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장자(莊子)를 만나는 기쁨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에 명시라고 할 수 있는 시들을 꽤 많이 배웠지만.. 막상 생각나는 것은 별로 없다. 머리속에 남은 몇구절중 중 '왜 사냐건 웃지요'가 있는 것은, 그때 학교 친구들이 다 이 구절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무슨 말만 하면..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했던 걸 보면 학창시절이 꽤 버겁기도 했던 것이 아닐까? 장자를 만나는 기쁨.. [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책을 읽으며 이상하게 그 시구절이 떠올랐다. 결국 김상용님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시를 찾아보게 되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왜일까? 장자의 이야기를 이 시 한수로 이해하고 싶은 느낌은.. 장자가의 사상은 그렇게 쉽게 이해할수 있는 철학은 아니라고 한다. 사실 나도 장자에 대한 책을 여러권 읽어봤지만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철학을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했다. 뭐랄까.. 우화같은 그의 이야기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때도 있고 내가 받아들이는 상황에 따라 또 다르게 느껴지곤 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참 어렵게 느껴지는 장자의 사상을 읽고 그나마 시 한수를 떠올릴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장자의 사상을 여러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풀어냈기 때문이 아닐가?

그 중에 가장 와닿았던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였다. 상상력이 병을 만든다는.. 장자는 달생편에서 귀신을 보고 두려움에 빠져 병에 든 제나라 환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환공은 그 귀신이 천하를 재패하는 자에게 보이는 것이라는 말에 금새 병을 털고 일어선다. 즉 문제는 귀신이 아니라 그 귀신에 대한 상상력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서정주의 시,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 이문열의 소설 필론의 돼지같은 텍스트를 통해서 풀어서 설명해준다. 바다 한복판에서 큰 풍랑을 만난 피론은 돼지 한마리가 태평스럽게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저런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평온을 얻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나 자체가 잡념이 참 많은 편이다. 스스로 생각의 늪이라고 칭하는 상황에 자주 빠지는데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을 내 나름 그렇게 부르곤 한다. 그럴때 필론의 돼지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문제는 결국 생각이라는 것.. 그리고 어쩌면 내가 장자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장자의 사상이 어려운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의 벽때문이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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