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은 괴물 별난 가족 그림책 1
아네스 드 레스트라드 지음, 박정연 옮김, 기욤 드코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둘째가 태어나면 가장 상처를 받는 사람은 큰아이다. 동생이 엄마 뱃속에 있을 때까지는 그래도 엄마 아빠가 참 잘해주었는데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 돌변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독차지했던 사랑을 빼앗아간 동생이 괴물로 보이는 게 당연하지 싶다.

이 책은 바로 동생이 태어나서 속상한 누나의 마음을 아주 간결하면서 솔직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책을 보면서 새로 태어난 동생 때문에 상처받은 큰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동생이 태어나던 날 병원에 간 마르티유는 깜짝 놀란다. 자신의 전유물이었던 엄마 품에서 빡빡머리 하나가 엄마의 가슴을 마구 깨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마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건 더 이해할 수 없다.  


집에서 들고 간 마술 지팡이를 흔들면서 그 괴물을 향해 "엄마 가슴을 깨물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엄마는 오히려 "저리 가라"고 한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걸어가는 모습에서 상심한 마르티유의 마음이 느껴진다. 엄마가 '너도 태어났을 때 엄마 가슴을 깨물었다'고 말해주었으면 마르티유의 상심이 덜 했으련만...


집으로 돌아온 동생은 밤마다 늑대로 변해서 울부짖는다. 마르티유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어도 동생의 울음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아유, 괴물이야!" 


몇 달 뒤 뽈뽈뽈 기어다니기 시작한 동생이 마르티유의 눈에는 뱀으로 보인다. 기어다니면서 마르티유의 귀중한 물건들을 만지기 시작하니 "아이고, 미워라!"


그리고 얼마 후엔 가장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동생이 공룡처럼 쿵쿵거리며 걷기 시작한 것이다. 발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뒤뚱거리는데 엄마 아빠는 박수를 치고 야단법석이다. 엄마 아빠가 괴물을 너무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마르티유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그래서 늑대처럼 울부짖고, 뱀처럼 기어다니고, 공룡처럼 쿵쿵거렸더니 모두 동그란 눈을 하고 마르티유를 쳐다본다. 괴물 동생은 손벽을 치며 소리까지 지르며 좋아한다.  


그런데 그 소리를 잘 들어보니 "누......야, 누......야!"다. 드디어 동생이 말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누......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일 년 동안 속상했던 마르티유의 마음이 싹~ 풀리고 만다. 그래서 두 괴물은 이렇게 밤낮없이 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만약에 그 다음 이야기가 계속된다면 두 괴물 때문에 열받는 엄마 이야기가 아닐까?

동생이 있는 유아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분홍색이 많이 들어간 화려한 그림 때문에 여자 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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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2-1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도 보면 공감을 할 것 같아요.

소나무집 2009-02-21 15:31   좋아요 0 | URL
동생 있는 아이들에게 딱이에요.

잎싹 2009-02-2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아주 사실적이네요.
울 딸에게 읽어주고 싶어요. 추천~~

소나무집 2009-02-21 15:32   좋아요 0 | URL
어떤 집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지요?
 
나무들의 어머니 미래그림책 91
지네트 윈터 지음, 지혜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책장을 한 장 넘기다가 왕가리 마타이라는 이름을 발견하는 순간 정말 반가웠답니다. 얼마 전 딸아이가 공부하는 영어 리딩 교재에서 만난 인물이었거든요. 영어 교재에서 만난 인물을 이렇게 그림책으로 만나니까 좋은 책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에 으쓱해지기도 했구요. 더불어 나온 지 일 년도 안 된 책을 번역본으로 만나게 해준 미래아이 출판사에 고맙다는 말도 전하고 싶네요.

그림책을 다 읽은 후 그 영어 교재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어요. 그림책에서는 볼 수 없는 실제 왕가리 모습과 다양한 사진이 실려 있어서 왕가리 마타이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에 몇 장 찍어서 올립니다.   

          왕가리 마타이는 200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입니다. 케냐의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왕가리는 부모의 교육열과 좋은 운 덕분에 케네디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었대요. 집안이 좋기는 했네요. 할머니가 독립한 케냐 정부의 대통령이었다고 하는 걸 보니까요.  

