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표 만화와 환호하는 군중들
한국만화문화연구원 지음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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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허영만의 데뷔 30주년이 맞이하여 그에 대하여 만화에 관련된 사람들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일명 허영만에게 헌정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화가가 30여년 동안 작품활동을 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참 드문 일이다.

 

특히 만화하면 좀 떨어진 장르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허영만과 같은 만화가의 존재로 인해 만화 역시 하나의 예술로 존재함을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어린 시절 만화를 보면 공부 안 하고 이따위 만화책이나 본다고 야단을 맞곤 했다. 만화는 공부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불량서적이라는 인식이 더 강했었다. 그래서 만화가가 된다고 하면 우선 혼부터 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그럼에도 만화는 학생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부 스트레스는 이만저만한 게 아니어서, 스트레스를 푸는데는 만화보기가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만화방 가서 몇 시간이고 만화책에 묻혀 지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만화가들이 박봉성, 이현세, 고행석, 이상무, 김영하, 그리고 허영만 등이다. 이들의 만화에 빠져 만화방에 가곤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작가들 중 허영만에 대한 책.

 

그에 대해서는 최근에 "식객"이후로도 더 많은 만화가 나왔지만, 지금은 40주년이 넘었지만, 이 책은 "식객"이 연재되는 데서 멈추고 있다. 벌써 12년 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의 생애부터, 그의 작품 소개, 그를 바라보는 제자들 이야기에, 그의 만화를 캐릭터로 확장하는 일, 그리고 그의 만화가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되는 것까지, 한 마디로 허영만의 만화세계를 모두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허영만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꼭 읽으면 좋을 책인데... 특히 그가 만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만화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가 어디인지, 또 그가 지금까지 40년을 넘게 우리에게 알려진 만화가로 존재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만화가라면 골방에 박혀 밤새도록 만화를 그리고 낮에는 폐인처럼 잠을 자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허영만은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주장하는 사람이고, 주말에는 여행을 다니며, 차도 당시에 벤츠를 끌고 다닐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는 것.

 

공장식 만화가들이 대세를 이루었고, 대부분의 만화책들이 이렇게 공장처럼 역할을 나누어 분업시스템으로 창작, 발간되곤 했는데, 여기에서 탈피해 예술가로서 지내고 있다는 것, 만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사람에게 읽히는 만화를 그리려 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엄청난 자료 수집으로 시대가 변해도 그 시대에 맞는 또는 시대를 앞서가는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것이 어쩌면 허영만 만화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온 비결일 수 있다는 점 등을 이 책에서 알 수 있다.

 

우리에게 "미생"의 작가로 유명해진 윤태호 역시 허영만의 제자로 출발했다는 사실, 그가 말하는 허영만을 읽는 재미도 있는 이 책은, 만화가 이제는 예술로 자리잡고 있음을 인식하게 해준다.

 

예술로 대접받지도 못하고, 공장식 생산에 치중했던, 학교에서는 공부에 방해되는 존재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화에서 이제는 만화를 중점으로 가르치는 학교도 생길 정도로 만화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또한 인터넷 상에 만화를 발표하는 공간도 많이 생겼고, 만화가를 지망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만큼 이제 만화는 우리에게 친숙한 예술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허영만과 같은 만화가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아직도 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허영만... 그의 만화 세계를 알 수 있는 책.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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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수는 광대다 - 얼음 같은 세상, 마음을 녹이는 현장예술가 최병수
박기범 외 지음, 노순택 외 사진 / 현실문화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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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고 싶었던 책이다. "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를 읽고 최병수에 관한 책이 또 한 권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런데 검색해 보니 품절이다. 품절,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 중에 몇 년이 지나면 품절이 되어 더이상 구할 수 없게 된다. 아쉽다.

