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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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커피.
커피 전문점에서 마시게 되는 커피는 한 끼 식사가격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그 커피가 원산지에서는 불공정한 방법에 의해서 거래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의 원산지는 기후가 더운 지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히말라야의 해발 2000미터의 찻길조차 없는 곳,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는 말레 마을에서 커피가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들어 보게 되었을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 화제작이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다큐멘터리 〈히말라야 커피로드〉를 만나기 전까지는.


<히말라야 커피로드〉의 취재를 맡았던 취재팀 5명이 말레 마을에서 80 여일간에 걸쳐서 함께 생활하면서 취재한 그 프로그램의 내용이 여기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책에 담겨져 있다.
말레 마을은 천혜의 커피 재배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을 전체가 나무들로 가려진 곳이다. (커피 재배에는 햇빛이 나쁘고 물이 풍부해야 한다)
이곳에 살고 있는 가난한 11가족의 이야기.

그 이야기는 커피가 있기에 희망이 있고,

            커피가 있기에 미래가 있고,

            커피가 있기에 진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이다.

커피는 그들에겐 희망이라는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3년전에 남편을 잃고 4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25살의 엄마 미나네 집.



 
가난한 살림에 전 재산을 털어서 산 커피 묘목 열 다섯그루에 그 가족의 희망이 달려있다.
그러나, 염소들이 커피잎을 먹기도 하고, 워낙 커피재배법을 모르는지라 그 가정의 희망은 사라진다.
다시 커피농사를 짓기위해 4아이와 함께 남편이 물려준 황무지를 개간하는 그들의 손은 엉망이 되어버리지만, 그들에겐 희망이 있기에 웃음이 함께 한다.

  

18살 움나트네는 전교 1등을 하던 소년이지만, 아버지는 인도로 이주노동을 떠나고, 실질적인 가장인 움나트는 전재산을 털어서 250그루의 커피나무를 심는다. 커피는 3년이 지나야 빨간 열매가 맺는데, 동생 수바커르와 다시 100그루의 나무를 더 심기 위해서  구덩이를 판다. 그러나 며칠후의 폭우로 그의 커피나무들은 산사태에 묻히고 만다. 희망을 잃은 움나트는 이주노동을 떠나게 되고, 커피나무를 심었던 그 밭에는 동생 수바커르가 일을 하고 있다.
열네 살, 수바커르. 그는 커피농사만이 희망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공부는 미래의 자신을 있게 해 줌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말레마을의 가장 어린 커피농부 수바커르가 그곳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강한 열정을 가진 열네 살 수바커르가 대견하기만 하다.
이 마을 문맹 커피농부 로크나트.
그는 문맹이기에 커피농사에 관한 회의에서 얻어 들은 이야기들을 기록할 수 없으니 번번히 농사를 망치게 된다.
그는 그런 자신의 문맹을 깨치기 위해서 10살 막내 아들에게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밖에 커피농사의 유기농법을 개발한 이쏘리.
이들에게는 가난하지만, 그래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지만, 커피나무가 그들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희망임을 알고 열심히 커피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공정무역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서 3천 그루의 커피묘목이 지원된다. 이들이 키운 나무에서 열린 커피열매들은 간단한 공정을 거쳐서 공정무역을 통한 매매가 이루어지게 되고, 우리나라에도 매월 1 톤의 커피가 들어오게 된다.


 


 
 
히말라야 산골의 말레 마을의 커피농부들의 이야기는 커피향보다 더 진한 감동을 가져다 준다.
우리가 먹는 커피가 불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지만 이처럼 애써서 가꾼 커피를 팔아서 이 마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사람이 15만원가량이 되었으니, 이것도 공정무역을 통한 거래였으니 참 힘겨운 사람들의 생활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커피를 재배하는 커피농부들인데도 제작팀이 가서 함께 하기 전까지는 커피가 어떤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조차 알지를 못했다.
커피를 어떻게 가공해서 마시는지 조차 알지를 못했다.
그들에게는 '찌아'라는 네팔식 밀크티가 주식이자 음료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커피알을 프라이팬에 볶아 돌절구에 찧어서, 그리고 주전자에 뜨거운 물, 커피, 설탕을 넣고 저은 후에 거름망을 대고 컵에 따르면 한 잔의 커피가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레 마을 방식의 커피이지만 그들은 이제 이 커피 맛에 익숙해 지고 있다.


