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네 - 2025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
아베 아키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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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을 읽고 영화 '歩いても 歩いても'(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 각본 편집 원작을 모두 맡은 작품)가 떠올랐다.

15년 전 죽은 장남 준페이의 기일에 가족이 모이는 1박 2일을 다룬 작품인데...

내가 개인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무척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사람이 죽은 뒤 남겨진 사람들이 그 빈자리를 통해 죽은 이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삶 역시 조금씩 변화해가는 이야기들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소설 '걸어도 걸어도'와 영화 '환상의 빛'을 추천하고 싶다.

'걸어도 걸어도'에서 준페이의 죽음이 하나의 의미로 남는 것이 아니라, 그를 기억하는 사람의 수만큼 서로 다른 준페이가 만들어졌던 것처럼, '카프네'의 하루히코 역시 그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만큼이나 다채로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

나는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이 객관적인 사실들의 모음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함께했던 기억과 맺었던 인연을 통해,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 사람의 삶은 다시 만들어진다.

그렇게 죽음과 남겨진 부재를 통해 한 사람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서사도 언제나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이후가 더 궁금하다.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 기억을 안고 어떻게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가는지가 흥미롭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죽은 사람의 의미보다, 그 사람의 죽음을 겪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에 더 관심을 두게 된다. 죽음으로 인해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삶이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이어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소설은 하루히코 죽음의 의미나 이유보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죽음이 남게 되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아니었을까..

죽음을 (불운이나 슬픔의 대상이라기보다)인간이 타인의 내면을 완전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던 중요한 사건 또는 핵심적인 역할로 놓고 이야기하던 작가의 시선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뭐? 그러는 너야말로 뭘 아는데!"

"모르지.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같은 집에 살았어도 섹스를 했어도 인간은 자기 이외의 인간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어. 안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결국엔 착각이야."

그리고 불운이라고 너무 안타깝다고 밀어붙이지도, 애도하고 기억하다 결국엔 맛있는 거 먹고 극복~ 이런 뻔한 패턴의 서사를 그리고 있지 않고 (예상과 달리 하루히코를 결과적인 교훈적 희생으로만 그리지 않아서, 죽은이의 아름다운 추억 그리기로만 말하지 않아서 )이상하게 비틀어 놓은 모습도 있어서 좋았다.

죽음 뒤에 남겨진 빈자리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그 삶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던 서사에 박수를 보낸다.

다시 말하지만 고레에다의 작품들이나 이 소설 '카프네'나 죽음은 사실 주제가 아니고 장치에 가깝다.

죽음 자체를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닌, 죽음으로 인해 더 이상 확인할 수 없게된 사람의 마음과 흔적들이 남은 이들에게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에 중심을 두고 있었기에 곱씹어볼 만했다.

특이하게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관련 음식 레시피까지 소개되고 있던데... ㅋㅋ 과연 이 소설이 음식 힐링 소설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음식과 관련된 힐링 소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 소설에 나오는 음식에 대한 묘사나 감상도 사실 거의 건너뛰다시피 건성으로 읽었다.(계란 간장만 제외하고^^)

그동안 비슷한 테마의 작품들이 너무나도 많았잖아.

먹게 됨으로써 상처가 조금씩 회복되고, 함께 만들거나 만들어주면서 관계가 회복되고, 음식으로 인해 일상이 회복되고, 특정한 음식에 과거의 기억이나 사람을 떠올리고, 완결이나 해결되진 않아도 앞으로 살아갈 작은 힘을 얻게 되는 등등의 방식들...

물론 이 작품도 이 카테고리 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물론 음식의 힘이 중요하긴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서는 영화 전체가 죽은 준페이가 가족에게 남긴 상처와 기억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매년 다시 피는)백일홍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레에다는 원작과 달리 영상에선 설명하지 않고 사물과 풍경으로 남겨두는 방식으로 그려내기에 소설 '걸어도 걸어도' 속의 백일홍 에피소드가 생략되어 있는데 결국 '카프네'의 아가베나 영화 속 백일홍이나 시간의 감각, 그리고 산자와 죽은자의 연결을 말하고 있어서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던....

