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박중서 옮김 / 까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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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을 읽다보면 작가의 위트와 유머에 깔깔거리게 된다. 바로 내가 사랑하는 작가 빌 브라이슨이 그렇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퉁명스러운 어조와 거칠 것 없는 신랄한 단어 선택들이 웃음과 통쾌함을 주고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게다가 그의 비난에 가까운 비판들이 짜증쟁이의 불평불만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만한 이유와 대상을 향한 것이기도 하고, 그 대상에 대한 애정들이 역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좋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같은 대륙임에도 다양하기만한 사람들과 문화에 대해 공범자의 눈짓인 양 건네던 그 재미난 표현들이 그렇고, 태어난 고향인 미국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낸 영국 사람들에 대한 애정어린 불만이 그러했다. 또한 그의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와서 느끼는 그 생경함과 어처구니 없는 미국 문화와 환경에 대한 그의 느낌(혹은 불평?)들의 표현이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 책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는 일단 책의 판형이 크고 많이 쓰이지 않는 사이즈였다(약 가로 17, 세로 23정도). 게다가 본무느이 내용만오 540쪽에 이르고 인용된 참고 문헌만조 16페이지나 된다. 그것만 보아도 이 책을 쓰기 위해 작가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최동단인 노퍽주의 한 오래된 영국 국교회 목사관으로 이사한 그의 가족은 어느날 천천히 떨어지는 물방울의 출처를 알기 위하여 다락에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우리 집에는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었기 때문에, 거기 올라가려면 높은 발판 사닥다리를 이용해야 했다. 그런데 이 발판사닥다리는 천장에 난 뚜껑 문에서 아래로 늘어뜨려진 채 상당히 불안하게 흔들렸다. 사실 내가 이제껏 한번도 올라가보지 못했던

(또는 그때 한 번 올라가 본 이후에 다시는 올라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본문 9쪽

 

  바로 이 문장같은 것이 내가 그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이다.

 

이렇게 어렵사리 다락에 올라간 그는 집 바깥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비밀 문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하여 나가 바라보게 된 멋진 경치를 즐기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일종의 수수께끼로 가득한 장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그는 집안을 여행하기로 결심한다. 집안의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면서 그 각각이 사생활의 진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탐구하기로 한 것이다. 욕실에서는 위생의 역사를 부엌에서는 요리의 역사를 연구하기로 한 것이다. 이 책은 전체가 19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일단은 그가 살고 있는 목사관을 지은 마셤씨에게 감사할 일이다. 그 목사관이 이렇게 큰 규모인 덕에 우리는 집이 지어진 연도에 있었던 영국의 건축부터 육아실, 다락에 이르러 아동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영국의 상속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지식을 탐구할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건축과 요리, 그리고 하인의 존재, 빈민들의 삶과 아동 학대, 책과 여성의 지위, 옷의 역사와 고고학의 발달에서 '종의 기원'까지 그가 사는 집에 관계된 것들은 이렇게나 많았다.

  이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이 결코 짧지는 않았다. 아주 읽기 쉬운 내용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간혹은 지루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유의 유머와 위트, 그리고 광범위한 지식이라는 이 책의 매력은 두껍고 큰 책 한 권을 덮을 때의 만족감과 더불어 읽는 이에게 행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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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아이들 3 - 배신당한 아이들 봄나무 문학선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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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권에서 우리의 셋째 아이 루크는 리 그랜트의 신분증을 가지고 핸드릭스 남학교에 전학을 가지만, 그 곳에서 사귄 친구 제이슨이 인구 경찰을 위해 일하는 스파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제이슨과 사귀던 시절 학교 밖의 숲 속에서 만나던 니나라는 아이가 잠깐 언급되었다. 그리고 소설은 인구 경찰이 할로우 여학교에서 니나를 체포하는 장면을 보여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동안 <그림자 아이들> 이라는 타이틀을 지난 책의 주인공은 루크였는데, 이 책 <그림자 아이들 3, 배신 당한 아이들>의 주인공은 바로 그 니나다. 인구 경찰에 의해 교도소에 갇힌 니나는 쇠사슬로 묶인 채 어두운 감방에 있다. 혐오스런 인구 경찰은 니나에게 제이슨이 너를 배신했다면서 네 목숨을 구하고 싶으면 인구 경찰을 위해서 일을 하라고 한다. 셋째 아이로 테어난 탓에 어린 시절의 예쁜 이름인 엘로디 루리아를 잃어버리고 멍청이 같은 니나 이딧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도 힘든 일인데, 그런 역겨운 스파이 노릇을 하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러나 죽는 것은 너무도 두려웠다. 그리고 제이슨이 자기를 배신했다는 그 말은 죽음처럼 니나의 마음을 갉아먹었다. 인구 경찰이 니나에게 요구한 것은 감방에 갇힌 채 자기들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 세 아이의 배후를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더럽고 축축하고 어두운 감방에서 만난 어린 세 아이는 마티아스와 퍼시, 그리고 알리아였다. 그들의 얼굴울 보면서 니나는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 아이들이 행여 무슨 말이라도 해서 자기가 인구 경찰에게 알리게 될까봐 오히려 두려워 한다.

