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나 - 사랑의 여신
무라트 툰젤 지음, 오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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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뷜뷜로, 이 세상에서 가장 짧은 것은 사람의 목숨이예요. 지금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저 산들은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지켜보았겠어요. 수천 명은 되겠죠. 지난 일은 지난 일입니다. 또 다른 내일이 있겠지요. 어제와 같은 내일은 오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게 옳을 겁니다. "

 37쪽
 


  터키라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던 터라 터키에 관계된 책들을 참 많이 읽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얼마 전 읽은 <내 이름은 피라예>를 제외하곤 터키 여행서들을 주로 읽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을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나름대로는 터키의 지명과 인구 분포, 그리고 종교와 문화에 대하여 많이 안다고 생각했으나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은 쉽게 녹아들기가 어려웠다.

 우선 터키의 역사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교도인 아르메니아 여인을 사랑하고 그녀를 맞아들인 이유로 아들 제밀의 추방한 성주 베이오울루 야르오스만의 성이 어딘지, 뷜뷜로의 고향이라는 동쪽은 어딘지. 아름다운 쉬메이라와 현명한 술타나를 데리고 길을 떠난 제밀의 일행이 눈보라와 추위로 목숨의 위협을 받은 그 계곡과 산은 어디인지도 제밀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 아름다운 들판은 또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어렴풋하게 아나톨리아 고원 어디쯤이 아닐까 상상을 했다. 답답하고 막연한 느낌을 그대로 가진 채로 나는 벌판의 바람과 말들의 울음 소리를 상상하면서 소설을 읽었다.

 

  소설은 두 개의 흐름을 갖고 있다.

 제밀의 이야기는 아르메니아 여인인 쉬메이라를 사랑한 죄로 아버지의 성에서 쫓겨나 넓고 광활한 땅을 떠돌며 시간 순서로 진행된다. 어린 시절부터 이스탄불과 바그다드, 파리에서 공부한 명석하고 시야가 넓은 제밀은 그러나 유약하고 섬세한 성품으로 아내들과 수하들에게 강인한 결단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는 하염없이 고민에 빠져 있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서 병이 나기도 한다. 많은 성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넓은 땅을 떠돌며 그는 점점 더 강한 성주로 자라지만, 그 원동력은 그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헌신을 보여주는 아내들 술타나와 쉬메이라에게서 나온다.

  뷜뷜로 빌랄의 이야기는 처음엔 역순행적으로 시작한다. 그는 얼음구덩이에 빠져서 의식을 잃었다 낯선 곳에서 깨어난다. 그의 머릿 속에서는 알 수 없는 아이들이 나오고, 그의 애마 네르기스가 배에 상처를 입은 영상이 혼재된다. 그는 오로지 제밀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그를 구해 준 사람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난다. 사실 그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제밀이 아니라 그의 새 아내 아시아였다. 불을 섬기는 이교도인 어머니의 품에서 강제로 떨어져 나와 오로지 예니 체리의 길을 걷던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르쳐 준 것은 장군의 여자인 누르하얄이었다. 그는 두려움과 사랑 속에서 괴로움을 겪는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구세계가 침몰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혼란이 시작된 것이다. 구세계 질서의 일원인 빌랄은 어느 곳에도 소속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과 영혼에 상처를 입는다.  

 

 "<이난나>는 오스만 제국 말기의 내밀한 사회 변화를 경험하게 하고, 우리에게 생소한 이슬람, 유목, 일부다처, 계층적 위계, 다종교 갈등 상황에서 삶을 헤쳐 가는 이슬람 여성들의 인간적 투쟁과 지혜가 독자를 감동시킨다."  이희수(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사실 소설의 내용이나 그들의 사고 방식이 우리에게 낯설다보니 소설의 내용에 완전히 몰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은 대화의 내용을 생략하거나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경향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그들의 대화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가끔은 앞 뒷장을 다시 읽으며 이해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어찌보면 우리 문화와도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웃어른에 대한 공대, 남을 배려하는 예의, 돌려 말하는 습관, 남존여비의 관습 등이 그렇게 보인다. 그래서 더욱 끌리는 것인가 싶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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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이레네 - 홀로코스트에 맞선 용기와 희생의 기록
이레네 구트 옵다이크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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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인간의 위대함은 어디까지일까?

