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쟁취
표트르 알렉세이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여연.강도은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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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을 해보니 이 책의 번역본이 두 개다. 아무 생각도 없이 이 책을 골랐는데, 그렇다고 두 책을 다 읽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크로포트킨의 책은 다 읽고 싶어한다)

 

번역본이 어떤 책이든 두 책 모두 크로포트킨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잘 전달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은 예전에, 아주 오래 전에 우리 말로 번역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나키스트가 바로 크로포트킨이고, 이 책은 크로포트킨의 책들 중에서 "상호부조론'과 더불어 잘 알려진 책이기 때문이다.

 

일제시대에도 아나키즘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공부됐고 또 그를 자신의 사상으로 삼은 사람도 많았다고 하는데, 해방이 되고 나서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아나키즘은 서서히 사라져 가고 말았다. 그러다 최근에 들어서 다시 아나키즘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고 있는데... (아나키즘에 관한 책이 다시금 나오기 시작한 것, 재번역되는 것은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일 것이다)

 

이는 우리가 경쟁과 배제를 통해서 앞만 보고 달리며 주위 사람들을 내친 지난 날들이 결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못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이제는 경쟁과 배제보다는 포용과 협동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이 지구라는 섬에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갈수록 자연환경이 나빠지고 있으며, (올해의 이 기록적인 더위를 보라. 이것이 올 한 해로 끝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온갖 종교들이 극심한 갈등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이 때에 '자치, 자율, 협동(상호연대)'을 주장하는 아나키즘이 다시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치, 자율, 협동(상호연대)'는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인류에 대한 사랑이 아나키즘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제목은 과격하다고 할 수 있는 "빵의 쟁취"를 읽으면서 '쟁치'란 말 밑에 깔려 있는 사랑에 대해서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크로포트킨이 아나키즘을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인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인류가 그 신뢰를 다시 살려 함께 잘 살아가려면 '사적 소유'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바로 인류에 대한 사랑을 강하게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게 하면 누가 일을 하겠는가? 라는 반론에 대해서 크로포트킨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 의미 있는 삶을 살려는 욕구가 있고, 그 욕구를 누구의 간섭 또 지배를 받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펼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이런 반론들에 대한 크로포트킨의 주장은 '반론들'이란 장에 잘 나타나 있다. 꼭 그 장이 아니더라도 이 책 내내 크로포트킨은 이런 반론에 대한 재반박을 하고 있다. 인류에 대한 믿음,그리고 지금의 현조건에서도 인류는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 아나키즘의 기본 사상은 바로 사랑이다. 인류에 대한 믿음이다. 우리 모두가 좋은 삶을 살 권리가 있음을, 그리고 충분히 가능함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사상이다.

 

결코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가능함을 이 책에서는 공업, 농업 등 구체적인 경제적인 요소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물론 과학기술에 대해서 크로포트킨은 그 부작용을 심각하게 겪지 않은 시대에 살아서 지금보다는 낙관적인 자세를 지니고 있다. 농업 부분에서 기술을 적용하는 문제도 그렇다. 그러나 이런 한계른 시대적인 한계이고, 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나키스트의 자세일테니... 오히려 지금의 현실과 그의 주장을 비교하면서 읽으면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구체적인 사항들이야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 현실과 비교하면서 읽으면 되지만, 이 한 가지는 꼭 명심해야겠다.

 

크로포트킨이 이 책에서, 아니 그의 삶에서 주장한 것 바로, 이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닐까 한다.

 

"모든 것이 모두에게 속한다! 남자와 여자가 일을 공평하게 분담해서 한다면, 그들은 함께 생산한 것을 공정하게 나눌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나눈 것들은 그들에게 좋은 삶을 보장해주기에 충분하다. 더 이상 '일할 권리' 혹은 '각자는 자신이 일한 결과물들을 모두 가져간다'와 같은 애매한 문구들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선언하는 것은 '좋은 삶을 살 권리'이다. '모두가 좋은 삶을 살 권리!'이다."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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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를 말하다 - 시장의 우위에 서는 정치를 위하여
최태욱 지음 / 책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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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라는 말이 있었다.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이런 구호로 나타난 것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나라 이야기이기도 하고, 미국의 이야기이기도 한 말이다.

 

그런데, 과연 문제가 경젤까? 경제를 규정하는 것이 무엇일까? 경제가 독립적으로 우리의 삶을 규정할 수는 없는 일. 경제가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 경제가 두루 펼쳐지게 하는 데는 바로 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그 유명한 747공약을 (무슨 비행기도 아니고, 참, 날아오르기도 전에 추락해 버리고 만 비행기가 되어버린 그 경제 공약, 말 그대로 빈 공약(空約)이 되어버린 그런 경제 중심의 공약이 있었다) 내세워 당선된 사람이 경제를 살리기는 커녕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경제를 더 힘든 지경으로 몰아넣은 경우도 있고...

