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라, 생각하라 - 지금 여기, 내용 없는 민주주의 실패한 자본주의
슬라보예 지젝 지음, 주성우 옮김, 이현우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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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은 나에게 참 독특한 인물로 남아있다. 특히 그가 취하고 있는 포지션에 늘 감탄하게 되는데.. 급진적으로 느껴지면서도 또 지극히 이성적인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마르크스와 헤겔에게 큰 영향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정통하다는 것이 그런 면모를 제대로 보이는 것이 아닐까? 그의 새로운 책 [멈춰라, 생각하라]는 지젝의 월가점령시위 연설전문으로 시작된다.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있었던 이 연설을 친구를 통해서 전해들었을때, 가장 인상적이였던 말이.. '바로 저기 월스트리트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봐, 아래를 봐!"라고 일깨워주는 것이다.'였다. 하지만, 전문과 이 책을 함께 읽고 나니.. 이 말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시위는 시작이 되어야 하지.. 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는 것이 요지인데.. 2008년 대한민국의 촛불시위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때 촛불시위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에게 전해들은 학생운동.. 그리고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보게 되었던 연세대 한총련 시위까지.. 내가 기억하는 시위는 상당히 폭력적이고 투쟁적이고 비극적이고 장중한 느낌이다. 오죽하면 아직까지 '투쟁이다. 한총련이여.. 반미자주 함성을 위해..' 라는 노래를 기억하고 있을까? ㅎ 하지만 촛불시위는 다르게 다가왔다. 좀 더 축제같은 느낌이였다고 할까? 이 책에서 언급된것처럼 "시스템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공동(공동의 자연, 지식)을 염려한다" 라는 느낌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후로 변화한 것은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축제같았던 촛불시위가 긍정적으로 보이면서도 또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 책에서 지젝은 바로 그런 것을 염려하고 있다. 점령지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그런 일에 함께한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것에서 멈추어선 안된다. 축제 다음에 무슨일이 일어날지 고민해야 하고, 우리의 일상생활이 어떻게 바뀌었고 바뀔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우리는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생긴다. '점령하라'의 시위현장 역시 지젝에게는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문득, 레미제라블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 이 책의 배경음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Beyond the barricade,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 누군가 대신 생각해줄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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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장자(莊子)를 만나는 기쁨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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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명시라고 할 수 있는 시들을 꽤 많이 배웠지만.. 막상 생각나는 것은 별로 없다. 머리속에 남은 몇구절중 중 '왜 사냐건 웃지요'가 있는 것은, 그때 학교 친구들이 다 이 구절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무슨 말만 하면..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했던 걸 보면 학창시절이 꽤 버겁기도 했던 것이 아닐까? 장자를 만나는 기쁨.. [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책을 읽으며 이상하게 그 시구절이 떠올랐다. 결국 김상용님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시를 찾아보게 되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왜일까? 장자의 이야기를 이 시 한수로 이해하고 싶은 느낌은.. 장자가의 사상은 그렇게 쉽게 이해할수 있는 철학은 아니라고 한다. 사실 나도 장자에 대한 책을 여러권 읽어봤지만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철학을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했다. 뭐랄까.. 우화같은 그의 이야기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때도 있고 내가 받아들이는 상황에 따라 또 다르게 느껴지곤 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참 어렵게 느껴지는 장자의 사상을 읽고 그나마 시 한수를 떠올릴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장자의 사상을 여러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풀어냈기 때문이 아닐가?

그 중에 가장 와닿았던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였다. 상상력이 병을 만든다는.. 장자는 달생편에서 귀신을 보고 두려움에 빠져 병에 든 제나라 환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환공은 그 귀신이 천하를 재패하는 자에게 보이는 것이라는 말에 금새 병을 털고 일어선다. 즉 문제는 귀신이 아니라 그 귀신에 대한 상상력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서정주의 시,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 이문열의 소설 필론의 돼지같은 텍스트를 통해서 풀어서 설명해준다. 바다 한복판에서 큰 풍랑을 만난 피론은 돼지 한마리가 태평스럽게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저런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평온을 얻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나 자체가 잡념이 참 많은 편이다. 스스로 생각의 늪이라고 칭하는 상황에 자주 빠지는데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을 내 나름 그렇게 부르곤 한다. 그럴때 필론의 돼지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문제는 결국 생각이라는 것.. 그리고 어쩌면 내가 장자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장자의 사상이 어려운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의 벽때문이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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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 1인가구 시대를 읽어라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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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문화 발달한 한국에서 1인가구라는 이야기는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면 아시아에서 1인가구라는 말이 금새 익숙해지리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전자레인지에 1인분을 데워 먹을수 있는 생선 같은 것을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구의 노령화 속도가 빠른데다 산업화로 인한 핵가족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진 한국이기에 1인가구를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받아들일수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스웨덴의 1인가구의 수치에 못미치지만 한국 역시 꽤 빠르게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 아닐까 한다. 특히 모든 발전을 압축적으로 이루어내는 한국이기에.. 