 

왜 품절이 되었을까? 최병수란 예술가, 많이 알수록 좋을 것 같은데... 그의 예술이 아직도 현장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여야 하는데... 하다가, 현장예술은 현장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

 

그에 관한 책도 마찬가지 아닐까? 현장이 변하면 현장예술이 사라지고 기록으로 남듯 그의 책도 그때의 시의성이 사라지면 품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데, 과연 그의 예술의 현장성이 사라졌는가? 지금 우리는 그가 87년에 이한열이 최루탄에 목숨을 잃었듯이,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환경이 지금도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지 않은가. 평택 대추리가 강정에서 상주에서 또 밀양에서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그 죽음을, 그 일들을 둘러싸고 또다시 반복되는 일들을 우리는 겪지 않았는가. 마치 데자뷰 현상(기시감)을 느끼듯이... 책임자는 여전히 처벌이 안 되고 있고, 우리는 다시 거리로 거리로 나오고, 현장예술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지 않은가.

 

최병수의 예술, 과거에 했던 현장예술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지금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이 다시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읽히기보다는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의 작품들이 사진으로 많이 실려 있으므로. 지구온난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고, 그가 만든 얼음 펭귄은 계속 녹고 있는 상태이며, 새만금의 갯벌은 썩어버렸고, 사패산 터널은 뚫려 버렸으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더한 환경 파괴, 생태 파괴, 우리들의 삶 파괴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 삶은 온갖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데, 그것을 알려줄 현장예술가가 너무도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최병수에게 기대지 말고 우리 모두가 현장예술가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작은 촛불 하나를 들고 나온 사람, 그 사람들이 바로 현장예술가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을 거리에 그려내고 있는가. 그런 현장예술가들, 우리 모두가 현장예술가가 되어 세상을 예술로 바꾸어내고 있다. 바꾸어내려고 하고 있다.

 

예술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우리들의 삶에 예술이 어떻게 다가와야 하는지, 최병수의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예술은 민중과 늘 함께 했으므로.

 

책의 제목이 된 권정생 선생의 글에 '병수는 광대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는 자신의 온몸으로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준다. 그런데 권정생 선생은 그 다음을 아쉬워 한다. '보는 사람 있어도 모두 구경꾼 뿐이다. 그래서 병수는 외롭다' 고.

 

우리나라 민주화, 환경, 생태, 그리고 세계 평화까지 최병수가 참여하지 않은,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은 예술은 없다. 그는 온몸으로 우리에게 세계의 위기를, 우리의 위기를 보여준다.

 

그의 광대놀음은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구경꾼에 불과했다. 그냥 박수만 치고 끝낼 뿐이었다. 권정생 선생은 그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모두가 구경꾼만은 아니었다. 그의 광대놀음을 보고, 그의 현장예술을 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이제는 광장으로 나와 자신이 현장예술을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거대한 예술이 된다. 최병수의 예술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함께 참여한다.

 

이 책에도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 모습이 나온다. 그렇게 최병수는 외롭지 않다. 이 책은 비록 품절이 되었지만 삶 속에서 그의 예술은 현장에 있다.

 

"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와 겹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다양한 그의 활동을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그의 예술이 현장에서 사라진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곁에 있어야 할 예술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또한 우리 모두가 이런 현장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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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7
신경림 지음 / 돌베개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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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이란 주제로 엮은 신경림의 글을 모은 책이다. 제목은 단순하다. 그냥 "신경림"이다. 신경림이라고 하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시인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는 우리나라 전통 가락을 시에 살린 '목계장터'의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목계장터에 얼마나 애착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잘알게 되었는데...

 

'목계장터'란 시를 세 번이나 썼다는 사실. 두 번까지 쓴 시는 그가 시집에 싣지 않겠다고 결심할 정도로 자신의 성에 차지 않았다는 것.

 

그러다 염무웅과 여행하는 도중에 청년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다시 고쳐 쓴 작품이 지금 우리가 애송하는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로 시작하는 시, '목계장터' ('목계장터' 이 책 169쪽-174쪽)

 

이렇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수필이라는 글이 지닌 특성답게 신경림 개인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신경림의 어린 시절 이야기, 집안 사람들 이야기, 자신이 만난 사람들 이야기 등등이 실려 있어, 신경림이라는 작가의 사생활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그가 살아온 시기가 일제 말에서 6.25전쟁을 거쳐 군사독재 시절을 거쳤으니, 평탄치 않은 시대를 헤쳐온 한 사람의 인생을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굴곡 많은 현대사를 허체며 살아온 시인의 삶을 담은 글들은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생각하게 해줄 수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 시대적 상황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선동하는 책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풀어낸 글이 수필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방황하던 시인의 모습, 또 그 주변 사람들을 통하여 청소년들은 삶에 대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한 간접경험, 그것이 수필의 매력이기도 하다. 하여 이 간접경험을 통하여 자신의 시대를 바라보는 눈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도 된다.

