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김선정 지음 / 팬덤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듣는다면 조금만 나이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드리 햅번의 깜찍한 짧은 머리가 돋보이는 영화 <로마의 휴일>을 떠올릴 것이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으로 본 그 흑백영화는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재미가 있었던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멋진 기자와 신분을 감추고 우연히 만난 공주의 로맨스는 지금도 전가의 보도처럼 회자되는 지극히 로맨틱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그 어린 나이에 이미 로맨스 영화의 재미에 눈을 떴던 셈이다.

  이 소설 <로마의 휴일>을 읽기 시작하면서 영화가 주는 로맨틱함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예상을 깨는 사건만 일어났다. 주인공 선아에게 로마에서 온 편지는 로마의 한 친절한 부부가 보낸 초대장이었는데, 그 초대한 이유가 선아의 상상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입양한 딸의 친엄마를 초대하는 편지였던 것이다. 비록 오랜 기간 사귀었던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게다가 그 전남자친구는 스무살짜리 여자와 한창 열애중이다. - 회사에서 맨날 깨지는 노처녀이지만, 명백히 미혼의 순수한 처녀인 선아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나 선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입양된 보니가 누구인지 짐작이 가는 데다가 스스로에게 휴가를 줄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 그리하여 타게 된 로마행 비행가의 옆자리에는 웬 느끼하게 생긴 남자가 타고 있었지만, 로마에서 보내게 될 환상적인 휴가에 마음을 빼앗긴 선아로서는 관심 밖의 일이다. 그러나 그 남자는 어디에선가 본 듯한 인상인데다가 로마에서도 사사건건 마주친다.

  이쯤되면 다들 그 남자와 선아의 이러쿵저렁쿵하는 로맨스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조금 양상이 다르다. 선아는 보니에게 자꾸만 애정을 느끼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보니의 엄마를 찾아주기로 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한다. 게다가 늘 선아의 마음 속에 간직되어 있었던 비밀이 읽는 사람을 또 다른 시공간으로 데리고 간다.

  로맨틱한 서구식 휴일을 기대하게 하는 제목이지만, 오히려 고색창연한 옛 집의 넓은 대청마루에서 옥수수를 먹는 밤이 이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이다. 실수투성이지만 너무도 인간적이고 따뜻한 선아와 근사한 남자 천우가 함께할 시간들에 이국의 어린 보니를 든든하게 맡길 수 있겠다.

  전통의 아름다움과 해외 입양의 슬픈 현실과 인터넷 쇼핑의 실상과 20대 후반 미혼 여성의 삭막한 직장 생활까지도 아우르는 이 소설이 즐겁고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