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듀나 지음 / 제우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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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이자 영화평론가인 듀나가 1999년부터 자신의 인터넷 게시판에 '클리셰 사전'이라는 이름의 섹션을 만들어 수집한 영화(가끔은 드라마) 속 클리셰들을 정리한 책이다. 왜 전쟁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등장인물의 감동적인 연설로 끝이 날까, 왜 로맨스 영화의 여자 주인공에게는 게이인 남사친이 있을까, 왜 어린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고아일까 등등 한때는 독창적이고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겠지만, 이제는 너무 빈번하게 사용되어 식상하고 진부하게 느껴지는 아이디어들에 관한 신랄한 비판과 지적이 이어진다. 


제목인 <여자 주인공만 모른다>는 여자 주인공의 운명을 좌우할 비밀(예 : 출생의 비밀, 남편의 불륜, 불치병 등등)을 여자 주인공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경우가 허다함을 의미한다. 저자가 예로 든 드라마 <하늘이시여>가 2005년에 방영된 작품인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자 주인공만 모르는' 드라마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런 경우 제작진의 나태함을 탓해야 하는 걸까, 시청자들의 안일함을 탓해야 하는 걸까. 여자 주인공이 '모르는' 경우가 남자 주인공이 '모르는' 경우보다 많다는 생각도 든다. 이는 특정 성(性)에 대한 고정관념 내지는 편견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도 든다. 


저자가 10년, 20년 전에 쓴 글이 대부분이다 보니 인용된 영화나 드라마의 다수가 1990년대 혹은 2000년대의 작품이다(예 : <프렌즈>, <스크림>, <순풍 산부인과>,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등). 최신 영화, 최신 드라마의 클리셰 경향이 나오지 않는 건 아쉽지만, 10대, 20대 독자들에게는 과거의 명작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 이상의 연배인 독자들에게는 과거에 유행했던 작품들을 상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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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로서의 번역 - 영어 명작소설 깊이 읽는 법
고노스 유키코 지음, 김단비 옮김 / 유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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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영어 명작 소설 깊이 읽는 법'이라는 부제에 끌려서 구입한 책이다. 읽어 보니 과연 이 책을 읽으면 영어로 된 명작 소설을 전보다 깊이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고노스 유키코는 일본의 저명한 영문학자이자 영미 문학 전문 번역가이다. 이 책은 2016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 10회에 걸쳐 저자가 진행한 번역 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챕터마다 한 편씩 저자가 선정한 고전 명작을 읽고 직접 번역 연습을 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저자에 따르면, 번역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읽기'다. 원문을 제대로 읽기만 해도 번역의 8~90퍼센트는 해낸 셈이다. 가령 1장의 과제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 머리 앤>을 예로 들어 보자. 원문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주인공 앤이 그 나이대 아이가 쓰기에는 어려운 단어와 표현을 구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부모 없이 고아원과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힘들게 자랐지만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싶어 하는 인물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좋은 번역가라면 이런 점에 유의해 번역을 해야 한다. 


비슷한 예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들 수 있다. 원문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주인공 홀든이 말끝을 얼버무리거나 젠체하는 말투를 즐겨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학 가는 학교마다 퇴학을 당하는 불량 학생이라는 인물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이런 식으로 인물이 주로 쓰는 단어나 표현, 말투의 특성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분석하면서 읽으면 더욱 정확한 번역을 할 수 있다. 이는 번역뿐 아니라 독서에도 적용되는 조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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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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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남자의 자존심을 깔아뭉갤 필요가 없어, 도미니크(참 예쁜 이름을 가졌구나), 이곳엔 남자가 없잖아, 그래서 네 눈에 우리가 평화로워 보이는 거야, 그냥 우리 자신으로 살면서 여성의 신성함을 되찾고, 대자연과 연결된 상태로 대자연을 보호하고, 자원을 나누고, 공동체가 함께 결정을 내리면서도 사생활과 자율성을유지하지, 요가, 호신술, 산책, 달리기, 명상, 영적 수행으로 몸과 마음을 자가 치유하면서우리 각자에게 좋은 건 뭐든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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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 읽고 보고 듣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 땅콩문고
황효진 지음 / 유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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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직접 책(독립출판물), 잡지, 팟캐스트, 뉴스레터 등을 제작해 본 경험담이 나온다. 각각의 제작 과정에서 누구의 무엇을 참고하면 좋은지, 어떤 장비나 프로그램을 쓰면 좋은지 등 구체적인 조언이 나와서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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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 읽고 보고 듣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 땅콩문고
황효진 지음 / 유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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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듣는 팟캐스트 진행자의 책이 나오면 가격이나 내용을 따지지 않고 구입하는 편이다. '청취료'를 내고 싶어도 달리 방법이 없거나, 방법이 있어도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책이라도 사드린다는 심정이랄까. 이 책도 평소 즐겨듣는 팟캐스트 중 하나인 <시스터후드>의 진행자 중 한 사람인 황효진 작가님이 쓰셨다고 해서 구입했다. 방송 들을 때마다 침착하고 야무진 분 같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책도 작고 얇지만 갖춰야 할 것은 다 갖추고 있어서, 역시 콘텐츠는 만든 사람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주로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생각해야 할 것들과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을 다룬다.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저자의 답은 '왜?'이다. 나는 왜 콘텐츠를 만들고 싶을까? 만든다면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을까? 이 콘텐츠가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등을 생각해보고 각각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그 자체로 기획안이 완성된다. 콘텐츠의 콘셉트와 타깃층을 정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열심히 만든 콘텐츠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소비되면 좋겠지만, 기획 단계에서는 "극단적일 정도로 어느 한 개인을 위해 만든 것"을 지향하는 편이 좋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해보았다면, 너무 오래 시간을 끌지 말고 제작 단계로 넘어가자. 미리 기획을 촘촘하게 짜 놨어도 실제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면 당초의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무수히 생기기 때문이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책(독립출판물), 잡지, 팟캐스트, 뉴스레터 등을 제작해 본 경험담이 나온다. 각각의 제작 과정에서 누구의 무엇을 참고하면 좋은지, 어떤 장비나 프로그램을 쓰면 좋은지 등 구체적인 조언이 나와서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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