"아무것도 바라지 지않아도 돼. 그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않아도 돼. 어떤 너라도 좋아. 몇십 년이 지나 하루히코가 준 아가베가 꽃을 피웠을 때, 나는 너랑 같이 보고 싶어."

하루히코. 한참 먼 미래에 꽃을 피우는 식물을 이 아이에게 보낸 너도 분명 나와 같은 말을 해주고 싶었겠지.

함께 살아가자고.

"오노데라 쎄쓰나 씨, 너는 어때?"

어떤 사람은 죽고, 모든 것은 변하지만 남은 사람들의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고 나무는 다시 꽃을 피운다.

물론 백일홍(꽃이 피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리는)은 과거의 기억이랄까 추억의 상징으로, 아가베(몇십 년 뒤에나 필 꽃)는 백일홍과 달리 하루히코의 흔적을 과거를 남겨두는 데 그치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의 앞날이랄까 세쓰나와 가오루코의 미래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가오루코이 독백을 보면 자신과 세쓰나를 만나게 한 하루히코의 생각은 어떤 것이었을지 (영원히 알 수 없는)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가베가 그 안에서 묘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던...

카프네.

어렴풋하게 체온을 띤 앞머리에 손가락을 얽어 다정하게, 가슴을 채운 마음을 담아 빗어 내렸다.

아이처럼 얼굴을 찡그린 세쓰나도 머뭇거리면서도 손을 뻗어 가오루코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말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전하려는 듯이 살며시, 머리카락에 손을 얽었다.

말이 아닌 몸짓과 촉각으로 마무리하던 소설의 엔딩에 10점 만점에 10점 주고 싶다.

말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게 사람의 마음이다



https://blog.naver.com/mix1110/224386700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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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네 - 2025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
아베 아키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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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은 사라지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삶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계속 살아간다. 죽음은 소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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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정원
아야세 마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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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세 마루의 단편소설 6개 모음집으로 원제는 '花に埋もれる'(꽃에 파묻히다)이고 국내 번역본으로는 '감각의 정원'으로 올해 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이 단편집에는 아야세 마루의 데뷔작이자 R-18 문학상(女による女のためのR-18文学賞 여성에 의한 여성에게의 R-18문학상, 여성전용 신인 문학상)에서 독자상을 받은 '花に眩む'(꽃에 눈이 멀다)가 수록되어 있다.

이 문학상 이름중에 R-18은 '성인물'이나 성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18세 이상 여성이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는 의미^^)

아주 오래전에 그런 소설 장르인 줄 알고 (부끄럽지만 솔직히 이왕이면? ㅋㅋ 야한 걸 좋아하니깐 어쩔 수 없어!)단행본으로 나온게 있는지 집요하게 검색해보던 적이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ㅠ.ㅠ

어쨌든 번지수는 틀렸어도 R-18 수상작들 중에 국내에 소개된 책들(R-18은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고 그저 잡지에 실릴 뿐이라, 이후 잘 풀린? 작가들에 한해 연작 소설집 형태로 단행본이 출간되었다.)은 모두 읽어보았다.

그리고 최근에 읽고 있는 '나루세' 시리즈... 1권만 번역 출간되어 2,3권은 현재 읽는 중..

미야기 아야코(宮木あや子)의 '화소도중'(花宵道中),

도시마 미호(豊島みほ)의 '파란하늘 체리'(靑空チェリ-),

히나타 요모기(日向蓬)의 '마젠타 100'(マゼンタ100),

구보 미스미(窪 美澄)의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ふがいない僕は空を見た 1번째 단편'ミクマリ'미쿠마리 ),

미야지마 미나(宮島未奈)의 ありがとう西武大津店(고마웠어! 오쓰 세이부백화점!.... 이후 단행본인 '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참고로 R-18 문학상은 대상과 우수상, 그리고 왠지 인기상 같은 느낌의 독자상이 있다.

