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악당이 되기로 했다 - 결핍과 승부욕이 완성하는 악당의 철학
김헌식 지음 / 한권의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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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히어로영화를 보다보면.. 가끔은 악당들이 불쌍하다. 저렇게 노력하는데 왜 늘 그들은 지기만 할까? 라는 생각때문이다. 마치 언젠가 먹고 말꺼야.. 라던 치토스가 떠오르는 느낌.. ㅋ 그래서 [나는 악당이 되기로 했다]는 상당히 구미가 땡기는 책이였다.


여러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 나오는 악당들을 대사와 스토리를 통해 만날수 있고 그 역을 연기했던 배우들의 철학이 담긴 인터뷰나 '인생은 동화같지 않으니까'라는 슈렉3의 감독의 세계관도 등장한다. 가상의 인물에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티브잡스같은 실제인물에서도 악당과의 접점을 찾아내곤 한다. 심지어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한 암의 이야기같은 것에서도 악당의 패러독스를 끌어내는 흥미로운 책이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니체, 사사키 아타루, 지젝 그리고 마키아벨리까지 만날수 있다. 이렇게 조금은 쉽게 접할수 있고 이해할수 있는 내용에 어렵게 다가올수 있는 철학적인 텍스트를 잘 섞어놓은 책이라 처음 읽기 시작할때의 가벼운 호기심을 금새 버리고 진지하게 악당론에 빠져들게 되었다.
또한, 영화를 비틀어서 보는 시각도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내가 영화를 볼때 그런 시각을 가끔씩 갖고 있어서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였을지도..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이 악당을 찬미하는 책은 아니다. 나 역시 그런 영화를 볼때 맹목적으로 악당을 응원했던 것이 아니듯이.. 이 책에서 중요한 개념은 바로 악당의 상대론적 관점이 아닐까 한다. 이에대해서 지젝의 시차관점이 좋은 설명이 된다. 같은 물체라도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일수 있다는 개념인데.. 위치라는 말에 개인, 민족, 성별같은 말을 넣어보면 그 해석의 범위를 넓혀볼수 있다. 악당 역시 그런 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악당의 매력적인 면은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나도 강해진다.' 라는 것이다. 실패해도 언젠가는!! 이라고 외치던 치토스처럼.. 악당들도 실패해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발전시킨다. 내가 악당이 불쌍하다고 느낀 면도 그런 점이였다. 늘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지만.. 늘 실패한다. 하지만 또 다음기회를 늘 노린다. 그 매력에 나 역시 빠져든 것일까? ㅎ 사실.. 이번에 공개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결말을 꽤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아.. 어쩌면 악당의 마지막 도전이 그것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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