 

여기서 학습을 했는지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당선된 사람이 말로만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어 살기 힘든 사람은 여전히 더 살기 힘들어진 실정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바로 정치다. 그래 문제는 정치다. 바보야!

 

이것을 부정하는 순간 우리는 늪에 빠져 든다.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늪. 그런 진창에서 그냥 헤매고 말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은 바로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성장이든 분배든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치제도가 필요함을 책 한 권을 통해서 자세하게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정치일까? 그것은 바로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정치의 다양성, 다원화 확보다. 즉, 국민들이 다양하니 국민들의 정치적 욕구도 다양할텐데, 이를 지금의 정치제도에서는 거대 두 당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세 당이 중심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는 더 지켜볼 일이다)

 

국민의 의사가 단 두 개로 수렴이 되면 많은 사람들의 의사는 중간에 실종되어 버리고 만다. 이것이 어떻게 제대로 된 대의민주주의인지 의문이 든다.

 

참여민주주의까지 가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대의민주주의만이라도 확보해야지만 국민들은 자신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다.

 

그런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정치제도, 그것은 바로 선거제도 개혁에서 나오고, 간단히 말하면 선거제도 중에서도 비례대표제의 확대로 귀결된다고 한다.

 

간단하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런 비례대표제가 종류도 많지만 지금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비례대표제로는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있다고 하고, 그것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치제도를 택하고 있던 뉴질랜드가 국민투표를 거쳐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정치체제를 바꾼 사례도 소개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정치제도의 개혁이 불가능한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식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하나로 줄이면 사표가 거의 없어진다는 점, 즉, 내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에 투표할 수 있다는 점...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이렇게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되면 어느 특정한 정당이 독주를 할 수 없어, 배제가 아닌 포용의 정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식으로 정치 개혁을 이룰까?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인 12장에 나와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물론 이것은 저자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게 하는 것은 바로 국민, 우리, 내 몫이다. 하여 저자는 청년들에게 당부한다.  제발 정치에 관심 가지라고. 정치에 참여하라고.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고.

 

삼포세대, 오포세대 하는데, 그냥 포기만 하지 말라고. 어차피 포기하고 살 청년 인생이라면 이제 한 번 꿈틀거리기라도 하라고. 그 꿈틀거림이 홀로가 아니라 여럿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적어도 우리 청년들도 유럽의 청년들처럼은 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럽의 청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그렇게 주장한다. 답답한 정치 현실. 정말로 진흙 속에서 나뒹굴고 있으면서도 그 곳에서도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 몸부림 치는 기성 정치인들... 그러니 새로운 인물을 영입했어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은 제도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

 

그 제도를 바꾸는 일, 정치 혁명...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일. 이 책은 그 한 발을 내디디고 있다.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 꼼꼼하게 읽고 많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더 퍼뜨려야 한다.

 

저자의 바람은 바로 이것이다. 저자의 주장이 사람들 사이에 논의되는 것. 그런 논의를 이끌 사람, 이 책에서는 '정치기업가'라고 하는데, 그들이 필요하다고.  

 

저자의 바람대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우리 사회의 논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를 이미 주장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 이 책에 그런 정치인이 누구인지, 실명이 나와 있다 - 있고, 또 정당도 - 어느 정당인지도 이 책에 나와 있다 - 있으니, 사회적인 논의로 확산이 되어 간다면 우리나라 정치 개혁도 불가능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나 역시 다른 사람과 이 문제에 관해 많이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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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한승헌 지음 / 창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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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사람들이 최후로 기댈 곳은? 정답이 '사법부' 였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 이 말은 힘없는 사람들이 최후로 기댈 곳은 '없다'가 정답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힘없는 사람들만 그랬을까? 아니다. 나름대로 사회에서 인지도가 있었던 사람들, 정치적으로 힘이 있었던 사람들도 사법부에는 기대지 못했다. 아니, 사법부가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라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정의'를 지킬 수는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하는 편이 좋겠다.

 

그런 오욕의 역사가 바로 우리나라 재판의 역사, 사법부의 역사 아닐까 한다. 이런 생각이 더 확고해진 것은 바로 한승헌이 쓴 이 책,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를 읽고서다.

 

물론 한승헌이 쓴 "권력과 필화"라는 책에서도 재판부의 한심한, 강자에게는 한 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무한히 강한 모습을 보기도 했고, 사법부의 오욕의 역사에 대해서는 한홍구의 "사법부"에서 통렬하게 느끼기도 했지만...