형이 떠난 자리를 메운 열네 살의 수바커르는 자신이 커피농사를 잘 지어서 아버지와 형이 집에 돌아와 함께 살기를 희망할 것이다.
말레마을 사람들에게 커피가 있기에
앞으로는 그들에게 생계를 위한 이주 노동으로 생이별을 하는 고통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지도 모른다.
한 그루의 커피나무가 이토록 희망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동적인 것이다.


오늘 하루에도 몇 잔의 커피를 함께하게 되는 현대이들.
잠깐 커피잔을 바라보면서 말레 마을의 희망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공정무역에 의한 커피를 마신다면 더 좋겠다.
내곁에는 이 책과 함께 온 네팔의 커피 한 봉지가 놓여있다.
이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미나를 생각하고, 수바커르를 생각하고, 이쏘리를 생각하고, 움나트를 생각할 것이다.


그들에게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앙이 닥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커피나무가 많은 빨간 열매를 맺어주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행복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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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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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1>은 이후에 약간의 시간을 두고 <카산드라의 거울2>를 읽기 시작했다.
언제나 '베르나르'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그것도 과학적 사실과 상상력을 동원해서,또한 어원적 의미까지를 생각해 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그의 작품을 읽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카산드라의 거울>에 대한 평가 중에는

사실적 공간 설정, 적나라한 묘사, 어느 때보다도 긴박하고 강렬한 ‘액션’을 담아 ‘현실 사회’의 이슈들에 직접 다가서고 있다는 점은 예전과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베르베르’를 느끼게 한다. (출판사 리뷰 중에서)

이와같은 평과 함께 기존의 '기존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 그러나 변함없이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내용을 쓰고 있다.
그러나, 나의 견해는 좀 다르다.
'사실적 공간 설정, 적나라한 묘사, 어느 때보다도 긴박하고 강렬한 '액션'을 담아 '현실 사회'의 이슈들에 직접 다가서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의 대부분의 소설 속에서는 '미래'에 대한 키워드가 담겨 있었으며,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소설적 요소들이 다 들어가 있어서 이전의 작품들에서 느끼던 베르나르의 소설적 감각은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카산드라의 거울>에는 '미래'에 대한 키워드가 다른 작품보다 좀 더 진하게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카산드라가 미래를 볼 수 있게 설정했으며, 그가 보게 되는 미래의 세계를 통해서 현시대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이 작품 속에 살짝 끼워 넣었던 자신의 작품인 '나무', '파피용' 에는 그가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는 미래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담겨 있었다.
베르나르가 지금까지 써왔던 작품들의 구상이 더 무르익어서 <카산드라의 거울>이 탄생했다고 생각된다.
<카산드라의 거울>에서는 사회로 부터 버림받은 사람들.
쓰레기 하치장에서 쥐와 들개를 잡아 먹으면서 악취를 풍기면서 살아가는 대속의 시민들- 에스메랄다, 오를랑도, 페트라, 김예빈-이 결국에는 더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카산드라가 자신이 보는 미래의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대속의 4명의 노숙자만이 함께하였던 것이다.
카산드라까지 5명이 보여주는 테러를 막기 위한 모험은 그것만으로도 한 편의 또다른 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
그중에서도 김예빈과 카산드라가 경찰의 추격을 피해서 들어가게 되는 '카타콤'은 실존의 장소로 고대에 건설된 지하터널인데, 작가 자신이 2003년에 카타필 10 여명과 함께 파리 남부의 카타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미궁 속을 거닐어야 하고 상당히 위험한 곳이라고 한다. 이것만으로도 작가 자신의 직접적 체험이 엿보이는 사실적 묘사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카산드라가 꿈 속에서 서기 3000년의 세상에서 아이들에 의해서 재판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 역시 작가가 2008년에 꾼 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카산드라의 꿈 속에서 미래의 아이들은 질책을 한다.


