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제나
조앤 바우어 지음, 이순영 옮김 / 꽃삽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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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영업이 아닐까 한다. 남의 주머니에서 돈 나오게 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사라고 권하는 게 참 선뜻 도전하기 어렵다. 어쩐지 비굴한 느낌도 들고 자존심도 상하고 말이다. 그러니 평생 장사하기는 틀린 노릇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왕' 또는 '영업의 신'이라는 사람들이 속속 나오는 것을 보면 다들 나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렇게 힘든 영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들은 자신의 영업에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파는 물건에 대한 자신감과 상대에게 이 물건이 꼭 필요하며 자신이 파는 이 물건이 상대의 삶의 질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확신이 전제될 때 그렇게 열성적인 판매가 가능할 것이다.

  이 소설 <열 일곱 제나> 의 제나 역시 '판매왕'이다. 제나는 겨우 나이가 열 일곱이지만, 신발 가게인 '글래드스턴'에서 거의 최고의 판매왕이다. 제나는 신발을 어떻게 진열해야하는지 잘 알고, 어떤 신발이 좋은 신발인지 알아볼 수 있으며,  소비자가 원하는 신발을 알아볼수 있다. 제나의 판매 전략은 단순하다. 바로 '손님에게 가장 필요한 신발을 최선을 다해서 찾아주는것'이다. 제나는 그런 노하우를 아빠에게서 배웠다. 어린 시절 아빠는 제나에게 물건을 팔아보라며 놀이를 가르쳐주었다. 제나는 아빠를 따라다니면서 그 일을 익혔고, 그 추억이 아빠와의 가장 좋은 기억이다. 그 뒤 아빠는 술 문제를 일으키고 엄마와 이혼하고 말았다. 제나의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이 바로 아빠 문제이다. 아빠를 사랑하지만, 아빠의 주정을 감당하기가 갈수록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열일곱 여름, 제나에게 큰 사건이 생겼다. 미국 전역에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는 글래드스턴 회장이 제나더러 운전을 해 달라고 한 것이다. 아직 면허를 딴 지 얼마되지 않은데다가 글래드스턴 회장은 성질이 무섭기로 유명했다. 곧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어야 할 나이인데 아들과 사업에 대한 시각이 달라서 갈등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제나는 이번 여름에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개학 때 쯤엔 예쁜 빨강색 차를 사고 싶었다. 그런데 회장은 6주나 함께 전 매장을 돌자고 한 것이다. 운전도 미숙한데다가 무서운 회장 할머니와 함께 보낼 생각을 하니 도망가고 싶지만, 제나는 그 일을 하기로 한다. 어쩐지 회장에게 잘 해주고 싶고 툭하면 전화해서 난리를 피우는 아빠에게서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각지의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제나는 진정한 판매왕을 만나고 진짜 사업이란 좋은 물건을 파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 것도 아닌 일로도 한창 고민이 많은 나이인 제나에게 주어진 현실은 너무 우울하다. 제나의 처지처럼 자기자신만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가족의 문제로 고통에 처한 청소년이 참 많은 것이 현실이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때로는 부모가 아이만도 못한 경우도 많고 아이의 힘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우울한 조건에서 아이가 자기 힘에 부치는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것은 어른도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밝게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친구들과 웃기도 하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려고 애를 쓴다. 어른들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말이다. 어쩌면 아이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이들 특유의 긍정과 희망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런 제나에게 큰 힘을 주고 또 제나의 도움을 받는 이가 노인이라는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래드스턴 회장은 이미 일흔이 넘어 그만 현직에서 물러나기를 요구받는 처지였다. 그러나 그는 어린 제나와 힘을 합쳐 자기 앞의 역경을 이겨내고 나이든 이로서의 경험과 판단을 존중받는다. 힘겨운 상황을 이기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 살아갈 힘을 얻도록 주위를 살피고 따뜻함을 나누어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또한 나이든 분들의 판단과 경험을 겸허하게 경청하는 일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장사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사소한 일들이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짧은 순간들이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본문 192쪽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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