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완전 정복
마크 사버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사인 해리는 지금 좌충우돌 정신이 없다. 아름답고 돈도 많은데다가 출신도 훌륭한 아내 안나가 갑자기 죽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성형 수술을 받다가 죽은 것이다. 안나의 언니 클레어는 안나가 성형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 것이 해리 탓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해리를 괴롭힌다. 사실 해리를 괴롭히는 것은 클레어 뿐이 아니다. 완벽한 아내 안나가 늘 자기를 부끄러워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던 해리는 안나를 눈을 속이고 안나를 가슴 아프게 한 적이 많았고, 바로 그것이 안나의 죽음의 원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해리는 괴로워 미칠 지경이다.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고 멋진 남자로 우뚝 서고 싶은 해리는 몰리라는 웨이트리스를 마음에 두고 그녀에게 멋진 남자가 되고 싶어서 몰리의 친구인 루실에게 자선을 베푼다. 그러나 감춰 둔 비밀들은 끊임없이 해리를 조여오고, 우연히 잘못 전화를 건 뒤 위로가 필요하다며 해리를 찾는 엘리엇까지 해리는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늘 자신을 위축되게 하던 안나, 안나 앞에선 한 없이 초라한 자신을 견딜 수 없어 안나를 기만하던 해리는 이제 안나가 사라진 자리를 보면서 괴로워 한다. 단 한 번이라도 안나에게 자신을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어쩌면 안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자신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리에게 아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자신에게 너무나 과분한 안나. 아름다움과 총명함, 지성과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안나는 그러나 해리에게는 좋지만은 않은 아내였다. 늘 상냥하게 그를 대했지만 어딘지 자신을 위축되게 만들던 여자, 그래서 조금씩 그녀를 속이면서 숨을 쉰 해리는 그러면서도 늘 그것이 안나에게 미안했다. 그런데 그 부담스렀던 안나가 죽었다. 마음의 빚이 산더미 같아서 마주 보기가 미안하던 아내가 어느날 사라진 것이다. 해리는 오히려 흔들린다. 어이없는 죽음앞에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해리는 현실의 감각을 찾을 수가 없다. 소설은 해리의 정신 상태를 따라가면서 전개된다.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해리의 마음 속의 생각들을 따라가면서 해리의 독백을 전달한다. 때로는 한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가끔은 저 멀리 다른 동네를 헤매기도 한다. 이리저리 부딪히고 오해를 받는 해리의 진심을 아는 사람은 어쩌면 죽은 안나 뿐일지 모른다. 그리고 해리가 안나에게 하고 싶은 말도 역시 단 한 마디 사과일 것이다.

 제목만 보거나 표지만 본다면 얼핏 유쾌한 내용을 기대할 지 모른다. 그러나 소설은 의외로 생각의 거리들을 던진다. 서로 다른 남과 여의 결합, 때로는 서로의 배우자를 자기가 보고 싶은 면만 바라보는 것이 결혼이 아닐까? 그가 가진 다른 면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다. 어쩌면 인생이란 다 이런 것인 지도 모르겠다. 한없는 괴로움에 빠져서 힘들어하면서도 젊고 아름다운 몰리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해리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다움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숲에올빼미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츠바이크의 소설 <연민>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잔잔한 향수를 기억한다. 소녀 시절 읽었던 고전들이 내뿜던, 어딘지 낯설지만 설레고 품위 있었던 그런 향기말이다. 격식을 갖춘 만남과 미묘한 차이로 인한 오해가 죽음을 부르던 그 소설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순수한 시절을 그리게 됐었다.

  이 소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를 선택할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던 것은 그런 연유에서였다. 전기 작가로 유명한 츠바이크, 이국 땅에서 아내와 동반 자살을 했다는 약력에서 나는 그의 성품이 몹시 섬세하고 결벽증적이었을 것이라고 멋대로 추측했다. 길고 하얀 손가락에 담배를 끼우고 창밖을 바라보는 그런 창백한 지식인을 꿈꾸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 크리스티네는 행복했을 소녀 시절을 전쟁에 빼앗겨 버렸다. 지속되는 굶주림과 강도 높은 노동과 절망이 그녀를 하나의 기계 부속처럼 만들었고, 그녀는 아무런 감성조차 없는 채로 하루하루를 더럽고 초라한 집에서 어머니와 지냈다. 그런 그녀에게 날아 온 멋진 휴양지로의 초대장은 오히려 그녀를 두렵게 하지만, 어머니는 그녀에게 휴가를 강력히 권한다. 스위스의 멋진 호텔에 도착한 그녀는 두려움과 초라함으로 주눅이 들어서 쭈볏거리지만, 처음 만난 이모와 이모부는 그녀를 귀족 집안의 딸처럼 만들어 준다. 타고난 아름다움과 다시 돌아온 밝은 성격은 그녀를 그 휴양지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로 만들지만, 그 행복은 모래 위에 지은 집일 뿐이었다. 천사의 날개처럼 가벼운 드레스와 자욱한 담배 연기 속의 나직한 대화와 웃음, 그녀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찬사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고 다시 초라한 우체국의 한 부속으로 돌아온 크리스티네는 그녀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고통스러워한다. 이미 다른 세상을 보아버린 크리스티네는 이전의 자기로 도저히 돌아올 수 없었다.

