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장사 8년째, 오늘에야 내가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가 롱 블랙이라는 것을 알았다. 메뉴판에 아메리카노라고 적어 놓고 롱 블랙을 팔아왔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변했다. 이럴 때 뭔가 막 호들갑을 떨던가, 이를 계기로 각종 커피 명칭을 알아보기 위해 커피 책을 뒤져보거나 했건만,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앉았다.


노트북을 열고 알라딘서재 마이페이서 쓰기를 연 것은 롱 블랙 때문이 아니라 오늘짜 롱블랙 노트 때문이다. 2022년 12월 23일 금요일 오늘짜 롱블랙 노트 제목은 '기시히 : 낡은 청바지를 가방으로, 대구의 프라이탁을 꿈꾸다'이다. (이 기사는 오늘 하루 무료로 읽을 수 있으니 궁금하면 500원, 아니고, 여기를 클릭하세요https://longblack.co/note/524?ticket=NT5455a11aa371c671f4e5658f887fcddef270f81d )


https://longblack.co/note/524?ticket=NT5455a11aa371c671f4e5658f887fcddef270f81d


노트를 읽으면서 점점 웃음이 새어 나오더니 노트를 다 읽고나서도 웃음이 계속 나온다. 퐁퐁퐁 샘물이 솟아나오듯 퐁퐁퐁 새어나오는 웃음, 오랜만이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보고 이렇게 흐믓한 기분이 든 건 진짜 진짜 오랜만이다. 오늘 날씨가 디게 춥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가게 문 닫고 당장 대구로 달려갈 뻔하지 않았나 그래. 


『야생의 심장 가까이』를 읽었다. 내가 변했다. 사진이나 그림, 만화, 일러스트가 많은 책을 사던 내가 이런 책을 사는 사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변해도 많이 변했다. 사놓고 안 읽어야 정상인데, 요 며칠 이 책을 들고 다니며 읽었다. 사나흘 만에 다 읽었다. 다 읽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내용 파악도 못했는데, 아니면 내용 파악을 못해서, 계속 읽고 싶다. 처음부터 말고 아무데나 펼쳐서 읽으려고, 아무때나 읽으려고 가방 한 쪽에 찔러 넣었다. 


아직 낮이다. 겨울엔 낮이 짧다. 겨울이니까 낮이 짧은 게 당연한 건데 뭔가 아직도 억울하다. 낮의 길이를 재고 앉아있기엔 내가 너무 젊다. 짧아도 낮은 낮이다. 낮에 할 일을 더 해야겠다. 낮에 할 일이란? 돈을 버는 것이다. 낮에 벌고 밤에 쓴다. 거의. 밤에 쓸 일이 없다면 낮에 벌지 않아도 되겄군.

  

처음엔 좀 마음이 아프지만, 그 다음엔 익숙해진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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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2-23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던
일들에 대해, 지금은 그냥 그
런가 하고 무덤덤하게 지나
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산 지 좀 되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도무지 찾
을 수가 없네요. 그것 참.

잘잘라 2022-12-24 12:46   좋아요 0 | URL
크리스마스를 이렇게나 무덤덤하게 지낼 수 있나... 그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서점에 나왔습니다. 헌데 와우.. 느므 츠버요. ㄷㄷㄷ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느낀대로 말하자면, 읽기 전엔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지만 반드시 찾게 되실 겁니다.

레삭매냐님 메리 크리스마스!!

scott 2022-12-23 1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롱 블랙이라면 잘잘라님 🖐맛 커피
멜버른 스톼일 😍

잘잘라 2022-12-24 12:47   좋아요 2 | URL
ㅎㅎ 커피중독자 scott 님 메리크리스마스❤❤❤

scott 2022-12-25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잘라님 크리스마스 커피 완판 기원합니다.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
  (二二二)
(⌒( ・∀・)
(  o  つ🎁🎄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__し―J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작가 때문 아니야

고양이 때문 아니야

빨강 때문 아니고

파랑이나 노랑 때문 더 아니지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피고 또 지는 저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영가가 구슬퍼


언젠가 사겄지 표지가 이뿌니 얼마니 돈있니 상관없어

달 밝은 밤이면 불 끄고 자야지 그걸 또 들여다 보고있니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 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이게 다 외로워서 그래

그래 그래.