 

시인이 거쳐온 세상이 험난했다면, 지금은 훨씬 나아진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과연 시인이 살아온 세상에 비해 나아졌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가 답일 것이다.

 

시인은 유신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냈는데, 지금 청소년들 역시 그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으니, 이 책에 실린 신경림의 글들이 먼 과거, 또 신경림이라는 시인만의 경험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수필을 읽으며 이 시대를 버텨내고 견뎌내고 이겨내는 어떤 힘을, 희망을 발견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수필들을 읽으며 지금 우리 상황을 떠올리며, 자꾸만 시인의 '동해바다'란 시가 생각이 났다. 이 시를 지금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다. 시를 읽고 받아들일 마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동해바다

              - 후포에서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신경림, 길, 창작과비평사, 1996년 초판 9쇄. 59쪽.

 

나는 잘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비리를 저질렀다. 주변의 잘못이다. 또는 의도와는 달리 결과가 잘못 나왔다.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이다. 이런 태도를 지닌 사람이 아니라, 그것 또한 내 탓이라고, 친구를 잘못둔 것고 내 탓, 결과가 의도와 다르게 나온 것도 내 책임,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할 일.

 

그래서 국민들의 비판을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이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나.

 

우리나라의 밤이 촛불로 환하게 밝혀지고 있는데, 그 희망의 빛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그래야 이 책에 나온 시대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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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8.5 승효상 - 승효상 편 - 짓다
승효상.스리체어스 편집부 지음 / 스리체어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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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발간하는데 영어로 발간해서 조금 낯설기는 하다. 바이오그래피(biography)라고 발간이 되는 책인데... 우리말로 하면 '전기'쯤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읽어보면 전기라고 하기엔 조금 낯설다. 이 책만 가지고 보면, 앞부분에서는 전기라고 할 수 있는 승효상의 간략한 생애가 서술되어 있어, 그 제목에 어울리기는 하지만, 뒷부분은 다시 승효상과의 인터뷰 내용이 전개되고, 그 다음에는 승효상의 글이 실려 있으며, 그의 건축작업물에 대한 사진이 곳곳에 실려 있고, 또 그가 쓴 글 중에서 발췌한 글들이 실려 있다.

 

승효상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 전기의 어느 한 종류로 국한시킬 수 없는 편제를 지니고 있는 책이다.

 

그냥 승효상이라는 건축가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간략한 그의 생애도 알 수 있고, 그가 한 건축물들 사진도 볼 수 있으며, 그의 건축 사상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추구하는 건축이 어떤 건축인지를 구체적으로 또 자세히 알 수는 없다. 건축에 관한 책이 아니라 승효상이라는 사람을 소개하는 전기라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지니는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읽을 만했다. 승효상이 쓴 책을 몇 권 읽은 것이 전부이지만 이 책에서도 글솜씨가 좋은 건축가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그의 글에 반하기도 했지만, 승효상이라는 건축가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알 수 있는 것과 또 건축이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서울시 총괄 건축가로서 활동했다는 사실, 서울이 회색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숨쉬며 활동하는 도시로 탈바꿈하는 바탕을 제공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는 메타 시티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가 추구하던 건축이 '빈자의 미학'에서 이야기하듯이 비움이 주가 되고, 그것을 채워서 땅의 무늬(地文) 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것에 공감하기도 했고.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땅을 보아야 한다고, 그 땅에 맞는 건축을 해야 한다고, 그리고 건축을 채워가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건축을 완성해 가는 것은 건축가가 아니라 그 건축에 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더 새롭게 다가왔고.

 

그는 아직 그 아파트를 건축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하긴 우리나라 대형 건설사들이 그에게 아파트 설계를 맡길 리가 없었을테지만, 만약 자신에게 아파트 건축 의뢰가 들어온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말 그대로 공동주택에 맞는 아파트를 건축하고 싶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아파트가 말이 공동주택이지 사실은 극도로 단절되고 분리된 주택임이 현실이니, 그가 언젠가는 아파트를 건축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승효상 건축이 지닌 의미는 이것이라고 본다.