그 결과 왕가리는 모든 분야에서 케냐 최초의 여성이 되는 기록을 세웠어요. 박사 학위를 딴 케냐 최초의 여성, 케냐 최초의 여자 대학 교수, 케냐 최초의 여성 환경부 차관 등등. 그러니 가만히 있어도 주목 받는 삶을 살았겠다 싶네요.  

그런데 왕가리는 가난한 고향 사람들과 황폐해져가는 케냐의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편안한 삶과는 멀어져갔어요. 오히려 정부의 압박 때문에 고문을 받고 투옥되면서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해요.   


    
  왕가리 마타이의 고향 마을과 나무 묘목을 심고 있는 여자들.   

    왕가리 마타이가 태어난 곳은 초록 나무가 우산처럼 우거진 산이 있는 마을이었대요. 어린 시절 왕가리도 엄마와 함께 가까운 산으로 땔감을 하러 다녔고, 땅도 기름져서 곡식들도 잘 자랐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왕가리는 몇 년 사이 몰라보게 변한 고향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아프리카의 평화를 상징하는 나무들이 모두 사라지고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땅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나무가 베어진 자리에 들어선 도로와 건물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왕가리는 나무를 심기로 결심했대요. 그 시작은 뒤뜰에 심은 아홉 그루의 나무였구요. 아홉 그루의 나무가 3천만 그루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나무와 숲이 사라진 마을에서 가장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여자들이었대요. 땔감과 식량을 구하러 먼 곳까지 다녀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왕가리는 여자들에게 나무를 심는 대신 돈을 주었고, 그 일에 참여하는 여자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대요. 왕가리와 여자들의 노력으로 초록 숲으로 변하는 마을과 도시들이 늘어만 갔어요.


하지만 좋은 일에는 항상 고통이 따르나 봐요. 케냐 정부는 높은 건물보다 숲이 더 필요하다고 외치는 왕가리를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며 감옥에 가두었어요. 왕가리가 정부와 투쟁을 한 기간이 30년이나 된다고 합니다. 좋은 일을 하는 데 30년 동안 괴롭혀온 케냐 정부를 생각하니 기가 막히네요.  

왕가리가 투옥되었지만 나무 심기 운동은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 나갔어요. 그리고 나무 한 그루 없던 땅에 어린 나무들이 쑥쑥 자라게 되었답니다. 그제서야 케냐 정부도 왕가리의 나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았나 봐요. 이 대목에서 개발보다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우리나라 정부에도 많은 것 같아 씁쓸하네요. "4대 강 그냥 냅둬요, 제발! "

 
초록 숲으로 뒤덮이게 된 케냐는 여자들이 땔감을 구하러 멀리 가지 않아도 되었고, 비옥해진 땅에서는 옥수수, 고구마, 사탕수수가 자라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무를 심어 세상을 변화시킨 왕가리와 여자들의 이야기가 온 세상에 알려져 노벨평화상까지 받게 된 거래요. 바로 나무와 숲이 사라지면 가정도 나라간의 평화도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왕가리 마타이에게 노벨 평화상을 준 거지요.  

아프리카를 살린 왕가리 마타이라는 인물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그림책입니다. 유아와 초등 저학년에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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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12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 전에 왕가리 마타이 책을 읽었는데 다른 출판사 책이네요. 막 반가워요.^^

소나무집 2009-02-14 12:40   좋아요 0 | URL
그죠. 아는 인물을 책에서 만나니까 정말 반갑지요?
아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2009-02-12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4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발맞춰 걷는 건 싫어! 미래그림책 90
장 프랑수아 뒤몽 지음, 이경혜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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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네요. 누구나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좀 다르게 살아가는 게 좋은 건지 말이에요. 발을 맞추지 못한다고 벌컥 화를 내는 이고르는 너무나 익숙한 저의 모습이기도 하네요. 두려움이 많아서 혹은 누군가의 눈에 띄기 싫어서 열심히 줄을 맞추고 발을 맞추면서 살아왔거든요. 

   해가 뜨면 줄을 맞춰 연못으로 행진을 하는 거위들이 있었습니다. 대장 이고르의 구령에 따라 하나 둘, 하나 둘 걸어갔지요. 늘 그렇게 걸었기 때문에 왜 그렇게 걸어야 하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새로 들어온 지타는 도저히 그 전통에 따라 발을 맞출 수가 없었어요. 처음이라 익숙하지도 않았고, 주변엔 구경하고 싶은 것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하나 둘 탁, 하나 둘 탁 하며 낯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답니다. 당장 이고르의 눈에 띈 지타는 대열에서 쫓겨나고 말았어요.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는 이고르에게 지타는 멍청한 말썽쟁이일 뿐이었어요. 