  우리는 너무도 나약하고 이기적인 존재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비겁한 행동을 위로하려 하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낯이 뜨거운 것 또한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의 표현대로 “나이도 어린 아가씨가?”(본문 152쪽) 목숨을 걸고 한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류를 위하여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일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부끄러움과 자괴감으로 낯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이레네는 폴란드 사람이다. 그녀는 흔히 생각할 수 있듯 유태인이 아니다. 그녀는 오히려 독일의 접경 지대에 살았기 때문에 독일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고, 외모 또한 완벽한 독일인처럼 생겼다. 사실 이레네는 유태인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이런 점을 잘 이용하기도 했다. 다섯 자매의 맏이인 그녀는 “에너지를 유익한 - 재미는 없더라도- 곳에 사용하라”(본문 26쪽)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그녀는 부모님을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가 행한 모든 자선 행위에서 부모님은 우리의 모범이 되었다. 두 분은 모든 이들에게 관대하고 친절했다. 마을 외곽의 숲에서 천막 생활을 하며 이질적인 옷차림과 언어로 주민들을 불편하게 했던 집시들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상처 받은 동물들과 불행한 일을 당한 이웃들, 병든 이방인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 모든 이들을 받아들이셨다.”(본문 26쪽-27쪽) 이런 부모의 가르침을 받았기에 그녀는 병든 이들에게 헌신하는 수녀가 되고 싶었고, 아버지는 그녀에게 간호사 학교를 먼저 다닌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전쟁은 그녀의 학창 시절을 앗아갔다. 간호학교가 있는 폴란드의 라돔에서 전쟁을 처음 만난 그녀는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군대를 따라가다가 코브노에서 폴란드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한 무리의 군인들과 로보프로 향하던 중 러시아 군인들에게 몹쓸 짓을 당하고 러시아 포로가 되어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게 된다. 곧 이은 병원에서의 탈출과 은둔 생활,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라돔까지 돌아가면서 그녀는 러시아군에 체포를 당하고 고초를 겪는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이레네는 특유의 기지와 재치 그리고 영리함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드디어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 전쟁의 소용돌이를 뚫고 나오면서 유태인들의 고통과 참극을 목격하면서 가슴 아파한다. 불행 중 다행히 독일군들의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식당의 바로 옆이 게토의 담장이었다. 독일인들의 무자비한 탄압 속에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들이 가슴 아파서 이레네는 음식을 게토의 담장 아래에 갖다 놓게 된다. 그것이 이레네의 모든 삶의 시작이었다. 식당이 이동함에 따라 다시 로보프로 간 이레네는 거기서 유태인들과 함께 일하게 되고 그들을 조금씩 돕는다. 처음엔 음식과 담요 정도였지만, 나중엔 장교 식당에서 들은 정보로 그들을 수용소에서 빼내기로 한다.

  이레네는 그녀에게 닥친 어려움 속에서도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구하고자 노력을 하고 희망을 찾는다. 장교 클럽에서 서빙을 하던 그녀에게 뤼게머 소령이 가정부 일을 맡아 달라고 했을 때도 그 집의 지하에 넓은 생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더욱 기뻐한다. 많은 유태인들을 그 지하실에서 살리고, 숲에 숨어있는 이들에게 음식을 날라다 주면서 그녀는 언제나 두려움을 느끼고, 공포에 떨지만 또 언제나 누군가가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돕는다. 식당 주인 슐츠씨가 그렇고, 숲 근처 작은 성당의 신부가 그렇다. 심지어 독일군 장교인 뤼게머 소령까지도 일부지만, 그녀를 돕게 된다. 그녀를 러시아 진영에서 빼오는 일조차 감수했던 뤼게머 소령은 이레네를 정말 사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쟁 이후 그녀와의 관계가 알려지면서 가족에게서조차 버림받은 그의 말년이 가슴 아프다.

  이레네는 그 후로도 목숨을 건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면서 독일의 횡포에 저항한다. 그녀의 이런 지치지 않는 신념과 용기의 근원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받은 교육이었을까? 아니면 타고난 심성의 고귀함일까? 동정심보다 더 깊은 인간에 대한 측은함과 사랑이 그녀에겐 충만하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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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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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고 가벼운 책에 든 을하의 마음은 얼마나 깊고 따스한지 모른다.
  '컬링'이라는 것을 텔레비전으로만 보고 이해도 못했었기 때문에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책을 읽던 도중에야 컬링이 무엇인지 기억을 해 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 아이들은 그냥 컬링을 한다. 왜? 그냥 좋아서 말이다.

  우리의 주인공 차을하는 참 외로운 소년이다. 대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알 수 없는 괴롭힘을 많이도 당했다. 그리고 지금은 동생 연화의 아름다운 비상을 위해 서울로 전학까지 온 상태인 것이다. 전학이라는 것이 초등학생에게도 참 힘겨운 일이지만, 중고등학생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다. 애들 말마따나 다들 이미 인맥이 형성되어 있는 지라 어디 끼기에도 어설프고, 행여나 반 아이들 중에 까칠한 애가 있으면 왕따 당하기도 십상인 게 바로 전학이다. 그러니 숫기 없고 자존심 강한 을하는 늘 외롭다. 게다가 집에서도 엄마는 항상 연화의 뒷바라지 하느라 정신이 없고, 아빠는 주말에만 잠깐 볼 정도이다. 그런 을하에게 접근한 것은 며루치와 산적 두 놈이다. 그 애들은 이상하게도 을하를 자기들 팀에 넣고 싶어 안달을 했고, 그것도 듣도보도 못한 '컬링'을 함께 하자고 한다. 요리조리 핑계를 댔지만, 며루치는 잘도 받아쳤고 산적에게는 그런 핑계조차 댈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을하는 컬링을 시작한다. 이리저리 넘어지고 엉덩이에 파스 냄새를 풍기지만, 이상하게도 을하는 조금씩 컬링을 좋아하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아마도 거기엔 며루치와 산적이라는 친구가 있어서 일 것이다.

