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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ㅣ 정희진의 글쓰기 2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0년 2월
평점 :
그릇을 좋아하는 친구는 자꾸만 우리 집 부엌을 서성인다.
이런 건 도대체 어디서 산거야?
어린왕자가 그려진 머그컵을 보며 한 마디 한다.
왠지 미안하다. 우리 집 머그컵들은 젠장 .... 다 알라딘표다.
그러고 보면 나 또한 친구 집에 가면 책장 앞을 서성인다. 늦둥이가 있는 친구의 집엔 재미있는 그림책들이 많아서 눈호강을 한다. 이건 아무래도 내 친구가 손해다. 친구가 좋아하는 컵들을, 아예 친구전용으로 사둘까 하다가 가격을 보곤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 저 컵 하나면 책이 몇 권이야? 우리 집의 화폐 단위는 조개도 원화도 아닌 책가격이다.
미안하다 친구야.
이렇듯 타인의 책목록만으로도 즐거운데,
이 책은 독서목록뿐만 아니라 배울 점 많은 감상평까지 가득인 책이다.
나보다 더 많이 치열하게 공부하고 읽고 노력한 이의 독후감을 보는 건, 아주 몸에 좋은 정성스런 음식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내게 보약 한 첩?
특히 좋았던 건,
나이듦은 느낌이라는 것, 특별할 것 없이 누구나 태어나고 죽는 다는 것.
나이듦은 느낌,
그리고 여성에 대한 시선,
한 가지 계속 머리에 맴도는 건,
테레지엔슈타트 수용소에서 천명의 젊은이들이 아우슈비치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 날, 도서관을 털었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아우슈비치에서 어떤 최후를 맞을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들이 죽음을 예감했을 그 날 밤, 정신적 비상식량을 챙긴 것이라고 말한다.
정신적 비상식량.
나는 어떤 책을 챙기게 될까.
몇 권을 떠올려 본다. 그러고 보니 공통점이 있다.
그 몇 권의 책들은 결국 봄이 올 거라는 책, 끝이 있을 거라는 공통점.
결국 봄은 온다는 것. 그런데 아우슈비치라는 죽음을 앞두고 계속 희망을 가져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