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이렇게 월요일에 후기를 올립니다. 

금요일에 집에 가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더랍니다. 

너무 너무 뿌듯해서 잠도 잘 못자고요..^^;; 

그래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다시 차곡 차곡 정리했더랍니다. 

그리고 주말에 만나는 사람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재현의 사유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설파했는지.. 

ㅋㅋ 나중에는 사이비 종교자처럼 되었어요. 

밥 먹을 때도 길을 갈 때도 ... 재현하지 말자 재현하지 말자 가지도 않은 곳에 무엇이 있을거라 또는 없을거라  

추측하지 말자... 이러면서..  계속 중얼거렸답니다... 

재현의 사유는 <유괴범의 사유>라고 하셨었지요? 

저기 좋은 게 있어... 따라오면 가르쳐 줄게.. 하지만.. 그 곳엔 사실 아무것도 없죠.. 때로는 비참함만이 ..  

전 선생님의 그 유괴범의 사유라는 말이 가장 인상깊게 남아요. 

여태까지 보면... 전 항상 유괴범들의 말을 들으며 살았던 것 같아요.. 

대학에 가면.. 뭐가 있어.. 그러니 좋은 대학가야해..

졸업하고 돈 벌면.. 뭐가 있어..그러니 취직을 해야해.. 

회사에서는 승진을 해야해.. 그러면 또 뭔가 다른 삶이 펼쳐지는 것처럼... 

그리고 .. 결혼하면 뭐가 있어.. 결혼 안 하면.. 넌 낙오자야.. 이런 시선들... 

그래서 .. 거기에 맞춰가려고 얼마나 발버둥치면 살았던지...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합니다.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을 충실히 가야죠.. 

지금 가고 있는 길도 제대로 못가면서... 저 너머의 길을 생각하는 건.. 정말 우스운 일이죠... 

수업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질문하는 걸 보며.. 

그리고 특히.. 공황 장애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 분도.. 정말 그 용기 대단하십니다.. 

공황 장애라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 보고 .. 정말 박수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정말 그렇죠.. 내가 아무리 재현의 논리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안 되는 것들.. 저도 그런 생각합니다. 나 혼자만 그렇게 살면 뭐하나.. 당장 집에서 부모님이 그러시질 않는데... 

채운 선생님말처럼.. 엄마는.. 또 아빠는... 자기가 생각한대로 제가 살아가고 있지 않아서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시겠어요..? ^^:; 

그래서 매일 싸우죠.. 그렇지만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자신의 진실을 가지고 매순간 충실히 싸우라고..  

설득당하고 설득시키고 그러면서 계속 계속 넘어가는 거죠..  

그래야죠.. 그래서 저도.. 부모님과 의견 충돌하는 거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냥 저의 진실을 가지고 싸울 뿐이죠.. 그러다가 어떤 때는 부모님의 진실과 제 진실이 통하는 그런 부분도 오겠죠... 

그리고.. 아까 다른 분이 쓰신.. 후기를 봤는데.. 

저도 이십대 후반인데.. 맞아요.. 이십대들..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굉장히요... 어떤 이십대들은.. 어른들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다 그렇게 말하기도 하지요.. 

끝도 없는 경제 불황과... 항상 낙오자같은 시선으로 우릴 바라보는 어른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되었다.. 라고 하기도 해요..   

안정적인 직장.. 돈 많은 남자만나서 그냥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  

그냥 편하게.. 오늘도 무사히.. 그런 생각하는 이십대도 많죠.. 물론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요.. 

매일 매일 자신의 진실을 가지고 싸워나가는 .. 사람.. 많지 않을 거예요.. 

제 주위도 그래요.. 다들 죽어있는 것 같아요.. 너무 빨리 노숙했다고 해야 하나요.. 

물론 이십대들의 주장대로...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도 스스로 그렇게 되어버린 것도 있겠죠.. 

섣불리 그런 사고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 이렇게 찡한 수업을 듣는 이십대도 있고.. 분명히 자신의 삶을 새로운 관계 속에 항상 내던지는 

이십대도 많을 거예요. 

저 또한.. 한 때는 프로이드 신봉자였죠.. 심리학 수업 들으면서.. 항상 어린 시절을 탓하면서.. 지금의 나를 보곤 했어요.. 

