국은 .. 이상한 곳으로 내려오기는 했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불빛에 의지해서.. 겨우 겨우 내려갔더니... 어느 절이더라고요... 

아휴.. 그 때 정말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했어요.. ㅎㅎ 산에서 밤새 공포에 떨 수도 있었는데...  

그 때 기억이 나면서.. 그래.. 지금 당장 눈 앞의 장애물 헤쳐나가면서.. 가시덤불이라도 걸어가자... 

사실.. 그 때 .. 산에서 내려오면서.. 당장 내려가는 게 시급한데.. 3년 후에 회사에서 승진해야지.. 

이런 생각이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

선생님 말씀이 .. 이런 뜻인지.. 맞나요? ^^;; 

아무튼.. 전 그 루쉰의 말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정말. 책상에 붙여놓고 가시덤불을 걸을 때마다 봐야죠..  

아.. 이제 유괴범은 제 인생에 없어요.. 

저 너머의 완벽함도 없죠... 

그저. 지금 나의 진실이 있을 뿐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의 진실과 항상 충돌하면서.. 그렇게 살아갈 ..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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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2010-01-2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공포와 불안은 어쩌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절절하고 진심어린 후기를 보니 가슴이 찡하네요. 울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분다 2010-01-25 18:40   좋아요 0 | URL
앗.. 제 절절함이 느껴지셨나봐요.. 같이 공감을 나누니 좋아요~

blue0729 2010-01-2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ㅠㅠ 눈물이 핑 돌뻔 했어요.. 88만원 세대를 쓴 우석훈 교수님도(정확히는 아니지만)'개혁의 가능성은 물버린 세대 타성에 빠진 세대인 20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은 10대에게 있다' 라는 뉘앙스를 계속 저작에서 풍기고 계시죠... 20대 초반을 살고 있는 저로써.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랍니다!

분다 2010-01-25 18:42   좋아요 0 | URL
앗 이럴려고 쓴 건 아닌데.. 왜 울어요~ 히히 정말로.. 우리가 물버린 세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재현의 삶이 아닌 표현의 삶으로.. 근데 생각해보면... 10대는 우리 보다 훨씬 표현의 삶에 가까운 것 같아요... 이십대 후반이 될수록... 자꾸 재현의 삶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서 싫었는데.. 이제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헛된 위로, 헛된 희망없이 잘 살아 보아요~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29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루쉰의 말이 계속해서 머리에 남아요. 20대들이 더 보수적인 이유는... (저는 이제 서른이 되었습니다만;) 유괴범에게 잡혀갔던 아이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되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어느 순간부터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인해 온갖 성공의 길, 온갖 부자의 꿈을 약속하는 유괴범들에게 몇 세대가 전부 유괴된 게 아닌가 싶어요. 그 안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당연히 보수적일수밖에. 너무 억지죠 ㅎㅎ

분다 2010-01-29 17:0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저는 유괴되었다가 온... 아이... 앗.. 유괴범들로 이루어진 세상이란 말이... 슬프네요.. 흑흑
 

 

いのち短し ?せよ乙女
이노치 미지카시 코이세요 오토메
인생은 짧은것 사랑하라, 소녀여

朱き唇 褪せぬ間に
아카키 쿠치비루 아세누 마니
붉은 입술이 바래기 전에

熱き血潮の 冷えぬ間に
아츠키 치시오노 히에누 마니
뜨거운 피가 식기 전에

明日の月日は ないものを
아스노 츠키히와 나이 모노오
내일의 세월은 없으니

いのち短し ?せよ乙女
이노치 미지카시 코이세요 오토메
인생은 짧은것 사랑하라, 소녀여

いざ手をとりて 彼の舟に
이자 테오 토리테 카노 후네니
자아, 손을 잡고 그의 배 위로

いざ燃ゆる?を 君が?に
이자 모유루 호오오 키미가 호오니
자아, 뜨거운 뺨을 그대의 뺨에

ここには誰も ?ぬものを
코코니와 다레모 코누 모노오
이곳에는 아무도 오지 않으니 


이키루 ('살다')의 대표적인 장면인 그네에서 주인공 남자가 부르는 노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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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ghong 2010-01-2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궁금하네요...함 찾아봐야 겠어요..

윤재홍 2010-01-2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2900원에 DVD판매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대표작 3종 세트도 7900원쯤 하는 것 같아예...