  결국 크리스티네는 가장 불행한 선택을 한다. 그녀에게는 죽음이 이것보다 나쁠 것도 없었고, 그 어떤 불행도 결국 죽음에 이르러서는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섬세한 크리스티네의 불안과 두려움, 기쁨과 행복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문장들은 크리스티네의 감정으로 나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들떠서 흥분한 채로 있다가 느닷없이 차가운 바닥으로 내던져진듯한 그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가운 도시의 거리를 페르디난트와 거닐면서 단 한 군데도 자신들의 지친 몸을 쉴 곳 없는 그들의 가련한 연애는 그녀의 비탄스런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온 세상 모두가 갈 곳이 있는 것같은 느낌. 춥고 외로운 그들만을 두고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그 소외감은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낯선 나라에서 느끼는 츠바이크의 그것과 닮아있었을까?

  작가의 유작이라는 이 소설은 어쩌면 미완의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우체국 금고를 털 계획을 아주 꼼꼼하게 세우지만, 실행 여부는 우리가 알 수 없다. 크리스티네는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라노이드 파크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1
블레이크 넬슨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다수의 소년들을 보면 늘 위태로워 보인다. 세상에 대한 불만, 풀리지 않는 삶에 대한 의문과 분노로 뒤틀린듯한 표정의 소년들은 자기 혼자만의 세계를 필요로 한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할 생각도 별로 없는 듯하다. 다만 속으로 혼자 삭이고 있는 분노가 어느 순간 폭발하여 주위를 뒤흔들기도 하고, 또 때로는 적절한 탈출구를 찾아서 그 시기를 이겨내기도 한다. 여자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해서 연대감을 갖기보다는 온 세상 고민을 혼자 짊어진 듯 고독한 표정을 짓고 있거나 자기만의 세상으로 침잠해 버리는 아이들을 흔히 본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십대 후반의 소년으로 고등학생이다. 부모가 이혼을 앞두고 싸우고, 동생은 그 스트레스로 계속 구토를 한다. 답답한 집에서 빠져나와 숨을 쉴 수 있을 때는 오직 스케이트 보드를 탈 때뿐이다. 악명이 높은 스케이트 보드 공원인 파라노이드 파크에 혼자 간 날 소년은 본의 아니게 철도 경비원의 죽음에 깊이 관계하게 된다. 미친듯이 도망치는 소년은 머릿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최악의 상상으로 터질 듯하다. 누구 하나 마음 놓고 상의할 어른이 없는 소년은 뼈 속까지 사무치는 외로움으로 몸서리를 치고 죄책감으로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행동한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 친구도 그의 위로가 되지 못하고, 형사들의 수사는 점점 소년과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친구들로 좁혀진다.

  소설은 소년이 언제나 착한 여동생 같았던 옆집 소녀 메이시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소년의 내면에 소용돌이 치는 갈등과 분노, 불안과 우울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렇잖아도 불안하고 외로운 사춘기에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운 상황에서 소년은 흔들리고 부딪친다. 그러나 소년은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게되고 늘 한결같이 자신의 곁에 있던 착한 소녀 메이시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처음 읽었을 때, 홀든의 정신없는 넋두리에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그 정신없는 독백이 홀든의 혼란스러운 갈등과 불안의 표현인 것처럼 <파라노이드 파크>의 소년의 독백 역시 읽을수록 소년의 혼란에 공감하게 한다. 이 불안함이 소년이 든든한 청년으로 자라는 자양분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햇빛 환한 공원에서 마음껏 보드를 타면서 활짝 웃을 소년을 상상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웰컴, 마이 퓨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3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나이가 들어도 청소년 문학은 참 재미나다. 또래의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업인지라 아이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들어있는 비밀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새롭다. 내 아이의 마음 속이 저렇구나, 우리 반 아이가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으로 가끔씩 멀쩡한 얼굴로 앉아있는 아이들의 속내가 의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예전에 읽었던 양호문 작가의 <꼴찌들이 떴다>에서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나 가는 학교라고 생각하는 전문계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읽었다. 다들 돌머리, 골치덩어리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내면에 살아있는 순수함과 아이다움,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은 우락부락한 남자 고등학생을 다른 눈으로 볼 필요를 절감하게 했다. 이번 소설 <웰컴 마이 퓨처>에서는 공부가 최고인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할 수 없는 아이 장세풍을 만날 수 있었다. 평생을 공사판에서 일하시다가 돌아가신 아빠, 동생보다 더 동생같은 형 기풍이, 조금 모자라지만 기사 식당에서 일하는 누나, 그리고 관절염으로 아픈 다리를 이끌고 좌판 장사를 하는 엄마가 세풍이네 식구다. 학교라고 가봤자 화장실 청소나 하고, 시험 시간엔 잠이나 자지만 그래도 가끔 웃어주는 친구도 있고, 개장수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의리는 있는 담임도 괜찮다. 하지만 엄마는 좌판을 접어야하고, 먹고 살 길이 어려워져서 세풍이는 결국 학교를 자퇴하기로 한다.