모든 게 부모님 탓인 양.. 

그런데 . 어느 순간 그런 깨달음이 ... 지금 그래서.. 그렇게 탓한다고 뭐가 달라지지..? 어린 시절에 그랬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다. ..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 그냥 그 사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건 그거고.. 더 나은 내가 되도록 하자.. 

그 트라우마를 완전히 벗어버릴 수는 없지만.. 

선생님말처럼... 그 관계를 새롭게 하는 건 결국 나예요... 

과거를 탓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죠..  

그래서.. 저는 이제 즐겁게 살아가고 있어요.. ㅎㅎㅎ 마치 고백의 장같네요.. ^^

저는 .. 그냥. .. .. 루쉰의 말처럼.. 가려고요.. 기로에 서도.. 막다른 길에 서도.. 가려고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제가 얼마 전에..산에 올라갔다가..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 해가 완전히 지고.. 

내려오는 길을 못찼아서.. 한참을 헤매었을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산은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정말 못내려갈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 들었어요.. 

그 흔한 램프도 안 가지고 와서.. 자신을 원망했죠.. 

하지만 일단 내려가는 게 최우선이니까... 

감각에 의지해서 나무에 긁히면서... 또 구르고 넘어지면서... 결국은 .. 이상한 곳으로 내려오기는 했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불빛에 의지해서.. 겨우 겨우 내려갔더니... 어느 절이더라고요... 

아휴.. 그 때 정말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했어요.. ㅎㅎ 산에서 밤새 공포에 떨 수도 있었는데...  

그 때 기억이 나면서.. 그래.. 지금 당장 눈 앞의 장애물 헤쳐나가면서.. 가시덤불이라도 걸어가자... 

사실.. 그 때 .. 산에서 내려오면서.. 당장 내려가는 게 시급한데.. 3년 후에 회사에서 승진해야지.. 

이런 생각이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

선생님 말씀이 .. 이런 뜻인지.. 맞나요? ^^;; 

아무튼.. 전 그 루쉰의 말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정말. 책상에 붙여놓고 가시덤불을 걸을 때마다 봐야죠..  

아.. 이제 유괴범은 제 인생에 없어요.. 

저 너머의 완벽함도 없죠... 

그저. 지금 나의 진실이 있을 뿐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의 진실과 항상 충돌하면서.. 그렇게 살아갈 ..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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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2010-01-2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공포와 불안은 어쩌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절절하고 진심어린 후기를 보니 가슴이 찡하네요. 울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분다 2010-01-25 18:40   좋아요 0 | URL
앗.. 제 절절함이 느껴지셨나봐요.. 같이 공감을 나누니 좋아요~

blue0729 2010-01-2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ㅠㅠ 눈물이 핑 돌뻔 했어요.. 88만원 세대를 쓴 우석훈 교수님도(정확히는 아니지만)'개혁의 가능성은 물버린 세대 타성에 빠진 세대인 20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은 10대에게 있다' 라는 뉘앙스를 계속 저작에서 풍기고 계시죠... 20대 초반을 살고 있는 저로써.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랍니다!

분다 2010-01-25 18:42   좋아요 0 | URL
앗 이럴려고 쓴 건 아닌데.. 왜 울어요~ 히히 정말로.. 우리가 물버린 세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재현의 삶이 아닌 표현의 삶으로.. 근데 생각해보면... 10대는 우리 보다 훨씬 표현의 삶에 가까운 것 같아요... 이십대 후반이 될수록... 자꾸 재현의 삶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서 싫었는데.. 이제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헛된 위로, 헛된 희망없이 잘 살아 보아요~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29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루쉰의 말이 계속해서 머리에 남아요. 20대들이 더 보수적인 이유는... (저는 이제 서른이 되었습니다만;) 유괴범에게 잡혀갔던 아이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되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어느 순간부터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인해 온갖 성공의 길, 온갖 부자의 꿈을 약속하는 유괴범들에게 몇 세대가 전부 유괴된 게 아닌가 싶어요. 그 안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당연히 보수적일수밖에. 너무 억지죠 ㅎㅎ

분다 2010-01-29 17:0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저는 유괴되었다가 온... 아이... 앗.. 유괴범들로 이루어진 세상이란 말이... 슬프네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