분다 2010-01-25 10:08   좋아요 0 | URL
오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런 .. 살 것만 늘어가네요...ㅜ

타갸 2010-01-2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부지런하십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2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짧은것 사랑하라, 소녀여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생각나는데요 :)
 

첫번째 강의를 듣고 나서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느라, 쉽게 글을 정리할 수 없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글을 쓰다 지우길 몇 번, 책(재현이란 무엇인가)를 다 읽은 이 시점에서 일단 고민을 정리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번째 강의를 들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개념'에 대한 이해였다.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념(가치판단이 내재된 인식의 틀, 도그마)을 깨야 하는 것인지, 또는 다름에 대해 긍정하는 것인지, 부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질 않았다. '보편적 진리는 없다.'라는 말을 예로 들면, 내 도그마 안에서는 보편성에 대한 부정, 특수성에 대한 인정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리' 특히 그것이 신과 연결된 절대성에 대한 의미일 때, 그것이 과연 없는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해 이해해야만 했을 때의 당혹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번째 강의가 무척 기다려 졌고, 궁금했다. 아쉽게도 몸이 안좋아 결강을 하게 되었지만. 선생님의 글 『재현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그리고 그동안 고민해 온 내 생각들을 정리하며 그간의 고민을 정리해 볼까 한다.

 

"지금, 여기"
인간이란 삶을 산다. 삶을 산다라는 것에는 주체성, 능동성이 포함되어 있다.
보통 사회적 통념으로부터 우리는 상식(사회, 시대의 도그마)을 학습한다. 학습은 수동적이다. 내가 아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배워 익히는 것이다. 나를 가르치는 누군가 역시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배웠을 것이다. 학습 안에는  수 많은 과거의 순간이 함축되어 있지만, 그 안에 현재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삶을 살 때, "지금, 여기"를 간과하기 쉽다. 그래서 재현적 사유를 뛰어넘어, 의심하고 부정하고 능동적으로 사유하라 말하는 것일까.   

 
"과정으로서의 사유"
내가 가진 도그마를 부수고, 또 다시 개념지워진 그것을 부수고, 또 부수고, 결국 그 과정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라는 의문을 내내 지울 수 없었다. 재현적 사유를 뛰어넘자는 것은 새로운 개념을 짓자는 것이 아니라 부수고 부수는 그 과정을 중요시 한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주체성, 열정, 능동성이 발휘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공명"- 다른 사람으로 살기! 시선을 비틀다!
김춘수 시인의 "꽃"은 나와 너(꽃)의 공명의 순간을 포착했다. 마르틴부버의 『나와 너』에서도 공명의 순간을 이야기 한다. 기존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공명'하는 순간 그것이 아닌 '너'가 되고, 꽃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공명할 것인가?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다. 또는 다른 개체가 되어 보는 것, 나의 시선을 비틈으로써 '공명'의 틈새를 열어 볼 수 있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에 글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 지 막막하다. 단순히 재현적 사유를 뛰어넘기위해 노력해야 겠다는 다짐만으로는 뭔가 개운치 않다. 좀 더 고민이 필요 할 것 같다. 내가 가진 의문, 그리고 재현적 사유를 뛰어넘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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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ghong 2010-01-25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같이 고민해보죠..저도 아직 명쾌하게 뭔가 확 와닿지는 않아요...뭔가 있는데 그 뭔가가 뭘까 고민중이랍니다...

돌이 2010-01-2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여기'를 살아가며 '사유'하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주체에 대한 다음번 강의를 들으면 안개에 갇혀 있던 이런 의문들이 조금이나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요?

타갸 2010-01-2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아무도 아니다,이지 않을까요? 참.. 어렵습니다. 아무도 아닌 나를 인정하면서 살아간다는 게...

돌이 2010-01-25 15:01   좋아요 0 | URL
아무도 아닌 나...이 댓글을 보았더니 갑자기 오뒷세이아의 네모(nobody)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아무도 아닌 나, 라는 게 실체로서의 불변하는 자아가 없다는 뜻이지, 단순히 내가 없다, 난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건 아니겠지요...진짜 어렵네요.

서정아 2010-01-2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분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좀 더 내용이 정리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주체'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것에 동의합니다.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2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모임 때문에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한 10년 만에 다시 읽고 있어요. 분명히 읽었던 책인데, 어쩜 그렇게 새롭던지. 저 역시 '주체'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든 종교와 지혜로운 말씀들은 '나없음'을 향하고 있는데, 어째 그게 쉽지만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