인구과잉, 각종 전염병, 기아, 환경오염, 자원낭비, 소비등은 지금의 사람들의 단기적 쾌락을 위해서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저지른 범죄라는 것이다.
카산드라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능력이 있었는데, 왜 인류를 구하지 않았는가?
왜 지구를 구하지 않았는가?
그녀의 죄는 바로 미래를 구할 수 있는데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산드라 카첸버그는 지구를 날려 먹은 인간 중의 하나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죄가 한층 무거운 이유는, 당시 진행되고 있던 상황을 진정으로 의식하고 있던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기때뭉입니다."
도망치는 카산드라에게
군중은 "복수하라! 우리에게 오염된 지구을 남겨 준 자들에게 죽음을 !" (p91)

이것이 바로 카산드라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생각된다.
<나무>에서 <파피용>으로 그리고 <카산드라의 거울>에 이르기 까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예견과 함께, 미래의 지구의 모습에서 우리가 책임지어야 할 문제들에 대하여 일깨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와 함께 가장 궁금한 것은 카산드라 가족사일 것이다.
카산드라의 부모는 왜 카산드라를 예지능력을 가진 아이로 만들려고 했는지를....
그리고, 왜 카산드라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인데, 여기에 대한 답은 아주 끝부분에 언급이 된다.
'말'이 가지는 의미라고 할까,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느껴진다.
언제나 읽은 후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베르나르의 소설들.
그가 책 속에 담고 있는 언어의 의미, 사전적 해석도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더해준다. 마치 그의 저서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카산드라의 거울>은 기발한 상상력과 과학적 예측, 그리고 신화적 이야기까지 함께 하는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 아주 먼 미래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대한 우리들의 자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 울려 퍼지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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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 우리를 닮은 그녀의 이야기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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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언니와 함께 잠을 잤다.
언니는 심야 음악프로를 즐겨 들었다. 가끔은 자신의 사연을 담은 엽서를 띄우기도 하였다.
한참 잠을 자다가 잠결에 들려오는 조용한 음악소리에 깨서는 음악을 듣다가 또 잠을 자곤했다.
그때에 들려오던 DJ의 나지막한 내레이션은 감수성이 풍부했던 나에겐 너무도 아름답고 느낌있는 소리로 스쳐 지나가곤했다.
그런데, 지금은 FM 방송은 전혀 듣질 않기에 어떤 심야 프로그램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성원'은 MBC FM 주요 음악 프로 작가를 거쳐서 지금은 KBS 2 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 담당작가이며, 이 책의 내용들은 이 음악프로에서 DJ 유희열의 내레이션으로 밤 1시에 들려주는 '그녀가 말했다'의 내용들이라고 한다.


이미 '그녀가 말했다'는 2년이 넘는 세월동안 청취자들의 밤을 찾아가고 있다.
심야 음악 프로가 주로 애청자가 청춘들이기에 사랑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것이다.
풋풋한 사랑이야기보다는 밤에 남몰래 눈물 흘리면서 들을 수 있는 아픈 사랑이야기, 짝사랑이야기.
그리고, 여기에 청춘들의 마음을 울리는 또다른 이야기들이 더해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꿈나라에 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라디오에 귀를 기대고 그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
그 한 밤중에 '그녀가 말했다'는 외로운 청춘들에게 위로의 짧은 글들을 보내는 것이고, 청춘들은 그 짧은 글에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지고 사랑을 찾는 것이다.
여기에 '밤삼킨별' 김효정이 런던, 도쿄, 파리에서 담아낸 감성적인 사진이 함께 한다.
런던, 도쿄, 파리라고는 하지만 얼핏 보면 그 도시의 특색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눈에 익은 사진들.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겉들여진다.




이렇게 음악 프로그램의 PD,작가들이 쓴 사진을 함께 한 감성 에세이는 시중에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래도 감성 에세이가 눈길을 끄는 것은 함축된 의미를 담은 짧은 문장이 주는 느낌과 감성적인 사진이 있기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타인을 볼 때   

우리가  본 것은 자기 마음의 초상화이다. 

눈이 타인을 관찰 할 때도 마음은 내 마음 언저리에 머문다. 

