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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별
아야세 마루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2년 12월
평점 :
2022년 166회 나오키상 후보작이었던 아야세 마루의 '새로운 별'이다. (참고로 166회 나오키상은 요네자와 호노부 '흑뢰성(黒牢城)' 이었다.)
단순하게 읽으면 '새로운 별에 내던져진, 떨어진 듯한' 돌발의 충격(단순한 바람 조차 무너지거나 어긋나고, 병에 걸리고 죽음이 찾아오고, 실직, 이혼)속에서, 그 쫓겨난 자리에서 출발하여 친구들과의 이어짐으로 새로운 페이스를 찾아가는 과정 내지는 서로를 읽어가는 삶에 대한 재구성의 이야기인데..
작가의 인터뷰에서도 말하여지듯 작품의 스타일이 강한 '요리'라기 보다는 편안한 '백미'의 맛이 느껴진다.
진지하게 읽기 보다는 천천히 읽기도 하고, 곁에 머무르게 옆에 두었다가 다시 펼쳐도 보고, 조금 있다가 다시 꺼내도 좋고, 뭐 때로는 그냥 흘려보내도 괜찮은 친근감이다.
개인적인 삶의 붕괴가 되는 사건이랄까,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질서(가족, 미래, 안정)가 더 유지되지 못하고 무너지는 일은 언제든 찾아온다.
소설 속 인물들처럼 쫓겨난 상태가 되는 경우가 모든 사람들에게도 예외가 없기에 언젠가는 다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만약 이 소설이 단순히 그런 부분들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려 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개인적으로 겐야가 번듯함을 둘러싸고 느끼던 불안에 공감했고,
그리고 '누가 연약한지는 알 수 없다'며 관계나 환경 내지는 위치 속에서 달라지는 불확정성을 이야기하던 다쿠마의 독백이 인상적이었으며,
회피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병과 계속 마주하며 죽음 앞에서의 침묵 그리고 손에 잡히지 않는 감정들 속의 가야노,
친구의 환원되지 않는 병을 바라보던 말할 수가 없었던 부재에 대해 아오코가 느끼던 마음과 흔들리던 감각이 잔잔하게 떠오른다.
소설 말미에 별을 바라보는 묘사에 대해서....
[밤바다는 빨려 들어가리만치 캄캄했다. 하지만 그날은 별이 잘 보였다. 소담히 부푼 달도. 별에서 뿜어져 나온 빛 이 지구에 닿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과거에 발한 빛이며, 눈에 비치는 모든 별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고는 할 수 없다. 친구는 존재한다. 사라 지고서도 여전히, 빛을 전해주고 있다. 그곳에 존재하는 별도, 존재하지 않는 별도, 빛나고 있다는 의미에선 다를 바 없다. 나는 그런 불투명한 은하에서 살기로 했어. 그러니까, 그쪽이 싫증 나면 술자리에 또 놀러 와줘. 가야농 자리는 평생 비워둘 테니. 눈을 뜨고, 모은 두 손을 떼었다.]
문장에서처럼 별을 본다는 것은 사실 그 자리에 없는 것을 보는 일이다. 오래전 빛이 이제야 도착했을 뿐, 지금은 이미 다른 어둠 내지는 사라짐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손에 쥐려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이미 사라졌거나 닿을 수 없는 것들...
하지만 그렇기에 그 부재가 오히려 마음속에 더 선명한 흔적을 남기게 되는...
결핍과 상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것을 애써 메우려 하기보다, 오히려 껴안고 있다.
말로 다 담기지 않는 마음을 받아들이고, 닿지 못하는 거리마저 하나의 별빛처럼 품으면서..
그게 별을 바라본다는 것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것, 손에 닿지 않는 것을 끝내 사랑하는 마음, 상실과 마주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
별처럼 보일 때만 보이면 되니까... 실망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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