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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줄게요 - 늘 괜찮다는 당신에게
박지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1월
평점 :
얼마 전 '치유'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강조한 치유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안아주기(hugging)'였다. 아무 말 없이 상대방을 꼭 안아주기만 해도 그 자체로 큰 위로가 될 뿐만 아니라, 긴장을 줄이고 행복 호르몬의 분비를 활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든 생각도 그것이었다. 서로 꼭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관계가 나아지고 몸까지 건강해진다는데, 이런 책이 나오는 걸 보면 스스럼없이 안아줄 수 있는 사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어느 날 우연히 트럭에서 파는 거대한 갈색 곰 인형을 산 일화를 소개한다. 평소보다 더 힘들고 울적한 날이었다. 힘든 하루를 보낸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큰맘 먹고 그 인형을 샀다. 인형을 가지고 가려고 양팔에 안은 순간, 딱딱하게 굳어 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분명 인형인데 마치 사람처럼 나를 안고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저자는 '무엇이든 안아주는 곰'을 그리기 시작했다.
몇 달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취업 준비생, 전시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화가, 무슨 일 때문인지 술에 잔뜩 취한 사람, 실연 당한 사람,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 등등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조용히 안아주는 곰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저자가 오랫동안 쓰고 그린 '무엇이든 안아주는 곰'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니, 자연히 내 마음도 스르르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곰처럼 푸근하게 안아줄 사람이 옆에 없으니, 저자처럼 거대한 곰 인형 하나를 장만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ㅎㅎ
언제라도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면,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용히 포옹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커다란 곰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안아주지는 못하겠지만, 상대를 아끼고 염려하는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고, 그것으로 상대가 작게라도 위로받고 회복하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제대로 위로하는 법,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