 

나는 건축이 사람의 형태를 바꾼다고 믿는다. 다시 말하면 좋은 건축은 좋은 삶을 만든다.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적어도 우리 인간의 선하고 진실되며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확인될 수 있는 바탕이며 우리의 세계가 그로 인해 진보될 수 있는 지혜이다. (지혜의 도시 지혜의 건축 中) - 이 책 207쪽.

 

이런 건축을 하고자 하는 건축가, 그리고 그런 건축가를 지지하는 사람들, 그가 자신의 건축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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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
최병수.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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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공동 저자라고 할 수 있는 김진송이 화가인 최병수에게 말을 건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우연히, 김진송의 책을 읽었기 때문인데... 그가 쓴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을 참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그래서 김진송과 최병수의 예술론이 이 책에 함께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웬걸, 여기서 말하는 목수가 김진송이 아니고, 최병수 자신이다. 즉, 최병수가 최병수에게 말을 건다는 의미로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이 책의 뒷부분에 나온다)

 

그렇다고 최병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풀어낸 것은 아니다.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게 한 것은 김진송이다. 그가 최병수를 찾아가 그동안 숱하게 들었던 최병수의 이야기를 다시 듣고 책으로 내려고 정리를 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목수는 최병수이기도 하지만, 김진송이기도 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사실, 김진송에 대해서는 책 한 권을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최병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내가 이 책을 구입한 동기는 분명히 최병수가 아니라 김진송에게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병수를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책을 펼치자마자 깨져버렸다. 내가 그를 모른다고 그의 작품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이건 그만큼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려 하지 않았단 얘기가 되는데...

 

그동안 자주 보아왔던 이한열 그림... 그것이 최병수의 작품이었다니.. 새만금의 솟대, 그것도 최병수의 작품이었다니...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작품은 여기까지.

 

그런데도 이 작품들은 워낙 강하게 다가왔었는데... 그가 나중에는 환경미술 쪽에서도 큰 활약(?)을 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80년대 민중미술(이렇게 통칭하자. 그냥 그 당시 사회적 문제에 미술로 대응했던 사람들을)을 하던 사람 중에 지금까지 그렇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생각인데... (이 책에도 나오지만 90년대 사회주의권의 종말은 많은 운동권들에게 절망을, 그리고 변절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정치권을 보라...)

 

그는 사회문제를 계속 확대해 나갔다고 할 수 있다. 새만금, 부안 핵폐기장 반대, 사패산 터널 반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반대 운동, 그리고 세계기후협약 회의가 벌어지고 있는 세계 각국에 가서 환경 퍼포먼스를 하는 일, 이라크 전쟁 반대 등등...

 

자신의 삶과 미술을 이렇게 일치시킨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우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삶과 예술을 일치시켜 나가고 있다. 아마도 지금도 진행 중일 거라는 생각이 들고.

 

왜냐하면 이 책을 읽어보니,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미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사회 문제가 자신과 관계 없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런 그의 이야기, 어렸을 때부터 2004년 정도까지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해서 최병수의 말을 통해 듣고, 그걸 김진송이 정리하여 이 책을 통해 최병수라는 사람, 최병수라는 예술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어쩌면 지금... 그는 다시 전면에 나서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그가 활발히 활동했던 시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어둠이 깔리는 시대에 예술가들이 등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될테니...

 

참 많은 작품이 있음에도 그의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 그가 미술계에서는 거의 방외인으로 맴돌았던 현실... 어쩌다 화가가 되어버린 그의 이력 등, 우리의 흥미를 유발하는 일화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는데...

 

무엇보다도 예술가로서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고 했던 모습이 잘 드러나 있어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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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10-09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병수는 광대다]라는 책을 읽었어요.
새만금 해창갯벌에 있는 솟대와 평택 대추리의 여러 작품들의 그 분의 손에서 나왔죠.
새만금과 평택에서 직접 접했던 작품들이라 유난히 기억에 남아요

kinye91 2016-10-09 07:44   좋아요 0 | URL
최병수 씨는 예술이 작업실 속에만 있지 않고 민중의 삶과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