 

한국현대사를 재판을 중심으로 서술해 간 이 책을 통해서도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를 그렇게 하고, 사회에서 나름 힘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고, 자신들은 정의를 실현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삼권분립의 한 권력기구인 사법부가 이토록 눈치보며 재판을 했다는 사실.

 

그것이 우리나라 현대사였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창피하고, 그런 그들이 아직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마치 사회지도층인 양 행세하고 있는 꼴이라니, 그런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게끔 우리가 어떤 제재도 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서글퍼지는 책읽기였다고나 할까.

 

첫 시작을 몽양 여운형 암살 사건에서 시작하여 마지막을 고 노무현 전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해방이 된 직후 좌와 우의 대립이 심할 때 좌우합작을 주장했던 정치인, 국민들의 신망을 받고 있던 여운형이 암살되었는데, 그 재판이 어떻게 졸속으로 처리되었는지 책의 처음부터 우리 역사가 왜곡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온갖 민주화 투쟁에 대한 탄압 사건들... 그런 사건들이 모여 우리 현대사를 만들어 왔는데, 물이 서서히 데워지다 특정한 온도가 되면 펄펄 끓어 수증기로 변하듯이 우리 역사도 이런 사건들이 하나하나 모여 결국 민주화라는 큰 흐름을 이끌어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를 우리는 과연 이루어내고 있는가? 이 책은 고 노무현 전대통령 재판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그 이후 우리 사회를 격동에 빠뜨린 재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그 판결들이 과연 과거로부터 나아졌는지 생각해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우리는 무엇을 이루었던가? 우리가 이룬 것이 과연 민주주의 맞나? 이제는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 마저도 위협 받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이렇게 처참한 역사 기록들이 남아 있고, 재판이라는 특성은 판결의 주체가 명시되어 있어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일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떵떵거리며, 큰소리치며 지내고 있는지...

 

부끄러운 역사다. 극복해야 할 역사다. 그래서 이런 책이 소중한지도 모른다.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다만, 이 책이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한국현대사라는 제목보다는 "한국정치사"라는 제목을 달아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주로 내용이 정치적인 내용이기 때문이고, 주요 사건들 역시 지식인들과 관련된 내용이지 노동자, 농민에 대한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강물이 도도히 흘러가는데 그 강물의 표면에서 일어난 일들이 바로 이 책에 나온 지식들의 재판들이라면, 강물이 쉬임 없이 흘러가게 만드는 힘, 강물의 아래에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그런 힘은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민중에게서 나오는데, 이 책은 그런 민중에 대한 재판 이야기는 없다.

 

어쩌면 한승헌 변호사가 자신과 관련된 재판, 또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재판을 중심으로 책을 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 나온 재판에서 형을 선고받고 수형생활을 한 사람들, 나중에는 어떤 식으로든 (인혁당 재건위 사건처럼 사형 집행이 이루어져 어떻게든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그래도 대부분은) 보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전혀 보상받지 못한 민중들의 사건이 빠진 것이 아쉽다.

 

막강한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민중들은 재판에서 억울해도 어쩔 수 없이 힘 한 번 못 써보고 감옥에 간 경우가 많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일은 그들의 삶을 황폐하게 하고 또 가족들의 삶까지 송두리째 앗아가지 않았겠는가.

 

그럼에도 우리 역사가 이렇게 민주화를 향해 나아간 것은 그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저자도 그 점을 잊지는 않았으리라. 다만 명확하게 우리 현대사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서술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한승헌의 "권력과 필화" 한홍구의 "사법부"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자꾸 반복하고 있는 듯한 우리 역사의 바퀴를 제대로 굴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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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7-28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려했으나 미처 쓰지못한 책인데
리뷰를 보니 반갑네요. ^^

kinye91 2016-07-28 17:14   좋아요 1 | URL
같은 책을 읽었다는 분이 있음에 저 역시 반갑고 기쁘네요.
 
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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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성폭력에 관한 책이다. 만화책이라고 해야 옳다. 만화를 통해서 성희롱, 성폭력에 대해서 경각심을 주려고 하는 책이니 말이다.

 

물론 뒷부분에는 글이 있어서 온전히 만화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주를 이루는 것이 만화고, 만화를 통해서 더 쉽게 우리에게 성폭력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여기서 남자는 모두 악어로 그려지고 있다. 여자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사람으로 그려진 여자들이 남자가 성폭력을 쓰는 것처럼, 또는 그를 정당화하는 말과 비슷한 말을 할 때는 초록색으로 대사가 칠해져 있다.

 

악어와 초록색은 모두 성폭력을 가하거나 정당화하는 모습을 나타내는데, 모든 남자를 악어로 표현한 것에서 논란이 되었나 보다.

