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데빌 1
나카무라 모토 지음, 소이치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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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소설 <종의 기원>에는 사람을 죽이고도 일말의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는 '유진'이란 인물이 나온다. 나카무라 모토가 스토리를 담당하고 소이치로가 작화를 담당한 만화 <이노센트 데빌>에도 비슷한 유형의 인물이 등장한다.


여고생 신카이 아카네는 8년 전 양친을 잃었다. 친척이 없는 아카네에게 정부가 후견인을 붙여주었는데 그가 바로 범죄 심리학자 카미죠 토우코다. 토우코는 범죄 심리학자로서의 실력은 상당하지만, 어려 보이는 외모와 수줍은 성격 탓에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모로 보나 훨씬 어른스럽고 사회성도 좋은 아카네가 토우코의 곁에서 따라다니며 토우코가 맡는 사건들을 함께 해결한다.


이야기는 아카네와 토우코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드러나면서 급물살을 탄다. 사실 이들 중 한 사람은 한때 세상을 경악시킨 연쇄살인마다. 살인에 대한 저항감이나 죄악감이 조금도 없어서 '천진한 악마'로 불리는 그는,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되면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서 상대를 제압하고 죽이는 것도 불사한다.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인 아카네와 토우코는 이 같은 '천진한 악마'의 진짜 심리가 무엇인지 파헤치는 한편, '천진한 악마'가 인류에게 재앙인지 아니면 미래의 가능성인지를 연구한다.


범죄 스릴러물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도입부부터 훅 빨려 들었다. 작화도 깔끔하고 이야기 전개도 시원시원하다. 아카네와 토우코가 어떤 해답을 찾을지 궁금해서 완결까지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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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타스의 수기 6
모치즈키 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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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과 뱀파이어의 대결을 그린 만화 <바니타스의 수기> 6권을 읽었다.


'제보당의 괴수' 사건을 뒤쫓고 있는 바니타스와 노에. 바니타스가 잠든 사이 노에는 '백은의 마녀'에게 끌려가고, 잠에서 깬 바니타스는 백은의 마녀가 노에를 데려갔을 뿐 아니라 바니타스의 서 또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니타스는 단테에게 '제보당의 괴수' 사건에 대해 전부 말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단테는 '제보당의 괴수' 사건이 저주받은 자가 된 방피르, 즉 '베트(괴수)'가 수많은 인간을 죽인 사건 그 이상이라고 답한다.


한편 노에는 백은의 마녀로 불리는 클로에 다프쉐의 성으로 끌려가 예상치 못한 환대를 받는다. 그러나 얼마 후 성 안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곧이어 다프쉐 가문의 비밀과 클로에의 어두운 과거에 대해 듣게 된다. 노에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바니타스는 노에를 구하러 가는데, 과연 바니타스는 무사히 노에를 구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읽는데도 몰입이 잘 되는 걸 보면 수작(秀作)이 맞다. 작화도 매번 리즈를 갱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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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해적 캡틴 하록 호화판 2
마츠모토 레이지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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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 <천년여왕> 등으로 유명한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또 다른 걸작 <우주해적 캡틴 하록> 호화판이 출간되었다. 호화판답게 양장본으로 되어 있고, 원화의 색상을 재현한 컬러 페이지도 실려 있다.


1권에서 지구 소년 다이바 타다시는 우주의 무법자 캡틴 하록이 지휘하는 아르카디아호에 승선한다. 게으르고 패기 없는 사람들만 가득 차 멸망 직전인 지구를 침략하러 온 외계인 마존에 맞서기 위해 타다시는 캡틴 하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중이다. 2권에서 캡틴 하록과 타다시는 마존의 기지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행성에 착륙했다가 마존의 라플레시아를 만난다. 라플레시아는 캡틴 하록을 만나기만을 기다렸다며 거래를 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하록은 라플레시아는 물론 눈에 보이는 마존의 모든 문명이 허상이라며 물리친다.


작가는 하록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금성의 표면에는 곳곳에 문명의 흔적이 있어. 멸망한 <인류에 필적>하는 고등 생물이 남긴 문명의 잔해가 있다. 조사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도 지구 정부는 노는 일에만 투자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미메는 또한 이렇게 말한다. "우리 동족도 물자만을 위해 행동하고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형편없는 일족이 되어 몰락해 갔어요. 쾌락만을 생각하고 미래에 대해 전혀 손을 쓰지 않다가 멸망해 버렸어요."