어째 서점가에도 

사람은 없고 죄다 개에 고양이에 곰에 나무에

훗훗


그래 그래.

이게 다 외로워서 그래.

외로워서 그래.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하늘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내 이름은 캔디 나 혼자 웃으면 어쩐지 쓸쓸해지지만 그럴 땐 얘기를 나누자 거울 속의 나하고 웃어라 웃어라 웃어라 캔디야 울면 바보먀 캔디 캔디야


외로워서 슬퍼서 나는 또 울어 참고 참고 왜 참어 울면 되는데 울면서 달려보자 추운 겨울 달리고 또 달려보자 땀나도록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랄라 나 혼자 달리면 어쩐지 금방 숨이 차지만 그럴 땐 생수를 마시자 씨유 아니면 세븐일레븐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잘라야 안 울면 너만 손해 잘잘 랄라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게 다 외로워서 그래.

그래도 나 벌써 커피 네 잔 팔았다!

하하.

오늘도 책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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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0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0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래요. 나 커피 팔아서 책 사요. 

8년 됐어요.

당신이 마신 커피 한 잔 두 잔이 나에게 와서 책이 되었어요.

한 권 두 권... 알라딘에서 사요.

2022년, 매일 커피를 팔아서 

2022년, 매일 책을 사고

2022년 서재의 달인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올해로 마지막입니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군요.

마지막까지, 

커피 한 잔이라도 더 팔아서

책 한 권이라도 더 사겠다는 결심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올해 서재의달인 선물은 주소 입력을 해야 주는 모양입니다.

[이름, 우편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닉네임, 이메일주소]를 입력하고

왔습니다. 일일이.. ㅎ


[알라딘서재][연말결산]2022 서재의 달인 / 북플 마니아를 발표합니다!

https://blog.aladin.co.kr/zigi/14178206

(22일까지 주소 입력 안하면 선물 안 준다고 합니다.)



2022년 12월 15일 목요일

오늘은 책을 네 권 샀습니다.

하지만 보세요.

책 네 권에 사은품이 7개 따라옵니다.

요즘 사은품은 공짜가 아닙니다.

유료 사은품을 7개나 받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저는 무려 2만원 가량을 추가 결재하였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커피를.. 보자.... 음.... 스무잔은 더 팔아야겠습니다!

뭐 오늘 못 팔면 내일, 내일 못 팔면 토요일.. ㅎㅎ

올해가 가기 전에,

책을 딱 열 권만 더 살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ㅎㅎ

아무튼 크리스마스~~












그래서,

오늘 산 책 4권은 뭐냐면요,

1. 야생의 심장 가까이 

2. 여자아이 기억

3.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

4. 죽기 전까지 병원 갈 일 없는 스트레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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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15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 중독자인 저 .🖐 잘잘라님 손맛 커피 마셔보고 싶습니다 😍

잘잘라 2022-12-15 13:06   좋아요 1 | URL
☕️ 여기요, scott님! 따끈한 커피 한 잔 드립니다. 저도 커피 중독자, 그래서 디카페인 커피 꼭 필요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12-15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스펙토르 책은 나오자 마자
사놓고서 미처 읽지 못하고
있네요...


커피하우스가 근처라면 매일
이라고 가서 마시고 싶네요.
커피로 등가 교환되는 책구매
자님을 위해서요.

잘잘라 2022-12-15 14:38   좋아요 2 | URL
저에게 책이란 사는 맛, 지르는 맛, 쟁이는 맛, 쌓는 맛, 잊었다가 발견하는 맛.... 하아, 이런 맛이야말로 장년층의 맛!! ㅎㅎㅎ

레삭매냐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뵈어요!! 😁

얄라알라 2022-12-15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이라니...벌써 한 해가 간 거네요^^;; 아쉬워라....축하드립니다. 2022서재의달인^^

잘잘라 2022-12-15 14:42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 님도 축하드립니다!!
얄라알라 님 건강 쵝오!!!
외출할 땐 꼭 모자 쓰기!!
따뜻하게, 즐겁게~~

라로 2022-12-15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피 팔아서 책 사시는 멋진 잘잘랄라님!! 커피가 많이 많이 팔려서 책을 더 많이 사시길 바랍니다. 책 열심히 읽으셔서 만드시는 커피는 맛이 더 지성적일 것 같아요.^^;; 언제나 잘잘랄라님을 응원합니다!!!