대상은 말 그대로 1등이고 우수상은 대상까진 아니더라도(혹은 대상이 없을 때) 심사점수가 높은 작품에 수여되고, 마지막으로 독자상은 독자 투표로 선정하는.. 그러고 보니 인기상 맞네^^

아야세 마루가 '독자상'을 받던 당시 9회 때는 대상작이 없었다고 한다.

심사의원으로 유이카와 케이(唯川恵), 야마모토 후미오(山本文緒), 가쿠타 미쓰요(角田光代)였다는데...(다 아는 언니들이네..)

왜 그랬을까...

아야세 마루.. 참 글 잘쓰는 작가로..

특히 이 작가에 대한 관심이 무척이나 커서 영화 '이윽고 바다에 닿다 2023'의 원작 소설까지 읽어보았다.

데뷔작이 늘 궁금했었는데...

초기작품들을 접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즐거웠다. 그리고 이소담의 번역 아주 좋다.

그리고 6개의 단편들 중에서 데뷔작이자 R-18 수상작(독자상)이기도 한 '花に眩む'(꽃에 눈이 멀다)는 개인적으로 아주 깊게 다가와서 놀라고 말았다.



https://blog.naver.com/mix1110/22434895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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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明けの緣をさ迷う人- (角川文庫 お 31-6) (文庫)
오가와 요코 / 角川書店(角川グル-プパブリッシン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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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에서 가장 오래 여운이 남던 작품 작품들은 곡예와 야구, 이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 파라솔 초콜릿, 재경기 등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가와 요코 다운 작품이 '곡예와 야구', '이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를 바라 볼 때는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보다(반대로 그것을 토대로 하더라도), 언제나 내가 알 수 없을 그 사람에게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그 사람의 침묵이랄까, 비어 있는 부분을 상상해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존재란 그런 게 아닐까.. 보여지는 것과 보여질 수 없는 딱 그 중간의 부분에 머물러 있는 상태...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 그 사람의 이름 그리고 그 존재는 끊임없이 내가 알던 누군가가 아닌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의미란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그 존재에 대한 시간과 공간의 흔적을 더듬을 뿐인 것이 전부가 아닐까 하고...

잔혹한 존재론적 소멸의 미학을 끝까지 밀어붙인 '이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은 쉽게 흘려보낼 수 없었다. 인상적이었던...

그리고 '곡예와 야구'의 경우 오가와 요코의 작품들에 자주 등장하는 소외된 사람들끼리의 연대는 언제나 위로가 된다.

물구나무의 모습에서 소년이 바라보던 그녀... 눈썹은 사라졌으며 앞니는 빠져 있던... 동정 너머의 경외와 애정, 그 응답이 너무 사랑스러웠고 서로의 신호를 알아채거나 통하는, 소외된 존재로 외면당하는 타자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마음과 응답이 따듯하다. 그녀를 위해 배팅 폼을 무너뜨리면서까지 밀어치기를 고집하는 그 착한 마음은 압도적이고....

물론, 이 소설이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누군가를 풍경처럼, 유령취급하거나 보이지 않는 사람 취급을 할 때 또는 다 놓치거나 간과할 때, 그 사람을 나만이 바라보고 포기할 수 없는 눈과 마음이 있다는 그 느낌(어쩌면 일종의 환상도 같은 것일지 모르지만)과 또 나에게 그렇게 응답해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로 다 옮기기 어려운 감각으로 행복하게 해준다. 비현실성이 극대화 될 수록 나는 더욱 압도당하게 된다.

그렇구나.. 당신이 있었구나... 하고 발견해주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그녀의 작품이 참 좋다. (때론 오히려 더 끔찍한 심리적 압박을 선사하는 작품들도 있지만^^)





https://blog.naver.com/mix1110/224238704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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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明けの緣をさ迷う人- (角川文庫 お 31-6) (文庫)
오가와 요코 / 角川書店(角川グル-プパブリッシン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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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에서 가장 오래 여운이 남던 작품 작품들은 곡예와 야구, 이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 파라솔 초콜릿, 재경기 등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가와 요코 다운 작품이 ‘곡예와 야구‘, ‘이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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