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냈던 것이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바람과 햇볕이 달라붙어 물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바다의 무늬는 뼈다귀처럼 남아
멸치의 등과 지느러미 위에서 딱딱하게 굳어갔던 것이다 /모래더미처럼 길거리에 쌓이고
건어물집의 푸석한 공기에 풀리다가 /기름에 튀겨지고 접시에 담겨졌던 것이다
지금 젓가락 끝에 깎두기처럼 딱딱하게 잡히는 이 멸치에는 /두껍고 뻣뻣한 공기를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결이 /지금도 멸치의 몸통을 뒤틀고 있는 이 작은 무늬가 /파도를 만들고 해일을 부르고
고깃배를 부수고 그물을 찢었던 것이다 .  김기택, 멸치
 

 김기택 시인의 '멸치'이다. 순수한 생명력을 가졌던 바닷속의 멸치는 인간의 문명에 의해 그 생명을 박탈당해 길을 잃고 딱딱하게 굳어간다. 그러나, 시인은 그 작은 멸치의 생명력을 상기하면서 생명 본연의 아름다움과 그 곳으로의 회귀를 우리에게 외친다.  

  이 소설 <싱커>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시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관리되는 인위적인 지하 세상인 '시안'의 아이, 미마는 엄마가  100살의 나이에 낳은 늦둥이다. 더러운 지상 세계와는 완전 봉쇄를 하고 그들끼리 완벽하게 이상적인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안 사람들은 유전자 귀족과 늦둥이로 계층이 나뉘어져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밖에는 모른다. 자연의 빛이나 공기, 하늘이나 동물은 그들에게는 알 수 없는 세상이다. 그러던 중 미마는 우연히 이미 시안과는 단절된 신아마존의 동물에 자신을 싱크sync하는 게임의 테스터가 되고, 살아 숨쉬는 숲의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된다. 시안의 많은 아이들이 아마존의 동물들과 싱크sync하게 되고 그들은 자신을  '싱커syncer'라고 부르면서 새로운 세상, 생명력이 넘치는 세상을 경험한다. 그러던 어느날부터인가 숲에 이상한 동물이 나타나면서 그들의 아름다운 싱크sync는 위협을 받고, 시안의 관리자들 또한 그들을 주목한다.

 숲의 생명을 지키고 싶은 아이들과 완벽한 통제를 원하는 관리자, 그리고 자신의 터전을 지키려던 난민촌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그들의 세계는 점점 붕괴되어 가고, 시안을 통제하던 관리지들의 실체도 드러난다.  

 아름답고 생명력이 넘치던 멸치를 삶에서 죽음으로 끌어가는 그물이나 기름이 존재하는 것처럼, 인간의 문명이라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넘치는 생명력, 비록 춥고 덥고 배고플지라도 스스로 자신을 지키려는 힘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모습이며 우리가 지향해야할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도한 문명의 발달이 꼭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우리의 생각은 이 소설 <싱커syncer>와 너무도 비슷한 영화 '아바타Avatar"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자연의 세계에 자신과 교감하는 어떤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발상부터 참으로 신선하고 아름답다. 우리가 반려 동물과 함꼐 살고자 하는 것도 그 일환이 아닐까? 어쩌면 가장 원시적인 세계가 가장 신성한 세계일 것이다.

 창비의 청소년 문학상은 읽을 때마다 그 가치가 확인된다.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에 이은 이 소설 <싱커syncer> 역시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발전의 가치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바를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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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오픈캐스트 2010-05-19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창비 오픈캐스트 입니다.
선생님의 리뷰를, 오픈캐스트에 게재하고자 합니다.
좋은 리뷰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창비 책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