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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아이들 3 - 배신당한 아이들 ㅣ 봄나무 문학선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1년 8월
평점 :
지난 2권에서 우리의 셋째 아이 루크는 리 그랜트의 신분증을 가지고 핸드릭스 남학교에 전학을 가지만, 그 곳에서 사귄 친구 제이슨이 인구 경찰을 위해 일하는 스파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제이슨과 사귀던 시절 학교 밖의 숲 속에서 만나던 니나라는 아이가 잠깐 언급되었다. 그리고 소설은 인구 경찰이 할로우 여학교에서 니나를 체포하는 장면을 보여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동안 <그림자 아이들> 이라는 타이틀을 지난 책의 주인공은 루크였는데, 이 책 <그림자 아이들 3, 배신 당한 아이들>의 주인공은 바로 그 니나다. 인구 경찰에 의해 교도소에 갇힌 니나는 쇠사슬로 묶인 채 어두운 감방에 있다. 혐오스런 인구 경찰은 니나에게 제이슨이 너를 배신했다면서 네 목숨을 구하고 싶으면 인구 경찰을 위해서 일을 하라고 한다. 셋째 아이로 테어난 탓에 어린 시절의 예쁜 이름인 엘로디 루리아를 잃어버리고 멍청이 같은 니나 이딧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도 힘든 일인데, 그런 역겨운 스파이 노릇을 하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러나 죽는 것은 너무도 두려웠다. 그리고 제이슨이 자기를 배신했다는 그 말은 죽음처럼 니나의 마음을 갉아먹었다. 인구 경찰이 니나에게 요구한 것은 감방에 갇힌 채 자기들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 세 아이의 배후를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더럽고 축축하고 어두운 감방에서 만난 어린 세 아이는 마티아스와 퍼시, 그리고 알리아였다. 그들의 얼굴울 보면서 니나는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 아이들이 행여 무슨 말이라도 해서 자기가 인구 경찰에게 알리게 될까봐 오히려 두려워 한다.
이 소설에서 니나는 겨우 열세 살의 어린 소녀이다. 그러나 니나는 인간이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고결함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들을 배신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아이들을 구해서 함께 달아나고자 한다. 아주 적은 먹을 거리들을 함께 나누면서 혹시라도 아까운 느낌을 갖게 되면 스스로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니나. 어린 시절 따스했던 자신의 집을 떠올리면서 그림자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와 이모들의 희생을 통한 보살핌을 받았던 자신과 비교해 거리에서 살았다는 이 아이들이 얼마나 가여운 것인지를 느끼고 그들을 보호하고 싶어한다. 급기야 숲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발각되었을 때, 니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정신없이 그들을 구하려 소리친다.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가면 눈과 얼굴을 붉히고, 이기적인 행동에도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른들의 모습과 얼마나 대조적인지 마치 내가 니나의 어머니라도 된 양 흐뭇하고 기뻤다.
이 소설은 참 특이하다. 어린이 책처럼 작고 가볍고 책의 표지도 동화스럽지만, 책의 내용은 심각하기 그지 없다. 식량난으로 아이를 둘만 낳을 수 있는 시대라니 아마도 그 시대에 불어닥친 식량난 역시 어른들의 무분별한 행동들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고통을 아이들이 짊어져야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시대의 모습을 은유하는 것은 아닐까? 작은 책이지만 그 무게와 울림이 크다.
"니나는 이모 무릎 위에 앉았을 때의 아늑하고 폭신했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히 느껴졌다.
이모는 큰 안락 의자에 앉아 있었고, 니나의 무릎 위에는 책이 펼쳐져 있었다.
집이 아무리 추워도 니나는 늘 따뜻하다고 여겼다.
여섯 살이었을 때 말이다.
그런데 지금 여섯 살 난 이 여자아이는 축축한 감방에 웅크리고 앉아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본문 55쪽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