잘잘라 2022-12-15 14:46   좋아요 0 | URL
라로 님😄😄😄 감사합니당~~ 내년에는 커피 말고 딴 거 팔 거 같아요. 아무튼 뭐라도 팔아서 책을 더 많이 사는 잘잘라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라로 님 항상 건강하시고
사랑과 평화 넘치는 나날되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물감 2022-12-15 14: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잘잘라 2022-12-15 14: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당😄
엇? 물감 님은...?? 음.. 내년 꺼 미리 축하드립니다~~

꼬마요정 2022-12-15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도 커피 좋아하는데 근처라면 자주 놀러갈텐데 말이죠^^ 잘잘랄라님이 내려주는 커피는 분명 책내음이 날 것 같아요!! 먹어보고 싶네요^^

잘잘라 2022-12-15 14:54   좋아요 0 | URL
요정님도 축하드립니당👍

커피에서 책내음이 나면 큰일.. ㅋㅋ 😂

요정 님 어디 계시든 많이 웃고 많이 많이 사랑하고 많이 많아 많이 건강하세요!!

쎄인트saint 2022-12-15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주소입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소변경없으면...기본주소로 보내주는줄 알고...방심했지요.
하마트면...선물 날릴뻔~~ㅠㅠ

커피 많이 파셔요~~
근데...˝올해로 마지막입니다.˝는 무슨 의미인지?
아~` 올해 마지막 책 주문이라는 뜻이지요?

잘잘라 2022-12-15 15:4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줄 알았다가..ㅎㅎ
커피 많이 팔아서 책 많이 사고 싶습니다! ㅎㅎ (임대료 2배 이상 올라 재계약 포기했어요. 내년엔 커피 말고 딴 거를, 딴 데서..!!ㅎ)

아무튼 세인트 님 내년에도 알라딘에서 자주 뵈어요. 건강하세요!!!

독서괭 2022-12-15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잘잘라 2022-12-15 15:44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도 축하드립니당!!^^
건강하세요~~

서니데이 2022-12-15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잘랄라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잘잘라 2022-12-15 18:43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축하합니당!!^^
서니데이님 올해도 항상 다정한 발걸음 감사합니다. 우리 알라딘에서 오래 오래 함께 해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파이버 2022-12-16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잘라님 한동안 제가 서재에 못들어오던 사이에 닉네임을 바꾸셨군요! 잘잘랄라님 굿즈 쇼핑 멋지십니다~ 내년에 커피 더 많이 파셔셔 더 많은 돈 버시길기도합니다~ 추운 날 건강 조심하시고 따뜻한 연말 되세요~

잘잘라 2022-12-16 13:37   좋아요 1 | URL
파이버님 다녀가셨군요^^
어제가 제일 춥다더니 오늘은 더 추워요. 흐으~~ ㅎㅎ
파이버님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하고 싶은 일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즐거운 연말 보내시구요~~~~
 
나만을 위한 레이 달리오의 원칙 - 일과 삶의 성공을 위한 나만의 원칙 만들기
레이 달리오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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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10p.)원칙이란 무엇인가? 원칙이란 삶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현실을 다루는 방법이다.'
그래요? 그럼, 원하는 것이 없으면? 그렇다면 이 책은 반품해야겠군요. 현실을 뒤따라갈 뿐이라면 더더욱? ㅎㅎ걱정마세요. 저는 벌써 좍좍 밑줄을 그으며 쫙쫙 읽고 있습니다. 박수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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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직장인들 점심 시간 풍경이 재미있다.

