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사실 요즘 아이들이 문제라는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다고 한다. 항상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고, 이기적이며 공공의 이익을 도외시한다고 평가 받는다. 특히나 요즘 젊은이들은 사회로부터 국가라든가, 인류애라든가 하는 것들보다는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데 급급하다고 질타를 받는다.

  한편으로는 옛날과는 다르게 요즘엔, 한 사람이 기본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기회조차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어른들은 조금 미안해하기도 한다. 우리 세대는 공부도 지금보다 쉬웠고(과외 학원 금지 세대, 교복 자율화 세대였으므로), 대학의 낭만도 있었으며 세상과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는 젊음을 자랑스러워하던 시절에 살았다. 그때 우리는 한 잔의 술에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노래했으며, 매너리즘에 빠진 기성 세대를 비판하고  젊은 우리가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신념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었다. 졸업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은 별로 없었다. 가난한 사람의 편에 서서 젊음을 바치겠다는 순수함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자신의 소시민 근성을 부끄러워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그 친구들은 사회의 각 자리에서 집을 갖고 차를 굴리며 잘들도 살아간다.,

  그런 우리와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자신의 물신주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감추는 것을 위선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들의 도덕 관념은 우리의 그것과는 아주 다르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가 불편하거나 손해를 보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공공의 선을 위한 것이더라도 불쾌해 한다. 또한 자신의 욕망의 실현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부도덕은 대수롭잖게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그렇게되기까지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으나 우리 세대의 어른들이 그랬듯이 그들의 솔직한 표현에 깜짝 놀라고 장차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스러운 것을 보면 나도 이젠 완전히 기성 세대인 것이다.

  이 소설 <제리>의 주인공은 꿈도 미래도 없는 2년제 야간 대학의 학생이다. 나는 집에서는 가족들과 소통이 전혀 없다. 내가 소통하는 사람들은 학교 친구들인 여령과 미주인데 그들과도 술을 통하여 시간을 나눈다. 남자를 만나도 술과 섹스밖에는 소통의 방법을 모르는 나는 구조적인 우리 기성 사회의 꽉 짜인 시스템에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 채 방황한다. 우연히 만나 나와 관계를 맺는 제리는 술집의 남자도우미이다. 외모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 에이스급 선수가 아닌 제리 역시 그 세계에서 앞이 꽉 막힌 자신의 처지에 절망한다. “ 나는 ...... 죽어야만, 죽어 버려야지만 이 바닥의 삶이 끝날 것 같아. .............그런데 내가 진짜로 무서운 건, 죽어서도 이대로일까 봐, 죽어서까지도 늘 이따위 신세일까 봐, 또다시 이 바닥으로 떨어질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워.”(214쪽) 라고 제리는 말한다. 이것은 비단 제리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주인공 나 역시 삶에 대한 관심도 흥미도 없다. 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답을 찾지 못하는 나, 오히려 시인이 되고 싶다던 미주를 비웃지만 나는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나는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서 제리에게 의지하지만 그들의 미래는 암흑같기만 하다.

  젊은 나와 제리의 꽉막힌 미래, 학벌도 스펙도 의욕도 희망도 없는 그 젊음들이 단지 그들의 잘못일까?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동문서답을 하는 우리 어린 학생들의 미래가 단지 그들의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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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0-08-0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