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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 지음, 양현모 사진 / 누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평생에 다 못 갚는 빚은 아마 어머니께 진 빚일것이다.
열 달을 뱃속에 품고, 온 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고 나를 나아주신 어머니. 배 곯을까, 추울까 늘 보듬어 주시고, 더 자라서는 쓸모있는 사람 되라고 가르쳐 주신 어머니의 그 사랑을 내가 어미가 된 지금에야 실감을 한다. 한번은 밥 하는 게 힘들다는 말을 어머니께 한 적이 있다. 어머니는 "네 자식들 먹이는데 뭐가 힘드냐, 난 재미만 나더라." 하는 대답을 하셨다. 그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올라오는 듯 했다. '우리 엄마는 저런 마음으로 내게 밥을 해 먹였구나, 계란말이를 해 주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밥을 싸 주신 것이로구나.' 그 밥이 지금도 그리운 그 밥이다.
최인호의 사모곡 <천국에서 온 편지>는 바로 그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책 한 권 가득 노래하고 있다. 이미 돌아가신지 20년 세월이 넘은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은 절절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1987년의 기억을 마치 어제의 일인듯 운명 소식을 듣는 순간, 장례에 참여하기 위해서 비행기로 돌아오는 순간, 그리고 장례미사, 장지까지 가는 길, 하관에 이르기까지 느끼고 생각했던 그리운 마음과 회한의 목소리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이북에서 내려운 피난민이었던 아버지, 그 유명한 평양고보를 나와서 변호사까지 지냈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힘으로 자식들을 기르신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은 종교적인 깨달음과 합일이 되어 마치 한 편의 종교 서적을 읽는 기분이었다. 종교적인 생각과 거리가 좀 있는 사람이라면 불편한 정도로 카톨릭 편향적이어서 살짝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다 자라서 성인이 된 이후까지 알게 모르게, 혹은 속으로 때로는 드러나게 어머니에게 했던 불손한 행동과 귀찮은 마음들을 낱낱이 기억하며 되새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한없는 자비와 사랑을 베풀던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움과 부끄러운 마음을 작가 최인호는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에 가슴이 아팠다. 다행히 아직은 건강하게 활동을 하시지만, 예전과 다르게 편찮으신 데가 점점 많아지고 기억력도 떨어지시는 게 느껴진다. 이러다가 급작스런 일이라도 맞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금세 생활에 묻혀서 어머니 걱정은 사라지고 아이들 걱정, 직장 걱정에 바빠지고야 만다. 오늘은 어머니께 전화라도 드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