1970~1980년대에 저자가 남긴 메시지는 2019년을 살고 있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유효하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집중하다 인류 전체의 생존에는 무심해지고 있지 않은지, 오늘만 생각하고 내일은 고려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된다.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점이 역시 명작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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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해적 캡틴 하록 호화판 1
마츠모토 레이지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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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 <천년여왕> 등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또 다른 걸작 <우주해적 캡틴 하록> 호화판이 출간되었다. 호화판답게 양장본으로 되어 있고, 원화의 색상을 재현한 컬러 페이지도 실려 있다.


때는 서기 2977년. 지구의 바다가 사멸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류 종말의 때가 왔다'라며 포기했지만, 캡틴 하록은 새로운 인류의 빛나는 미래를 믿고 무한의 바다 '우주'로 떠났다. 얼마 후 외계인 마존이 우주에서 내려와 지구를 침략하고, 타다시의 아버지 다이바 박사는 권력자들에게 경고하지만 권력자들은 다이바 박사의 충고를 듣지 않고 골프나 치러 다닌다. 그런 다이바 박사 앞에 수상한 여자가 나타나 다이바 박사를 살해하고, 혼자 남은 타다시는 지구가 지금 어떤 위기에 알려주겠다는 남자의 말에 혹해 그가 타라고 한 배에 올라탄다. 그 배의 이름은 아르카디아호. 그 남자는 바로 우주해적으로 악명이 높은 캡틴 하록이다.


우주의 무법자 캡틴 하록은 타다시에게 누구를 위해 살지 말고 나처럼 자유롭게 살아보라고 충고하지만, 타다시는 지구를 위해, 지구인의 용기를 위해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게으르고 패기 없는 사람들이 가득한 지구에서 살기보다, 캡틴 하록과 함께 아르카디아호를 타고 우주를 누비며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타다시는 아르카디아호에 오른다.


흔해 빠진 SF 만화의 도입부 같지만,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는 작품 곳곳에 자신이 품고 있는 의문과 철학을 담았다. 가령 이런 문장이 있다. "약육강식... 그것이 우주를 지배하는 본래의 규칙이지만... 그 규칙에 충실히 따르는 종족에게 습격을 받는다면... 골프장이나 오페라극장에 정신이 팔린 이 별 사람들은 잠시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지금 지구인들이 돼지처럼 평화를 탐하고 있는 것도, 외우주에서 죽어간 많은 동포를 희생시켜 손에 넣은 잠깐의 꿈이지. 희생시킬 제물이 없어졌을 때, 그 돼지들에게 자신을 희생할 용기가 있을까?" 작가의 시니컬한 시선이 담긴 문장이, 1978년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구성과 빼어난 작화와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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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
통이(정세라)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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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한 번도 키워본 적 없는 사람이 덜컥 고양이 여덟 마리와 함께 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웹툰 작가 통이의 <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는 2015년 가족과 함께 전라남도 시골로 이주한 저자가 고양이 여덟 마리와 함께 생활한 모습을 담은 만화다. 저자가 시골집으로 이사 온 첫날, 짐을 내리기도 전에 웬 고양이 한 마리가 달라붙었다. 붙임성 좋은 녀석은 가족 모두의 관심을 끌었고, 결국 마당 한 구석을 내어주며 보살피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 후. '미미'라고 이름 붙인 녀석이 창고에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았다.


그렇게 시작된 고양이 여덟 마리와의 동거는 저자의 삶을 크게 바꿨다. 일단 고양이의 생태에 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고양이는 고마운 사람에게 보은을 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그 '보은'이 반쯤 먹힌 곤충 사체나 죽은 쥐 한 마리를 물어오는 것인 줄은 몰랐다("고양이가 은혜 갚는다는 건 거짓말이야!"). 고양이가 얼마나 애교가 많은 동물인지도 알게 되었다. 저자와 함께 사는 고양이들은 저자가 빨래를 널거나 사료를 줄 때, 텃밭을 정리할 때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부린다. 어미 고양이는 일정 기간 새끼를 키우고 나면 자신의 영역에서 쫓아내거나 본인의 영역을 내주고 떠나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미미는 후자였다. 고양이 중에서도 특별한 모성을 지녔던 미미는 새끼들을 키운 후 홀연히 떠났다.


귀농해 고양이와 살면서 비로소 생명에 대해, 자연에 대해, 인생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는 저자의 만화를 보면서 나 역시 많은 걸 배웠다. 고양이를 대상화하지 않고, 인간과 동등한 자격을 지닌 생명체로 대우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제목이 '고양이 여덟 마리를 키웠다', '고양이 여덟 마리를 길렀다'가 아니라 '고양이 여덟 마리와 함께 살았다'인 것만 봐도 이 만화가 어떤 시선으로 고양이를 대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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