 

그런데 이는 별로 논란이 될 거리가 없다. 이 책의 뒷부분에도 나오지만 남자들은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또 성폭력을 가하는 남자들만 악어로 표현하면 자신들을 사람으로 표현된 남자에 마음을 주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들의 공감 능력을 살리기 위해 모든 남자들을 악어로 표현하면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악어에 공감하기보다는 사람으로 표현된 여성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는 장치인데, 이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신이 어디에 공감하는지, 어느 처지에서 생각해봐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사회에서 강자다. 그리고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또 행동 하나하나가 성폭력에 해당할 수도 있다. 자신들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성폭력일 때가 많다.

 

자신의 행동을 여성들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그렇게 믿어버리고 행동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어'로 표현된 남자들을 보며 나도 혹시 악어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행동을 차분히 되돌아 보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선진국이라는, 그것도 예의를 잘 갖처었다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만화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강자인 남성이 여성에게 또 성소수자에게 알게모르게 성폭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성폭력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면서.

 

아주 다양한 성폭력의 모습이 나오고 있는데, 이 중에는 이것이 성폭력일 수가 있나 싶은 것도 있지만, 아니다. 더 생각해 보면 그것은 명백한 성폭력이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또 상대방의 의사를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행동하는 것이 성폭력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성폭력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고, 더 나아가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다.

 

과연 나도 '악어'일까? '악어'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 이 책을 읽어보자. 도대체 어떤 행동이 나를 '악어'로 만드는지 잘 알 수 있어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은 '악어 프로젝트'지만 실질적인 제목은 '악어 방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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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리티의 매춘화
캐슬린 배리 지음, 정금나.김은정 옮김 / 삼인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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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라고 할 수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내가 잘 알고 있냐 하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많은 책이 나와 있지만, 몇 권의 책을 읽기는 했지만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그들마다 주장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매춘이 아닐까 싶다. 매춘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로 페미니즘 진영도 갈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내 착각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매춘에 관해서는 페미니즘 집단 내에서도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니)

 

한 때 여성들이 성매매 하는 것을 성노동이라고, 매춘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성노동자라고 하고, 그들이 자신이 가진 유일한 노동력(?)인 몸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니 그것을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여성 성노동자가 자신들도 노동자라고 성노동을 인정하라고 얼굴을 가리고(가릴 수밖에 없다) 시위를 하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사용하는 것은 폭행이나 착취가 아니니 이런 경우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 자신의 몸을 파는 길 이외에는 도무지 생계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데, 그것을 법으로 막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생각을 하기도 했다?에서 그쳐야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생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것이 자유의지로 하는 행위인가? 공동체의 선을 해치는 개인의 자유가 과연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성을 파는 행위는 자신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행위다. 자신을 하나의 상품으로 다루는 행위는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다.

 

인격, 인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기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테고 (다른 방법이 있다면 자신의 몸을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대다수의 사람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이런 환경을 만든 사회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몸이, 성이 상품이 되면 이것이 다른 면에서도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다. 

 

즉 광범위한 성의 상품화가 일어나는 것이고, 이런 성의 상품화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나 국가, 또 공동체가 해야 할 일을 방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춘이 일어나는 이유는 구매자가 있기 때문인데, 지금까지 사례들을 보면 매춘활동을 한 여성은 처벌을 받았어도 성을 구매한 남성이 처벌을 받은 경우는 별로 없으며, 매춘 활동을 강제한 포주들도 가벼운 처벌을 받았음을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자유의지로 인한 매춘을 허용한다는 논리는 구매자의 욕구를 그대로 따르는 논리일 수 있고, 성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무시하게 된다는 얘기다.

 

더하여 성의 상품화는 곧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 보게 만들 가능성이 많으니, 그야말로 '섹슈얼리티의 매춘화'가 자연스레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거의 400쪽에 걸쳐 성의 상품화를 비판하고, 그런 사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상에 자발적인 성 판매는 없다는 것, 그리고 성을 구매하는 사람을 먼저,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 그것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웠던 점... 우리나라 사례도 참 많이도 나온다는 것. 그 유명한 기생관광에 미군부대 주변의 기지촌까지... 그럼에도 우리는 성의 상품화에 대해서, 이런 매춘에 대해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운 적이 있었던가 하는 부끄러움.

 

사회지도층이라고 하는 작자들이 툭하면 성희롱, 성추행을 하고 있는 현실은 그들의 의식 속에 이러한 '섹슈얼리티의 매춘화'가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건 부끄러움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 두 가지, 그것만은 명심하자.

 

세상에 자발적인 성 판매는 없다. 그것은 사회적 선(善)이 아니다. 그 다음에 성판매자보다는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더 엄격해야 한다. 구매가 있으니 판매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구매자는 대부분 판매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 있다. 그러니 그들에 대한 처벌에 관대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성매매, 이건 없앨 수 있는 일이다.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으면서 참 많이도 부끄러웠던 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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