그래도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마음이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을 발견하면 

내 마음을 통해서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내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청춘이 아닌 세대들이 이 책을 읽노라면
아련히 빛바랜 옛 사랑의 추억이 생각날 것이다.
그녀만 보면, 그를 보면....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던 기억.
그러나, 헤어짐의 아픔이 언젠가부터 희미해지더니
이제는 나른나른 해진....
젊은 날의 사랑을 기억하게 해준다.
그땐 세상의 전부가 그 사랑만으로 채워질 줄 알았는데.
한 순간이 허무한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그런 아픈 사랑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웠지만 슬펐던 그 날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원 작가의 섬세한 문장들이 가슴에 한가득 담겨오는....
그래서 이 책은 밤에 읽으면 좋은 책이기도 하고,
생각날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보아도 좋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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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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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를 구입한 것은 작년 가을이었다. 책꽂이에는 읽으려고 꽂아둔 책들이 여러 권이 있어서 사놓고도 선뜻 읽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서 주게 되고, 그리고 또 다시 '빅 픽처'를 주문하여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는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는 것도 읽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지만, 내용이 월스트리트의 잘나가는 변호사가 자신이 평소하고 싶었던 사진작가의 글을 걷게 되는 이야기라는 간단한 줄거리만 보고 이 책을 사게 된 것이다.
내 조카 중에는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도 있고, 조각을 전공했지만,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서 그 문 옆에서 서성거리는 조카도 있다.
내 생각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고, 가장 그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때문에 적극적으로 그들의 길을 가도록 밀어주라고 이야기하곤 하기에 이 책이 더 호기심이 같던 것이다.
그렇게 또 한 달여가 지나갔다.
이제는 아무리 읽을 책이 많아도 '빅 픽처'를 손에 잡지 않으면 언제 읽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다.


그때까지도 이 책의 장르가 스릴러의 범주에 속하는 소설이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1부의 상당부분까지에 이를 때까지 자신이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사진작가의 삶을 살지 못하는 '벤 브래이드포드'가 사진작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그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안스러웠다.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이 느낌은 정말 '빅 픽처'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떤 말로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이 소설의 주인공 '벤 브래이드포드'가 저지르게 되는 살인사건.
그것이 아무리 순간의 실수가 빗어낸 사건이라고 하지만, 사체를 훼손시키면서 냉동실에 넣는 장면이나 그의 변호사의 지식과 경험에 의해서 완전 범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가 엘리트인 변호사이기에 용서될 수 있는 행동이지, 만약에 흉악범의 소행이라면 인면수심의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왜 나는 '벤 브래이드포드'의 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왜 그가 완전범죄로 경찰에 잡히지 않기를 바라고, 새로운 삶을 살기를 원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벤이 꿈꾸던 삶, 진정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벤은 변호사였던 '벤 브래드포드'의 삶에서도.
세계적인 사진작가로 명성을 얻는 '게리 서머스'의 삶에서도.
영원히 숨어서 세상이 발견할 수 없는 생활을 해야하는 '앤드류 타벨'의 삶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었고, 자신의 삶을 살 수 없는 것이다.

* 벤 브래드 포드의 삶

6살 어린시절, 외할아버지의 콘도에서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서 본 세상.
그것은 벤이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인생의 첫 단추인 것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증권회사에 다니던 아버지는 극구 말리게 되고, 원하지 않는 변호사가 된다.


 

그가 얻은
'최소한 연봉 50만달러, 수많은 특권... 그러나 그 모든 건 내가 뷰파인더 뒤의 인생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것들이었다.'(p49)
아내의 불륜으로 그의 상대인 '게리 서머스'를 순간적인 실수로 죽이게 된다.
그 살인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보고 싶다.
게리는 자신보다 부유한 생활을 하지는 않지만, 사진작가의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잡지사, 신문사, 출판사 등의 문을 두드리는 노력을 하는 자이다.
게리의  사진작가에 대한 고집스런 집착과 허세는 벤이 접은 꿈보다는 훨씬 값지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려 했으니까. (p169)

벤은 사진작가의 꿈을 접고도 못 이룬 꿈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값비싼 사진 기자재를 사 모으지만, 게리는 값싼 사진기를 들고도 사진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거기에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게리와의 불륜을 이어가는 아내에 대한 혐오감까지....


* 게리 서머스의 삶

완전범죄를 위해서는 죽은 게리로 변신을 해야한다. 이미 벤은 죽은 것으로 만들었으니...


게리의 삶을 살기 위해 치밀한 계획과 함께 사진작가로 변신.

