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로서의 번역 - 영어 명작소설 깊이 읽는 법
고노스 유키코 지음, 김단비 옮김 / 유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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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영어 명작 소설 깊이 읽는 법'이라는 부제에 끌려서 구입한 책이다. 읽어 보니 과연 이 책을 읽으면 영어로 된 명작 소설을 전보다 깊이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고노스 유키코는 일본의 저명한 영문학자이자 영미 문학 전문 번역가이다. 이 책은 2016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 10회에 걸쳐 저자가 진행한 번역 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챕터마다 한 편씩 저자가 선정한 고전 명작을 읽고 직접 번역 연습을 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저자에 따르면, 번역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읽기'다. 원문을 제대로 읽기만 해도 번역의 8~90퍼센트는 해낸 셈이다. 가령 1장의 과제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 머리 앤>을 예로 들어 보자. 원문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주인공 앤이 그 나이대 아이가 쓰기에는 어려운 단어와 표현을 구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부모 없이 고아원과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힘들게 자랐지만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싶어 하는 인물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좋은 번역가라면 이런 점에 유의해 번역을 해야 한다. 


비슷한 예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들 수 있다. 원문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주인공 홀든이 말끝을 얼버무리거나 젠체하는 말투를 즐겨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학 가는 학교마다 퇴학을 당하는 불량 학생이라는 인물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이런 식으로 인물이 주로 쓰는 단어나 표현, 말투의 특성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분석하면서 읽으면 더욱 정확한 번역을 할 수 있다. 이는 번역뿐 아니라 독서에도 적용되는 조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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