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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
노무현 지음 / 학고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들 정치인들이나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적으면 대부분 좋은 부분을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최근에 이르기까지 큰 중요 사건들을 나열하여 거기에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였고, 그것으로 인해 어떻게 잘 되었는지를 보여주기 바쁜 것이 대부분의 자서전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았던 성공과 좌절은 조금 다른 자서전이었다. 그것은 성공과 좌절처럼 성공을 담은 이야기가 아니라 성공보다는 좌절에 순간에 초점을 맞추었다. 물론 어느 정도 성공한 부분도 있었으나 그것은 단지 일부분이지 이 책의 중심은 성공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많은 이야기였다.
노무현이 대통령을 지내면서 이 문구가 정말 생각나게 했다. “시대는 한 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 라고 말이다. 노무현의 이야기는 어떻게 본다면 개인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한국 근현대사의 이야기도 닮아내었다. 한국이 일제강점기와 625사변 이후 어려운 경제, 정치, 사회적인 변화 속에서 이른바 독재정치라는 큰 압박 속에 대중들이 살고 있었던 시기이다.
게다가 독재정치만 문제가 아니라 독재로 통한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노무현이 가장 싫어했던 부분이 반칙하는 플레이였다. 그리고 기회주의적인 인간들과 사회들도 싫어했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기회주의적인 인간이 득세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가령 나도 그런 생각을 버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흔히 겉으로 공정하고 모든 국민이 자신이 바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즉 개인 어느 한 사람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한다면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끔은 이런 이야기도 듣는다. “돈 없고 백 없는 인간들은 그저 죽어야지” 라고 말이다.
내가 지금 이런 문구를 적는 것이 이상할지 모르나 그것은 내가 일상적으로 듣거나 혹은 느끼는 이야기다. 심지어 회사에 가서 직장동료와 밥 먹는 중간에도 쉽게 나오는 말들이다. 지금 이것이 내가 혹은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일 줄은 모르겠다. 노무현은 아마 이런 것이 무척이나 싫어했던 모양이다.
그의 저서 중에서 다른 책을 보니, 그는 대학교를 나오지 않고 고등학교만 나왔다. 지독한 가난함과 집안가정이 어려워서 대학진학은 꿈도 꾸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법시험에 고졸 출신이 붙은 것이다. 막상 사법연수원에 가보니 많은 동기들이 좋은 대학교에 다녔던 사람으로 모두 노무현을 무시했다.
심지어 밥을 먹는 순간에 혼자서 먹어야 했던 그로서는 이미 대한민국의 현실에 많은 턱을 절실히 느꼈던 것이다. 물론 얼마 후에 노무현과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서로 도움을 주던 동기들도 나타났다. 그러나 노무현이 느끼는 당시 70년대 중후반의 한국사회는 가장 엘리트적이고 가장 국민을 받들어야 할 판검사 및 변호사 조직들이 특권의식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노무현이 청문회 스타로 혹은 부림사건 이후의 변호사로 활약하기 전에 큰 두각을 나타나지 않았으나, 적어도 그는 계속 대한민국의 모순된 구조와 싸웠다. 물론 대통령이 되어 활동할 때도 계속 싸워야 했다. 전에 어느 신문기사에서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 모두 일어나며 박수칠 때 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박수치지 말아야 할 타이밍에 누가 노무현에게 박수를 쳤다고 한다.
고등학교 출신에 백도 없는 이유로 야유를 당하기도 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백이란 단어를 많이 생각했다. “돈도 없고 백도 없으면 그저 입 다물고 구석에 쳐 박혀야 하냐고?”, 물론 위에서도 언급했으나 깨끗한 미사어구를 날리는 양반들이야 원칙이 서는 나라, 모두가 자유롭게 생활하는 나라, 행복하고 밝은 나라라고 외치는 경우가 많으나 가끔 그들의 행보에선 그런 것이 전혀 느끼지 못할 경우가 많다.
당하는 자와 그 당하자는 자의 옆에서 관찰하는 자에 비해 멀리서 방관하고 가해하는 자는 아무런 느낌을 가질 수 없다. 본래 가해자들은 자신이 가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이 당연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사회에서 이런 점은 “나만 잘되면 된다. 우리만 잘되면 된다. 남은 어떻게 되는지 관심 없다. 그저 힘없으면 닥치고 있든지?” 라는 이야기로 당하는 자의 가슴을 상처투성이로 만든다.
노무현은 그것이 싫어했던 것이다. 아마 그가 가장 큰 좌절을 느낀 것은 이런 사회를 개선하고 싶었으나, 그것이 되지 않음이다. 모두 먹고 사는 경제만을 외치고 있으나, 조금만 이상해도 경제가 죽니 사회가 죽니 라는 이야기가 그의 눈과 귀에 전달되었다. 아마 당시 1997년 IMF 위기 이후 조금씩 그 과정을 해결해 가는 도중 많은 서민들이 희생되어야 하는 점을 보았을 것이다.
노무현은 그런 서민들이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항상 마음속으로 고민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들도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바랐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5년이란 세월에 바꿀 수 없음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사회구조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정부조직의 변화와 언론의 자율성과 윤리성을 지키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에게 언론이란 과연 중립을 유지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인지 혹은 정치적인 압박을 넣기 위한 수단인지 고민하게 만든 부분이 많다. 또한 언론의 기능은 국민들에게 올바른 사회, 정치, 경제관을 심어주는 미디어인데, 그것이 제대로 못한다면 국민의 귀와 눈을 속인다고 보았다. 결국 언론과의 싸움에서 노무현을 좌절로 많이 이끈 것 같았다.
그가 정치 전반에 다 잘 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몇몇은 분명히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것으로 힘든 상황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진정 그가 국민들을 위한 업적들이 있다는 것과 그것으로 한층 나라가 좋게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공적인 부분은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았다. 그의 좌절은 단순하게 좌절이 아니라 그런 정치적 행위에서 그가 고치고 싶어한 기회주의적인 사회를 개선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좌절이다.
기회주의적인 사회에서 그가 바라는 사람 사는 세상은 너무나도 멀게만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 자신의 좌절을 이야기하여 성공을 본인이 찾기보단 이 회고록을 보는 이로 하여금 찾기를 바란 것이다. 자신의 실패와 좌절 그리고 눈물과 애한에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책 표지에 적힌 이 문구가 참 인상 깊다.
“나의 실패가 여러분의 실패는 아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갈 길을 가야 한다.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또 뒷면에 “사람답게 대우받는, 사람 노릇을 하는, 사람이 돈과 시장의 주인 노릇을 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처럼 인간이 시장경제의식에 따라 지배받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바란 것이다.
솔직히 나나 혹은 세견을 둘러보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거나 알고 싶지 않은 일들을 종종 본다. “가난한 사람들,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 배가 고픈 사람들, 가족이 없는 사람들,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 희망을 잃은 사람들....”
노무현의 꿈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 꿈을 가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 수 있는 그 인간의 권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