더욱 미리 준비하는 자세를 갖을 필요도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말로만 들을때는 단순하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사회, 문화적으로 파급되는 속도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느리고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단 싱글이라는 개념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얼마전 읽은 [싱글리즘]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싱글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에 대한 반박이 인상적이였는데, 여러가지 통계와 자료를 통해서 볼때 싱글에 대한 편견은 확실히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 분명해 보였다. 물론 이 책에서의 싱글은 단순히 '독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싱글에 따라붙는 선입견이 특별히 달라져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그 선입견을 거두어 내야 하는 싱글턴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이를 거대한 사회적 실험이라고 말한다. '역사상 최초로 수많은 사람이 연령과 장소, 정치적 신념과 무관하게 '싱글턴'으로서 정착하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그다지 거창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내 주위에도 1인가구가 여럿 존재하기도 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싱글턴의 확산을 인간의 힘으로 막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싱글리즘]을 읽으며 싱글,그리고 커플에게 갖을수 있는 선입견을 거둬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를 읽으면서는 1인가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싱글턴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마케팅분야에서는 어떻게 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조금은 가족중심이기 쉬운 분야지만, 언제까지 그 방향만을 고수할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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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딸 - 위대한 과학자를 완성시킨 비밀의 기록 데이바 소벨 컬렉션
데이바 소벨 지음, 홍현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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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배울때.. Astrology를 점성술이라 하고, Astronomy를 천문학이라고 하는 것이 조금은 의아하게 느껴졌었다. -logy라는 접미어는 학문을 의미하는데 왜 점성술에 -logy가 붙는 것일까 하는 의문.. 물론, 중세의 역사를 배우며 하늘을 이동하는 천체를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 이용된 점성학을 알게 되면서 의문이 해소되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시절의 의문으로 다시 돌아가 답을 찾는 기분이 들었다. 갈릴레오는 인간사의 굴곡을 점치기 위해 행성의 위치를 측정하던 그 당시의 점성술을 천체의 구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천문학으로 이끈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니였다면 천문학이라는 접미어를 뺏긴 수준이 아니라 참 오랫동안 등장할수 조차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시대는 실증적인 증거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한다. 눈앞에서 실험을 해서 보여주는 갈릴레오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학식이 더 인정받던 시절이였으니.. 망원경을 고안해내 달을 직접 그려낸 갈릴레오지만 그가 살아간 시대는 그의 천재성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그의 연구결과가 아직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이유는.. 바로 그의 인간적인 매력때문이다. ㅋ 책을 읽으며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이런 인간적인 면모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Eppur si muove)"라는 말로 기억되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가장 완벽한 전기라고 하는 [갈릴레오의 딸]는 과학이 종교의 시녀역활을 하던 시대에 그의 천재적인 생존법을 가감없이 그려낸다. 갈릴레오가 수녀원에 있는 딸과 주고받은 서한을 중심으로 그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이 책은 안타깝게도 갈릴레오가 딸에게 보낸 서한은 남아있지 않다. 아마 그것이 남아있었다면.. 그의 속내를 조금더 읽을수 있었을텐데 그것이 조금은 아쉽다. 그러나 딸이 보낸 서한과 그의 일대기에 대한 다양한 자료와 연구를 통해서 한편의 전기로 완성된 이 책은 갈릴레오를 만날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과학시간이나 역사시간에 혹은 암기했던 이름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Queen의 Bohemian Rhapsody에 등장했던 갈릴레오 같은 느낌이랄까..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뭐랄까..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갈릴레오가 실제로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그 말을 한 인물로 많이 기억되지 않는가? 그게 진정 갈릴레오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과학자이자 철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 수학자인 갈릴레오는 정말 여러가지 면에서 천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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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악당이 되기로 했다 - 결핍과 승부욕이 완성하는 악당의 철학
김헌식 지음 / 한권의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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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히어로영화를 보다보면.. 가끔은 악당들이 불쌍하다. 저렇게 노력하는데 왜 늘 그들은 지기만 할까? 라는 생각때문이다. 마치 언젠가 먹고 말꺼야.. 라던 치토스가 떠오르는 느낌.. ㅋ 그래서 [나는 악당이 되기로 했다]는 상당히 구미가 땡기는 책이였다.


여러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 나오는 악당들을 대사와 스토리를 통해 만날수 있고 그 역을 연기했던 배우들의 철학이 담긴 인터뷰나 '인생은 동화같지 않으니까'라는 슈렉3의 감독의 세계관도 등장한다. 가상의 인물에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티브잡스같은 실제인물에서도 악당과의 접점을 찾아내곤 한다. 심지어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한 암의 이야기같은 것에서도 악당의 패러독스를 끌어내는 흥미로운 책이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니체, 사사키 아타루, 지젝 그리고 마키아벨리까지 만날수 있다. 이렇게 조금은 쉽게 접할수 있고 이해할수 있는 내용에 어렵게 다가올수 있는 철학적인 텍스트를 잘 섞어놓은 책이라 처음 읽기 시작할때의 가벼운 호기심을 금새 버리고 진지하게 악당론에 빠져들게 되었다.
또한, 영화를 비틀어서 보는 시각도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내가 영화를 볼때 그런 시각을 가끔씩 갖고 있어서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였을지도..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이 악당을 찬미하는 책은 아니다. 나 역시 그런 영화를 볼때 맹목적으로 악당을 응원했던 것이 아니듯이.. 이 책에서 중요한 개념은 바로 악당의 상대론적 관점이 아닐까 한다. 이에대해서 지젝의 시차관점이 좋은 설명이 된다. 같은 물체라도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일수 있다는 개념인데.. 위치라는 말에 개인, 민족, 성별같은 말을 넣어보면 그 해석의 범위를 넓혀볼수 있다. 악당 역시 그런 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악당의 매력적인 면은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나도 강해진다.' 라는 것이다. 실패해도 언젠가는!! 이라고 외치던 치토스처럼.. 악당들도 실패해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발전시킨다. 내가 악당이 불쌍하다고 느낀 면도 그런 점이였다. 늘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지만.. 늘 실패한다. 하지만 또 다음기회를 늘 노린다. 그 매력에 나 역시 빠져든 것일까? ㅎ 사실.. 이번에 공개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결말을 꽤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아.. 어쩌면 악당의 마지막 도전이 그것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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