  이 소설에서 니나는 겨우 열세 살의 어린 소녀이다. 그러나 니나는 인간이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고결함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들을 배신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아이들을 구해서 함께 달아나고자 한다. 아주 적은 먹을 거리들을 함께 나누면서 혹시라도 아까운 느낌을 갖게 되면 스스로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니나. 어린 시절 따스했던 자신의 집을 떠올리면서 그림자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와 이모들의 희생을 통한 보살핌을 받았던 자신과 비교해 거리에서 살았다는 이 아이들이 얼마나 가여운 것인지를 느끼고 그들을 보호하고 싶어한다. 급기야 숲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발각되었을 때, 니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정신없이 그들을 구하려 소리친다.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가면 눈과 얼굴을 붉히고, 이기적인 행동에도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른들의 모습과 얼마나 대조적인지 마치 내가 니나의 어머니라도 된 양 흐뭇하고 기뻤다.

 이 소설은 참 특이하다. 어린이 책처럼 작고 가볍고 책의 표지도 동화스럽지만, 책의 내용은 심각하기 그지 없다. 식량난으로 아이를 둘만 낳을 수 있는 시대라니 아마도 그 시대에 불어닥친 식량난 역시 어른들의 무분별한 행동들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고통을 아이들이 짊어져야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시대의 모습을 은유하는 것은 아닐까? 작은 책이지만 그 무게와 울림이 크다.

 

"니나는 이모 무릎 위에 앉았을 때의 아늑하고 폭신했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히 느껴졌다.

이모는 큰 안락 의자에 앉아 있었고, 니나의 무릎 위에는 책이 펼쳐져 있었다.

집이 아무리 추워도 니나는 늘 따뜻하다고 여겼다.

여섯 살이었을 때 말이다.

 그런데 지금 여섯 살 난 이 여자아이는 축축한 감방에 웅크리고 앉아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본문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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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해야 치유된다 - 중독 심리치유 에세이
선안남 지음 / 신원문화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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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어떤관계를 맺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본문 30쪽

 

  얼마 전 안철수 교수의 인터뷰를 보았다. 여러 프로그램과 신문에서 이미 본 내용이 많았지만, 그 차분한 어조가 참 듣기 좋았다. 그 중에서 특히 귀에 쏙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활자중독"이다. 어린 시절 책을 읽는 것이 취미였다던 그는 학교 도서관의 책을 거의 다 읽었는데, 책을 읽을 때는 내용 뿐 아니라 뒤의 작가의 말과 가격, 인쇄일까지 다 읽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야만 책을 다 읽은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책에 있는 글자를 모두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린 셈이다. 그 말을 들으면서 웃음이 났다. 나는 어떤가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우선 책의 앞과 뒤의 표지를 읽는다. 그것은 때로는 광고 문구이기도 하고, 책에 대한 짧은 리뷰이기도 하다. 그리고 앞날개를 읽는다. 대부분 그 자리는 작가의 소개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뒷날개를 본다. 앞날개의 내용을 잇는 경우도 있고, 출판사의 다른 책을 광고하기도 한다. 그리고 책을 펼친다. 앞부분에 작가의 말이나 추천사가 있는 경우도 있고, 바로 책의 내용이 시작되기도 한다. 내용을 다 읽으면 번역서인 경우에는 옮긴이의 말, 또는 작품에 대한 평론 등이 있다. 거기까지 다 읽어야만 그 책을 덮어도 좋다는 느낌이 든다. 가끔, 참고문헌이 있으면 그것도 다 읽는다. 그러니 나 역시도 "활자 중독"임이 틀림없다.

