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맞춰 걷는 건 싫어! 미래그림책 90
장 프랑수아 뒤몽 지음, 이경혜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네요. 누구나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좀 다르게 살아가는 게 좋은 건지 말이에요. 발을 맞추지 못한다고 벌컥 화를 내는 이고르는 너무나 익숙한 저의 모습이기도 하네요. 두려움이 많아서 혹은 누군가의 눈에 띄기 싫어서 열심히 줄을 맞추고 발을 맞추면서 살아왔거든요. 

   해가 뜨면 줄을 맞춰 연못으로 행진을 하는 거위들이 있었습니다. 대장 이고르의 구령에 따라 하나 둘, 하나 둘 걸어갔지요. 늘 그렇게 걸었기 때문에 왜 그렇게 걸어야 하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새로 들어온 지타는 도저히 그 전통에 따라 발을 맞출 수가 없었어요. 처음이라 익숙하지도 않았고, 주변엔 구경하고 싶은 것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하나 둘 탁, 하나 둘 탁 하며 낯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답니다. 당장 이고르의 눈에 띈 지타는 대열에서 쫓겨나고 말았어요.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는 이고르에게 지타는 멍청한 말썽쟁이일 뿐이었어요. 


낯선 소리를 내는 지타를 떼어놓은 거위들은 하나 둘, 하나 둘 발을 맞추며 연못으로 내려갔어요. 혼자 남은 지타는 기운이 빠져서 어깨를 늘어뜨린 채 자책을 합니다. "난 정말 형편없는 거위야. 남들 하는 대로 똑같이 하면 되는 건데." 하면서요. 

발을 질질 끌고 훌쩍이며 철퍽, 쿨쩍 철퍽,톡 쿨쩍 철퍼덕 걷는 지타를 돼지들이 궁금해합니다.  


열심히 나무를 쪼던 청딱다구리도 끼어듭니다. 톡 쿨쩍 철퍼덕, 쿨쩍 철퍽 톡 

도랑에서 먹이를 찾던 암탉도 지타가 내는 소리에 엉덩이를 흔들며 끼어들고 싶어졌구요. 꼬끼오 꼬꼬 꼬

지타와 청딱다구리와 암탉이 지나가는 걸 본 당나귀랑 암소도 지타가 내는 흥겨운 소리에 끼어들었지요. 히이이이힝  음머어어어


이젠 풀을 뜯던 양까지 메에에에에에 하고 합류를 했지요.


지타가 연못에 도착했을 때 지타 뒤에는 엄청난 행렬이 따라오고 있었어요. 더이상 지타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말썽쟁이가 아니었지요. 아무도 지타에게 줄을 맞추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차가운 눈총을 보내지도 않았어요. 같은 종족인 거위들은 지타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다른 동물들은 지타의 매력을 알아본 거지요.

대장 이고르는 그후에도 여전히 구령을 붙이며 걸었지만 아무도 따르지 않았어요. 농장의 동물들이 누구를 따르게 되었는지 말 안 해도 알겠죠? 그후 이고르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맨 마지막 장을 펼쳐놓고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5세 이상 초등 저학년.

책을 보고 난 후 딸아이에게 "지타처럼 행동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딸아이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라고 대답하더군요. 역시 제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어요. 멋지긴 하지만 지타처럼 행동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해서 흑흑흑...   "딸아, 이젠 엄마도 지타처럼 살고 싶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