이제 내 과거는 말끔히 지워졌다.
나는 벤 브래드포드가 아니고, 책임도 없고, 의무도 없고, 인간관계도 없다.
이제 내게 주어진 굳건한 삶은 없었다.
나는 그저 진공상태와 같은 처지였다.  (p271)

그가 원하던 삶임에는 틀림없으나, 벤이 게리가 아닌 이상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는 없다.
새로운 사랑, 앤까지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불안한 생활.
'몬태난'지의 사진 연재와 함께 찾아온 절호의 기회.
불타는 화재 장면의 한 컷의 사진이 세상을 뒤집어 놓는다.
로버트 카파의 전쟁터에서의 사진중에 순간의 포착으로 유명한 '쓰러지는 병사' 처럼.

잠깐 생각해 보니,
로버트 카파의 삶도 극적인 삶이었는데....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게리 서머스는 벤 브래드포드이기에 세상에 알려지면 범죄사실이 드러나게 될 수 밖에....
자신이 원하는 삶의 한 복판에 있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삶.
그래서 벤이 또 한번 안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한 때 내 인생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걸 죽은 후에야 깨달았다. (p376)

* 앤드류 타벨의 삶

게리 서머스도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물론, 벤은 살아 있지만....
그렇다면 게리의 삶을 살았던 벤은 또다른 삶을 찾아야 한다.'
그를 도와주는 앤을 따라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아들도 생기지만, 벤으로 살아가던 시절의 아들인 애덤의 생일날, 아들을 그리며 먼 길을 찾아 나서는 벤.
그러나, 아들 애덤을 만날 수 없는 그런 아픔이 그에게는 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자식에 대한 사랑.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의 자신의 삶.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인물의 삶으로는 벤의 아내 '베스'의 삶이다.

* 아내 베스의 삶

결혼보다는, 육아보다는 작가의 길을 원했지만, 몇 편의 소설이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자신의 엄마처럼 무능력한 주부로 살아가는 길을 경멸한다.
그 원인을 남편 벤에서서 찾는다.

아내는 내가 자기를 어머니처럼 만들다며, 재능있고 독립적인 여자를 교외 지역에서 서서히 시들어가게 만들었다며, 나를 탓했다. (p61)

아내와의 갈등이 시작될 때에 벤의 지나친 망상이었다고 생각되었던 불륜이 드러나게 되고(베스는 이 사실을 끝까지 모르지만), 이것이 빌미가 되어 남편 벤을 기막힌 삶의 모습으로 변하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남편 벤의 죽음이후 새로운 재력가를 만나 결혼한 베스.
난, 초반에는 베스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를 바라는 여인이라 생각했는데, 왠지 그녀의 삶이 속물스럽다.

처음 접해본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
미국인이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더 인기있는 베스트셀러작가이다.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조국인 미국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작가이기도 한데, 그의 특징은 등장인물에 대한 완벽한 탐구와 박학다식한 면모를 갖춘 글을 쓰기로 평판이 나 있다.
특히, 그는 풍부한 예술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도 사진작가로서의 길을 가고자하는 벤의 역할에 맞는 사진적 소양을 가져야만 쓸 수 있는 내용들의 글이 많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소설 속의 완전범죄를  꾀하는 벤의 행동들이 변호사로서의 경험에 의해서 처리되어 나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표혆고 있다.
끔찍한 살인이후의 사체처리 과정, 요트에 싣고 나가서 폭발시키는 과정 등.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범죄를 은닉하려는 범인의 행동을 그대로 추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소설의 소재에서부터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탁월하며,
읽는 동안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추진력있고, 박진감있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가지 않은 노란 길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그 길로 갔다면 지금의 인생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빅 픽처'처럼 그런 이야기가 가슴에 크게 와닿으면서 절실하게 느껴진다.
벤 브래드포드의 아버지가 자식의 꿈을 조금이나만 이해하고 도와주었다면 그는 세계적인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살았을 것이며, 그 속에서 작고 큰 행복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네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자녀사랑이 참다운 자식사랑이 아님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된다.  
가지 않은 길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더라도, 그것은 집착하지 말고, 오늘의 삶에 충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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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시드니 & 멜번 I Love Series 10
김희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와 멜번에 관한 관광서적은 많이 있다. 그러나 그 책이 그 책인듯한 천편일률적인 책들.
남들이 다 가보는 인증샷을 찍기위한 '시드니와 멜번'에 관한 책이 아닌 현지인들이 찾는 진짜 '시드니와 멜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정보를 담은 특색있는 책이 바로 '김희연'이 쓴'i love Sydney & Melbourne 아이 러브 시드니 & 멜번'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희연'은 자신만의 여행을 위해서 호주를 가게 되었고, 호주에서의 한 달 동안의 여행이 자신의 인생에서 그 어느때보다 즐거웠기에, 내친김에 호주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대학졸업 후에 잡지사 기자와 홍보 전문가의 일을 했기에 저자 자신이 2 년간에 걸쳐서 직접 기획, 취재, 편집하여 이 책을 펴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이 러브 시드니 & 멜번'에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보다는 여행길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맞부딪히는 흥미진진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담겨 있으며, 호주 여행에서 체험할 수 있는'익사이팅'한 젊은 감각이 톡톡 튀는 신선한 여행 정보들이 많이 있는 책이다.
여기에서 여행책자를 고를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최신 정보를 수록하고 있는가' 하는 것인데, 이 책은 2011년 1월을 기준으로한 최신 정보를 담고 있다.
(랜덤하우스코리아의 여행관련 책들이 업데이트를 신속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여행의 길잡이가 되는 최신 지도가 앞 뒤로 부착되어 있는데, 여행을 위해서는 절취하여 간단히 포켓에 넣어도 될 정도로 접혀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내용은 part 3 의 '시드니 & 멜번 테마별 가이드'인데 자신의 여행 테마에 맞게 골라서 보아도 좋다.