  이 책 <나를 사랑해야 치유된다>는 상담 심리를 공부하는 작가가 영화에서 중독 증세를 찾아보고 주인공들이 그것을 극복하거나 또는 실패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삶과 생활에 연결지어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전체 5장으로 이루어져 사람사이의 관계에 집착하는 관계 중독, 사랑의 대체물에 중독되는 물질 중독,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하는 행위 중독 등 다양한 중독 증상과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영화들은 본 것도 많고 이야기를 들은 것도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그 영화들을 보면서 과연 영화 속의 중독을 내가 알아본 경우는 몇 번이나 되었을까?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영화는 '남자가 사랑할 때(When a man loves a waman)' 이었다. 앤디 가르시아와 맥 라이언의 연기가 좋았던 그 영화에서 주인공 앨리스를 영 이해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내가 너무 젊은 나이라서 그랬는지 모른다.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서 술을 마시던 그녀의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 여기저기 감춰두었던 술병을 찾아내고 망연자실한 남편의 표정들과 저변에 깔리던 그 유명한 음악이 떠오른다. 책에서 작가는 그녀의 심리를 이해하고 또 이해하면서 그녀 스스로 자기를 완성하도록 했어야할 남편의 역할을 제시한다. 비록 영화에서 그 예를 찾았지만 그래서 더욱 실감나게 이해가 되는 사례들이었다.

  중독이라는 것 중에서 과연 긍정적인 것이 있을까? 술, 도박, 마약, 쇼핑, 음식 혹은 사람, 권력 등 우리가 빠질 수 있는 중독은 너무나 많지만, 그 중 어느 하나라도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이 중독되고 마는 것은 그것들이 주는 짧은 쾌락이 정말 환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여기저기 참 함정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언뜻 겁이 나기까지 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아직도 세상 경험이 부족한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좀 슬프고 우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너무 출간을 서두른 탓인지 어쩐지 교정과 교열이 부족한 점이 조금 아쉬웠다. 비전문가인 나의 눈에도 수많은 비문들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좋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보이는 이런 점들이 책의 신뢰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안타깝다.

예) 49쪽, 그리고 그들이 대중들의 변덕스런 욕구에 따라 그들이 휘둘리게 된다면 더 외롭게 미쳐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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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제나
조앤 바우어 지음, 이순영 옮김 / 꽃삽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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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영업이 아닐까 한다. 남의 주머니에서 돈 나오게 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사라고 권하는 게 참 선뜻 도전하기 어렵다. 어쩐지 비굴한 느낌도 들고 자존심도 상하고 말이다. 그러니 평생 장사하기는 틀린 노릇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왕' 또는 '영업의 신'이라는 사람들이 속속 나오는 것을 보면 다들 나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렇게 힘든 영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들은 자신의 영업에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파는 물건에 대한 자신감과 상대에게 이 물건이 꼭 필요하며 자신이 파는 이 물건이 상대의 삶의 질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확신이 전제될 때 그렇게 열성적인 판매가 가능할 것이다.

