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뽀삐뽀 119에 가 볼래?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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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들에게 소방서라는 곳은 소방차로 대변되는 것 같아요. 빨강색이 주는 강렬함과 삐뽀삐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멋진 모습을 떠올리며 장난감 소방차를 사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그러지 않나 싶어요. 우리 아이들도 한때 경찰차랑 소방차를 애지중지 가지고 논 시기가 있었거든요.

소방차에 관심을 가질 때 소방서에서 하는 일도 함께 가르쳐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직접 소방서로 견학을 갈 수 없는 아이들에게 소방관 아저씨가 얼마나 고마운 일을 해주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책을 읽어주는 거죠. 바로 이 책은 소방서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주아주 재미나게 들려주는 그림책이랍니다.   

모처럼 한가한 날 소방서에 페인트 칠을 하러 왔던 덜렁이 페인트공 드리피와 스티키의 실수는 이 책을 더 유쾌하게 만들어준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살짝 책장을 한번 넘겨 보세요. 저는 소방관 이야기보다 페인공 이야기가 너무 웃겨서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소방차에 페인트가 묻지 말라고 씌워놓은 천이 미끄러지면서 소방차가 분홍색이 되어버리고, 페인트가 마르지 않은 걸 모르고 2층에서 내려오던 소방관 아저씨들의 옷이 전부 빨갛게 되었는데도 소방차가 출동을 하자 작업이 끝났다면서 돌아가거든요.

소방관들이 출동한 곳은 레미콘 차와 꿀 트럭과 건초 차가 부딪혀서 꿀과 시멘트와 건초가 범벅이 된 도로였어요. 소방관 아저씨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깨끗하게 정리한 후 소방서로 돌아왔어요. 다음에 출동한 곳은 불난 듯 매운 맛 피자 가게예요. 거리의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한 소방관 아저씨들이 용감하게 달려가 불을 껐어요. 

휴, 소방서로 돌아온 아저씨들이 소방차를 청소하고 있는데 또 일이 터졌네요. 길을 물어보러 온 딸기잼 아주머니의 기다란 트럭이 소방서 앞에 서 있는데 오호, 이런 어쩌면 좋아요. 코뿔소의 기중기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다 그만 딸기잼 트럭을 받아버렸지 뭐예요.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이 가죠? 

딸기잼 탱크가 터지면서 소방서는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말끔하게 닦아놓은 소방차와 그 옆에 서 있던 소방관 아저씨들은 빨간 딸기잼을 뒤집어쓴 채 어리둥절.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손 쓸 틈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다시 일할 준비를 하는 소방관 아저씨들을 보니 정말 믿음직스럽네요. 그런데요 소방서에서 진짜 이런 일이 안 생기면 안 되겠죠?

리처드 스캐리의 책은 그림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재미를 놓치면 안 돼요. 엉망진창 뒤죽박죽인 듯한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소방서에서 지켜야 할 일이나 소방관 아저씨들의 사소한 생활까지도 엿볼 수 있거든요. 북적북적 마을 소방서에 다녀온 아이라면 119에 장난 전화를 해서 소방관 아저씨를 힘들게 하지도 않을 것 같네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여섯 살 사촌들에게 주면 올해 최고의 책이 될 게 분명해." 우리 딸이 한 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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