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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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커피.
커피 전문점에서 마시게 되는 커피는 한 끼 식사가격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그 커피가 원산지에서는 불공정한 방법에 의해서 거래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의 원산지는 기후가 더운 지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히말라야의 해발 2000미터의 찻길조차 없는 곳,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는 말레 마을에서 커피가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들어 보게 되었을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 화제작이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다큐멘터리 〈히말라야 커피로드〉를 만나기 전까지는.


<히말라야 커피로드〉의 취재를 맡았던 취재팀 5명이 말레 마을에서 80 여일간에 걸쳐서 함께 생활하면서 취재한 그 프로그램의 내용이 여기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책에 담겨져 있다.
말레 마을은 천혜의 커피 재배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을 전체가 나무들로 가려진 곳이다. (커피 재배에는 햇빛이 나쁘고 물이 풍부해야 한다)
이곳에 살고 있는 가난한 11가족의 이야기.

그 이야기는 커피가 있기에 희망이 있고,

            커피가 있기에 미래가 있고,

            커피가 있기에 진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이다.

커피는 그들에겐 희망이라는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3년전에 남편을 잃고 4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25살의 엄마 미나네 집.



 
가난한 살림에 전 재산을 털어서 산 커피 묘목 열 다섯그루에 그 가족의 희망이 달려있다.
그러나, 염소들이 커피잎을 먹기도 하고, 워낙 커피재배법을 모르는지라 그 가정의 희망은 사라진다.
다시 커피농사를 짓기위해 4아이와 함께 남편이 물려준 황무지를 개간하는 그들의 손은 엉망이 되어버리지만, 그들에겐 희망이 있기에 웃음이 함께 한다.

  

18살 움나트네는 전교 1등을 하던 소년이지만, 아버지는 인도로 이주노동을 떠나고, 실질적인 가장인 움나트는 전재산을 털어서 250그루의 커피나무를 심는다. 커피는 3년이 지나야 빨간 열매가 맺는데, 동생 수바커르와 다시 100그루의 나무를 더 심기 위해서  구덩이를 판다. 그러나 며칠후의 폭우로 그의 커피나무들은 산사태에 묻히고 만다. 희망을 잃은 움나트는 이주노동을 떠나게 되고, 커피나무를 심었던 그 밭에는 동생 수바커르가 일을 하고 있다.
열네 살, 수바커르. 그는 커피농사만이 희망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공부는 미래의 자신을 있게 해 줌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말레마을의 가장 어린 커피농부 수바커르가 그곳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강한 열정을 가진 열네 살 수바커르가 대견하기만 하다.
이 마을 문맹 커피농부 로크나트.
그는 문맹이기에 커피농사에 관한 회의에서 얻어 들은 이야기들을 기록할 수 없으니 번번히 농사를 망치게 된다.
그는 그런 자신의 문맹을 깨치기 위해서 10살 막내 아들에게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밖에 커피농사의 유기농법을 개발한 이쏘리.
이들에게는 가난하지만, 그래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지만, 커피나무가 그들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희망임을 알고 열심히 커피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공정무역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서 3천 그루의 커피묘목이 지원된다. 이들이 키운 나무에서 열린 커피열매들은 간단한 공정을 거쳐서 공정무역을 통한 매매가 이루어지게 되고, 우리나라에도 매월 1 톤의 커피가 들어오게 된다.


 


 
 
히말라야 산골의 말레 마을의 커피농부들의 이야기는 커피향보다 더 진한 감동을 가져다 준다.
우리가 먹는 커피가 불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지만 이처럼 애써서 가꾼 커피를 팔아서 이 마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사람이 15만원가량이 되었으니, 이것도 공정무역을 통한 거래였으니 참 힘겨운 사람들의 생활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커피를 재배하는 커피농부들인데도 제작팀이 가서 함께 하기 전까지는 커피가 어떤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조차 알지를 못했다.
커피를 어떻게 가공해서 마시는지 조차 알지를 못했다.
그들에게는 '찌아'라는 네팔식 밀크티가 주식이자 음료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커피알을 프라이팬에 볶아 돌절구에 찧어서, 그리고 주전자에 뜨거운 물, 커피, 설탕을 넣고 저은 후에 거름망을 대고 컵에 따르면 한 잔의 커피가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레 마을 방식의 커피이지만 그들은 이제 이 커피 맛에 익숙해 지고 있다.


형이 떠난 자리를 메운 열네 살의 수바커르는 자신이 커피농사를 잘 지어서 아버지와 형이 집에 돌아와 함께 살기를 희망할 것이다.
말레마을 사람들에게 커피가 있기에
앞으로는 그들에게 생계를 위한 이주 노동으로 생이별을 하는 고통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지도 모른다.
한 그루의 커피나무가 이토록 희망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동적인 것이다.


오늘 하루에도 몇 잔의 커피를 함께하게 되는 현대이들.
잠깐 커피잔을 바라보면서 말레 마을의 희망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공정무역에 의한 커피를 마신다면 더 좋겠다.
내곁에는 이 책과 함께 온 네팔의 커피 한 봉지가 놓여있다.
이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미나를 생각하고, 수바커르를 생각하고, 이쏘리를 생각하고, 움나트를 생각할 것이다.


그들에게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앙이 닥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커피나무가 많은 빨간 열매를 맺어주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행복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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