습식이냐 건식이냐로 나뉜다고 해서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나이 많을수록 찌개나 탕 종류 나오는 식당을 찾고

나이 적을수록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을 찾는다는 것이다.

아니 뭐 하루 이틀 먹는 것도 아니고 

매일 점심을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때우면 어떻게 합니까? 물으니

그게 왜 때우는 거냐고 엄연한 한 끼 식사라고 한다.

아무려나,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이렇게 추운 날씨엔 국물 요리가 땡기지 않겠나?

 

8년 동안 운영한 커피 가게를 접을 준비를 한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재계약을 하려면 입찰에 응해야 하는데

입찰 기준금액(최저가)이 두 배 이상 오른 상태라 고심했다.

여기가 뭐 관광지도 아니고

유동인구도 일절 없는 곳인데

대체 뭣 때문에 감정평가금액이 두 배 이상 오를 수가 있는 것인지 

수긍하기 어렵다.


수긍하기 어려운 건 내 사정이고, 

아무튼 일은 벌어졌고,

나는 결정을 해야한다.

어떤 결정을 하든 내 책임이고

내 인생이다.


마침 겨울이고

마침 춥고

마침 때가 된 것인지,

누가 알겠나.


그 누가 알겠나.

알면 뭐 다른가.


엄마가 다녀갔다.

월요일에 왔다가 월요일에 갔다.

연거푸 세 번 소고기 식당에 갔다.

연거푸 세 번 카페에 갔다.

연거푸 일곱 번 외식을 했다.

연거푸 수 백 번 사진을 찍었다.

연거푸 연거푸 걸으며 웃었다.

한패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고기 안 먹는다고 엄마랑 소고기 식당에 갈 생각을 못했었는데 엄마가 혼자 KTX 타고 온 게 하도 기특..아니 어른한테 기특하다고 하면 안되지? 그럼 뭐라하나? 뿌듯? 자랑스러움? 이게 무슨.. ㅋㅋ 아무튼 그래서 소고기 식당을 갔는데 아니 거 참 그렇게 잘 드실 줄 누가 알았냐고, ♬어머니는 소고기가 좋다고 하셨어~~~ 대게보다 훨씬 훨씬 좋다고 하셨어~ (비싸기는 대게가 훨씬 더 비싸다. 소고기보다 비싼 대게) 랍스타보다, 전복보다 훨씬 훨씬 좋다고 하셨어~~~~ 


일주일 동안 하루도 안 빼고 외식을 했다. 엄마가, 이러다 내가 느네 거덜내겠다고 하면서 마지막 날 한사코 안 나가겠다고 버텼다. 경주 버드파크 예약해 놔서 나가야 된다고, 안 가면 몇 만 원 날린다고 했더니 예약을 취소하라고 했다. 숨도 안 쉬고 뻥을 쳤다. 당일 취소 안된다고, 그럼 그냥 돈 날리는 거라고, 그제야 옷 입고 나서서 경주 가서 버드파크 구경하고 천년한우 식당 가서 소고기 사 먹고 옆에 스타벅스 가서 놀이기구 타는 사람들 구경하고 왔다.


엄마 노래도 녹음했다. 오다시티 편집 프로그램으로 노래를 한 곡 한 곡, 다섯 곡, mp3 파일로 만들어서 카톡으로 보냈다. 엄마가, 다시 태어나면, 가수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가수 했으면 이름 좀 날렸을 것 같다고, 못 배운 게 한이라고 했다. 글을 못 배워서 가수도 못 했다고 했다. 백 번 지당하신 말씀이다. 나더러 이제라도 방송국에 좀 들어가면 안되냐고 했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니가 방송국 들어가서 이제라도 엄마가 어디 노래자랑이라도 한 번 나가게 해 줘라 하는 소리다. 아 네. 그건 뭐 내가 방송국 안 들어가도 엄마가 나가고 싶으면 두드려 보면 되는 거니까, 근데 엄마 진짜 노래자랑 나갈라면 노래 연습 좀 많이 해야겄는데? 흐흐. 


