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간힘
유병록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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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죽었을 때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다만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를 잃었을 때의 고통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시인 유병록의 산문집 <안간힘>은 저자가 어린 아들을 잃고 나서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읽는 동안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친구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갑자기 딸을 잃고 황망해 하면서 구슬피 울던 두 분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고작 십여 년을 알고 지낸 친구를 떠나보낸 나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자기 손으로 거두어 서른 해 넘도록 키운 딸을 먼저 보낸 부모님은 얼마나 힘드실까. 딸이 죽었는데 나는 살아있다고, 살아서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이 부끄럽다던 친구 어머님. 책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아들은 온기를 잃고 장례식장 안에 누워 있었고, 나는 누나가 사 온 죽을 먹고 있었다. 그것은 치욕이었다." (16쪽) 


욕되고 수치스러워도, 삶은 계속되고 산 사람은 살아간다.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저자는, 자코메티가 만든 조각상을 보러 가기도 하고, 아내와 함께 방송댄스를 배우러 다니기도 하면서 마음을 추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들 생각을 하면 눈시울부터 붉어진다. 전세 계약 기간이 지났지만, 아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을 떠나고 싶지 않다. 내가 너를 보낼 수 있을까. 내가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슬프고 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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