  언제나 뒤에 있는 아이 을하,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을하에게 함께 떠들고 싶은 아이들이 생긴 것이다. 컬링을 못 한다고 구박을 받아도, 언제나 말 한 마디 없이 삼각 김밥이나 주고 가 버리는 산적에게도 심지어 그 진정성이 의심가는 추리닝에게도 을하는 마음의 간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산적을 걱정하다가 집에 찾아가서 동생들과 놀아주고,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자 온갖 위협을 받으면서도 친구를 구하려고 온 힘을 다한다.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은 참 아름답다. 그가 어려운 일을 당하여 곤란에 빠졌을 때, 무엇이라도 하나 거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라니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그것도 '그냥' 말이다. 결코 짧다고만 할 수 없는 시간들을 살아왔지만 그렇게 진심으로 위하고 싶은 사람을 몇 명이나 만났을까? 그렇게 큰 삶의 큰 비법을 알아버린 울하가 부럽기도 하다.

 

  "왜 나였냐?"

  "........."

  "왜 나야?"

  "너, 진짜 살기 싫은 표정이었으니까."

  " ...... 왜 하는 거냐?"

  "........."

  "왜 하는 거냐, 컬링?"

  "그게 ...... 중요하냐?"

  "듣고 싶다. 왜냐?"

  "그냥."

  "그. 냥."

  "숨통이 툭 트이더라. 왠지 모르지만, 그냥."

                                 274쪽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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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열공 - 우리 시대 멘토 9인이 전하는 좌절 극복과 진짜 공부 이야기
강신주.강풀.김진숙 외 6인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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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제목을 보면 어떤 사람은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들에게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책인 줄 알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본 학생들이 빌려달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그래 다 빌려줄게 시험 끝나고^^)

 제목부터 독특한 이 책 <@좌절 + 열공>은 '정동문예아카데미의 팔로우Follow 특강'의 강연들을 모은 강연집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우리는 누구나 좌절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좌절'에서는 '좌절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주제로 다섯 분의 강연이 있다. 가끔씩은 그 좌절의 무게가 나의 힘으로 이겨낼 수 없을 만큼 무거워서 정말 확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이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르면 그게 다 옛이야기가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희망 곱빼기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좌절'이라니요. 의아하게 바라보는 분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주변에 만연한 이 좌절 바이러스의 근원을 먼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적과 싸우는 것만큼 두려운 것은 없으니까요. 일단 두려움을 몰아내면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머리말 6쪽)" 라는 머리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좌절이라는 것의 원인과 실체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그 다음의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우리 시대의 성공 멘토라 해도 과언이 아닌 다섯 사람의 좌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구조적인 좌절인 좌절시스템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젊은이들의 미래를 암담하게 하는가를 이야기하는 법학자 조국 교수는 그 좌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시민사회의 실천이라는 주문을 한다. 한 때 가장 핫한 인물로까지 주목을 받았던 조국 교수의 강연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우리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 해결책으로 이끌어낸다. 해고노동자의 집단 트라우마를 연구하는 정신분석학자 정혜신,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인 노동운동가 김진숙, 우리 시대의 시인 도종환, 그리고 인기 웹툰 작가인 강풀까지 내로라하는 유명인사인 그들의 좌절 이야기는 책으로 읽는 내게도 그 강연장의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진지하고도 재미있었다. 특히 도종환 선생님의 '이이러니한 좌절의 연금술'은 함께 공감하는 부분이 더욱 많아서인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최고의 교육은 좌절하는 아이들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라는 말은 가슴이 아프게 들렸다. 학교 교육의 실종과 교실 붕괴라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만 탓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잘하는 아이들만 끌고 가고, 나머지는 버리면서 가자는 시스템입니다. 그렇게 버려진 아이들이 받은 상처, 울분, 분노, 상실이 폭발할 때 사람들은 큰일이 났다면, 아이들이 달라졌다며 떠듭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잘못 만든 구조 속에서 아이들이 견딜 수 없어서 내는 비명 소리일 겁니다."(본문 135쪽) 버릇없고 이기적인 아이들의 모습이 어쩌면 갈 데 없어서 내지르는 비명일 수도 있다는 말은 교실의 아이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말이었다.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초등학생까지도 장래 희망이 안정적 직업이어야 하는 우리 사회는 정말 잘못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힘이 빠진다. 이 역시 나의 좌절이 아닐 수 없다.

