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빅 픽처'를 구입한 것은 작년 가을이었다. 책꽂이에는 읽으려고 꽂아둔 책들이 여러 권이 있어서 사놓고도 선뜻 읽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서 주게 되고, 그리고 또 다시 '빅 픽처'를 주문하여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는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는 것도 읽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지만, 내용이 월스트리트의 잘나가는 변호사가 자신이 평소하고 싶었던 사진작가의 글을 걷게 되는 이야기라는 간단한 줄거리만 보고 이 책을 사게 된 것이다.
내 조카 중에는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도 있고, 조각을 전공했지만,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서 그 문 옆에서 서성거리는 조카도 있다.
내 생각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고, 가장 그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때문에 적극적으로 그들의 길을 가도록 밀어주라고 이야기하곤 하기에 이 책이 더 호기심이 같던 것이다.
그렇게 또 한 달여가 지나갔다.
이제는 아무리 읽을 책이 많아도 '빅 픽처'를 손에 잡지 않으면 언제 읽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다.


그때까지도 이 책의 장르가 스릴러의 범주에 속하는 소설이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1부의 상당부분까지에 이를 때까지 자신이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사진작가의 삶을 살지 못하는 '벤 브래이드포드'가 사진작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그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안스러웠다.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이 느낌은 정말 '빅 픽처'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떤 말로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이 소설의 주인공 '벤 브래이드포드'가 저지르게 되는 살인사건.
그것이 아무리 순간의 실수가 빗어낸 사건이라고 하지만, 사체를 훼손시키면서 냉동실에 넣는 장면이나 그의 변호사의 지식과 경험에 의해서 완전 범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가 엘리트인 변호사이기에 용서될 수 있는 행동이지, 만약에 흉악범의 소행이라면 인면수심의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왜 나는 '벤 브래이드포드'의 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왜 그가 완전범죄로 경찰에 잡히지 않기를 바라고, 새로운 삶을 살기를 원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벤이 꿈꾸던 삶, 진정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벤은 변호사였던 '벤 브래드포드'의 삶에서도.
세계적인 사진작가로 명성을 얻는 '게리 서머스'의 삶에서도.
영원히 숨어서 세상이 발견할 수 없는 생활을 해야하는 '앤드류 타벨'의 삶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었고, 자신의 삶을 살 수 없는 것이다.

* 벤 브래드 포드의 삶

6살 어린시절, 외할아버지의 콘도에서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서 본 세상.
그것은 벤이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인생의 첫 단추인 것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증권회사에 다니던 아버지는 극구 말리게 되고, 원하지 않는 변호사가 된다.


 

그가 얻은
'최소한 연봉 50만달러, 수많은 특권... 그러나 그 모든 건 내가 뷰파인더 뒤의 인생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것들이었다.'(p49)
아내의 불륜으로 그의 상대인 '게리 서머스'를 순간적인 실수로 죽이게 된다.
그 살인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보고 싶다.
게리는 자신보다 부유한 생활을 하지는 않지만, 사진작가의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잡지사, 신문사, 출판사 등의 문을 두드리는 노력을 하는 자이다.
게리의  사진작가에 대한 고집스런 집착과 허세는 벤이 접은 꿈보다는 훨씬 값지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려 했으니까. (p169)

벤은 사진작가의 꿈을 접고도 못 이룬 꿈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값비싼 사진 기자재를 사 모으지만, 게리는 값싼 사진기를 들고도 사진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거기에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게리와의 불륜을 이어가는 아내에 대한 혐오감까지....


* 게리 서머스의 삶

완전범죄를 위해서는 죽은 게리로 변신을 해야한다. 이미 벤은 죽은 것으로 만들었으니...


게리의 삶을 살기 위해 치밀한 계획과 함께 사진작가로 변신.