  이 풍진 세상에 겨우 고교 중퇴생인 세풍이가 할 일은 배달 계레의 후손답게 배달일 뿐이다. 오토바이 면허조차 없지만, 눈치로 대학가에서 배달을 시작한다. 열심히 돈을 벌어 어머니 가게를 얻어드리고 싶어서 자퇴를 했지만, 도리어 있는 돈마저 병원비로 까먹어 버린 세풍이는 그래도 웃는다.

  당장 오늘의 끼니를 걱정해야하고, 혹시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할 정도로 가난한 세풍이네 집이지만, 세풍이는 기죽지 않는다. 예쁜 아영이와도 친해지고, 형도 고물상에 취직했다. 못생긴 남부장이 누나와 결혼을 하면 든든한 형도 생긴다.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느냐는 한 시인의 말도 있지만, 세풍이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든든하게 믿는다.

  만약 세풍이 같은 아이가 우리반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보나마나 세풍이는 지각을 밥 먹듯이 할 것이고, 공부도 못할 것이다. 수업 시간엔 자는 시간이 깨어있는 시간보다 더 많겠지? 그렇다면 이렇게 착하고 여리고 정의로운 세풍이의 속마음을 알 길이 없는 담임에게 세풍이는 골치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세풍이는 사실 그놈의 학교에서 얻어갈 것이라곤 달랑 종이로 된 졸업장 한 장뿐인 것이다. 그러니 세풍이의 자퇴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날마다 지각을 한다는 다른 반의 한 남자아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학교에 늦게 오면 내내 잠을 자다가 겨우 일어나 점심을 먹고 또 자는 그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면 자퇴를 은근히 권유하는 게 될까? 세풍이가 자퇴 이후에 겪는 어려움을 미리 알게 된다면 학교 생활에 대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모두가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공부만을 할 환경이 되지 않는 아이도 많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과 처지에 알맞는 행복한 생활을 꿈꾸는 것은 허황한 일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칼과황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칼과 황홀 -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좋아하는 작가가 있어서 그의 새 책을 기다리는 즐거움도 내게는 참 의미가 있다. 날마다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와서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가 몇 페이지씩 넘어가고, 책장에 읽은 책과 미처 못 읽은 책들이 엇비슷해지고 있어도 이 작가의 책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그 중 한 분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성석제 선생님이다.

 저자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엇비슷하겠지만, 특히 이 작가의 문장이 주는 짭짤한 맛이 좋다. 마치 혀에 착 감기는 어떤 것을 먹은 듯 또 침이 고이게 하는 문장들이 나를 매료시킨다. 잠시 지칠 때 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찾아오는 유머와 재치는 다른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고, 미워할 수 없는 사람 냄새 나는 주인공들이 벌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은 정말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한다. 이 분은 정말 말씀도 이리 재미나게 하실까?

 그러니 처음 인터넷 문학동네 까페에 성석제 선생님의 음식이야기가 연재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특별히 맛있을 것도 없고,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어 어릴 때 먹던 맛을 찾는 지경에 이른지라 경상도 시골출신인 선생님의 음식 이야기는 내 입맛에도 맞을 것 같았다. 일주일이 기다려지고 다음번 연재가 업로드 되었는지 까페를 들락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젠 그 맛나고 재미진 문장들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그랬다. 그가 말하는 음식들은 할머니의 손맛이 많았다. 오래된 해장국집의 김이 펄펄 나는 양은솥이 꿈에 나오고, 욕쟁이 할머니가 주문도 받지 않고 퍼준다는 육개장은 대구로의 여행을 기획하게 했다. 김을 처음 만들어 왕께 바친 사람의 성씨가 '김'이라서 이름이 김이된 이야기를 저녁상에서 김을 먹으면서 하기도 하고, 베를린의 할머니 포장마차에서 먹게되었다는 흰 소시지와 독일의 지방마다 무궁한 맥주 이야기는 긴 겨울밤의 허기를 부채질한다. 도대체 이 분의 입에 들어가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지 않은 음식은 뭘까? 어디가서 마시는 칵테일 한 잔, 묵밥 한 그릇, 야키짬뽕도 예사롭지 않다. 아무래도 추풍령으로 돼지갈비를 뜯으러 이번 주말에 가야할 모양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분은 왜 대전의 음식에선 아직 감동을 못 받으신 걸까? 지금까지 한 번도 오신 적이 없을까? 그 유명한 두부두루치기를 과연 모르시는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