노상 다 살았다, 살만큼 살았다 하시더만, 이번에는 세상에 좋은 게 많아져서 좀 더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럼 엄마 인제 집에 가면 딱 두 가지만 해. 걷기 운동, 노래 연습! 그거는 매일 빼먹지 말고 해! 노래 연습은 날씨 핑계 댈 수 없으니까 진짜 매일 매일 해야 되!! 알았다고 했다. 엄마가. 흐흐흐.


엄마는 노래 연습을 하고

나는 무엇을 연습할까

엄마 이용 연습은 어떨까

하긴 엄마도 이번에 드디어 인정을 했다.

사진사가 되보는 건 어떻겠냐고.

크크크크킄크크

웃겨 죽는 줄 알았네.


아무튼 지난 주간에다가 이름을 붙이자면

"엄마가 둘째딸네를 습격한 유명한 사건"이 좋겠다.

사진과 그림을 짜집기 해서

책을 한 권 써도 좋으리라.


참고도서 주문

『곰들이 시칠리아를 습격한 유명한 사건』

『나만을 위한 레이 달리오의 원칙』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기술』

『보글보글 국물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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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2-08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뿌듯 맞아요. 엄마가 요즘 뭐 하시는 거 보면 건방지게도 뿌듯함이 느껴져요. 혼자 약 사고 오셔도 은행 갔다오셔도 ㅎㅎㅎ 소고기 사주시는 잘잘라님 찐 효녀 십니다 *^^* 12월에 좋은 일들만 그득그득하시길 ~

잘잘라 2022-12-08 15:28   좋아요 2 | URL
ㅎㅎ mini 님 그죠. 맞죠. 기차역에서, 배낭 메고 약간 🐧 펭귄 스타일로 걸어나오는 엄마가 어찌나 귀엽..반갑던지요!!
어느새 12월이네! 했는데
어느새 8일이네요.
후아~ .. 후와이팅요!!
mini님 효녀 응원 고맙습니다!!

scott 2022-12-08 15: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잘랄라님 진심으로 찐 효녀! 마미 노래 연습 할 때 잘잘랄라님은 마미를 위한 요리를 하실 것 같습니다 건강이 쵝오! 세상의 모든 마미들 만쉐!^^

잘잘라 2022-12-08 15:49   좋아요 2 | URL
scott 님 진짜 진짜 진짜로 건강이 쵝오!!!

방금 울산시 노옥희 교육감 사망 소식을 들어서 더 그렇습니다.
ㅠㅠ

왜 이렇게 아까운 분들이 자꾸 먼저 가시는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레삭매냐 2022-12-08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장인 가운데 저는 업이네요
ㅋㅋㅋ

어제는 순댓국 오늘은 참치김치

소고기는 고저 사랑입네다.

저도 곰돌이 질렀습니다.

잘잘라 2022-12-08 19:44   좋아요 0 | URL
확실하십니다. 순댓국, 참치김치찌개..ㅎㅎ

*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이 돌연사하셨습니다.
2022년 12월 8일 목요일 낮 12시 25분께 울산시 교육감 기관장 회의 점심 식사 자리에서 돌연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심정지 상태로 도착, 오후 1시 30분 경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1958년 생이시고 평소 건강 관리를 잘 하셨던 분이라 황망한 마음을 누를 수 없네요.
ㅠㅠ

햇살과함께 2022-12-08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점심은 습식으로다~
모듬국밥^^ 따끈하고 든든했어요

안타까운 소식이네요…명복을 빕니다.

잘잘라 2022-12-08 21:58   좋아요 1 | URL
햇살님도 습식을...ㅎㅎ

*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멍한채로.. 아.. 아깝다는 말만 백 번도 더 한 거 같아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프레이야 2022-12-09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엔 특히 국물요리 늘 당기죠.
나이랑도 상관 있겠어요 ㅎㅎ
따듯한 하루 보내세요 효녀 잘잘라 님.

잘잘라 2022-12-10 08:24   좋아요 1 | URL
ㅎㅎㅎ효녀잘잘라! 효녀심청에 버금가는 아이러니....ㅎㅎ

프레이야님 건강이 쵝오입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