  '@열공'에서는 '이 시대 우리가 진짜 열나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서는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원하는 사랑의 철학자 강신주, 여성주의 인문학자(??이런 말도 있을까?) 정희진, 청춘의 인문학자 엄기호, 지식 채널e PD 김진혁의 강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어려운 학문을 공부하는 강신주 선생의 강연은 생각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어서 철학을 한 번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생의 가장 짧은 순간인 1초마저도 어떤 경우엔 가장 긴 시간처럼 느껴지는 '지식채널'의 내레이션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우주의 시간 150억 년을 1년으로 축소할 때 인류가 역사를 만들어 간 시간은 1초(science)". 아무리 잘난 체 해도 우리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 말이다. 지식채널의 프로그램들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우리를 겸허하게 한다. 그의 강연 역시 따뜻하고 차분했다.

 누구나 좌절하고, 누구나 쓰러지지만 누구나 다시 일어난다. 우리의 영원한 언니 캔디도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듯이 말이다. 우리 시대의 훌륭한 이분들과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이 세대는 살 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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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비망록 - <오만과 편견>보다 사랑스런
시리 제임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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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누구도 사랑하지 못 하게 하고, 오만은 아무도 나를 사랑할 수 없게 한다."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서 베넷 가문의 딸들과 어찌나 수다를 떨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살쟁이인 미시즈 베넷과 아름다운 큰 딸과 명민한 둘째, 말썽쟁이 동생들, 그리고 말없는 미스터 베넷이 마치 나의 가족인 양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 이후 BBC에서 제작된 6부작 드라마를 몇 번을 보면서 미스터 다아시로 분한 콜린 퍼시의 매력에 빠져 들어서 보는 사람마다 그 드라마를 보라고 권하기도 했었고, 키이라 나이틀리가 엘리자베스로 분한 영화에서는 좀 더 현대적인 미스터 다아시를 만나기도 했었다.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보면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결혼을 당연히 생각하는 그들의 삶이 어딘지 친숙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휴 그랜트와 엠마 톰슨의 깊은 심리 묘사에 덩달아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몇 번이나 영화를 다시 보았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소설을 찾아서 다시 읽고, 제인 오스틴의 책을 모아 둔 서가를 훑어보며 마음이 든든해지곤 했다.

 이렇게 나의 깊은 애정을 받는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이 발견되었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그 원문을 보고자 노력했을 것 같다. 이 책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은 바로 그런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 비망록은 제인 오스틴의 언니인 카산드라가 소장했다고 밝히면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한 평생 결혼도 하지 않았던 제인 오스틴의 삶을 그의 작품과 일기, 편지를 이용해서 복원한 이 소설은 그녀의 삶에 불꽃같은 사랑이 존재했음을 이야기 한다. 그녀가 소설 <이성과 감성>에서 설정한 것처럼 그녀의 어머니와 그녀의 언니는 목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빈털털이가 되고 만다. 당시의 관습대로 결혼을 해야 사람 취급을 받았던 여성인 제인은 어머니와 언니와 함꼐 오빠들의 은혜에 기대어 산다. 자신들만의 집조차 갖지 못한 채 바스(그녀의 작품에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 지명인가)에서는 셋집에 살고, 철마다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다닌다. (예전에 읽었던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이 생각나는 경우이다.) 재산도 없고 명망있는 가문 출신도 아닌 제인은 아름다운 바닷가인 라임에서 멋진 청년을 알게 된다. 프레데릭 에시포드라는 그는 더비셔에 영지를 갖고 있는 준남작이고 아주 부자란다. 신분의 차이가 어마어마한데다가 나이까지 많은 제인은 그를 욕심낼 처지가 아니었지만, 그와는 대화가 너무 잘 통했다. 그를 마음에 담은 채 그들은 헤어졌지만, 오랜 시간 후에 그들은 다시 만났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그에겐 이미 약혼한 어린 소녀가 있었다. 자신을 속였다는 배신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아픈 자신 사이에서 당황하며 혼란스러운 그녀에게 그는 사랑을 고백한다.

 읽는 내내 제인 오스틴의 새로운 작품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배경과 구성, 인물들의 대화와 예법이 너무도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또 그의 다른 작품들이 많은 모티브가 되어서 소설의 곳곳에 등장하여 어딘지 친숙하고 다정한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가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지만, 한편으론 이것이 차라리 사실이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을 가난하고 외롭게 산 작가의 삶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마음 깊은 곳에 감춰 둔 사랑의 추억이 있다면 추운 삶이 조금은 덜 외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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