  이 소설 <열 일곱 제나> 의 제나 역시 '판매왕'이다. 제나는 겨우 나이가 열 일곱이지만, 신발 가게인 '글래드스턴'에서 거의 최고의 판매왕이다. 제나는 신발을 어떻게 진열해야하는지 잘 알고, 어떤 신발이 좋은 신발인지 알아볼 수 있으며,  소비자가 원하는 신발을 알아볼수 있다. 제나의 판매 전략은 단순하다. 바로 '손님에게 가장 필요한 신발을 최선을 다해서 찾아주는것'이다. 제나는 그런 노하우를 아빠에게서 배웠다. 어린 시절 아빠는 제나에게 물건을 팔아보라며 놀이를 가르쳐주었다. 제나는 아빠를 따라다니면서 그 일을 익혔고, 그 추억이 아빠와의 가장 좋은 기억이다. 그 뒤 아빠는 술 문제를 일으키고 엄마와 이혼하고 말았다. 제나의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이 바로 아빠 문제이다. 아빠를 사랑하지만, 아빠의 주정을 감당하기가 갈수록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열일곱 여름, 제나에게 큰 사건이 생겼다. 미국 전역에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는 글래드스턴 회장이 제나더러 운전을 해 달라고 한 것이다. 아직 면허를 딴 지 얼마되지 않은데다가 글래드스턴 회장은 성질이 무섭기로 유명했다. 곧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어야 할 나이인데 아들과 사업에 대한 시각이 달라서 갈등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제나는 이번 여름에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개학 때 쯤엔 예쁜 빨강색 차를 사고 싶었다. 그런데 회장은 6주나 함께 전 매장을 돌자고 한 것이다. 운전도 미숙한데다가 무서운 회장 할머니와 함께 보낼 생각을 하니 도망가고 싶지만, 제나는 그 일을 하기로 한다. 어쩐지 회장에게 잘 해주고 싶고 툭하면 전화해서 난리를 피우는 아빠에게서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각지의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제나는 진정한 판매왕을 만나고 진짜 사업이란 좋은 물건을 파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 것도 아닌 일로도 한창 고민이 많은 나이인 제나에게 주어진 현실은 너무 우울하다. 제나의 처지처럼 자기자신만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가족의 문제로 고통에 처한 청소년이 참 많은 것이 현실이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때로는 부모가 아이만도 못한 경우도 많고 아이의 힘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우울한 조건에서 아이가 자기 힘에 부치는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것은 어른도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밝게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친구들과 웃기도 하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려고 애를 쓴다. 어른들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말이다. 어쩌면 아이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이들 특유의 긍정과 희망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런 제나에게 큰 힘을 주고 또 제나의 도움을 받는 이가 노인이라는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래드스턴 회장은 이미 일흔이 넘어 그만 현직에서 물러나기를 요구받는 처지였다. 그러나 그는 어린 제나와 힘을 합쳐 자기 앞의 역경을 이겨내고 나이든 이로서의 경험과 판단을 존중받는다. 힘겨운 상황을 이기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 살아갈 힘을 얻도록 주위를 살피고 따뜻함을 나누어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또한 나이든 분들의 판단과 경험을 겸허하게 경청하는 일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장사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사소한 일들이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짧은 순간들이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본문 192쪽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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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
김선정 지음 / 팬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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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듣는다면 조금만 나이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드리 햅번의 깜찍한 짧은 머리가 돋보이는 영화 <로마의 휴일>을 떠올릴 것이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으로 본 그 흑백영화는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재미가 있었던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멋진 기자와 신분을 감추고 우연히 만난 공주의 로맨스는 지금도 전가의 보도처럼 회자되는 지극히 로맨틱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그 어린 나이에 이미 로맨스 영화의 재미에 눈을 떴던 셈이다.

  이 소설 <로마의 휴일>을 읽기 시작하면서 영화가 주는 로맨틱함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예상을 깨는 사건만 일어났다. 주인공 선아에게 로마에서 온 편지는 로마의 한 친절한 부부가 보낸 초대장이었는데, 그 초대한 이유가 선아의 상상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입양한 딸의 친엄마를 초대하는 편지였던 것이다. 비록 오랜 기간 사귀었던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게다가 그 전남자친구는 스무살짜리 여자와 한창 열애중이다. - 회사에서 맨날 깨지는 노처녀이지만, 명백히 미혼의 순수한 처녀인 선아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나 선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입양된 보니가 누구인지 짐작이 가는 데다가 스스로에게 휴가를 줄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 그리하여 타게 된 로마행 비행가의 옆자리에는 웬 느끼하게 생긴 남자가 타고 있었지만, 로마에서 보내게 될 환상적인 휴가에 마음을 빼앗긴 선아로서는 관심 밖의 일이다. 그러나 그 남자는 어디에선가 본 듯한 인상인데다가 로마에서도 사사건건 마주친다.

  이쯤되면 다들 그 남자와 선아의 이러쿵저렁쿵하는 로맨스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조금 양상이 다르다. 선아는 보니에게 자꾸만 애정을 느끼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보니의 엄마를 찾아주기로 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한다. 게다가 늘 선아의 마음 속에 간직되어 있었던 비밀이 읽는 사람을 또 다른 시공간으로 데리고 간다.

  로맨틱한 서구식 휴일을 기대하게 하는 제목이지만, 오히려 고색창연한 옛 집의 넓은 대청마루에서 옥수수를 먹는 밤이 이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이다. 실수투성이지만 너무도 인간적이고 따뜻한 선아와 근사한 남자 천우가 함께할 시간들에 이국의 어린 보니를 든든하게 맡길 수 있겠다.

  전통의 아름다움과 해외 입양의 슬픈 현실과 인터넷 쇼핑의 실상과 20대 후반 미혼 여성의 삭막한 직장 생활까지도 아우르는 이 소설이 즐겁고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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