이제 내 과거는 말끔히 지워졌다.
나는 벤 브래드포드가 아니고, 책임도 없고, 의무도 없고, 인간관계도 없다.
이제 내게 주어진 굳건한 삶은 없었다.
나는 그저 진공상태와 같은 처지였다.  (p271)

그가 원하던 삶임에는 틀림없으나, 벤이 게리가 아닌 이상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는 없다.
새로운 사랑, 앤까지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불안한 생활.
'몬태난'지의 사진 연재와 함께 찾아온 절호의 기회.
불타는 화재 장면의 한 컷의 사진이 세상을 뒤집어 놓는다.
로버트 카파의 전쟁터에서의 사진중에 순간의 포착으로 유명한 '쓰러지는 병사' 처럼.

잠깐 생각해 보니,
로버트 카파의 삶도 극적인 삶이었는데....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게리 서머스는 벤 브래드포드이기에 세상에 알려지면 범죄사실이 드러나게 될 수 밖에....
자신이 원하는 삶의 한 복판에 있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삶.
그래서 벤이 또 한번 안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한 때 내 인생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걸 죽은 후에야 깨달았다. (p376)

* 앤드류 타벨의 삶

게리 서머스도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물론, 벤은 살아 있지만....
그렇다면 게리의 삶을 살았던 벤은 또다른 삶을 찾아야 한다.'
그를 도와주는 앤을 따라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아들도 생기지만, 벤으로 살아가던 시절의 아들인 애덤의 생일날, 아들을 그리며 먼 길을 찾아 나서는 벤.
그러나, 아들 애덤을 만날 수 없는 그런 아픔이 그에게는 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자식에 대한 사랑.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의 자신의 삶.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인물의 삶으로는 벤의 아내 '베스'의 삶이다.

* 아내 베스의 삶

결혼보다는, 육아보다는 작가의 길을 원했지만, 몇 편의 소설이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자신의 엄마처럼 무능력한 주부로 살아가는 길을 경멸한다.
그 원인을 남편 벤에서서 찾는다.

아내는 내가 자기를 어머니처럼 만들다며, 재능있고 독립적인 여자를 교외 지역에서 서서히 시들어가게 만들었다며, 나를 탓했다. (p61)

아내와의 갈등이 시작될 때에 벤의 지나친 망상이었다고 생각되었던 불륜이 드러나게 되고(베스는 이 사실을 끝까지 모르지만), 이것이 빌미가 되어 남편 벤을 기막힌 삶의 모습으로 변하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남편 벤의 죽음이후 새로운 재력가를 만나 결혼한 베스.
난, 초반에는 베스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를 바라는 여인이라 생각했는데, 왠지 그녀의 삶이 속물스럽다.

처음 접해본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
미국인이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더 인기있는 베스트셀러작가이다.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조국인 미국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작가이기도 한데, 그의 특징은 등장인물에 대한 완벽한 탐구와 박학다식한 면모를 갖춘 글을 쓰기로 평판이 나 있다.
특히, 그는 풍부한 예술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도 사진작가로서의 길을 가고자하는 벤의 역할에 맞는 사진적 소양을 가져야만 쓸 수 있는 내용들의 글이 많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소설 속의 완전범죄를  꾀하는 벤의 행동들이 변호사로서의 경험에 의해서 처리되어 나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표혆고 있다.
끔찍한 살인이후의 사체처리 과정, 요트에 싣고 나가서 폭발시키는 과정 등.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범죄를 은닉하려는 범인의 행동을 그대로 추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소설의 소재에서부터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탁월하며,
읽는 동안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추진력있고, 박진감있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가지 않은 노란 길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그 길로 갔다면 지금의 인생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빅 픽처'처럼 그런 이야기가 가슴에 크게 와닿으면서 절실하게 느껴진다.
벤 브래드포드의 아버지가 자식의 꿈을 조금이나만 이해하고 도와주었다면 그는 세계적인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살았을 것이며, 그 속에서 작고 큰 행복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네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자녀사랑이 참다운 자식사랑이 아님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된다.  
가지 않은 길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더라도, 그것은 집착하지 말고, 오늘의 삶에 충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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