낯선 소리를 내는 지타를 떼어놓은 거위들은 하나 둘, 하나 둘 발을 맞추며 연못으로 내려갔어요. 혼자 남은 지타는 기운이 빠져서 어깨를 늘어뜨린 채 자책을 합니다. "난 정말 형편없는 거위야. 남들 하는 대로 똑같이 하면 되는 건데." 하면서요. 

발을 질질 끌고 훌쩍이며 철퍽, 쿨쩍 철퍽,톡 쿨쩍 철퍼덕 걷는 지타를 돼지들이 궁금해합니다.  


열심히 나무를 쪼던 청딱다구리도 끼어듭니다. 톡 쿨쩍 철퍼덕, 쿨쩍 철퍽 톡 

도랑에서 먹이를 찾던 암탉도 지타가 내는 소리에 엉덩이를 흔들며 끼어들고 싶어졌구요. 꼬끼오 꼬꼬 꼬

지타와 청딱다구리와 암탉이 지나가는 걸 본 당나귀랑 암소도 지타가 내는 흥겨운 소리에 끼어들었지요. 히이이이힝  음머어어어


이젠 풀을 뜯던 양까지 메에에에에에 하고 합류를 했지요.


지타가 연못에 도착했을 때 지타 뒤에는 엄청난 행렬이 따라오고 있었어요. 더이상 지타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말썽쟁이가 아니었지요. 아무도 지타에게 줄을 맞추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차가운 눈총을 보내지도 않았어요. 같은 종족인 거위들은 지타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다른 동물들은 지타의 매력을 알아본 거지요.

대장 이고르는 그후에도 여전히 구령을 붙이며 걸었지만 아무도 따르지 않았어요. 농장의 동물들이 누구를 따르게 되었는지 말 안 해도 알겠죠? 그후 이고르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맨 마지막 장을 펼쳐놓고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5세 이상 초등 저학년.

책을 보고 난 후 딸아이에게 "지타처럼 행동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딸아이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라고 대답하더군요. 역시 제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어요. 멋지긴 하지만 지타처럼 행동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해서 흑흑흑...   "딸아, 이젠 엄마도 지타처럼 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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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 꼬맹이 그림책 1
제랄딘느 콜레 지음, 박정연 옮김, 아르노 부탱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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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지저분한 이야기네요. 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안 볼 수가 없는 그림책이랍니다. 바로 코딱지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코딱지>라는 제목 글씨만 봐도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이젠 지저분한 시리즈 하면 '똥'에 이어 바로 '코딱지'가 떠오를 것 같아요.

애나 어른이나 코딱지에 관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거예요. 이 그림책은 콧구멍을 후빈 결과물, 바로 코딱지에 관한 좀 덜 아름다운 추억을 낱낱이 파헤쳐 준답니다. 하지만 지저분하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그런 적이 있는데..."라는 공범 의식 때문에 실실 삐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십대에 막 접어든 아이들에게는 절대 코딱지 처리에 대해 묻지 마세요. 자기들은 그런 적 없다고 딱 잡아떼면서 소리소리 지르니까요. 우리집 이야기랍니다.


고티에가 잔뜩 인상을 쓰면서 간신히 코딱지 하나를 파냈는데 요걸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에 빠졌어요. 옆에 있는 강아지가 혓바닥을 뺀 채 기다리고 있지만 어림없는 소리. 


코딱지를 어디에다 버릴까 여기저기 고민하고 있는 고티에. 텔레비전이 있는 탁자 밑에 붙이려다 보니 거긴 바로 아빠가 먼저 찜한 자리였어요. 아무래도 아빠가 코딱지를 붙이다가 고티에에게 종종 들킨 모양이로군요. "아버님, 애 앞에서 그러시면 안 되죠!"