호주를 이해하는 키워드 5

1. 비치& 서핑
2. 백팩커 파라다이스
3. 멀티컬쳐
4. 와일드 라이프
5. 여유로움
을 들 수 있다.



시드니와 멜번은 같은 나라 안에 있으면서도 그 도시의 색채는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도시이다.


시드니는 'open city'다. 다양한 기회들이 열려 있고, 사람들도 '이방인'이란 개념없이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어준다. (p28)
멜번은 세계각국의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녹아있는 뜨거운 용광로다. 하나의 도시 안에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 곳곳의 모습과 얼굴으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p36)

내가 알고 있던 시드니 & 멜번 보다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시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의 별미라고 할 수 있는 먹거리에서도 그 특색이 있다. 물론, 호주는 호주만을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은 없다. 그러나 식재료가 풍부해서 세계 각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스테이크에서부터 '캥거루 스테이크', ' 에뮤(대형주조류) 스테이크, 악어 스테이크까지.
그러나, 역시 내 입맛을 자극하는 것은 풍부한 해산물 요리들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시드니 & 멜번 테마여행.
천편일률적인 여행일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여행의 의미와 목적을 되살릴 수 있는 테마여행.





이것이 바로 여행의 재미를 더하는 액티비티 & 체험여행인 것이다.

언젠가 연예인들이 시드니에서 체험을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 '브리지 클라임'

134m 높이 하버 브리지 정상을 걸으며 시드니를 내려다 보는 독특한 액티비티.

소요시간이 3시간 30분이고 예약은 필수.


그러나,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사양해야 되겠다.
마카오 타워에서조차 유리로 된 공간을 걸어 보지를 못했으니....
Sea Plane, Surfing, Jet Boat, Cruise, 열기구.
오호~~ 열기구...
이것 역시,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도 새벽에 탈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는데, 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간이 콩알만해서....'
그런데, 어쩌면 타지 않은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는 사고가 있었다. 그것도 한국 관광객들이 탔던 열기구가 추락한 사건이 내가 카파도키아를 다녀오고 1년후에 일어났으니....

멜번에 간다면 골목길 걷기가 좋은 추억을 남겨 준다고 한다.


책으로만 읽기에는 방랑기질이 살아나려고 한다.
혼자가는 여행은 아직 해본 적이 없고, 며칠간을 함께 떠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만만하지가 않다.
호주의 시드니& 멜번은 왜 이리도 매력적인 도시인지, 또 이렇게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내가 가보고 싶은 나라의 목록에 끼워넣어 둔다.
멀지 않아 시드니와 멜번으로 떠나는 날에는 내 여행가방 속에 'i love Sydney & Melbourne 아이 러브 시드니 & 멜번' 넣어가지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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