마침 엄마가 코딱지를 휴지에 싸서 버리라고 한 말이 생각 나긴 했지만 그러면 너무 재미가 없는 걸요. 그래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드디어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바로 꿀꺽 삼켜버리는 거죠. 이 대목에서 우리 아이들 "우웩" 하면서 넘어갔습니다. 뱃속에 들어 있는 것 좀 보세요. 음식 외에 로봇이랑 자동차, 인형까지 들어 있는 걸 보니 고티에는 못 먹는 게 없는 아이였나 봐요. 


하지만 코딱지가 뱃속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코딱지 주스에, 코딱지 우유에, 코딱지 절임까지... 모두 코딱지로 변신해서 뱃속이 코딱지로 가득차게 된다고요. 그러니 함부로 코딱지를 먹을 수는 없고,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그만 코딱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답니다. 

  간신히 벽에 붙어 있는 코딱지를 찾은 고티에는 또 잃어버리기 전에 얼른 휴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렸답니다. 마침내 고티에가 코딱지를 처리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깨달은 거죠.  

코딱지를 파서 아무데나 처리하는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것보다 이 책 한 번 읽어주면 정말 좋을 것 같죠? 코딱지가 뭔지 아는 모든 유아에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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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삐뽀 119에 가 볼래?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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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들에게 소방서라는 곳은 소방차로 대변되는 것 같아요. 빨강색이 주는 강렬함과 삐뽀삐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멋진 모습을 떠올리며 장난감 소방차를 사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그러지 않나 싶어요. 우리 아이들도 한때 경찰차랑 소방차를 애지중지 가지고 논 시기가 있었거든요.

소방차에 관심을 가질 때 소방서에서 하는 일도 함께 가르쳐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직접 소방서로 견학을 갈 수 없는 아이들에게 소방관 아저씨가 얼마나 고마운 일을 해주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책을 읽어주는 거죠. 바로 이 책은 소방서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주아주 재미나게 들려주는 그림책이랍니다.   

모처럼 한가한 날 소방서에 페인트 칠을 하러 왔던 덜렁이 페인트공 드리피와 스티키의 실수는 이 책을 더 유쾌하게 만들어준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살짝 책장을 한번 넘겨 보세요. 저는 소방관 이야기보다 페인공 이야기가 너무 웃겨서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소방차에 페인트가 묻지 말라고 씌워놓은 천이 미끄러지면서 소방차가 분홍색이 되어버리고, 페인트가 마르지 않은 걸 모르고 2층에서 내려오던 소방관 아저씨들의 옷이 전부 빨갛게 되었는데도 소방차가 출동을 하자 작업이 끝났다면서 돌아가거든요.

소방관들이 출동한 곳은 레미콘 차와 꿀 트럭과 건초 차가 부딪혀서 꿀과 시멘트와 건초가 범벅이 된 도로였어요. 소방관 아저씨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깨끗하게 정리한 후 소방서로 돌아왔어요. 다음에 출동한 곳은 불난 듯 매운 맛 피자 가게예요. 거리의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한 소방관 아저씨들이 용감하게 달려가 불을 껐어요. 

휴, 소방서로 돌아온 아저씨들이 소방차를 청소하고 있는데 또 일이 터졌네요. 길을 물어보러 온 딸기잼 아주머니의 기다란 트럭이 소방서 앞에 서 있는데 오호, 이런 어쩌면 좋아요. 코뿔소의 기중기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다 그만 딸기잼 트럭을 받아버렸지 뭐예요.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이 가죠? 

딸기잼 탱크가 터지면서 소방서는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말끔하게 닦아놓은 소방차와 그 옆에 서 있던 소방관 아저씨들은 빨간 딸기잼을 뒤집어쓴 채 어리둥절.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손 쓸 틈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다시 일할 준비를 하는 소방관 아저씨들을 보니 정말 믿음직스럽네요. 그런데요 소방서에서 진짜 이런 일이 안 생기면 안 되겠죠?

리처드 스캐리의 책은 그림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재미를 놓치면 안 돼요. 엉망진창 뒤죽박죽인 듯한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소방서에서 지켜야 할 일이나 소방관 아저씨들의 사소한 생활까지도 엿볼 수 있거든요. 북적북적 마을 소방서에 다녀온 아이라면 119에 장난 전화를 해서 소방관 아저씨를 힘들게 하지도 않을 것 같네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여섯 살 사촌들에게 주면 올해 최고의 책이 될 게 분명해." 우리 딸이 한 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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